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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남자들

On March 24, 2014 0

화보에서 또는 패션쇼에서 그들은 옷과 화학 작용을 한다. 그리고 옷은 성별을 입고 그들은 무성이 된다. 뮤즈는 꼭 여자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매혹하는 남자 모델 4명을 만났다.

NAM JU HYEOK
남주혁

남주혁은 지난해 법적으로 성인이 됐다. 이제 데뷔 4개월 차. 스튜디오를 들어오는 모든 사람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신인이다. 얼굴은 어린이지만 운동으로 다진 근육에 187cm의 신체는 이미 당당한 남자다. 수줍은 표정과 귀엽고 예쁘장한 얼굴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똑 부러지게 말하고 자신을 꽤 냉정하게 평할 줄도 안다. 유명 디자이너의 쇼, 라이선스 매거진의 단독 화보 등 원하던 일을 하게 된 지금, 구름 위에 떠 있을 것 같았는데 차분했다. 현실적이었다. 그럼에도 자꾸만 그의 얼굴에 속게 된다. 커피 대신 사탕이나 초콜릿을 준비할 걸 그랬나 후회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얼마 전 송지오 옴므 쇼로 데뷔했다.
잡지에 나오는 형들이 멋있어 보였다. 중학교 때 갑자기 30cm가 크지 않았다면 모델은 꿈도 못 꿨을 거다. 부산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때 경기도 수원으로 이사하면서 서울에 있는 모델 아카데미에 다녔고, 마침내 데뷔하게 됐다. 첫 쇼는 설렘과 떨림으로 정신이 거의 나가 있었다. 멍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지금도 긴장과 두려움의 연속이다. 생각하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 하는 일이 워낙 많다 보니 나를 믿고 써준 분에게 민폐 끼치지 않도록 ‘그냥 열심히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스타일리스트 선배 얘기를 들어보니 촬영장에 1시간 일찍 와 있는다고 하던데?
매번 그러는 건 아니다. 경기도에 사니까 늦지 않으려고 서두르다 보면 조금 일찍 도착한다. 모델이 늦으면 촬영이 아예 안 되니까 당연한 거다. 시간 약속이나 피부, 몸 관리 같은 기본적인 걸 지키려고 노력할 뿐이다.

항상 현장에서 막내일 텐데 사람들 대하기 어렵지 않나?
매 시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익숙해서인지 낯가림도 없고 사람들 만나는 게 즐겁다. 혼자 일할 때는 개성을 드러낼 수 있어 좋고 다른 모델과 함께할 때는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어 유익하다.

일하지 않을 때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올해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고, 시간이 있을 땐 영화를 본다. 최근에 <어바웃 타임>을 봤는데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데뷔하고 얼마 안 됐지만 남자 모델의 생명력은 길지 않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모델 일을 하는 동안에는 남김없이 모든 걸 쏟아붓고 싶다.

데이트 얘기를 안 하는 걸 보니 여자친구가 없는 모양이다.
이상형 질문을 받으면 항상 대답하는 건 ‘첫 느낌’이다. 그게 꼭 얼굴이나 몸매를 얘기하는 건 아니다.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내게 어떤 신호를 주는 인상이 있다.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패션 업계에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 그 모두와 같이 일하고 싶다.

