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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패션왕

On November 27, 2014 0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디자이너 4명을 만났다. 각기 다른 철학과 취향, 뚜렷한 소신을 가진 패션 신인류와의 인터뷰.

멜트 : 이예지

MELT
1
룸 스프레이는 4만6천원.
2 파스텔 컬러의 슬립 쇼츠는 5만3천원.
3 일러스트가 그려진 수면 안대는 3만5천원.

라이프스타일 웨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패션을 전공했지만 좀 더 사람의 내면을 건드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그림 작업을 해왔다. 그러던 중 ‘Instant Vacation’이라는 작업 주제가 생겼고,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매체가 필요했다. 이에 휴식의 시간을 만들고 도울 수 있는 지금의 브랜드를 구상하게 되었다.

삶의 질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이예지가 생각하는 좋은 삶의 질이란?
‘균형’이다. 삶의 질은 전적으로 자기로부터 결정된다. 행복과 불행, 기쁨과 우울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상태가 가장 이상적인 삶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우리 각자는 지휘자처럼 감정과 상황을 키우고 줄여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으로 균형 잡힌 상태를 ‘즉각적인 휴가’라고 한다.

휴식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실제로 휴식을 취할 땐 무엇을 하는지?
적극적으로 쟁취해서 얻어낸 조화로운 상태다. 불필요한 감정과 상황에 소모하는 에너지를 줄이고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청소 후의 깨끗한 냄새를 맡으며 조용히 앉아 있거나 바람이 잘 부는 곳에서 한동안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한다.

디자인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나?
영상 작업이나 페인팅, 현대 무용, 같은 시점을 가진 작가들의 책에서 얻는다.

프린트도 독특하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경력도 있는데, 실제로 어떤 프린트를 주로 사용하는지?
워낙 다양한 이미지를 좋아하고 변덕이 심해 딱히 자주 쓰는 프린트는 없지만, 바다나 호수, 빙하처럼 물과 관련된 이미지를 좋아한다.

멜트의 컬렉션은 실용성이 우선시될 것 같다. 몸에 직접 닿는 아이템이기도 하고. 소재가 중요할 거 같은데?
예전에는 라벨도 간지럽고 따가워 잘라내고 입을 정도로 그런 옷을 못 입어서 최대한 부드러운 소재-거슬리지 않는-를 사용하려고 한다.

아이템 구성을 늘리는 걸 지양한다고 들었다. 이유는?
당분간 옷 구성을 늘리는 걸 지양하려 하는데, 구성이 너무 많으면 분산되어 힘이 떨어지는 걸 막고 싶고, 소비자에게도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하고 싶어서다. 시간이 좀 지나면 베개 커버, 파자마 같은 아이템을 차츰 늘릴 계획이다.

로브나 안대는 슬립 웨어로 낯설지 않은데, 티셔츠나 스웨트셔츠는 약간 낯설다. 이 아이템을 슬립 웨어로 만든 이유는?
아직까지 슬립웨어에 대해 낯설어하는 사람이 많아 소비자와 친해지고 싶었다. 사람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구성이 필요해 티셔츠와 스웨트셔츠를 추가했다.

최종 꿈이 호텔을 만드는 것이라 들었다. 꿈꾸는 호텔이 있나?
잠시라도 고단함을 버리고 갈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 오아시스 같은. 극단적이긴 하지만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를 반납해야만 체크인이 가능한 것도 좋지 않을까?

소윙바운더리스 : 하동호

SEWING BOUNDARIES
1
오버사이즈 니트 카디건은 26만8천원.
2 카디건을 두른 듯한 스타일링이 완성되는 니트 머플러는 9만8천원.
3 스트라이프 더플코트는 45만2천원.

남성복이지만 유니섹스적인 요소가 엿보인다.
처음부터 유니섹스를 기반으로 디자인했다. 남녀노소라는 바운더리를 없애고자 하는 의미에서 브랜드 콘셉트를 잡았다. 모든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게 최종적인 꿈이다. 같은 디자인의 옷을 사이즈와 패턴을 변형해 여러 사람이 입을 수 있게.

‘On a Rainy Day’ ‘Good Luck to You’ 같은 시즌 콘셉트가 독특하다. 콘셉트는 어디에서 출발했나?
S/S 시즌의 콘셉트는 비였다. 개인적으로 비를 워낙 좋아한다. 특별한 것에서 영감을 받기보다는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을 테마로 잡고 아이디어를 그려 나간다. F/W 시즌 콘셉트인 ‘Good Luck to You’는 행운의 심벌인 부적에서 영감을 받았다. 부모님 세대가 지갑 속에 행운의 상징으로 부적을 넣어 다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런 걸 옷과 함께 지니고 다니면 어떨지 싶었고, 액세서리로 만들어 스타일링에 포함시켰다.

