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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하리가 나오기까지

On July 28, 2015

소주는 어쩌다 유자를 만났을까? 유자는 왜 하필 0.1%만 들어갔지? 궁금한 게 많아서 ‘순하리’를 만든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 (왼쪽부터)셔츠 돌체앤가바나. 팬츠 아르코발레노. 재킷, 팬츠 모두 아르코발레노. 셔츠 에르메네질도 제냐.

출시 100일 만에 4천만 병 돌파했단 기사 봤어요.
이제 5천만 병 됐겠죠. 그게 벌써 며칠 됐잖아요.

초기엔 왜 부산, 경남에만 풀었던 거예요?
일단 전국으로 풀기보다는 저도화(도수가 낮은 술 열풍)가 빨리 일어난 부산 지역에서 테스트해 보고 확산을 하자는 전략도 있었고, 공장이 4개뿐이라 생산할 여유가 없었던 것도 이유예요. ‘처음처럼’도 계속 성장세라 줄일 수가 없었거든요. 청하나 수복, 클라우드 맥주도 마찬가지고요.

많은 과일 중에 왜 하필 유자였어요?
저희가 수십 종류의 과일이나 허브를 다 검증해 봤어요. 프리미엄이 있나, 술하고 잘 어울리나, 20대 여성한테 얼마나 어필할까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죠. 사실 전에 레몬이나 체리 등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었으니까, 신선하면서도 위의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걸 찾다 보니 유자가 뽑혔어요. 예전부터 귀한 과일이었고, 맛은 상큼하잖아요.

시트러스 계열에서 찾았던 거죠?
그렇기도 하고 유자가 20대 여성들에게 호응도가 가장 높았어요. 수십 차례 조사를 통해 검증했거든요.

언제부터 준비한 거예요?
2013년 초부터 개발에 들어갔는데, 상반기에는 시장성을 조사했죠. 당시 저도주 반응이 청하 외에는 다 바닥을 기고 있었거든요. 저도주에서 새로운 활력을 일으킬 게 없나 해서 해외와 국내 시장의 성패 사례를 분석해 보니, 최근에 보드카나 위스키도 그렇고 일본 술도 과즙·과일 향이 들어간 제품이 인기임을 알게 됐죠. 국내에서는 왜 이런 게 안 될까 싶어 홍대도 가보고 강남역도 가보니 일단 새로운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더라고요. 칵테일이나 플레이버드 보드카를 먹는 문화도 제한적으로 확산 중이었고요.

‘쏘니니’ 같은 식으로요?
네. 그런데 왜 제한적일까? 일단 가격적인 부분도 있고 마실 때 얼음이나 리큐르 등을 넣어야 되잖아요. 거기에 안주도 먹어야 하니까 테이블이 꽉 차서 불편한 거죠.

배합을 잘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요.
그렇죠. 그래서 마실 때마다 차이도 있고요. 이런 진입 장벽을 하나씩 없애는 방향으로 연구를 해나아가다 보니까 순하리가 나오게 된 거죠.

순하리는 농축액이 정확히 0.1%죠. 그렇게 맞추기까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아요.
과즙 함량을 0.01부터 10%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잡은 뒤 최적의 접점을 찾아 나갔어요. 함량이 너무 과하면 신맛이 강하거나 향이 강해서 음용감, 즉 드링커빌리티(Drinkability)가 낮아지고 너무 적으면 과즙에서 나오는 상쾌한 맛이 덜해 소주 맛이 나니까 그 접점을 찾은 거죠.

직접 다 시음해 봤나요?
그럼요. 일단 프로토타입이라고 하는데, 유자뿐 아니라 다른 것까지 수백 종류를 만들어 맛을 보죠. 그중 아닌 건 제하고 괜찮은 맛으로 3~5종 추린 다음, 소비자를 상대로 시음해 봐요. 거기에서 선택된 걸 가지고 다시 농도별로 테스트하는 거죠. 과즙과 향의 함량, 알코올 도수 등을 다 고려해서 수십 가지를 만든 다음 밸런스를 잡아가요.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죠. 그다음엔 술자리를 만들어서 음용감 테스트를 하고요. 우리가 선정한 타깃이 주로 순하리를 마실 만한 시간과 장소에서 한두 병 정도를 마셔보는 거예요. 주로 시키는 국물이나 매콤한 안주도 함께해서요. 그래서 계속 마셔도 여전히 첫 느낌인지, 너무 달아서 질리는지 등을 테스트하죠.

그렇게 해서 과즙 함량을 줄여가는 거군요.
네. 소비자들도 타깃마다 다르잖아요. 40~50대 남성을 타깃으로 했다면 아까 그 스펙트럼에서 과즙 함량이 낮겠죠. 소주다운 맛을 살렸을 거고. 술을 정말 못 마시는 여성 라이트 유저를 타깃으로 했다면 도수도 낮고 과즙 함량도 높게 해서 음료수처럼 먹게 했을 거고. 순하리는 20대의 여성을 타깃으로 했거든요. 술을 중간 정도로 마시면서 술자리를 즐기는 여자들이오.