kimtae hwan
김태환

누구나 동굴에 들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김태환은 도무지 감정의 파고가 일지 않는다고 했다. 카메라 앞에서도 런웨이에서도 긴장하지 않는다. 자신감이나 익숙해서가 아니라 그냥 무감하기 때문이란다. 연인의 이상형은 있지만, 직업적 롤모델은 없다. 하지만 ‘누구’처럼 되고 싶지 않을 뿐 자신만의 꿈은 많다. 세계 무대에서 톱모델이 되고 싶고 작곡과 디자인도 하고 싶다. 홍콩 누아르의 주인공처럼 단단한 듯 보였지만, 그렇게 그는 저온으로 끓고 있었다.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이 되고 싶진 않았나?
중3 때 이미 키가 185cm였다. 마른 체형이라 그랬는지 자연스럽게 모델에 관심이 많았다. 모델이 연기자나 가수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고 도전하고 싶었다. 어릴 때는 태권도를 했고 지금은 피트니스에서 몸을 가꾼다. 너무 마르지 않게 근육과 뼈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관리하는 편이다. 본격적으로 일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늘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2014 S/S, F/W 파리, 밀라노 컬렉션에 참가했는데 어땠나?
우리나라 쇼와 비교해 분위기가 유연했다. 참가했던 모든 쇼가 기억나지만, 특히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밀라노 디스퀘어드 쇼에 선 게 기뻤다. 쌍둥이 디자이너 딘과 댄이 친밀하게 대해줘서 낯설지 않았고 재미있게 보냈다. 그 외에 특이한 건 아시아 모델은 패션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데 적극적인 반면 서양 모델은 ‘패션’보다 ‘쇼’에 집중하더라. 그들의 옷차림도 생각 외로 평범했다. 나의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몇 년 전 MBC <무한도전> 달력 특집 때는 모델이 값비싼 액세서리처럼 비치기도 했고, 얼마 전 ‘밀라노 vs 자메이카’ 편에서는 노력해서 만들어진 직업 ‘모델인’을 다루기도 했다. ‘모델’이라는 직업에는 다양한 면이 있는 것 같다.
해외 진출 경험이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해서 같은 소속사의 김영광 선배와 함께 <무한도전>에 출연했다. 모델은 단지 신체의 수치와 비율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개성이 있다면 누구나 모델이 될 수 있다. 노홍철 씨를 비롯한 <무한도전> 멤버의 도전이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사람들에게 우리 직업에 대한 이해를 도운 게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외모로만 평가받고 쓰이는 수동적인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자신만의 색과 목소리를 가진 모델들이 세상에 나오고 있으니 관심을 두면 좋겠다.

여태껏 찍은 화보를 훑어봤는데 웃는 사진이 하나도 없더라.
무표정일 때는 어느 각도에서 앵글이 들어와도 잘 찍히고 있다는 감이 온다. 그런데 웃는 얼굴은 그럴 자신이 없다. 사실 나는 심장이 내려앉을 정도로 놀라도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다. 주위 사람은 내 얼굴에 희로애락이 없다고 한다. 감정 표현이 서툴러서 고민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성격에 불만이 없는데, 일로 보면 좋지 않다. 인간미 드러나는 표정을 연기라도 해야 할 판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꼭 하고 싶던 말이다. 모델로서 최고가 되고 싶다.

jang gi young
장기용

서늘한 인상의 청년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는 첫 대면에 말이 많지 않다. 내버려두면 혼자 음악을 듣거나 신경 쓰이지 않도록 떨어져 앉아 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눠보면 다정다감한 성격에 상대방의 이야기에 장단을 맞춰주는 게 애교도 많다. 표정이 섬세하고 풍부해 연기도 잘할 것 같다. 실제로도 연기하고 노래하는 데 관심이 많단다. 모델을 시작점으로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다고. 옷이 아닌 재능으로 빛나고 싶은 원석, 2년 차 모델 장기용이다.

2014 제9회 아시아 모델 시상식에서 패션모델상을 받았다.
굉장히 행복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소속사 대표님에게 내가 어떻게 상을 받게 됐는지 물어봤는데, 그간 다양하게 활동한 것이 통한 게 아니냐는 얘기를 했다. 내겐 값진 대가다. 예외가 있지만 패션모델은 유통 기한이 있는 직업이니 지금이 아니면 받을 수 없는 상이 아닌가 싶다.

현재 연기를 전공하고 있다고?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전공은 뮤지컬과 관련된 건데, 지금은 연기 쪽으로 바꿨다. 몸으로 표현하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모델 일이 적합할 것 같았다. 울산에 살다가 서울로 이사하면서 결심을 굳혔고 소속사도 직접 찾아갔다. 처음 런웨이에 섰을 때는 떨려서 ‘쓰러지지만 말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무대는 생각했던 것보다 길었고, 세상 사람 모두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지금도 긴장은 하지만 조명이나 음악을 즐기는 여유를 가지게 됐다.

장기용 하면 교정기를 낀 상태로 웃으면서 찍은 화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치아 교정을 할 때였는데 그게 괜찮았는지 그냥 나갔다. 카메라 앞에서 나는 비교적 잘 웃는 편이다. 그게 나다운 느낌을 잘 나타내는 것 같다.

