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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패션 사진전

On January 15, 2014 0

연말연시 패션 사진계 거장들의 전시가 연이어 열린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주제로 선보이는 패션 사진전을 그저 우연이라 하기엔 석연치 않아 꼼꼼히 살펴봤다.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세계적인 작가 네 명의 대형 사진전이 열렸거나 열린다. <마리오 테스티노 展: 은밀한 시선> <라이언 맥긴리-청춘, 그 찬란한 기록>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 필립 할스만의 전시 <점핑위드러브展>이 바로 그것들이다. 현대 미술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고 예술 사진만을 그 대상으로 삼은 것에도 나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콘셉트가 비슷한 전시가 열리는 건 좀 의아해 보인다. 또 네 사진전 모두 유명 셀러브리티나 세계적인 리더를 피사체로 삼은 작가들의 전시라는 점에서 외견상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유사한 느낌도 든다. 미술관에서 ‘뭔가 아름다운 것’을 보길 기대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관객에게 패션 사진전이야말로 그런 욕구를 가장 쉽고 편한 방법으로 채워주는 전시의 형태임을 감안하더라도 왜 이토록 패션 사진전만 뜨거운 인기를 얻는 걸까?

ⓒAll images courtesy of the artist and Team Gallery, ⓒAnnie Leibovitz From A Photographer’s Life 1990~2005

ryan mcginley

1 Fireworks Hysteric, 2007~2008
2 Lizzy, 2002
3 Dakota(Hair), 2004
4 Jake(floor), 2004

annie leibovitz
5
Annie Leibovitz, Mikhail Baryshnikov and Rob Besserer, Cumberland Island, Georgia, 1990
6 Annie Leibovitz, My Brother Philip and My Father, Silver Spring, Maryland, 1988
7 Annie Leibovitz, My Parents, Peter’s Pond Beach, Wainscott, Long Island, 1992
8 Annie Leibovitz at home with her children Samuelle, Sarah and Susan (with their dog, Lola), Rhinebeck, New York, 2012, Photograph by Nick Rogers


라이언 맥긴리의 전시 오픈 하루 전인 지난 11월 6일엔 인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비가 오는 날인데도 라이언 맥긴리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 그리고 제한된 시간에 무료 전시를 보기 위해서 관객 1천5백 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미술관 일대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붐벼 큰 이슈가 됐지만, 정작 전시를 보고 나온 관객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가장 큰 이유는 라이언 맥긴리의 빼어난 대표작 시리즈 몇 점이 전체 전시를 리드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의 자유로운 생활을 기록한 그의 초기 사진, 미국 전역을 횡단하며 환상적인 풍경을 포착한 로드 트립 시리즈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품만 눈에 띄었을 뿐 그 이상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맥긴리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인 ‘자유’를 표현한 사진들이나 그가 자칭한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 같은 사진은 이미 오래전에 선보인 작업일 뿐이었다. 그로부터 14년이나 지난 지금 사진적으로 얼마만큼 더 발전했고 창의적인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때문에 그의 사진보다 그가 직접 기획한 뮤직비디오, 시규어 로스의 ‘Varuo’ 영상이 더 신선해 보인 건 나만이 아닐 거다.

안타깝지만 필립 할스만의 작품을 선보인 <점핑위드러브展> 또한 평은 좋지 않았다. 이 전시는 지난 9월 열린 의 리뷰와 다를 바가 없었다. 과 비교해 작품 종류는 달라졌지만 그 전시를 재탕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전시의 구성이 빈약했으며 과 같은 곳에서 열렸기에 기쁜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하긴 어려웠다. 굳이 전시장을 찾지 않고도 작품집으로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정도였으니까. 전시 내용 중에서 셀러브리티가 점핑하는 모습으로 심리적 초상을 살펴본 ‘점핑’ 섹션만 조금 볼만했을 뿐이다. 보이지 않는 인간의 내면은 결국 인상, 표정, 목소리, 웃음, 눈빛 같은 것들의 외면을 통해서만 파악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그의 대표작이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점핑 샷만으로도 그의 자신감과 뚜렷한 목표 의식이 보이는 듯했고, 노년의 마르크 샤갈을 담은 사진에선 화가가 굴곡진 세상사를 넘어 샤갈이 어떻게 그 아름답고도 화려한 색채를 구사할 수 있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전시장 한쪽에 관객을 위해 점핑 사진을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해 그나마 볼만한 섹션마저도 반감시켜 버렸다. 전시 제목인 ‘점핑’과 할스만의 작품 체험 공간을 억지 춘향으로 엮어 ‘전시장에서 이런 것도 해본다’란 느낌에 그쳤을 뿐이다. 그보다 볼만한 필립 할스만의 대표작을 더 넓은 공간에서 다른 작품에 시선을 빼앗기거나 관객들의 충돌 없이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mario testino, ⓒPhilippe Halsman Magnum

