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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February 14, 2014 0

올해 열여덟 살이 된 여진구는 친구들의 사춘기나 연애, 가출 이야기를 남의 말 하듯 했다. 배우 여진구의 성장은 또래와는 조금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다는 듯이.

- 터틀넥과 팬츠는 모두 코네리아니.

얼굴이 좋아 보이네요?
어제는 촬영이 일찍 끝나서 많이 잤어요. 12시간 정도…. 사람이 그 정도도 잘 수 있구나 싶었어요.


말하다 보니 느끼는 건데, 1년 전에 <나일론> 인터뷰 때 만났을 때와 목소리가 달라진 것 같아요.
그런가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그런 이야기하는 분이 있더라고요. 목소리가 더 낮고 두꺼워졌다고. 1년 새 목소리가 많이 변했나 봐요.


tvN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은 여진구의 첫 시트콤인데 가장 신경 쓰인 건 뭐예요? 개인적으론 여진구의 목소리가 시트콤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노파심에 그쳤지만.
제가 걱정한 것도 그 점이었어요. 아무래도 목소리가 많이 낮으니까 감독님과 목소리 톤을 어떻게 할지를 가장 길게 이야기한 것 같아요.


정극만 하다 불현듯 시트콤을 택한 이유는 뭐예요?
그래서였어요. 매번 정극 연기만 했잖아요. 울거나 화내거나 하는 감정선이 깊은 연기만 계속 보여드렸잖아요. 시트콤을 하면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장난치고, 웃고, 시시껄렁한 농담도 하고. 그런 모습은 아직까지 해본 적이 없거든요. 보는 분들에게 좀 더 가벼운 느낌의 여진구를 보여드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그 전작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이하 <화이>)였는데, 워낙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힘든 연기를 보여드린 것도 있고요.


<화이>로 ‘제34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신인상을 수상했죠. 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른 모습이 조금 얼떨떨해 보였어요.
다들 이렇게 말하긴 하지만 정말로, 제가 상을 받을지 몰랐어요. 그래서 제 이름이 불리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고, 무대에 올라가면서 겨우 정신을 차렸어요. 사실 수상 소감도 제대로 준비 못해서 정신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큰 상을 받으면 기쁜가요? 아니면 부담감이 더 큰가요?
부담감이라기보단 책임감이 많이 느껴졌어요. 상을 주신 의미를 잊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해요.


<화이>로 여진구가 남우신인상을 수상하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것 같았어요. 여진구는 ‘화이’로 아역 배우가 줄 수 있는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으니까요. 화이는 워낙 감정선이 깊은 캐릭터라 영화를 찍은 후 심리 상담도 받았다면서요.
화이 역을 맡은 배우는 누구라도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게 조건이었어요. 다행히 저는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았고요. 역할이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을 텐데 다행히 그렇진 않았어요. 전 연기할 때 순간적으로 빠르게 몰입하고 일을 멈추면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 편이에요. 게다가 화이는 실제 여진구와는 성격이 다른 캐릭터라 어느 정도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화이가 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지만, 화이는 저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 이야기를 할 때 ‘연구한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도대체 그 연구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캐릭터 성격이나 감정 상태를 공부해요. 선배님들은 캐릭터마다 말투까지 달리 쓰던데, 전 아직은 그것까진 할 수 없는 것 같고요. 캐릭터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것 같아요.


그런 연구 과정을 거쳐야 하는 연기가 아직도 재미있나요?
네. 연기는 정말 재미있어요.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 캐릭터에 다다르기 위해 연구하는 과정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처음엔 막막한데 점점 공부할수록 시나리오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신기하고요.


말하자면 여진구는 ‘천생 배우’ 같은 느낌이네요. 배우로서 세운 계획이 있을 텐데 잘 진행되고 있나요?
작년에도 그렇게 말씀드렸지만, 저는 한동안 계속 시작점에서 있는 것 같아요. 그냥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가 봐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남기고 싶어요.

- 재킷은 타임 옴므, 피케 티셔츠는 플레이하운드, 손목시계는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워치 바이 파슬코리아.

