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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크리에이터 양태인의

청운동 스몰 빈티지 하우스

On September 14, 2015

전문가 도움 없이 온전히 태인 씨의 작고 야무진 손끝에서 탄생한 예사롭지 않은 비주얼의 집. 진중함과 유머러스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브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 등 그녀는 대비와 조화를 통해 자신만의 밸런스를 찾았다.

하루종일 밝은 빛이 머무는 거실. 커튼을 열면 손수 꾸민 정원이 내다 보인다

하루종일 밝은 빛이 머무는 거실. 커튼을 열면 손수 꾸민 정원이 내다 보인다


  • 집 안 전체는 화이트로 칠하고 바닥은 그레이 톤의 우드 컬러에서 무게감 있는 월넛으로 바꾸었다. 전세라서 기능보다는 가구, 소품 등과 어우러졌을 때의 시각적인 밸런스에 초점을 맞추고 최소한의 비용만 들였다.


  • 지인의 집에서 가져온 수납장. 핸드메이드로 직접 조각한 듯 완성도 높은 앤티크 스타일. 자칫 올드해 보일 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다양한 컬러의 글라스 베이스 등 트렌디한 소품을 매치하면 분위기는 180도 달라진다.

시멘트가 깔려있던 삭막한 앞마당에 흙을 깔고 식물을 심어 초록의 정원으로 바꾸었다.

시멘트가 깔려있던 삭막한 앞마당에 흙을 깔고 식물을 심어 초록의 정원으로

바꾸었다.

일상이 예술인 비주얼 하우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날 만한 청운동 오래된 주택가. 정겨운 풍경의 골목길 안쪽에 2층짜리 박공 모양의 협소주택이 서 있다. 울타리 없이 열린 정원이 딸린 그 작은 집에서 비주얼디렉터 양태인 씨가 그녀의 반려견 후추와 함께 산다. 웨딩 스타일링 그룹 태인컴퍼니의 대표이자 웨딩플래너인 그녀는 단순히 웨딩에 국한하지 않고 인테리어와 요리, 가드닝 등 결혼을 앞둔 신부들에게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생활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리스트다. 간결한 선과 면으로만 채운 미니멀한 외관,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집 안에는 반전의 공간이 펼쳐진다. 할머니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오래된 물건과 해외를 여행하며 하나하나 모은 컬렉션, 그리고 중고 마켓과 빈티지 숍에서 찾아낸 보물 같은 아이템이 빼곡하다. 이처럼 그녀의 남다른 안목의 스펙트럼은 시간과 지역의 한계가 없다. 그리고 그 셀렉션들은 집 안에서 경계 없이 어우러지며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집이 작아서 소파도 그릇장도 침대도 모두 사이즈가 작은 것이 콘셉트예요. 일본의 집들이 대체로 그렇잖아요. 대신 그 오밀조밀한 것들 사이에 천장까지 뻗어난 큰, 자이언트 식물들을 과감하게 배치해 임팩트 있는 공간을 완성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가장 돋보이는 감각적인 부실은 바로 샹들리에만으로 꾸민 거실 공간. 지인의 빈티지 숍에서 구입한 샹들리에는 화이트 빈 벽에 나란히 설치해두는 것만으로 파워풀한 공간을 연출한다. 저녁에 불을 켜면 샹들리에에 투영된 불빛이 흰 벽을 타고 번지며 환상적인 반영을 만들어 낸다고.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일상의 공간에 예술을 들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2층으로 가는 계단 옆에 무심한 듯 척 놓아둔 작품, 모두 제각각인 액자 프레임에 넣은 아트프린트, 아트북을 차곡차곡 채운 공간. 액자 프레임 중 형광 노란색, 그레이 등 컬러가 들어간 것은 그녀가 직접 칠해 만든 것. 자기가 원하는 것이 시중에 없을 때는 뚝딱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그녀가 공간을 꾸미는 노하우.


  • 자투리 코지 공간도 선인장과 거울로 감각적으로 연출했다.


  • 집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공간, 현관 앞 매립형 창틀에 룸 스프레이와 디퓨저, 향초를 두어 집안에 들어오면 은은한 향기가 먼저 반긴다.


