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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카세트 테이프

On August 29, 2014 0

누워서 떡을 먹는 것보다 구하기 쉬운 디지털 파일 대신 멸종 직전의 카세트테이프를 다시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레코드 스토어 데이’라는 행사가 있다. 2008년부터 매년 4월 셋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이 행사는 미국의 몇몇 독립 음반 매장에서 소소하게 시작됐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인 음악 축제가 되었다. 이 행사를 위해 오지 오스본과 잭 화이트가 홍보대사를 담당하고, 롤링 스톤스와 레이디 가가의 특별 한정 음반이 발매되며, 음악을 즐기는 이들이 모여 레코드판과 CD, 카세트테이프를 구입하고 공연을 즐긴다. 이 행사의 영향을 받아 ‘카세트 스토어 데이’도 생겼다. 물성을 지닌 음악 저장 매체 중에서도 특별히 카세트테이프를 기념하는 이 행사는 2013년 9월에 첫발을 디뎠고 플레이밍 립스 등의 음반이 카세트테이프로 발매되었다.

이런 ‘아날로그의 역습’은 통계로도 뚜렷하게 포착된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닐슨 사운드스캔의 2014년 상반기 발표에 따르면 미국 내 레코드판 판매는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당연히 음원 판매량에 비하면 숫자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자체 증가 추세는 놀라운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유니버설 레코드에서는 제이지,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등이 남긴 역사적인 힙합 음반을 카세트테이프로 재발매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힙합은 태생적으로 턴테이블을 기반으로 한 ‘디제잉’을 장르의 필수 요소로 포함하고 있기에 다른 어떤 장르보다 레코드판을 꾸준히 발매해왔지만, 이제는 카세트테이프도 함께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 ‘레코드 페어’가 있다. 2011년에 시작해 지난 6월에 네 번째 행사를 마친 레코드 페어는 어쩌면 레코드 스토어 데이의 한국 버전이다. 올해는 언니네 이발관, 디제이 소울스케이프 등 국내 음악가의 음반을 레코드판으로 재발매하기도 했다. 또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새 음반을 카세트테이프로 발매해 화제를 모았고, 아이유와 버스커 버스커 등은 레코드판을 제작해 단시간에 많은 판매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가장 쉽고 안일한(?) 접근은 ‘향수’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이다.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레코드판과 카세트테이프의 재등장은 분명 ‘재발매’와 관련이 있다. 많은 이들이 어릴 적 또는 젊을 적의 LP판과 카세트테이프를 추억하며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은 부분적 설명일 뿐이다. 단적으로 향수만으로는 젊은 층의 레코드판 및 카세트테이프 구매를 설명할 수 없다. 물론 젊은 층의 소비를 들여다보면 음반이 상품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높은 수집욕을 지닌 일부 젊은이의 구매라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턴테이블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레코드판을 구매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음원과 스트리밍의 전성시대, 그 한복판에서 음악이라는 예술이 주는 궁극적인 감흥이란 폴더 안에 가득한 파일이나 음악 앱의 클릭 버튼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떤 음악에 매혹되는 첫 순간으로부터 시작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음반을 구매하고 싶다는 욕구, 매장에 찾아가 직접 음반을 고르고 비교하는 행위, 음반을 쥐고 집에 돌아와 포장을 벗기고 음반 소개 책자를 읽으며 음악을 듣는, 이 모든 경험과 과정의 종합이야말로 음악과 진정으로 마주하는 짜릿한 ‘의식’임을 사람들이 알게 된 것은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새롭고, 누군가에게는 다시 찾은, 그 감흥 말이다. 디지털 파일이 주는 극단의 편리함이 누적된 끝에 결국 물성을 동반한 불편함이 다시 각광받는 이 현상은 작용과 반작용 또는 시대는 돌고 돈다 따위의 말을 떠올리게 하다 결국 ‘음악을 듣는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WORDS KIM BONG HYUN
Contributing Editor LEE SANG HEE
photographer PARK CHOONG YUL

Credit Info

WORDS
KIM BONG HYUN
Contributing Editor
LEE SANG HEE
photographer
PARK CHOONG YUL

2014년 08월호

이달의 목차
WORDS
KIM BONG HYUN
Contributing Editor
LEE SANG HEE
photographer
PARK CHOONG 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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