시즌 영상, 콘셉트를 나타내는 글귀가 감성적인데, 어디서 영감을 얻나?
감성적인 면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제일 많이 소스를 얻는 것은 영화다. 소윙바운더리스를 론칭하기 전 길 옴므와 디그낙에서 경험을 쌓았고, 그 경험이 머릿속에서 여러 아이디어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지난 시즌은 비가 주제였고, 이번 시즌은 네 잎 클로버를 찾는 테마다. 마찬가지로 영상에 감성적인 스토리를 넣고 싶었다. 두 시즌 모두 분위기는 비슷한데, 비를 맞으며 프러포즈하러 가는 남자, 이번에는 누군가에게 행운을 주려는 남자의 모습을 담았다.

소윙바운더리스 컬렉션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
깔끔한 실루엣과 컬러가 화려한 길 옴므, 테일러 기반의 디그낙에서 경력을 쌓으며 영향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소윙바운더리스의 컬렉션 전반에 걸친 오버사이즈 핏이 남성성을 순화시킨 것 같다. 브랜드를 론칭할 때부터 오버사이즈 핏을 기본으로 하고 싶었다. 사실 와이드 팬츠는 아직까지 대부분의 남자가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와이드 팬츠 밑단을 한복 바지 밑단을 본떠 디자인했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겠지만,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다 보니 이 아이템이 소윙바운더리스만의 시그너처가 됐다.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실루엣. 세 시즌째 컬렉션을 꾸리면서 소윙바운더리스만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실루엣을 찾으려 한다. 동시에 전체적 스타일링과 잘 융화되는 실루엣.

시그너처 아이템이 있다면?
매 시즌 시그너처 아이템이 바뀌었으면 한다. 첫 시즌에 제작한 엠보 티셔츠가 의도치 않게 시그너처 아이템이 되면서 이번 시즌에도 엠보 티셔츠를 선보였다. 그리고 지난 시즌부터 비를 주제로 한 세로 스트라이프 패턴 역시 시그너처 패턴이 됐다.

세 시즌을 꾸려왔다. 앞으로의 계획은?
남녀노소 모두 입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할아버지가 우리의 와이드 팬츠를 입으면 정말 멋있을 것 같지 않나? 틈틈이 아동복을 론칭하려고 구성중이다. 앞으로도 이 계획대로 된다면 모든 라인을 합친 하나의 하우스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굳이 세컨드 라인을 만들지 않고 메인 라벨을 합리적인 가격대의 디자이너 브랜드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친근히 다가가는 것이 디자이너로서의 가장 큰 목표다.

마이너 텀 : 연누리

MINOR TERM
1
소가죽 소재 클러치는 49만5천원.
2 빈티지한 컬러의 지갑은 18만원.
3 가죽 자투리를 활용한 휴대전화 케이스는 5만8천원.

경력이 궁금하다.
영국에서 니트 의상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 제이에스 리에서 1년 반 정도 경력을 쌓았다. 그 후 가죽 가방 만드는 것에 관심이 생겨 런던 이스트 지역의 수많은 가죽 공장을 찾아다니며 가죽 만드는 과정을 수료한 뒤 국내에 들어와 마이너 텀을 론칭했다.

가죽의 매력은 무엇인가?
가죽은 무엇보다 텍스처가 매력적이다. 나 역시 대부분의 가죽장이들처럼 가죽을 만드는 장비와 가죽 냄새를 좋아한다.

마이너 텀은 어떤 의미인가?
한때 철학 쪽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소크라테스의 3단 논법 중 기정 사실, 즉 일반적인 사실이 메이저 텀(Major Term), 사실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소명제를 마이너 텀(Minor Term)이라고 한다.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다. 디자이너로서 잘 팔리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을 만들기보다는 디자인 자체의 작업을 하고 싶어 마이너 텀을 브랜드 이름으로 지었다.

룩북 첫 페이지에 있는 도축된 소의 이미지를 보고 가죽을 지양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리얼 가죽을 사용하는 브랜드로서 아이러니한 이미지다.
사람들의 그런 생각이 바로 대명제, 메이저 텀이다. 가죽을 쓰는 것이 잔인하고 안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가죽을 쓰지 말자는 것이 대명제고, 그 사실을 알지만 그래도 가죽을 소비하고 싶다면 그것을 쓰는 사람은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쓰는지 알고 썼으면 하는 것이 소명제, 마이너 텀이다. 사람들이 흔히 지나칠 수 있고 신경 쓰지 않던 가죽 소비에 대한 소중함을 알리고자 한 메시지다.

패션도 소비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마이너 텀은 가죽을 어떻게 소비하나?
소비의 방식을 달리하고자 했다. 그래서 가방 한쪽에 테이프를 붙여 ‘불편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보통 짐이 들어 있는 박스에 ‘프라질(Fragile)’ 테이프를 붙이면 함부로 던지지 못하듯, 가죽에도 테이프를 붙이면 소중히 다룰 것 같았다.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많이 받고. 가방을 만들고 남은 가죽 자투리를 모아 가구나 팔찌를 만든다. 그 자투리를 어떻게 유용하게 쓸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한다.

원래 손재주가 좋았나?
초등학생 때는 글라이더 만들기 대회에 나갔고, 중학생 때는 프라모델 만들기도 좋아했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한 것 같다.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재와 사람.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려면 여러 기술자가 필요하다. 그들이 없으면 아무 작업을 못하는 것처럼 내가 하는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원하는 작업을 도와주는 사람이니까.