아이유 뮤직비디오 ‘분홍신’ ‘금요일에 만나요’에서도 잘 웃더라. 아이유가 당신을 아예 콕 찍어 주인공으로 지명했다면서?
나도 의아해서 아이유 씨에게 왜 날 선택했는지 물어봤는데, 새로운 느낌이 나는 얼굴이 필요했다고 했다. 교정기 화보를 비롯해 밝고 유쾌한 이미지가 있어 다행이었다. 영상 작업은 모델 일과는 또 달랐고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무대의 종류나 극 장르에 관계없이 연기하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얼마 전 소속사 주선으로 뮤지션 ‘러블리 벗’과 ‘아이키스’라는 노래를 같이 녹음했는데 내가 이런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아직 쌀쌀하다. 그렇게 입고 춥지 않나?
그래 보이나? 내복까지 껴입고 다녀서 괜찮다. 옷이 많긴 하지만 어떻게 입을지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다. 여름에는 스키니 진과 티셔츠가 교복이다. 내 몸을 정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옷이면 족하고, 액세서리도 하지 않는다. 패션보다 내가 잘 보이면 좋겠다.

올 한 해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더 많은 ‘나’, 더 좋은 ‘나’를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큰 기회를 맞이하고 싶다.

park hyeong seop
박형섭

의자에 앉아 말할 때는 20대 초반의 보통 남자애지만, 음악이 흐르고 조명이 꺼지면 ‘끼 부리는’ 모델이 된다. 포즈나 태도에서 자신감이 흘러넘친다. 그에게 모델은 입고 온 옷처럼 몸에 딱 맞는 직업이고 꿈이고 미래다. 내일은 잘 모른다. 하지만 10년 뒤에도 분명 자신과 어울리는 뭔가를 하고 있을 거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백 퍼센트의 밀도로 살고 있다.

얼마 전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다고 들었다.
2014 F/W 파리 쇼에 참가하기 위해 한 달간 프랑스에 다녀왔다. 첫 해외 무대이면서 첫 해외여행이라 여러모로 의미 깊었다. 드리스 반 노튼, 벨루티 쇼가 기억에 남고 겐조 클로징 무대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보름 정도 일했고 나머지는 파리와 그 근교를 여행했다. 일한다는 느낌은 서울과 비슷했는데 뭔가 다른 경험을 하고 온 듯하다. 커리어를 잘 쌓아서 다음 시즌에는 파리와 밀라노 컬렉션 모두 참가하고 싶다.

성격이 활발하고 붙임성이 좋은 것 같다.
어릴 때 막연하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고맙게도 키가 컸고, 그러면서 모델 일이
눈에 들어오더라. 모델 아카데미에 다녔고 런웨이에 서고 화보를 찍으면서 모델 일이 뭔지 조금씩 알게 됐다. 파리에 가서 보니 패션 마켓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모델이 주목받고 있었다. 국적에 상관없이 ‘나’로서 인정받고 싶다. 모델 일은 할수록 도전 의식이 생긴다.

처음 봤을 때 키가 190cm 넘는 줄 알았다. 얼굴이 작아서인지 다른 모델보다 더 커 보인다.
186cm인데 그 이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몸무게는 64kg, 70kg까지는 늘리고 싶은데 워낙 마른 체질이라 잘 안 된다.
마른 것도 적당히 말라야지, 남자다운 느낌이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벌크 운동 위주로 한다. 좀 더 다양한 표현력을 위해선 몸을 좀 더 다듬어야 할 것 같다.

당신이 스튜디오에 들어오는데 ‘록 시크’ 스타일이 번쩍번쩍하더라. 평소에도 그렇게 입고 다니나?
각이 잘 잡힌 재킷에 힙합 데님을 즐겨 입고 큼직한 액세서리 착용도 좋아한다. 느낌이 전혀 다른 옷을 믹스 앤 매치하는 게 재미있다. 장르를 섞으면서 내게 잘 맞는 스타일을 찾는 중이다. 비록 지금은 모델이지만 미래에는 뭔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패션을 좋아하니까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요즘 당신의 관심은 무엇인가?
세계 무대에 설 때를 대비해 외국인과 1시간 이상 대화할 수 있는 영어 능력을 키우는 것.

editor kim yeon jung
freelancer editor ROH SU JUNG
photographer HWANG HYE JEONG

Credit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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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eon jung
freelancer editor
ROH SU JUNG
photographer
HWANG HYE JEONG

2014년 03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kim yeo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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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H SU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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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HYE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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