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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S HOUSE

아트디렉터 부부의 오피스형 살림집

On March 19, 2015

정규혁 씨는 같은 일을 하는 아내 유유리 씨와 결혼하면서 헤이리 예술마을 안에 첫 번째 신혼집을 마련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부부의 자유로운 예술적 감성이 녹아 있는 집 구경.

예전 집에서 사용해온 커다란 테이블을 두 개로 이어 붙였다. 평상시에는 미팅하고, 일하고,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놀러오면 맛있는 음식들을 한껏 차려내는 테이블이다. 요리를 즐기는 부부는 이 공간을 가장 좋아하고 가장 오래 머문다.

한 건물에 공존하는 삶터와 작업실

영화 포스터, 앨범 재킷, 출판물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작업을 해온 정규혁 씨는 잘나가는 아트디렉터다. 지금은 여유를 찾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저녁이 없는 삶이 계속될수록 그는 점점 더 복잡다단한 서울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문득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도에서 서핑을 하며 몇 개월을 보내는 동안 정규혁 씨는 전혀 다른 삶의 방향키를 잡게 되었다. 그 시작은 사는 공간에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
 

1층 현관 입구에서 거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예전 건축주가 왼쪽벽에 돌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천연 대리석으로 마감했다. 자재에 신경 쓴 노력이 집안 곳곳에서 눈에 띈다.


복잡한 홍대의 작업실을 정리하고 경기도의 한적한 곳에 작업실이자 주거 공간을 마련해 결혼 전까지 혼자 살았다. 같은 일을 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을 앞두고는 고민이 생겼다. 온전히 부부만의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지만 어느 정도 도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중 데이트 삼아 자주 들렀던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이 집을 보게 되었고, 보는 순간 마음에 들어 계약했다.
 

2층 계단 쪽에는 커다란 오픈형 수납장이 벽면 가득 짜여져 있다. 아끼는 물건들을 담아두는 컬렉션 공간이다.


“평소 로망이던 커다란 주방이 한몫했어요. 또한 주말에 관광객들로 잠시 북적일 뿐 5일은 조용하고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주택의 위치도 중요했죠. 거실 창가에 서면 한적한 헤이리가 한눈에 들어와요. 이곳에서 사람들을 눈에 담는 것도 재미있는 일상 중 하나죠.”
 

일명 ‘늘어놓는 수납’을 좋아하는 그들답게 주방 아일랜드는 조리도구, 식재료, 소형 가전들로 꽉 들어차 있다. 계량스푼 하나에도 감각이 묻어날 만큼 소품 하나하나 신경 써서 고른다.

부부의 아트 감성으로 가득한 공간

헤이리 주택단지에 위치한 집은 2012년 완공된, 노출 콘크리트와 목재로 마감한 3층 주택. 1층에는 카페가 있고, 2층은 커다란 주방과 테이블이 있는 작업실, 3층은 침실과 서재, 드레스룸, 욕실까지 철저히 사적인 공간 등을 배치한 살림집을 갖춘 구조다. 이 집의 심장부는 주방이다. 평소 남성적인 멋을 가진 스틸 소재로 된 주방이 있는 작업실과 스튜디오를 꿈꿔왔던 그는 신혼집에서 로망을 이룬 셈이다. 정규혁 씨는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일하고, 맛있는 음식을 자주 함께 나눈다.
 

3층 테라스에서 바깥 경치를 보고 있으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해진다는 정규혁 씨.


처음 집을 지은 건축주가 오래 살 요량으로 지은 덕에 구조는 물론 고급스러운 마감재까지 모두 훌륭해 굳이 비용을 들여 공사할 필요가 없었다. 그 위에 둘만의 감각과 일상을 더했을 뿐이다. 가구나 조명, 소품 중에는 혼자 살 때 사용하던 이케아 제품도 있고, 직접 만든 가구들도 있다. 예술에 일가견 있는 그들답게 집 안 곳곳에는 황학동에서 득템한 한국 빈티지 소품부터 작가들의 사진 작품, 그림들이 빠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들이 작업했던 프로젝트물도 빼놓을 수 없다.
 

거실 한 켠에는 커다란 빔 프로젝트가 있다. 지금은 바빠서 한동안 못했지만 이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시간도 종종 갖는다.


소소한 것들을 가져다가 시간을 두고 심혈을 기울여 배치한 그들의 공간에서 아트적 감성이 생활에 꼭 필요한 소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총각 시절 캠핑 스타일로 집을 디자인했듯이 결혼 후에는 보기에 근사하면서도 편한 집을 만들었다. 결혼 후 1년 동안 헤이리마을에 잘 정착한 두 사람. 작업실과 집이 함께 있어 가끔 일상이 엉키기도 하지만 자연과 함께 탁 트인 공간, 이곳에서 그들은 무한한 자유를 누린다.
 

2층 계단에서 보이는 거실 전경.

황학동에서 구입한 부채로 장식한 느낌있는 벽.

흰 벽을 배경으로 사진작가의 컨템퍼러리한 작품이 걸려 있다. 황학동에서 건진 빈티지한 멋이 있는 석재 화기와 잘 어울린다.

빈방에는 그가 영국 여행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직접 그린 그림들이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다. 모두 콩테와 파스텔을 이용해 그렸다.

헤이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3층의 서재 공간. 맞은편 벽면에는 부부에게 영감을 주는 아트북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흑백 결혼사진이 마치 작품과도 같다. 사진작가인 친구가 결혼 전 혼자 살던 집 앞에서 둘의 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결혼을 축하했다.

피카소처럼 열정적으로 늙고 싶다고 말하는 정규혁 씨. 거실 한 켠은 그 마음을 담은 피카소 사진과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자리를 차지했다.

창으로 욕실이 보이는 침실. 침대 끝에는 책상을 놓고 아이맥을 올려 간단한 작업을 하거나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보며 휴식을 취한다. 고급스러운 무늬목 슬라이딩 도어는 침실의 포인트.

부부가 함께 작업한 포스터와 책 그리고 팸플릿들. 대구 포토 비엔날레, 마로니에 연극축제, 서울사진축제 등 타이포그래피부터 전체적인 디자인까지 책임진 프로젝트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기업과의 작업도 즐기지만 공공 기관과의 작업에서 얻어지는 또 다른 즐거움 때문에 꾸준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돌의 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천연 대리석으로 마감한 욕실.

정규혁 씨는 같은 일을 하는 아내 유유리 씨와 결혼하면서 헤이리 예술마을 안에 첫 번째 신혼집을 마련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부부의 자유로운 예술적 감성이 녹아 있는 집 구경.

CREDIT INFO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