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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산해진미 (2)

전남 고흥의 달보드레 청량한 굴 맛

On February 16, 2015

고흥의 겨울은 굴 천지. 푸른 바다에는 흰 부표 띄운 굴밭이 즐비하고 돌아오는 배에는 500kg 굴망이 그득 실린다. 고흥 어머니들은 배에서 부려놓은 굴을 조새 하나만 들고 한자리에 열 시간을 주저앉아 깐다. 11월부터 즐길 수 있는 고흥 굴 맛의 절정은 이듬해 2월이다. 산란을 두어 달 앞두고 알은 굵어지고 맛은 더욱 풍부해지는 까닭이다.

전남 고흥군 동일면 덕흥리에서 만난 자연산 굴밭. 외지 사람이 들어가 양껏 굴을 따고 파래를 뜯어도 뭐라는 사람 하나 없다. 일부러 양식한 것이 아니니 딱히 주인이 있을 리 없다는 넉넉한 인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알이 작고 맛이 달아 귀한 대접받는 고흥 굴

물때 맞춰 들어선 갯벌엔, 알은 작아도 옹골찬 제철 굴이 바위마다 암팡지게 붙어 있다. 굴뿐이랴. 억세다 싶을 정도로 싱싱하고 푸른 파래 역시 지천이다. 잠깐 허리 숙여 굴 캐고 파래 뜯으면 금세 양동이 하나가 그득 찬다. 바닷물에 슬슬 흔들어 씻어 그 자리에서 맛보는 겨울 굴이 다디달다. 맛있는 굴을 두고 초고추장부터 찾는다면 고흥 굴 제대로 먹을 줄 모른단 소리 듣기 십상. 참기름 넣은 소금장을 조금 두르고 숟가락으로 듬뿍 떠서 한입 그득 넣고 먹어야 달큼한 굴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고흥 사람들은 굴로 음식을 만들 때 양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죽을 쑬 때 참기름조차 쓰지 않을 정도. 시원한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된장국을 끓일 때도 마늘과 파도 없이 그저 무만 납작하게 썰어 넣고 물과 된장, 굴로만 맛을 낸다. 뜨거운 밥에 생굴을 듬뿍 올리고, 참기름 넣어 고소한 맛을 낸 양념간장을 쳐서 비벼 먹는 맛은 겨울 끄트머리에서 맛보는 최고의 맛이다.
   

설을 쇠야 더욱 탱탱해지는 굴

고흥에서는 굴이나 가리비 패각을 줄로 엮어 채종한 굴을 붙여 바닷물에 던져놓는 수하식 양식을 한다. 통영과 같은 방식이다. 양식이라고는 하나 따로 먹이를 주지 않아도 알아서 뻘 섞인 물을 빨아들여 그 안의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니 자연산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 고흥 굴은 서해안 굴보다는 크고 통영 굴보다는 작다. 그 말은 알차고 단단한 느낌을 주는 서해안 굴의 특성과 고소하고 풍부한 맛을 내는 통영 굴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는 얘기. 굴 맛 좀 안다는 사람 중에 고흥 굴만 고집하는 마니아가 유독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양식 굴은 2년까지도 자라지만 3~4개월만 키워서 내놓는 것이 진짜 맛있는 굴이다. 11월부터 굴 시즌이 시작되지만 설을 쇠야 굴이 더욱 탱탱해진다고 하니 2월이야말로 최고로 물이 오른 굴의 참맛을 보기에 적기인 셈이다. 굴을 삶아 낸 국물을 몇 번 걸러 맑은 국물을 받아 낸 후 차갑게 식혀서 굴을 띄워 먹는 ‘피굴’은 고흥 사람들만의 추억이 담긴 음식. 손이 많이 가는 것이 번거로울 뿐, 특별한 양념 없이도 충만한 한 그릇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향토 음식이기도 하다.
   

1. 알이 꽉 찬 제철 굴을 끌어올리는 황금수산 정권식 대표.
2. 갖은 채소를 다져 넣고 지진 굴전. 이맘때 많이 나오는 마늘대를 썰어 넣으면 굴 특유의 비린 향을 잡을 수 있다.
3. 뻘 밭에서 캐내 그 자리에서 껍데기를 벌리고 짭조름한 굴 한 알을 입에 넣으면 유백색 몸통의 깊고 진한 굴 향이 그만이다.
4. 앉은 자리에서 열 시간을 버텨야 하는 고된 일이지만 석 달 벌어 일 년 용돈을 댈 만큼 벌이가 좋은 까닭에 굴 까는 일을 하루도 빠질 수 없다. 일당제가 아니라 까낸 굴 무게에 따라 삯을 쳐주기 때문에 굴막은 겨울답지 않게 후끈한 열기로 가득하다. 굴과 톳에 된장 넣어 무쳐 먹는 법을 알려 준 황금수산 안주인 황경숙 씨.
5. 굴 수확을 나가기 전, 다 함께 모여 먹는 새벽 밥상.
6. 설이 지나 굴이 더욱 통통해지면 해 먹는 굴꼬지. 각굴을 삶아서 알을 발라낸 후 꼬지에 꿰서 굽는 간단한 음식이다. 마늘과 참기름, 물엿을 섞어 살짝 발라 윤기를 내고 고명으로 실파와 통깨를 얹는다.


굴로 만든 고흥의 향토 음식

우엉, 굴, 표고의 향이 어우러진 솥밥에 맑은 굴된장국을 곁들인다. 여기에 바다 향 가득한 파래굴전과 굴톳숙주무침으로 반찬을 삼고 발그스름하게 담근 어리굴젓과 고흥 특산품인 진석화젓을 더한다.


