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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채소, 과일 고르기

On October 16, 2013

명절이 다가오면 주부들은 부담부터 느낀다. 좋은 재료도 구해야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채소와 과일 가격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매번 올리는 채소와 과일 대신 제대로 올릴 만한 것들 없을까?

우리의 가장 큰 명절인 추석에는 봄부터 여름 동안 정성스럽게 가꾼 곡식과 과일을 수확, 그것으로 제물을 만들어 조상께 차례를 지낸다. 햇과일과 햇곡식 등 식자재가 풍요로워 다양한 절식을 만든다.

햅쌀로 빚은 송편, 쇠고기 양지머리 육수에 토란을 넣어 끓인 토란탕, 쇠고기·버섯·도라지·파 등을 꼬치에 꿴 화양적 그리고 닭찜과 밤단자까지 추석의 송편, 설날의 떡국을 제외하고 명절이면 같은 재료와 음식들이 차례 상을 차지한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건 그 지역의 특산품이 상에 오를 때다.

예를 들면 산간지방인 강원도는 나물과 감자, 고구마를 이용한 음식이 많고, 메밀꽃으로 유명한 평창은 반드시 메밀전을 올리며, 고기를 잡는 동해와 강릉 지역은 명태포와 생선전이 빠지지 않는다. 또 농산물이 육지와 많이 다른 제주도는 내륙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특산물을 사용하는데 옥돔, 전복 등과 귤, 파인애플처럼 제주에서 나는 열대 과일들이 오르기도 한다.

달라진 기후로 변화하는 식재료

얼마 전 기나긴 장마를 지나 맞았던 폭염은 이곳이 대한민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더위가 엄청났다. 최근 몇 해 동안 우리나라는 연평균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고 강수량이 증가하는 등 급격한 기후 변화를 보이고 있는 중. 기상청의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 말에 평균기온이 4℃, 해수면이 11m 상승하고, 한반도의 17%가 아열대 기후로 변한다.

진짜 이대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업은 급격한 기후 변화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실제로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효과로 이모작 확대, 월동 작물의 저온 피해 감소, 아열대 작물의 재배 가능 지역 확대 등이 가능해진다. 이곳의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는 이미 열대 과수 재배 품종의 토착화 연구와 품종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제주에서는 열대 및 아열대 과수 재배가 정착 단계에 접어들어 현재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용과, 파파야, 아보카도, 구아바 등을 재배하고 있다. 과일뿐 아니라 아티초크, 오크라, 차요테, 인디언 시금치 등 열대 및 아열대 채소류의 적응성도 연구 중이다. 아티초크와 인디언 시금치는 이미 재배를 시작했으며, 제주뿐 아니라 전남에서도 남해안을 중심으로 아열대 작물 재배가 늘고 있다.

제주에서만 난다고 생각했던 한라봉의 경우 고흥에서도 많이 재배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 외에 우리의 시대적 변화도 새로운 식재료를 요구한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음식의 다양성 경험도 증가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의 증가 또한 신품종 과일과 채소 재배 증가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본래의 식재료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지역 특산물로 차례를 지내는 사례를 살펴본 것은 같은 차례 상에 올리는 재료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삼색 나물을 꼭 도라지, 시금치, 고사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지역마다 다른 특산물을 올리는 것처럼, 이제까지와 다른 재료, 비슷한 재료를 구해 차례를 지내는 것이 잘못된 방법은 아닐 듯싶다. 게다가 앞서 얘기했듯이 점점 기후가 변해 자라나는 과일과 채소들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제수 재료들을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대체할 재료들을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화려한 색과 강한 냄새가 나는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 것.

1 산적 꼬치에 사용할 수 있는 오크라와 아스파라거스
이름도 생소한 오크라는 아욱과에 속하는 전형적인 열대 채소로 아프리카가 원산지다. 생으로 먹기도 하고 삶거나 볶고, 튀기는 등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유의 식미를 가졌으며 단백질을 비롯한 비타민, 칼륨, 칼슘, 식이섬유 등이 풍부해 영양가가 높다. 우리나라는 제주에서 5~11월에 수확한다. 오크라와 달리 귀에 익은 아스파라거스는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채소로 한 번 심으면 10년 이상 재배가 가능하다. 피로회복과 숙취 해소에 좋은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 뿌리의 10배 이상 함유되어 있다. 이 두 채소는 단단한 것이 특징이라 꼬치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꿸 수 있으며 영양과 모양 면에서도 한층 돋보일 수 있다.

2 시금치 대신 인디언 시금치
인디언 시금치는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덩굴 채소로 일반 시금치보다 2배 이상 잎이 크다. 카로틴과 비타민 C를 비롯해 다량의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으며 칼슘과 비타민 A, 철분 함유량이 높다. 특히 일반 시금치보다 칼슘은 45배, 비타민과 철분은 8배나 많이 함유되어 있다. 줄기와 잎을 시금치처럼 이용하는데, 잎을 말려 사용하면 몸의 열을 내리고 기능을 좋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적인 여름 채소지만 제주처럼 기후가 온난한 지역에서는 하우스 재배로 12월까지 수확한다. 큰 잎은 쌈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일반 시금치와 거의 비슷해 대신 사용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3 전 재료로 사용 가능한 공심채
나팔꽃과에 속하는 단년생 채소로 줄기 속이 비어 있어 공심채라고 부른다. 겉만 보면 고구마와 비슷하지만 뿌리줄기가 생기지 않는다. 높은 온도를 좋아해 여름철에 왕성하게 자란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국민 채소로 불릴 만큼 연중 대량으로 소비되고 있다.
연한 잎과 줄기를 데치거나 볶고 국 재료로도 사용한다. 비타민 A가 풍부하며 철분이 많아 빈혈에도 좋은 채소다. 파전에 올라갈 파 대신 공심채를 올려놓거나 다양한 전 재료로 사용하면 아삭한 식감이 맛을 돋운다.

