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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셔츠 입는 남자들

On August 13, 2015

지금 남성 패션의 화두는 성별 구분이 무의미한 옷들의 등장이다. 그 결과 실크 셔츠를 대수롭지 않게 입는 ‘페미닌 마초’가 등장했다.

  • 셔츠 칼라와 포켓에 검은색으로 포인트를 줘 여성스럽기보다 드레시해 보이는 자비에 돌란의 실크 셔츠.
  • 이미 오래전부터 특별한 공연엔 실크 셔츠를 즐겨 입던 지드래곤.

‘패션계’라는 동네가 참 희한하다 생각되는 경우는 의외의 무언가가 갑자기 불쑥 유행의 조짐을 보일 때다. 지금 말하려는 ‘남자의 블라우스’(맨 블라우스), 즉 여자의 상의에 종종 사용되는 실크처럼 부드러운 소재로 만든 셔츠가 그런 종류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남자의 실크 셔츠? 이게 말이 되나. 과연 실크 셔츠는 누가 입는 것인가? 건달의 유니폼 같은 옷, 발레리노의 우아한 몸짓을 차지게 강조해 주는 옷, 잘난 디자이너가 셔츠로 무슨 짓을 한들, 일반적인 통념은 딱 저 수준에서 끝난다. 하지만 이번 여름이 끝나는 순간부터 실크 셔츠 입은 남자들을 스멀스멀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지드래곤, 해리 스타일스, 자비에 돌란 같은 세계 급으로 스타일 좋은 남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실크 셔츠를 입기 시작했고, 올해 남성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 ‘젠더리스’ 혹은 ‘앤드로지너스’ 키워드에서 파생되고 변형되면서 이 당황스런 옷도 꽤 설득력을 가지는 형태다. 그러니 혹시 길에서 마주친다 한들 기겁하진 마시길. 물론 이 옷은 지금까지 당신이 생각했던 실크 셔츠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소비될 거다. 신속한 이해를 돕기 위해 쉬운 단어로 정리하자면 ‘페미닌 마초’ 정도가 될까. 로맨틱하고 상냥하지만 남성적인 분방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옷으로 말이다. 어쨌든 지금의 실크 셔츠는 남자들에게 가장 여성스러운 종목의 옷에서 넌지시 시도해 봐도 될 옷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인 건 분명하다.


◆ 실크 셔츠 룩의 진화 단계
지금 이 역설적인 단어의 조합, ‘페미닌 마초’를 몸소 보여주는 건 당연하게도 패션의 최전방에 있는 남자들이다. 생로랑을 시작으로 최근의 구찌까지, 실크 셔츠를 주도면밀하게 뒤바꾼 디자이너들의 노력 덕분일까, 촉이 빠른 패션계 남자들이 먼저 달려들었다. 이 말인즉, 거리에서 실크 셔츠를 입은 남자들을 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당신의 남자도 예외는 아닐 테니, 미리 단계별 포인트를 숙지하고 가르쳐주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

Level 1
뭐든 잘 모르겠다면 심플하게 입는 것이 제일 낫다. 그 다음은 블랙의 힘을 빌려야 한다. 집업 디테일의 간결한 파란색 실크 셔츠를 통이 넓은 블랙 팬츠에 매치했는데, 아주 담백하다. 실크 셔츠의 느끼함은 한 톨도 없는 스타일링이다.

Level 2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식이다. 화려한 프린트와 여성스러운 실루엣의 실크 셔츠가 잘 어울리는 건 도리어 터프한 데님 팬츠다. 너무 생생한 색감보다는 낡은 것을, 그리고 밑위가 낮고 슬림한 데님 팬츠 안에다 느슨하게 집어넣은 ‘대수롭지 않음’이 중요하다.

Level 3
리본 디테일의 하늘색 블라우스에 프린트 팬츠를 입었다. 보통의 남자라면 엄두도 못 낼 조합이지만 그게 퍽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로맨틱한 복고풍 정도로 이해될 만한 스타일링이다. 투박한 가죽 벨트와 간결한 샌들을 조합한 것도 영리한 부분.

