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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호 EDITOR'S LETTER

On December 18, 2015

패션 에디터들 중 절반이 해외에 있습니다. 뉴욕, 런던, 밀라노를 번갈아 돌고 있는데 다음은 제 차례입니다.

EDITOR IN CHIEF 안성현

 

 

 

패션 에디터들 중 절반이 해외에 있습니다. 뉴욕, 런던, 밀라노를 번갈아 돌고 있는데 다음은 제 차례입니다. 해외 컬렉션 기간이거든요. 내년 봄/여름 패션을 예비하는 자리죠. 이번 제 담당 구역은 파리입니다. <그라치아> 창간 후, 이 매체의 고향이 이탈리아라는 이유로 전 늘 밀라노를 담당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과감하게 파리로 기수를 돌렸습니다. 사실 여섯 시즌이나 밀라노에 갔다는 건 지나친 편식이죠.도시별 컬렉션은 제각각 특별한 재료와 고유의 맛을 가지고 있어, 패션지를 편집하기 위해서는 각 도시의 컬렉션을 차례대로 찬찬히 음미하는 게 중요하니 말입니다. 당연히 4개 컬렉션을 연이어 참관하는 거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퍼펙트 게임’. 하지만 한국의 잡지 제작 여건상 한 사람이 그 많은 컬렉션을 몽땅 다 순회한다는 건 요원한 일일 겁니다. 한 도시에서 일주일가량 펼쳐지는 릴레이 패션쇼, 4개 도시를 돌려면 한 달 보름은 꼬박 해외에서 산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게 별나라 얘긴 아닙니다. 소위 말하는 선진국(?) 패션 에디터들은 주요 도시들의 컬렉션을 한 사람이 모두 취재하곤 하니까요.사실 그게 정답이죠. 옷이란 게(아니, 이게 뭐 옷에만 국한될까요?) 몸을 움직일 때마다 변하는 실루엣을 코앞에서 봐야 그게 진짜거든요. 사진과 글로 배운 패션은 오류가 많습니다. 언뜻 보면 몇 시즌 전 트렌드를 재탕 삼탕 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디자이너들의 창작과 창의를 실제로 보지 않고 그리 쉽게 일갈하는 건 위험합니다. 눈앞에서 움직이는 새 옷들의 무대로 판단해야 합니다. 캣워크는 숨소리마저도 치밀하게 계산해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과 다름없습니다. 에디터들의 컬렉션 취재는 이 정교한 패션 컴필레이션 앨범의 기승전결과 각각의 트랙을 생음악으로 감상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모든 감각의 구멍을 열고 촉수를 날카롭게 세운 채로 쇼를 지켜봐야 합니다. 다리를 꼬고 앉아 엄청 여유 부리는 걸로 보인다고요? 사진에 찍힌 그녀들의 모습에 속지 마세요. 그러는 척할 뿐입니다. 심지어 최고의 미소를 짓고 있는 셀러브리티들조차도 엄청 예민한 상태일걸요? 카메라 앵글에 어떻게 잡힐지… 그거 걱정하느라고요. 결국 쇼장의 열기는 캣워크 위아래 인간들이 동시에 내뿜는 소리 없는 기 싸움 때문입니다. 전 어두컴컴한 쇼장 안을 감싼 이 엄청난 에너지가 패션계의 본질이자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한껏 빼입고 나타나, 다들 양껏 초집중하죠.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곤 하이힐에서 내려와 곤죽이 된 몸을 침대에 뉘이고, 다음 날이면 다시 모닝커피로 기를 충전하고 무거운 눈꺼풀을 치켜들고 몸단장하는 일이 반복되는. 그래도 이 모든 과정은 패션 전령사로서의 의무이니 고개 쳐들고, 허리 펴고, 위장 메이크업을 하듯 립스틱을 칠하고 길을 나섭니다! 저도 곧 동참하겠습니다. 결연한 기분으로 짐을 꾸려야겠어요. 내일 파리로 갑니다. 지금 내 육신은 고무줄 추리닝(트레이닝팬츠라고 하기 싫어요) 바람으로 맥주 한 캔 따고 소파에 배 깔고 누워 리모컨 귀신이 되고 싶다고 하네요. 하지만 전 이런 걸 챙길 겁니다. 우아함으로 점철된 스카프, 평소엔 안 신던 고고한 힐, 귀고리·반지·목걸이 삼종 세트, 실크 셔츠와 야들야들한 팬츠들, K-뷰티의 상징인 시트 마스크, 물광 피부를 구현할 페이스 오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삼까지. 

 

여러분, 그리하여 보름 후의 <그라치아>에는 2016 S/S 파리 컬렉션 기사가 실릴 겁니다.

여러분, 그래서 이번 <그라치아>에는 2016 S/S 런던 & 밀라노 컬렉션 기사(p. 48)가 실렸습니다. 

EDITOR IN CHIEF : 안성현 

패션 에디터들 중 절반이 해외에 있습니다. 뉴욕, 런던, 밀라노를 번갈아 돌고 있는데 다음은 제 차례입니다.

Credit Info

2015년 10월 02호

2015년 10월 02호(총권 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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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IN CHIEF
안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