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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girl Issue ||

On December 26, 2014 0

<나일론>만의 시선으로 선정한 8명의 잇걸을 소개한다. 질투날정도로 매력적인 그녀들은 록 음악을 하거나, 각양각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거나, 영화를 친구보다 사랑한다.

HANNAH MURRAY

한나 머레이는 또다시 스타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영국의 여배우 한나 머레이는, 40대가 되면 오스카상을 받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녀는 초등학생 시절 일기에 이런 내용을 쓰기도 했다. ‘지금 내가 제대로 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걸까? 이게 정말 내가 해야 하는 일일까?’ 결국 머레이는 11세가 되던 해에 어쩔 수 없이 스타가 되기로 결정했다. “친구들과 부모님 앞에서 연극을 공연한 적이 있어요. 그때 나는 기절한 척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고, 다시 생각해봐도 그건 정말 드라마틱한 경험이었어요!” 이제 25세가 된 그녀는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자기 아버지의 아이를 낳은 젊은 엄마 길리 역을 맡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요즘은 런던 남서부의 주택가에서 벨 앤 세바스찬의 스튜어트 머독이 대본을 쓰고 직접 감독한 뮤지컬 영화 <갓 헬프 더 걸(God help the girl)>을 홍보하는 중이다.

“요즘 내가 진짜 꽂혀 있는 건 가능한 한 거의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채 바깥을 떠돌며 사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는 중이에요. 굳이 소유해야 한다면 그저 누구에게나 필요한 신발 세 켤레 정도?” 생기 있는 얼굴에 구불거리는 금발을 하고, 블랙 진에 빈티지한 티셔츠를 입은 머레이는 자신의 미니멀리스트적 철학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검은색, 흰색, 남색, 베이지색만 입어요. 내게 우아함이란 모든 것을 뒤에 남겨놓는다는 의미예요.” 머레이는 16세에 드라마 <스킨스>에서 귀엽고 괴짜스럽지만 문제아인 10대 소녀 캐시 역을 맡으면서 인생의 큰 변화를 겪었다. 이 드라마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고 니콜라스 홀트, 데브 파텔 등이 포진한 출연진 역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 후 그녀와 함께 출연한 이들이 비교적 빨리 성공 가도를 달린 데 반해, 머레이는 자신의 유일한 사랑인 문학을 공부하느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평범한 생활을 했다. “굉장히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앉아 내가 흥미로워하는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경험이었어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구 안에는 좋은 독서가가 되고 싶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기에 내가 발을 들여놓고 싶은 다양한 문학의 세계를 탐닉한 거였죠.” 하지만 그녀가 <왕좌의 게임>에 출연하면서 또다시 모든 것이 변했다. “원래 그 드라마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유명해지는 것에 대해 놀라지는 않았어요. 단지 전 세계에서 스케일이 가장 큰 TV 드라마에 내가 캐스팅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따름이에요. 가끔 내가 그 안에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지금 밀려 들어오는 새 역할들을 보면, 머레이가 당분간 셀럽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잊을 것 같진 않지만 말이다.

photographer bella howard
STYLIST CANDICE BAILEY
MAKEUP SOLO JAMES
HAIR ALEX PRICE AT FRANK AGENCY

- 코트는 시스템, 스커트는 자라, 앵클부츠는 슈스파, 네크리스는 호야 앤 모어, 블랙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퍼 재킷은 우드 스페이스, 티셔츠는 베이비 센토르, 비니는 클럽 모나코, 이어링은 어나더 플래닛.

SON SOO HYUN

손수현을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청순한 이미지가 있었다. 그녀를 만난 순간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손수현은 예상했던 만큼이나 하얗고 작고 참 예뻤다. 사진을 찍는 내내 현장에 있던 여자들이 부럽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정작 그녀는 ‘아닌데, 여자들이 욕 진짜 많이 하는데’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도 예뻐 보이는 여자를 묻는 질문에는 그녀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들을 나열했다. “얼굴이 예쁜 건 중요하지 않아요. 말로 딱 표현할 수는 없는데, 뭔가 허세가 있는 여자가 좋아요. 그러니까 자연스러운 행동에서 나오는 것들이 멋스러운 사람요. 요즘 이솜 씨도 예쁘고, 김고은 씨나 김연아 씨도 예뻐 보여요. 다들 이목구비가 뚜렷한 느낌은 아니지만 그 자체가 예쁜 것 같아요. 아, 그런데 어느 한 부분이 진하긴 해요. 눈썹이나 입술 같은 부분요.” 드라마나 예능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어서 신비한 이미지가 있는 그녀는 지금 대중 앞에 언제쯤 본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중이다. “아직 작품으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원래 가진 걸 보여드리면 그걸 방해할 수 있잖아요. 어느 정도 작품 속에서 다양한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나서 제 참모습을 보여드려야 저것도 저의 일부분이라고 이해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그녀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원래 맥주를 되게 좋아했는데 요즘은 몸에 잘 안 받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매실주로 바꿨어요”라며 천진한 눈을 하고선 말하는 그녀의 대답에 적잖이 놀랐다. 거기에 가인의 스모키 메이크업을 열심히 따라 하던 때도 있었고, 산다라박이 나왔을 때는 당고머리만 하고 다녔을 정도로 자신이 유행에 꽤나 충실한 여자라는 사실도 덧붙여 고백했다.