  • 층계를 올라가면 프라이빗한 그녀의 침실이 나온다. 구조적인 특징 외에 장식적 요소가 없는 층계에 그녀가 좋아하는 책들을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 거실에는 둔탁한 소파 대신 볕이 좋은 창가에 커다란 다이닝 테이블을 두었다.

직접 가꾼 정원과 청운동에서 달라진 삶

집 전체는 그녀가 직접 스타일링하고 간단한 공사도 손수 진행했다. 분리된 화장실과 욕실은 집 안에서 유일하게 블랙 파벽과 노출콘크리트로 톤 다운시켰다. 여기에 골드 조명과 거울, 황동 수전과 샤워기 등 골드 컬러가 돋보인다. 세면대 아래 하부장에 달아둔 손잡이는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을지로에 있는 친한 사장님이 지금은 유행이 지나 사람들이 안 쓴다며 버리려는 것을 얻어와 달았다고.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감각이 있으니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밝은 우드 컬러의 싱크대가 있었던 주방은 거실과 이어진 공간으로, 컬러를 화이트로 통일하기 위해 가장 저렴한 싱크대를 주문해 달았다. 답답해 보이는 상부장 대신 선반을 달고 하부장에 손 모양의 오브제와 천장 조명으로 공간에 힘을 주니 어디에서나 보는 평범한 싱크대로도 얼마든지 스타일리시한 주방을 완성할 수 있다. 이렇게 이사를 갈 때 가져갈 수 있는 조명이나 가구, 그리고 가전제품 등에 힘을 주는 식으로 인테리어를 응용하면 전셋집에서도 나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2층 침실은 좁은 공간이지만 박공 모양 지붕으로 개방감을 살렸다.

스타일리시한 욕실. 황동 주물 샤워기를 달고 벽은 콘크리트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거칠게 마감하고 바닥은 타일로 경쾌한 패턴을 만들었다. 4 2층 계단을 올라가면 침실이 나온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쓰던 침대를 두었다.

스타일리시한 욕실. 황동 주물 샤워기를 달고 벽은 콘크리트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거칠게 마감하고 바닥은 타일로 경쾌한 패턴을 만들었다. 4 2층 계단을 올라가면 침실이 나온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쓰던 침대를 두었다.


  • 2층 계단을 올라가면 침실이 나온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쓰던 침대를 두었다.


  • 우드 컬러의 기존 싱크대는 가장 저렴한 화이트 싱크대로 교체했다. 원래 신발장으로 쓰려고 중고나라에서 구입한 4만원짜리 수납장은 그릇장으로 쓰인다.

중학교 때부터 사용해온 침대가 놓여 있고 작은 소파와 카펫을 깔아 1층과 다른 안락함이 느껴진다. 태인 씨는 요즘 부쩍 공간에 효과적으로 식물을 들이는 방법과 시티 가드닝에 관심이 많아졌다. 이전에 시멘트로 뒤덮인 집 앞에다 흙과 식물들로 정원을 만든 것도 바로 그녀다. 직접 흙을 깔고 벽돌로 지그재그 패턴을 만들 듯 벽돌을 깔아두었다. 그리고 조만간 이곳에서 소규모 가드닝 클래스도 열어볼 예정이다. “청담동에서 지내다 이 고즈넉한 정취가 그리워 청운동으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길이 좁아 집 앞까지 차를 타고 들어올 수 없지만 골목 초입에 차를 두고 걸어오는 길이 운치 있어요. 이제는 서울에서 이렇게 예쁜 골목을 찾기가 힘들거든요.” 일상의 반복이 주는 무감각한 느낌,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에 무뎌져갈 때쯤 그녀는 청운동으로 왔다. 쫓기듯 바쁘게 살아온 그녀는 이 작은 집에 이제껏 자신이 꿈꿔왔던 삶의 단편을 차곡차곡 담아내고 있다.

전문가 도움 없이 온전히 태인 씨의 작고 야무진 손끝에서 탄생한 예사롭지 않은 비주얼의 집. 진중함과 유머러스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브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 등 그녀는 대비와 조화를 통해 자신만의 밸런스를 찾았다.

CREDIT INFO

기획
전수희 기자
사진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