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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의 도보 여행(4)

On October 15, 2013

고층 건물로 둘러싸인 서울 한복판에 시간의 숨결을 머금은 건축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1백여 년 전 서양 문물이 막 들어오기 시작한 시기의 근대 건물들은 서양과 한국 전통이 뒤섞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울의 기억 속을 걷는 여행을 시작해보자.

마네스크 양식의 아름다움 성공회 대성당

세계 건축가 1백 인이 뽑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한 정동의 성공회 대성당은 1922년에 대한성공회 3대 주교관인 마크 트롤로프의 주문으로 영국인 건축가 아서 딕슨이 설계했다. 국내 유일의 완벽한 로마네스크 양식 건축물이라는 평을 받는 성공회 대성당은 위에서 보면 십자가 형태로 보이는 것이 특징으로, 위압감을 주는 고딕 양식과는 달리 중후한 멋을 지니고 있다. 화강석을 붉은 벽돌과 함께 사용했으며, 종탑과 아치 등으로 이루어진 이국적인 건물에 녹아든 기와지붕과 처마 장식, 창살 문양 등 한국의 전통 양식이 아름답다. 숭고미가 느껴지는 내부로 들어서면 한국의 오방색으로 이루어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압권이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방문 가능하다.

건축연도 1926년 부분 완공, 1996년 증축 완공
주소 서울시 중구 정동 3번지 기타 성공회 서울주교좌 홈페이지 (www.cathedral.or.kr)에서 안내 봉사 가이드가 붙는 대성당 투어 예약 가능.

조선 최초의 근대식 상수도 시설 뚝섬 수도박물관

뚝섬 수원지에 정수 시설만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산책하기 좋은 푸른 공원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정수장으로 사용한 근대 건물이 운치 있게 자리하고 있다. 1903년 고종은 미국인에게 상수도 부설 경영을 허가해 근대식 수도 시설을 만들었다. 1908년에 준공된 정수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수돗물을 생산하며 용산 인근 시민 12만 명에게 물을 공급했다. 지금은 1백여 년의 상수도 역사와 정수의 원리 등을 알 수 있는 수도박물관으로 대중에게 개방하고 있다. 벽돌과 기와를 쌓아 만든 건물에서는 아치형 문틀과 창틀 등 조선시대의 서양 건축양식이 드러난다.

건물 옆에는 현존하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중 가장 오래된 완속 여과지가 있다. 여과지는 물이 모래 위로 흐르게 해 모래에 증식하는 미생물이 불순물을 거르도록 한 근대식 정수 시설이다. 미리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아리수 체험도 할 수 있다.

건축연도 1908년
주소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25
개방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주말 및 공휴일, 동절기 평일은 오후 7시까지, 동절기 주말 및 공휴일은 오후 6시까지, 월요일 휴관)
기타 수도박물관 홈페이지(arisumuseum.seoul.go.kr)에서 사전 예약하면 뚝도아리수정수센터에서 아리수 생산 과정 체험 가능

아기자기한 서양식 주택 홍난파 가옥

<고향의 봄>, <봉선화> 등을 작곡하며 우리나라의 근대음악을 이끈 홍난파 선생이 말년을 보낸 홍난파 가옥은 근대 서양식 주택의 아기자기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건축물이다. 비탈의 지하 1층에 다락방을 만들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1. 5층의 붉은 벽돌집은 당시 전형적인 서양 주택 모습이다. 본래는 독일인 선교사가 살던 집을 홍난파가 넘겨받은 것인데, 당시 독일 영사관이 교남동에 있어 그 일대에 독일인 주거지가 형성되었다. 현재는 손녀들이 물려받아 홍난파의 음악과 일대기 등을 전시한 홍난파 기념관으로 관리하고 있다. 아담하고 앙증맞은 외관에 걸맞게 내부도 아기자기하게 꾸며 마치 ‘빨강머리 앤’의 집에 방문한 듯 친근하고 기분 좋은 곳이다. 교남동 일대는 조선을 사랑한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가 일제강점기 때 한국의 독립을 꿈꾸며 지은 서양식 주택 딜쿠샤(히브리어로 ‘희망, 이상향’이라는 뜻), 최초의 근대식 기상관측소인 서울기상관측소 등 역사가 서린 건물이 여럿 남아 있어 근대 문화 기행 길로 손꼽히기도 한다.

건축연도 1930년
주소 서울시 종로구 송월 1길 38
개방시간 오전 11시~오후 5시(점심시간 오후 1~2시, 주말 및 공휴일 휴관)

옛 정취를 안은 캠퍼스의 낭만 이화여대 파이퍼 홀

유독 대학교에 전통이 서린 서양식 건물이 많다. 1935년에 완공된 이화여대의 파이퍼 홀은 고딕 양식의 외관에 위압감 대신 섬세함을 풍기는 르네상스 양식을 더한 튜더식 건축물로 내외부가 변형 없이 잘 보존되어 있다. 원래 정동에 있던 이화여대가 신촌으로 캠퍼스를 이전하면서 만든 첫 건물로 뉴욕의 파이퍼 부부의 기부로 지어졌다. 파이퍼 부부는 교육 선교 사업에 1천6백만 달러를 기부한 자수성가 사업가 부부로, 한국 땅을 밟아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아펜젤러가 한국 교육을 위해 부탁하자 선뜻 12만 달러를 기부했다. 파이퍼 홀은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되었으며 창과 문, 내부의 바닥 타일까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고즈넉한 정취를 즐기기에 좋다. 이외에도 이화여대 캠퍼스와 바로 옆 연세대 캠퍼스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근대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 주말에 가족과 함께 찾는 사람도 많다.