파래굴전
재료: 파래 200g, 굴 100g, 밀가루 1컵, 감자녹말 ½컵, 다시마 2조각(5×5cm), 물 1½컵, 소금 ½작은술, 식용유 적당량
1. 파래는 맑은 물에 담가 티를 골라내며 두 번 씻은 다음 물기를 빼고 1cm 길이로 썬다.
2. 굴은 연한 소금물에 흔들어가며 씻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 뒤 굵게 다진다.
3. 다시마는 젖은 행주로 하얀 가루를 닦아 낸 뒤 물에 담가 우린다.
4. 밀가루와 감자녹말을 볼에 담은 뒤 다시마 우린 물을 부어가며 반죽을 만든다.
5. 반죽이 흐르는 정도의 농도로 완성되면 파래와 굴, 소금을 넣어 가볍게 섞는다.
6. 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지진다.

어리굴젓
재료: 굴 1kg, 굵은소금 ⅓컵, 고운 고춧가루 1컵, 무 50g, 밤 5개, 배 ½개, 생강 ½쪽
1. 알이 작고 통통한 굴은 씻은 다음 물기를 빼고 굵은소금을 뿌려 냉장고에 이틀간 두고 절인다.
2. 무와 밤, 배, 생강을 곱게 채 썬다.
3. 노랗게 잘 삭은 굴에 채 썬 재료와 고춧가루를 넣고 잘 섞는다.
4. 을 냉장고에 넣고 3일 정도 숙성시킨 뒤 꺼내 먹는다.

굴톳숙주무침
재료: 굴 100g, 톳 200g, 숙주 ½봉, 된장·다진 파 1큰술씩, 다진 마늘·매실청 1작은술씩
1. 굴은 깨끗하게 씻은 다음 물기를 빼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2. 톳은 티를 골라내고 흐르는 물에 씻어 건진 다음 끓는 물에 데친다.
3. 톳 색이 초록으로 변하면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고 4cm 길이로 썬다.
4. 숙주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건져 물기를 꼭 짜고 4cm 길이로 썬다.
5. 톳과 숙주를 볼에 담고 된장, 매실청, 다진 마늘, 다진 파를 넣어 살살 버무린 다음, 데친 굴을 넣어 무친다.

우엉버섯굴밥
재료: 굴 200g, 우엉 1대, 마른 표고버섯 5개, 멥쌀 2½컵, 찹쌀 ½컵, 다시마 3장(5×5cm), 물 3½컵, 미나리 2줄기, 양념장(진간장 3큰술, 고춧가루 1큰술, 참기름 2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1. 굴은 연한 소금물에 씻어 체에 밭쳐 둔다.
2. 우엉은 껍질을 벗기고 연필을 깎듯 비껴 썬 다음 연한 식촛물에 담근다.
3. 다시마는 젖은 행주로 닦아 낸 뒤 3컵 분량의 물에 담가 우린다.
4. 표고버섯은 ¼컵 분량의 물에 담가 불린 다음 물기를 꼭 짜고 0.5cm 너비로 채 썬다.
5. 멥쌀과 찹쌀은 섞어 씻은 다음 30분 정도 불렸다 돌솥에 담는다.
6. ⑤에 ②의 우엉을 얹고 다시마 물과 표고버섯 물을 한데 섞어 부어 센 불에 밥을 짓는다. 끓어오르면 중간 불로 낮추고 물이 거의 없어질 때쯤 굴과 표고버섯 채를 넣은 다음 불을 끄고 뜸을 들인다.
7. 양념장 재료를 모두 섞는다.
8. 미나리는 잎은 떼고 줄기만 송송 썰어 양념장에 섞는다.
9. 완성된 굴밥을 그릇에 담고 양념장을 곁들인다.

굴냉이된장국
재료: 굴 200g, 냉이 100g, 멸치 육수 3컵, 집된장 1½큰술, 소금 약간
1. 냉이는 뿌리를 작은 칼로 살살 긁으며 손질한 다음 씻어 건진다.
2. 끓는 소금물에 냉이를 살짝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굴은 옅은 소금물에 흔들어가며 씻은 다음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4. 멸치 육수에 된장을 체에 걸러 풀고 데친 냉이를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굴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진석화젓은 예로부터 진상품으로 올리던 고흥 지방만의 향토 음식이다. 알이 배어 통통한 4월의 굴을 항아리에 담고 소금을 뿌려 4~5달 발효한 다음 국물만 따라 내어 달여서 다시 부어 만든다. 어리굴젓과 달리 오래 두고 먹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 것이 특징. 뜨거운 밥 위에 올려 살살 비벼 먹어도 좋고, 기름진 전에 곁들여 먹으면 맛이 개운하고 소화를 돕는다.

Food Specialist 이명아
전통 식문화와 한국의 농식품에 관한 글을 쓰는 매거진 에디터 출신의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요리 연구가. 외식 메뉴 개발과 농식품 마케팅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고흥의 겨울은 굴 천지. 푸른 바다에는 흰 부표 띄운 굴밭이 즐비하고 돌아오는 배에는 500kg 굴망이 그득 실린다. 고흥 어머니들은 배에서 부려놓은 굴을 조새 하나만 들고 한자리에 열 시간을 주저앉아 깐다. 11월부터 즐길 수 있는 고흥 굴 맛의 절정은 이듬해 2월이다. 산란을 두어 달 앞두고 알은 굵어지고 맛은 더욱 풍부해지는 까닭이다.

Credit Info

기획
전수희 기자
글과 요리
이명아
사진
박우진
요리 어시스트
최윤희, 곽예슬(숙명여자대학교 한국음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