아직까진 그런 작품이 없어요?
없어요. 볼 때마다 후회해요. ‘더 잘할걸…’ 하고요.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이 높군요.
아무래도 많은 분이 ‘잘한다, 잘한다’ 하셔도 준비한 사람 입장에선 제가 놓친 것들이 다 보이니까요. 그래서 놓치는 것 없이 그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한 작품을 찍어보면 좋겠어요.


연기 이야기만 길게 했는데 이제 10대 여진구 이야기를 해본다면 아깝진 않아요? 10대의 대부분을 촬영장에서 보내고 있는 게.
제가 가진 꿈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위로를 하지만 솔직히 아쉬움은 남아요. 아직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저도 10대가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하하. 또래 친구들이 가지는 추억의 개수나 종류가 저와는 약간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쉴 땐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친구들 만나면 뭐 하고 놀아요?
가끔 PC방 갈 때도 있고 집에서 하루 종일 놀고, 밥 먹고. 운동하는 거 좋아해서 농구랑 축구도 자주 해요.


친구들은 요즘 한창 사춘기일텐데 진구 씨는 어때요? 연기력도, 인간 여진구도 성장통 없이 무던히 자라고 있는 것 같은데.
음, 사실 친구들이 커다란 감정 변화를 겪는 걸 보면 신기하고 생소하긴 해요. 전 사춘기가 아직 안 온 건지, 지나간 건지 친구처럼 갑자기 가출하고 싶어지거나 혼자 있고 싶거나 한 적은 없어요.


-티셔츠와 화이트 데님은 모두 리바이스, 코트는 띠어리 맨, 비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가출 하는 친구들 보면 어때요?
잘 이해 안 돼요.


왜요?
집 나가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잖아요. 집에선 좋아하는 게임도 할 수 있고 공부도 할 수 있고 편한데 왜 집에서 나가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집 나온 친구들에게 “어서 집에 들어가라. 우린 10대이기 때문에 우리 생각이 짧은 거고, 부모님에게 사과드려야 한다”라고 타일러요.


그래도 그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여느 또래와 달리 그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아쉽진 않아요?
또래 친구와 다른 환경에 처해 있고 제가 직접 그런 감정을 겪는 건 아니지만 여태까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가출 이상의 것들을 해봤어요. 하하. 친구들의 감정을 아예 모르는 건 아니지만 집은 나오면 안 돼요. 특히 겨울엔.


사회생활 일찍 시작하면서 또래보다 내면적으로 좀 더 성숙해진 것 같나요?
아직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그냥 저도 장난치고 뛰어다니고 그러거든요. 친구들이 대학교와 진로를 고민할 때 저는 연기력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거죠. 고민의 종류가 다를 뿐이에요.


요즘 여진구의 고민은 뭔가요? 1년 전에 만났을 땐 고등학교 원서, 내신 성적, 키가 고민이라고 했어요.
그랬나요? 하하. 내신 성적은 여전히 걱정이고요. 키는 얼마나 클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잘 자라고 있어요. 연기력은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다 보니 겪지 못한 일이 많고, 그래서 대본을 봐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는 게 아쉬워요. 선배님들이나 감독님이 잘 알려주시지만 제가 직접 겪는 것과는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어요. 많이 돌아다니고, 많은 걸 겪고 싶어요. 열여덟답게.


하지만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가야 하잖아요. 밤새 촬영할 거고. 무슨 생각으로 버텨요?
밤새워 촬영하다 보면 ‘아 오늘 야식으론 뭐가 나올까?’ 하는 생각요. 하하. 농담이고 아침마다 일정표를 받거든요. 그 일정표에서 일정을 하나씩 지우고 나면 기뻐요. ‘오늘도 이만큼 해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리고 대본이 쌓이는 걸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지금은 <감자별> 촬영한 대본이 제 무릎 높이만큼 쌓여 있어요. 저 그거 엄청 뿌듯해해도 되는 거죠?

contributing editor KIM SO HEE
photographer HWANG HYE JUNG
stylist LEE HEY YOUNG
makeup&hair JANG HAE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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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SO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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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HYE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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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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