Level 4
실크가 너무 좋았던 걸까. 셔츠로 부족해 바지까지, 치렁치렁한 목걸이, 애비에이터 선글라스, 작정하고 복고풍을 노린 걸 알겠으나 뭐든 적당히 해야 한다. 이런 옷이 어울리는 사람은 애초에 정해져 있다. 물론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우리는 아니다.

Level 5
‘프리 더 니플’에 동참하는 스타일링인가. 실크로도 모자라 시스루에 꽃무늬 자수까지 있는 셔츠를 입었다. 거기다 초커까지 둘러 본디지 느낌까지 난다. 남자의 예민하게 깡마른 몸과 신경질적인 분위기가 셔츠와 어울리지만, 일반인이라면 거들떠봐서도 안 될 룩이다.

  • 셔츠 칼라와 포켓에 검은색으로 포인트를 줘 여성스럽기보다 드레시해 보이는 자비에 돌란의 실크 셔츠.
  • 이미 오래전부터 특별한 공연엔 실크 셔츠를 즐겨 입던 지드래곤.

◆ 현실 속 맨 블라우스
실크 셔츠 입문자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담담한 것을 골라야 한다.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실크 셔츠 9.

1. 1백48만5천원 구찌.
2. 72만5천원 아이스버그 by 쿤.
3. 28만원 권오수 클래식.
4. 6만9천원 H&M.
5. 1백68만원 하이더아커만 by 10꼬르소꼬모.
6. 가격 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
7. 58만원 에트로.
8. 11만8천원 프라이노크 by 믹샵.
9. 가격 미정 솔랜드.


◆ 런웨이 위 리얼웨이
의외로 디자이너들이 런웨이에 세운 룩들이 가장 현실적인 실크 셔츠 스타일링이었다. 그중 도전해 볼 만한 4개의 컬렉션을 뽑았다.

AMI
평범한 남자들이라면 실크 셔츠의 우아함을 끝내 유지하면서 담백하게 입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게 백번 낫다. 가장 좋은 예가 되는 건 아미의 컬렉션. 풀어헤친 실크 셔츠 안에 슬리브리스를 입고 투박한 코트를 입는 것. 실크 셔츠의 부담은 코트로 중화하면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기습적으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LEMAIRE
실크 셔츠 본연의 우아함을 한껏 살리고 싶다면 르메르의 컬렉션을 참고하길 적극 권하는 바다. 적당히 넉넉한 피트에 장식이라고는 일절 없는 기본적인 형태의 실크 셔츠에 말끔한 팬츠의 조합은 실크 셔츠로 낼 수 있는 가장 우아하고 담백한 경지다.

SAINT LAURENT
요즘 유행하는 생로랑 식의 옷입기가 이런 식이다. 다소 여유 있는 실루엣의 셔츠를 가죽 스키니 팬츠 안에 느슨하게 찔러 넣고 굽이 높은 앵클부츠를 신는 것. 여기서 포인트는, 마치 LA의 흐느적거리는 십대 혹은 방탕한 로커처럼 대충 입은 듯 정돈되지 않은 것이 관건.

GIVE NCHY
이런 난해한 소재에 가장 믿을 만한 색은 뭐니 뭐니 해도 블랙이다. 지방시는 붉은색 파이핑 장식의 실크 셔츠에 어두운 팬츠를 매치했다. 여기에 니트 소재 스커트까지 더해 다소 과한 룩을 완성했지만 기절할 만큼 부담스럽지는 않다. 이것이 블랙의 힘이다.

WORDS : 고동휘(<아레나 옴므 플러스> 패션 에디터)
EDITOR : 김민지
PHOTO : 이윤화(제품), Getty Images, Imaxtree

발행 : 2015년 60호

지금 남성 패션의 화두는 성별 구분이 무의미한 옷들의 등장이다. 그 결과 실크 셔츠를 대수롭지 않게 입는 ‘페미닌 마초’가 등장했다.

Credit Info

2015년 08월 02호

2015년 08월 02호(총권 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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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민지
Photo
이윤화(제품), Getty Images, Imax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