테이핑이 없었다면 평범한 가죽 가방이 될 뻔했다. 가죽은 오래 쓸 수 있는 것이지만 테이프는 일회용인데, 그 둘을 어떻게 조합시키게 됐나?
그걸 빼면 사실 일반 가죽 브랜드와 다를 게 없다. 처음엔 테이프에 문구를 넣으려고 했다. 메시지를 넣어으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제작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단순한 테이프라도 제품에 쓸 수 있는 접착제와 필름 종류가 다르더라. 그래서 영국에서 테이프를 공수해온다. 나중엔 테이프에 메시지를 직접 넣고 싶어 프린트 기법을 연구 중이다. 어떻게 보면 그 둘의 조합은 하나의 방법적인 것이었다. 마이너 텀 자체가 소수의 디자인이고 관심이 없던 것을 유발하기 위한 것임을 고민하다 테이프를 붙이면 가죽의 생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가방을 진공 포장한 패키지에도 재미있게 유통 기한을 넣어뒀다.

해프닝 : 차진주

HAPPENING
1
테이핑 디테일의 데님 스커트는 15만8천원.
2 미니멀한 트렌치코트는 37만8천원.
3 스웨트셔츠는 9만8천원.

시슬리, 오브제, 구호에서의 경력을 쌓은 뒤 해프닝을 론칭했다. 자신의 이름을 건 레이블을 론칭해보니 어떤가?
지난 3월 S/S 시즌으로 첫발을 내디뎠고, 이번이 두 번째 컬렉션이다.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큰 욕심을 가지고 레이블을 론칭 했다기보다는 자유롭고 싶었고,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옷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프닝을 꾸리면서 옷을 입은 한 사람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그리려고 노력한다. 해프닝의 뮤즈는 자유롭고 호기심 많은 여자였으면 한다. 그런 이미지를 완성시킬 수 있고, 여자들이 입었을 때 가장 편안하고 스타일리시해 보일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한마디로 여자들이 입고 싶은 옷.

여태까지의 경력이 해프닝 컬렉션을 디자인할 때 영향이 있나? 아니면 완전히 다른 레이블을 만들고 싶었나?
그렇진 않다. 아무래도 경험과 노하우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해프닝은 내가 경험한 여러 스타일의 무드가 묘하게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오브제는 손맛이 있는 옷이 있었고, 구호는 모던하고 아방가르드하며, 시슬리는 캐주얼하면서 여성스러운 무드를 갖고 있는 브랜드였다.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내가 배우고 습득한 것들이 해프닝이라는 이름 아래 전체적으로 조합되고 있는 것이다.

해프닝이라는 브랜드 네임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전위 음악가 존 케이지가 공연 중 4분 33초 동안 아무 연주도 하지 않은 해프닝이 있었다. 소음도 하나의 연주가 될 수 있다는 우연성과 즉흥성을 담은 그의 철학에서 깊은 인상을 받아 해프닝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그 철학과 아이덴티티를 해프닝만의 로고와 레터링으로 만들어 티셔츠와 스웨트셔츠에 프린팅했다.

F/W 시즌의 콘셉트는?
이번 시즌은 클래식에 인더스트리얼 감성을 접목했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웨어러블함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컬렉션이다. 클래식을 기본으로 삼았고, 인더스트리얼 감성을 위해 테이핑 디테일을 넣은 옷도 있고, 데님 팬츠, 트렌치코트, 스웨트셔츠 같은 일상적이지만 무엇을 매치하느냐에 따라 스타일리시하게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아이템이 많다.

디자인할 때 영감을 얻는 것은?
옷은 결국 입는 사람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인들과 나누는 이야기의 이슈, 그 사람의 이미지와 공간에서 영감을 받으려고 한다.

해프닝 컬렉션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로고 티셔츠 자체는 캐주얼한 아이템이지만, 해프닝의 철학이 담긴 로고 프린팅을 통해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했다. 또 와이드 팬츠가 첫 시즌부터 인기를 끌면서 캐주얼한 상의에 포멀한 팬츠를 입는 스타일링이 해프닝의 메인 아이템이 되었다. 캐주얼과 포멀을 믹스 앤 매치하면 비즈니스 룩도, 데일리 룩도 되는 거다. 또 스포티, 미니멀, 클래식한 아이템이 모두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노에이지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모든 여자가 입을 수 있는.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디자인은 웨어러블하게 하되 고급스럽고 독특한 디테일을 지닌 컬렉션으로 인정받고 싶다. 고급스러운 소재를 미니멀하게 풀기도 하고. 디테일과 감성을 독특하게 하되 전체적인 것은 미니멀한 룩을 합리적인 가격의 레이블로 만들려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F/W 시즌부터 컬렉션을 준비하려고 한다. 시작이 조심스러웠지만 시즌을 거듭하면서 해프닝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 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EDITOR KIM YOUNG GEUL
PHOTOGRAPHER HYUN YE J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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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OUNG G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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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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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OUNG G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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