건축연도 1935년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

국내 최초의 승강기 화폐금융박물관

조선총독부, 조선 호텔 등과 함께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근대 건축물인 화폐금융박물관은 1912년에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 조선총독부 직속 금융기관으로서 우리나라 수탈의 핵심 기지 역할을 한 역사의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이다. 설계는 도쿄역과 일본은행 본점 등을 설계해 일본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다쓰노 깅고가 맡았다. 앞에서 보면 정(井)자형 장방형에 화강석을 일일이 정으로 연마해 외부를 마감한 웅장한 르네상스 양식 건물로 당시 <조선은행 건축 조사 보고>에서 “동양에서 이와 같이 뛰어난 건물이 없을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지폐 이동용이기는 하지만 국내 최초로 수압식 승강기가 설치된 최첨단 건물이기도 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한국은행 본점이 들어서 국내 경제의 중심을 이루다 1987년에 한국은행 신관을 지으면서 현재는 화폐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화폐금융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명동 시가지의 중심부에 있어 지나가다 자주 접하는 곳이지만, 나이 지긋한 이들은 ‘돈이 모이는 곳을 보면 돈이 들어온다’고 일부러 찾기도 한다.

건축연도 1912년
주소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3가 110
개방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휴관)

한국 현대 건축의 대부 김수근의 작품 경동교회

장충동의 복잡한 도로에 거대한 성채 같은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경동교회는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대부로 불리는 고(故) 김수근의 3대 종교 건축물 중 하나다. 일제의 침략 등으로 외국인이 이끌 수밖에 없었던 우리나라의 근대 건축은 1960년대 경제성장과 함께 새로운 물결을 맞게 된다. 이를 이끈 현대 건축의 1세대 김수근은 이란 테헤란의 엑바탄 주거 단지, 올림픽 주경기장, 대학로의 샘터 사옥 등을 설계하며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른다.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경동교회는 외관에 일일이 쪼갠 벽돌을 붙여 표면이 고르지 않고 높낮이가 달라, 햇빛이 비치면 드리우는 그림자와의 조화가 강렬하다. 건물에 창문이 없어 이탈리아의 카타콤이 생각나는 굴 같은 내부도 인상적이다.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미로 같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이는 종교적 고행을 상징하기도 하고 우리나라 골목길에서 정을 찾던 김수근 건축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김수근이 좋아하던 노출 콘크리트 양식의 내부와 옥상 활용 등 그만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건축연도 1981년
주소 서울시 중구 장충동 1가 26-6

일제강점기의 슬픔과 아이러니 운현궁 양관

흥선대원군의 저택이었던 운현궁은 당시 대원군의 위세에 걸맞게 규모도 크고 웅장했지만 지금은 다 소실되고 사랑채와 안채, 별당 그리고 고종이 소년 시절 오르던 노송만이 남아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웅장한 양관이다. 양관은 흥선대원군의 손자인 이준용이 일제와 손을 잡았다가 국내 세력에 부딪히자 유럽을 떠돌다 귀국했을 때 일본인들이 마련해준 거처다. 이준용의 할아버지인 은신군과 부친 남연군의 사당을 철거하며 그 위에 지은 건물로 당시 ‘불손한 건물’이라 하여 많은 이들이 건축을 반대했다. 프렌치 르네상스식 건물로, 비가 올 때 마차나 말 등이 비에 젖지 않도록 아치형 현관을 두었는데, 이는 당시 일본에서 많이 짓던 서양 건축양식의 특징이다. 이준용이 죽고 난 뒤에는 이준용의 동생인 의친왕의 차남 이우가 물려받았다. 이우는 일제의 강압에도 꿋꿋하게 독립을 주장한 독립 열사로 알려져 있다.

운현궁은 친일파를 위해 지었다가 독립운동가가 물려받은 사연과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서양식 건축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우의 후손이 생활고로 덕성여대에 매각해 현재는 덕성여대 종로 캠퍼스의 사무처로 쓰이고 있다. 우리 역사의 치욕과 아이러니가 담긴 건물이지만 아기자기한 정원에 자리 잡은 모양새가 아름다워 드라마 <궁> 등의 촬영 장소로 쓰이기도 했다.

건축연도 1912년
주소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 114-10

서양 고전주의 양식에서 즐기는 미술 전시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

용하고, 광복 후에는 해군 그리고 1970년에는 상업은행이 사용하다 1981년 남부순환환도로 옆 현재의 자리로 이축되었다. 현재는 상업은행(현 우리은행)에서 서울특별시에 무상 임대해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으로 이용하고 있다. 정동에 자리한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관람객이 적어 조선 말기 서양 건축의 운치를 즐기며 여유로운 미술 감상을 할 수 있다.

건축연도 1905년
주소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개방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주말 및 공휴일은 오후 6시까지, 월요일 휴관)

고층 건물로 둘러싸인 서울 한복판에 시간의 숨결을 머금은 건축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1백여 년 전 서양 문물이 막 들어오기 시작한 시기의 근대 건물들은 서양과 한국 전통이 뒤섞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울의 기억 속을 걷는 여행을 시작해보자.

Credit Info

진행 / 리빙센스 편집부 사진
임상현, 김지훈, 최재인, 조영수, 박병진
도움말
안효진(쏭내관의 재미있는 史 교육현장 효상궁), 김용관(<영조의 세 가지 거짓말> 저자)
참고 서적
<조선의 집, 동궐에 들다>(열화당)

2013년 07월호

이달의 목차
진행 / 리빙센스 편집부 사진
임상현, 김지훈, 최재인, 조영수, 박병진
도움말
안효진(쏭내관의 재미있는 史 교육현장 효상궁), 김용관(<영조의 세 가지 거짓말> 저자)
참고 서적
<조선의 집, 동궐에 들다>(열화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