- 재킷은 제인송, 레드 원피스는 자라, 네크리스는 어나더 플래닛, 시계는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워치.


알고 보니 그녀도 유행이라고 하면 예뻐 보여서 따라 하기도 하고, 또 금방 그 열정이 식기도 하고, 친구들과 만나서 맛있는 밥이나 커피를 먹는 데 돈을 제일 많이 쓰는 영락없는 20대 여자였다. 뜨거운 커피를 못 마시고 빨대를 지나치게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고집한다는 독특한 점은 빼고 말이다. 얼마 전 촬영을 마친 영화 <테이크 아웃>에서 이런 그녀의 실제와 가까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4세의 평범한 취업 준비생 얘기예요. 찍을 때 굳이 특별한 걸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저도 졸업을 해봤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하던 때가 있었고, 그냥 그때의 저와 가깝다는 생각을 하고 연기했어요.” 편하고 재미있게 연기했고, 자신감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개봉을 생각하면 긴장되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배우로서 진짜 설레는 순간은 상대 배우와 대사를 주고받을 때란다. “어떻게 보면 연기란 게 이미 다 나와 있는 걸로 짜고 쳐서 진짜처럼 속이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참 재미있어요.” 요즘 제일 합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는 류덕환이다. 그가 연출한 단편 영화 <냉장고>를 찍을 때 연기를 하면서 디렉션을 주는 걸 보고 난 후부터 함께 작품을 하고 싶었다. 그녀의 새해 목표는 군대 가기 전에 함께 작품을 찍는 것, 그리고 ‘얌전히!’ 아쟁 연주를 하는 것이다. “제가 올해 제천국제영화제에서 아쟁을 연주했는데요,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하이킥을 날리고 싶어요. 연주도 연준데, 사실 중간에 한 멘트가 더 창피했어요. 그날 너무 더웠거든요. 그런데 그걸 속으로 생각만 해야 했는데, 연주하다 말고 “아! 더워!”라고 큰 소리로 말해버렸어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창피해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거든요.” 이 모든 얘기가 이어지는 동안 그녀가 얌전하고 꾸준하게 한 행동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앞에 놓인 샌드위치를 열심히 먹는 것이었다. “요즘은 나이를 먹어서인지 조금씩 찌긴 쪄요. 사실 가슴이 좀 찌면 좋겠는데 말이죠. 하하.” 인터뷰하는 동안 샌드위치 몇 조각을 가볍게 해치운 그녀는 이제 떡볶이를 먹으러 간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DITOR KANG YE SOL
PHOTOGRAPHER HWANG HYE JeoNG
STYLIST IM HYUN SANG
MAKEUP & HAIR KIM JI HYE

LEE YU YOUNG

피아니스트도 하고 싶고, 미용사도 하고 싶었던 이유영은 결국 배우가 됐다.

젊은 여자 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국내 영화계에 이유영이라는 신인 배우가 갑자기 등장했다. <봄>이라는 영화한 편으로 밀라노와 도쿄 등 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진가를 알아봤지만, 그녀는 정작 자신이 배우가 될 줄을 몰랐다고 말한다. “어릴 때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가장 오랫동안 꾼 꿈은 피아니스트고요. 그러다 선생님, 그 이후에 미용사가 되고 싶어서 대학에 가지 않고 자격증을 따서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이 어디 가서 우리 딸이 좋은 대학에서 공부한다고 자랑을 하게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야겠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성적은 안 되니까 실기로 할 수 있는 데를 찾아야지. 그러다 보니 연기가 만만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연기 학원에 갔고, 그게 시작이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것치고는 재능이 있었던 그녀는 두 번의 도전 만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고, 졸업도 하기 전에 영화 <봄>의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처음 찍는 장편 영화인 데다 경상도 사투리를 배워야 했고, 누드 모델이라는 설정 아래 전라 노출도 감행해야 했지만 그녀에게 그런 건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민경이라는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할지를 고민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감독님이 레퍼런스 영화를 많이 보내주셨는데, 사실 거의 안 봤어요. 왜냐하면 거기에 생각이 박혀버릴까 봐서요. 어떤 영화에도 나오지 않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고, 그냥 나로서 접근하고 싶었어요.” 20세가 훌쩍 넘어서 자신의 재능을 찾아낸 그녀는 친구들과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 것보다 연기할 때가 더 재미있고, 곧 다가올 자신의 생일 선물로 가방이나 신발보다 집에서 영화를 보기 위한 빔프로젝터를 받고 싶어 한다. “빔프로젝터로 무조건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부터 볼 거예요. 수없이 봤는데도 볼 때마다 재미있어요. 전 케이트 윈슬렛이 정말 좋아요.” 모든 얘기를 영화로 끝낼 정도로 영화를 극진히 애정하고, 오묘한 밝은 갈색의 눈동자에, 새하얀 피부와 가늘고 긴 팔과 다리를 가진 그녀를 보고 있자니, 영화 <봄>의 조근현 감독이 왜 한마디 나누지 않고 보자마자 민경 역으로 캐스팅했는지 알 것 같았다. 첫 번째 영화가 개봉도 하기 전에 벌써 차기작인 <간신>에 캐스팅되어 촬영을 시작한 그녀는 지금 정신없고 혼란스럽기보다는 그저 좋기만 하다. “저는 영화를 찍을 때만 유일하게 행복한 것 같아요.” 그녀가 더 행복한 배우가 되기 위해 지금 하고 있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죽기 살기로 하는 운동이고, 앞으로 하고 싶은 건 연애다.