4 차례 상에 올려도 좋을 과일들
애플망고는 사과처럼 껍질이 붉어 보기엔 사과와 많이 닮았다. 노란 망고에 비해 씨가 작고 과즙이 풍부하며 향이 뛰어난데, 높은 당도에 비해 칼로리가 적고 피부 재생에도 도움을 주는 과일이다. 제주와 전남 고흥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파파야는 버릴 것이 없는 과일 중 하나다. 익은 열매는 주황색을 띠며 갈증을 해소하고 비타민을 보충해주며, 덜 익은 열매는 단백질 분해 효소인 파파인 성분이 풍부해 소화를 돕고 고기 요리의 연육도 한다. 동남아에서는 피클을 담가 김치처럼 먹기도 한다.

겉보기에 좋은 과일이 최선은 아니다

정성을 담아야 하는 차례용 제수를 고를 때는 크고 실한 과일을 골라 담기 마련이다. 하지만 막상 먹어보면 생각보다 맛이 덜한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흉터 없이 크고 깨끗하며 반듯한 과일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지베렐린(식물 성장 촉진제)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베렐린은 벼의 키다리병 원인균인 ‘지베렐라 푸지쿠로이’를 배양한 성장 촉진제로 과일이 빨리 익고 크게 만든다. 지베렐린 처리가 된 과일은 일부 푸석한 맛이 나고 식감과 맛이 좋지 않으며 저장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꼭지가 기형적으로 크거나 만졌을 때 끈적끈적한 액체가 묻으면 의심해봐야 한다. 이렇게 일부러 키운 과일보다는 작고 조금 못났더라도 친환경 직거래 제품을 사용하는 게 안전하고 좋은 제품을 구하는 방법이다.

이색적인 우리 농산물

명절 때 장보기는 주부들에게 전쟁과도 같다. 재료값이 오르면서 지갑의 부담도 더해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재료를 골라 정성을 담아야 하는 음식이기에 신경이 더 쓰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명절 시기만 되면 중국산 식재료들이 국산으로 둔갑해 판을 쳐 주부들의 근심을 더 키우고 있다. 육안으로는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국산이라고 표기된 식재료는 믿고 사는 수밖에.

이국적인 농산물들은 이제 막 수확을 시작하고 있고 익숙하지 않은 채소들이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확실한 국내산 제품들이 많아 믿고 먹을 수 있다. 밥상도 환경과 기후, 토양에 따라 달라진다. 음식이 각국의 이동 경로를 통해 전파되었듯 그 나라의 현시점을 그대로 반영하게 되는 것.

한 해 농사를 짓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차리는 추석 차례 상도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면 조금 생소한 지역 특산물들이 그 지방에서는 제사상에 오르듯 이름도 어려운 이 채소와 과일들도 언젠가는 제사상 한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모른다. 음식의 종류와 가짓수는 다르지만 선조에게 예를 갖추고 정성을 다해 준비하는 마음은 같지 않은가. 비록 조금 이색적이긴 해도 수입 농산물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우리 손으로 키운 식재료로 상을 차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 삼색 나물에 올라가도 좋은 재료들

    세 가지 색깔의 삼색 나물은 백채, 갈채, 청채의 세 가지 재료로 만든다. 대부분 백채는 도라지, 청채는 시금치, 그리고 갈채는 고사리로 만드는데 명절 때만 되면 이 세 가지 재료들의 가격이 껑충 뛰어 가계에 부담이 되곤 한다.

    이 삼색 나물의 의미를 알고 색깔만 맞춰주면 예의에 크게 어긋나지 않으니 저렴한 채소들로 제사상을 준비해도 되겠다. 백채는 조상을 의미하는 뿌리채소로, 갈채는 현재 뜻하는 줄기로, 청채는 미래를 연결한다는 의미의 잎채소로 준비한다.

    백채는 도라지 대신 무를 사용하기도 하고 청채는 애호박, 참나물, 미나리 등을 대신 쓰기도 한다. 고사리를 대신해서 쓰는 채소가 많이 없기는 하나 불그스름한 고사리의 색깔에 맞춰 가지를 길게 썰어 나물을 무치기도 한다.

명절이 다가오면 주부들은 부담부터 느낀다. 좋은 재료도 구해야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채소와 과일 가격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매번 올리는 채소와 과일 대신 제대로 올릴 만한 것들 없을까?

CREDIT INFO

진행
이미라 기자
사진
이주혁
도움말
안은금주(식생활소통 연구가)
참고 문헌
<아열대채소의 생산·유통 및 구매행태 분석>(최선우, 경상대학교 석사), <기후 변화 대응 열대·아열대채소 보급 및 활용방안시포지엄 자료집>(농촌진흥청), <한국 음식 사진 제작을 위한 연구: 지역별 제사 음식을 중심으로>(김진주, 상명대학교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