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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선비’ 원작가

“캐스팅이 확정될 때마다 엄마 박수를 쳤어요”

On July 22, 2015

 

  • 드라마와는 또 다른 ‘꿀잼’이 가득한 만화 『밤을 걷는 선비』 현재 11권까지 발간. 권당 6천원 서울문화사

흡혈귀라는 소재도 흥미롭지만 시대적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 더욱 신선해요. 왜 하필 조선 시대인가요?
한승희 작가님의 수려한 그림체를 돋보이게 해줄 사극 스토리를 찾다가 영·정조 시대에 활약했던 조생이라는 책쾌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의 행보가 거의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식인들 사이에 언급되는 것을 보고 ‘뱀파이어야?’라는 지극히 만화적인 발상이 시작됐죠. 영·정조 시기엔 많은 지식인이 청나라에서 들어오는 서학에 관심이 많았던 때라 뱀파이어도 서학처럼 조선으로 유입된 거라는 상상까지 보태게 됐고요. 거기에 사도세자 생전의 이상한 행동들이 상상의 불을 지피고, 『정감록』 같은 예언서가 가세하면서 이야기 구성이 만들어지게 된 거죠.

모든 캐릭터가 자식 같겠지만 그래도 특별히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가장 멋진 남자는 역시 주인공인 ‘김성열’(드라마 속 이준기)입니다. 인물 설정을 할 때부터 김성열에겐 특이한 개성을 부여하는 대신, 그야말로 ‘멋진 남자’로 만들고자 했어요. 호연은 단순 무식하고 강한 몸과 전투력을 가진 사내의 매력을, 치산은 굳건한 선비의 이성과 뜨거운 사랑을, 홍재는 영리함과 재치를 주었지만 성열은 그저 ‘사려 깊은 멋진 남자’로만 설정했을 뿐이죠. 그리고 그에게 수많은 모순된 갈등 상황을 줬어요.

뱀파이어의 힘과 핸디캡을, 여인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과 지키고자 하는 마음, 충성된 신하의 마음과 역적의 마음을, 무엇보다 선비와 요괴라는 치명적인 모순을 줬죠. 이런 상황을 모두 안고 처절하게 나아가는 성숙한 남자 어른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귀(드라마 속 이수혁)도 참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결말은 귀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순수 요괴에 가까웠는데, 이런 그가 인간의 감정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만화의 큰 뼈대가 됩니다. 김성열은 모순 속에서 성숙하고, 귀는 모순 속에서 파괴됩니다. 귀는 가장 강한 육체적 존재이지만 가장 약한 심리적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가 원작과 달라지는 부분이 있나요?
드라마는 이제 저만의 작품이 아니죠. 작품이 생명력을 가지고 마구 뻗어나가고 있으니까요.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에요. 드라마 작가가 펼치는 <밤을 걷는 선비>는 원작과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더불어 쌍둥이 형제처럼 전혀 다른 인생을 걸어갈 겁니다. 흥미롭게 대본을 읽어보았고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요.

지금의 캐스팅에 본인의 의견도 반영되었나요?
만화 작가들은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아요. 그건 제작사를 믿고 있기 때문이고, 또 ‘과연 전문가구나’ 싶게 적절한 캐스팅을 해주셨고요. 캐스팅이 확정될 때마다 ‘만세’ 하면서 그야말로 엄마 박수를 쳤죠. 이미 배우들 모두가 진짜 만화 속 인물인 것처럼 정겹고 사랑스러워요. 설정이 뱀파이어라 하늘을 붕붕 날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배우들이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사진을 보면 미안하더라고요. 주연 배우 두 분이 다쳤다는 소식에 어찌나 미안하던지, 다들 무사히 촬영만 잘 끝나기 바랄 뿐이에요.

원작가로서 ‘이 부분만은 드라마에 꼭 살렸으면 좋겠다’는 정면이 있다면요?
전혀 없어요. 드라마는 만화와 또 다른 이야기예요. 원작을 의식하지 않고 재미있고 완결된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소설 『밤을 걷는 선비』도 출간됐어요. 만화를 소설로 옮기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만화가인 제가 소설을 쓰게 되다니! 너무 민망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소설에 대한 압력이 너무 거세서 ‘어차피 세상에 나와야 한다면 차라리 내가 쓰겠다’란 패기의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소설과 만화의 차이를 몸소 체험한 귀중한 시간들이었으니까요.

만화에서는 인물들의 심리를 100%로 꺼내놓지 않고 50%만 보여주는 전략을 썼는데, 소설에서는 90% 정도를 꺼내 보일 수 있었죠. 그리고 만화에서는 동작의 연결이 너무나 중요했는데, 소설에서는 심리의 연결이 중요하더군요. 인물들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대신 묘사의 방법으로 캐릭터를 차별화하는 것도 달랐고요. 성열은 호랑이처럼, 귀는 여우처럼, 호연은 들개처럼…. 어쨌든 많은 배움을 얻은 경험이었어요.

소설 『밤을 걷는 선비』
조선 시대, 남장을 하고 살아가는 책쾌 양선이 깊은 산속에 머물며 사람들과 왕래하지 않는 미스터리 선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만화 작가 조주희의 소설 데뷔작인 만큼 신선하고 유려한 문체로 원작 만화보다 더 세밀하게 작품의 결을 완성했다. 1만2천8백원 서울문화사.

조주희 작가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 전공.
서울 목일 중학교 국어 교사 재직 중
2001년 서울문화사 <윙크> 신인 공모전 신인상 수상으로 데뷔, <세계유람쥐>·<키친> 작화와 스토리 작업, <독서클럽>·<밤을 걷는 선비> 스토리 작업.

EDITOR : 김소영
PHOTO : 이윤화

발행 : 2015년 59호

 

Credit Info

2015년 08월 01호

2015년 08월 01호(총권 59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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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

2015년 08월 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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