EDITOR KANG YE SOL
PHOTOGRAPHER PARK SI YEUL
STYLIST IM HYUN SANG
MAKEUP & HAIR KIM JI HYE

CHOI GO EUN

최고은은 오래도록 음악을 할 것 같은 똑똑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장르적인 음악보다는 음악을 들었을 때 최고은이 떠오르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음악에 자기 명찰표를 갖고 있는 뮤지션요. 보통 사람들이 보는 이런저런 풍경을 얘기할 때 누구나 다 하는 얘기처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소화해내서 하는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고, 그걸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어요. 그런 게 참 멋있고, 멋있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베이시스트 아비샤이 코헨처럼요.” 뮤지션 최고은의 첫 정규 음반이 나오기까지 4년이나 걸린 것에 대해 그다지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하고 싶은 것을 실험해보고, 좀 더 멋있는 걸 찾다 보니 어느새 4년이 흘렀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번 음반이 그녀에게 특별하고 중요한 음반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음반은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잘 짜인 책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게 목표였어요. 확실한 기승전결이 있는 예전의 음반처럼요. 요즘 음반은 이 트랙이나 저 트랙이나 비슷비슷하게 가다 어느 순간 끝나버리잖아요. 그런 게 아니라 그 흐름에 이유가 있고 주제가 있고, 거기에 맞춰서 들어갈 노래들을 구성하고 싶었어요.” ep 3장과 정규 음반 1장을 낸 그녀가 뮤지션으로서 지금 가장 듣고 싶은 칭찬은 ‘최고은은 음악을 오래할 것 같다’는 말이고, 최종 목표는 그냥 오랫동안 음악을 하는 것이고, 가장 두려운 순간은 어떤 상황에 의해서 음악을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로서 듣고 싶은 칭찬은 좀 다르다. “똑똑하다거나 머리가 되게 좋다는 말을 들어보고 싶어요. 거의 못 들어본 칭찬이거든요. 하하.” 그런데 어쩐지 이 말에 동의할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 지금 그녀의 가방 속에는 한병철 작가의 <시간의 향기>가 들어 있고, 아인슈타인과 동시대를 살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데다, 심지어 왠지 똑똑할 것 같은 외모를 갖췄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반지를 안 끼고 나오면 자신이 없어서 빨리 집에 가고 싶고, 집에 자주 찾아오는 길고양이를 위해 집을 만들어주고, 집에서 요리하는 것을 즐겨서 올겨울엔 김장도 담글 작정이고, 치마가 제법 잘 어울리는 그녀에게 ‘여성스럽다’는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그녀가 정말 원하는 말은 아닐 것 같지만. 이렇게 똑똑하고 여성스러운 그녀가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 그건 다 음악을 너무나 사랑해서다. “예전에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푹 빠졌을 때 ‘나도 한 26세에 죽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정말 원한 건 아니었지만 사실 바라긴 했어요. 천재들이 보통 그때 죽잖아요. 그래서 나도 그때 죽으면 멋있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죠.”

EDITOR KANG YE SOL
PHOTOGRAPHER PARK SI YEUL
STYLIST KIM YE JIN
MAKEUP SEUNG HWA AT THE VAIRA
HAIR EUN HEE AT THE VAIRA

Credit Info

EDITOR
KANG YE SOL
PHOTOGRAPHER
PARK SI YEUL
STYLIST
KIM YE JIN
MAKEUP
SEUNG HWA AT THE VAIRA
HAIR
EUN HEE AT THE VAIRA

2014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KANG YE SOL
PHOTOGRAPHER
PARK SI YEUL
STYLIST
KIM YE JIN
MAKEUP
SEUNG HWA AT THE VAIRA
HAIR
EUN HEE AT THE VA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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