마셔보니 유자 과즙과의 조합이 아주 절묘하더라고요.
경쟁사들과 달리 저희는 2년여 동안 고민을 해서 나온 거니까요.

팀 내에서도 계속 시음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아요.
아예 세팅되어 있어요. 술잔이랑 냉장고 등이. 비어 룸이라고 쇼케이스가 따로 있죠, 종류별로. 세월에 따라 입맛도 달라지니까 자사 제품도 중간중간 맛을 점검하고, 경쟁사 제품이 나오면 그것도 바로 체크해야 하거든요. 순하리뿐 아니라 어떤 술이든지 시음하다 보면 재밌는 일이 많죠. 하하. 직원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이 조사할 때도요. 순하리는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했지만 서브 타깃은 20대 여성과 어울리는 20~30대 남자들이거든요. 20대 남녀 30명 정도가 모여서 시음하다 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친구가 되어 게임도 하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는 2차 가서 또 마시기도 해요.

그 시음 테스트는 지원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나요?
타깃층 안에서 저희가 직접 아는 사람들을 불러 하는 경우가 많아요. 친구 아들이나 딸들, 자기 대학 동문이나 후배들, 친구들을 모아서 예비 조사를 하고 그다음에 괜찮다고 하면 소비자 조사에 들어가죠. 회사가 보유한 기본 패널들이 있어요. 50명에서 100명 정도. 그분들 중에 조건 맞는 사람을 이자카야 등에 초청해서 테스트를 해요.

좋은데이 석류나 자몽에이슬 같은 경쟁 제품도 마시나요?
항상 나오자마자 시음하죠. 위협이 될 만하다 싶으면 저희도 버전 업을 해야 하니까요. 다행히 순하리가 2년여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나온 제품이라 경쟁 제품보다 좋은 평가를 받아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어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모니터는 할 겁니다.

이렇게 계속 마시면 회식할 때 ‘순하리 같은 건 꼴도 보기 싫다!’ 이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건 컨디션이 정말 다들 다운됐을 때나 그래요.

기본적으로 애주가들이 모여 있나요?
국가 평균 통계보다는 훨씬 잘 먹는 사람이 많죠. 그리고 일단은 술을 사랑하죠(웃음).

그렇다면 시도 때도 없이 시음하는 게 즐거운 일이겠네요.
맞아요. 4시 정도 되면 ‘오늘은 맥주 테스트하자’ 하면서 맥주 시음을 해요. 그다음 날은 와인, 다음다음 날은 매실, 소주 이렇게 해서 계속 돌려가며 시음하죠.

보통 4시에 시작되는 거네요?
4시나 5시에 해야죠, 업무 봐야 되니까(웃음). 매달 술을 정해서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요.

시음하다가 자제가 안 될 때가 있지 않나요?
있죠! 시음 양이나 품목이 늘어나면 알코올 양이 늘어나잖아요. 6시쯤 되면 “그럼 오늘 한잔하러 갈까?” 이런 경우도 많죠. 강요하진 않고요.

순하리 이후로 준비하고 있는 회심의 카드가 있다면요?
모든 게 준비돼 있죠. 경쟁 상황이나 시장의 흐름, 소비자들의 입맛이 바뀔 수도 있어 두세 개의 카드를 기본적으로 갖춰 놓아요. 그 카드를 쓰는 건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 다르고요.

SUPER SPEC
순하리 개발단이 말한다.


· 유자즙 함량 농도 0.01부터 10%까지 전부 시음 테스트

· 출시 100일 만에 4천만 병 돌파

· 준비 기간: 총 2년

· 최초 프로토타입: 100개 이상

· 타깃층: 20대 여성 중 음주량은 많지 않으면서 술자리를 좋아하는 이들

· 타깃층이 즐겨 찾는 업태(이자카야)에서 즐겨 마시는 시간(7~8시)에 그들이 즐겨 어울리는 사람들(20~30대 남자들)과 즐겨 먹는 매콤한 안주까지 곁들인 철저한 예비 조사

· 순하리에 버금갈 두세 개의 회심작 상시 대기 중

순하리 개발팀이 추천하는, 순하리 더 맛있게 마시기

1. 순하리가 약하다고 생각하면
순하리 반 + 처음처럼 반 = 반하리

2. 순하리를 칵테일처럼 마시고 싶다면
순하리 + 트레비

3. 순하리를 더 순하게 마시고 싶다면
순하리 + 얼음

EDITOR : 김소영
PHOTO : 김영훈, Instagram
HAIR & MAKEUP : 이현정
STYLIST : 최영주

발행 : 2015년 59호

소주는 어쩌다 유자를 만났을까? 유자는 왜 하필 0.1%만 들어갔지? 궁금한 게 많아서 ‘순하리’를 만든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Credit Info

2015년 08월 01호

2015년 08월 01호(총권 59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소영
Photo
김영훈,instagram
Hair & Make up
이현정
Stylist
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