mario testino

9 Emma Watson
10 Gwyneth Paltrow
11 Kate Moss
12 Madonna

philippe halsman

13 Salvador Dali_Atomicus 1948
14 Phillipe Halsman 1950
15 Marilyn Monroe 1959
16 Audrey Hepburn 1955

마리오 테스티노는 패션지 <보그> <베니티 페어>는 물론 현재까지 15년 이상 버버리의 광고 캠페인을 전담하며 톱 셀러브리티와 패션·뷰티 하우스에서 러브콜을 받는 패션 사진가다. 그런 그의 작품을 지난 10~11월에 열린 <마리오 테스티노展: 은밀한 시선>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를 보면서 사람들이 사진을 평가하는 기준을 ‘그것이 얼마나 사진답지 않은지’에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왕실 인물들의 초상,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수위 높은 장면, 셀러브리티의 지극히 사적인 순간을 담은 사진이 그랬다. 사진 그 자체보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색채, 새로운 재현 방식, 엄청난 크기로 관객을 압도했으니까.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 사진을 단순히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장소로 인도하는 것, 다른 방법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시각적 체험을 하는 것”이 마리오 테스티노가 추구하는 사진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한번 보면 쉽게 잊기 힘든 시각적 경험을 선사해주는 건 맞다. 하지만 지나치게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는 데 매달린 나머지 마리오 테스티노만 보여줄 수 있는 진정성을 느끼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12월 7일에는 상업 사진과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모두 두각을 드러내는
사진가 애니 레보비츠의 전시가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다. 샌프란시스코 예술대학 학생 시절인 1970년 잡지사 <롤링스톤>에서 보도 사진작가로 경력을 쌓기 시작한 애니 레보비츠는 프로로 데뷔한 이후 정기적으로 잡지의 표지를 장식했고, <롤링스톤>의 수석 사진작가가 되면서 그로부터 10년 후 잡지사를 떠날 때까지 그녀의 작품으로 잡지 커버를 장식했다. 재미있는 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데미 무어, 존 레넌, 오노 요코 등 그녀의 카메라 앞에선 피사체들이 각자의 개성을 내려놓고 본연의 말간 얼굴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셀러브리티의 사진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나?’라는 우문에 애니 레보비츠의 이미지가 뿜어내는 힘으로 대신 답하는 것 같았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건 그녀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천부적인 예술적 재능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매체 작업 외에도 1990년대 초의 사라예보 포위전, 힐러리 클린턴의 미국 상원의원 선거, 그리고 9·11 테러 사건의 여파 등 전 세계 사건·사고 현장의 중심에서 남다른 시각을 표현한 것. 또 그녀의 절친 수전 손택이 암에 걸려 입원했을 때부터 회복하던 시기의 모습 그리고 임종의 순간, 그녀의 가족이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을 찍는 등 그녀의 내밀한 인생을 모두 사진으로 담아냈다. 그 때문에 이번 전시를 보면서 내밀한 그녀의 일기를 엿보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두 가지의 삶을 살고 있지 않다. 나는 사진작가이고, 상업 사진도 개인적 사진도 모두 내 삶의 부분이다”라고 한 그녀의 말은 결국 그녀가 추구한 패션 사진에서도 피사체의 삶 자체를 드러내 보이고 싶다는 뜻이 아닐까?

월드컵에서 ‘죽음의 조’ 경기를 연상시키듯 거장들의 대형 전시가 지난가을부터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미 이전에 많은 패션 사진전이 열렸음에도 관객의 관심이 뜨거운 건 더 다양한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만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서 흥행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패션 사진으로 즐길 수 있는 전시의 폭이 더 넓어져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획의 내실을 채우기보단 흥행에 성공한 패션 사진전의 구성을 답습한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이기 때문이다. 또 몸값 비싼 작가들의 내한, 전시 라운딩, 사인회 등을 열면서 행사에 치중하는 비용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가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더는 뻔한 패션 사진전은 보고 싶지 않다. 사진의 진정한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볼 수 있는 전시를 만나고 싶다.

editor KIM YEON JUNG

이미지 제공 대림미술관(02-720-0667), 세종문화회관(02-399-1114), 한가람미술관(02-580-1300), 마리오 테스티노(www.mariotesti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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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EO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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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02-720-0667), 세종문화회관(02-399-1114), 한가람미술관(02-580-1300), 마리오 테스티노(www.mariotestino.com)

2014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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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EO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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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02-720-0667), 세종문화회관(02-399-1114), 한가람미술관(02-580-1300), 마리오 테스티노(www.mariotesti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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