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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2호 EDITOR'S LETTER

On July 03, 2015

 소설가 김훈 선생은 각종 사전들을 말고는 곁에 두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EDITOR IN CHIEF 안성현

소설가 김훈 선생은 각종 사전들을 말고는 곁에 두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스승은 사전이라면서.하긴 그는 단문으로만 이루어진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뼈대만 남은 문장, 형용사로 덧칠하지 않은 문장을 구사하려면 그 누구보다 많은 단어를 품어야 마땅하다. 그러니 이 대목에선 고개가 끄덕여지며 절로 마음이 숙여졌다. 사전 속의 수십만 단어를 사법고시 공부하듯 할 대가의 면모가 떠올라서 말이다. 오래전 읽었던 작가의 인터뷰를 되짚은 건 이번 주 내내 타임라인을 달궜던 신경숙의 표절 기사 때문이었다.
‘나조차도 내 기억력을 믿지 못하겠다’던 여류 작가의 사과문이 지나치게 시적(?)이어서 말이다. 그렇다면 그녀도 읽은 책을 꽁꽁 묶어 창고에 쌓아두거나 도서관에 기증하거나, 여하튼 읽음과 동시에 처분했어야 했나. 누구보다 다독가일 게 뻔한 김훈. 그가 책을 소유하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했다. “다른 책이 보이면 정신이 산만해진다.” 내가 아는 잡지판 1등 아트 디렉터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다른 잡지를 보지 않는단다. 왜, 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거늘. 그리고 레이아웃에도 엄연히 트렌드라는 게 존재하거늘. 사실 이런 유의 행동은 지난한 학습의 과정을 일찌감치 마친 고수들만 할 수 있는 거다. 고든 램지가 레시피를 단 한 줄도 들여다보지 않고 요리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하지만 이제 막 칼질을 익히는 초심자들이라면 이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말이다. 그런데 그녀는 내내 초심자였던 모양이다. 문장을 쌓아두고 꺼내 봐야 안심이 되는 초심자였던 모양이다. 언젠가 작가의 서재라는 기사를 만든 적이 있다. 운좋게 카메라에 담게 된 그녀의 단독주택은 보기에 심히 좋았다. 복층 거실의 천장은 족히 5m는 될 정도로 높았고, 그 까마득한 벽은 책으로 가득했다. 마치 책으로 벽을 쌓아 만든 집이라 해도 좋을 만큼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책, 책, 책만이 가득했다. 벽이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라면 이 정도는 읽어야지…’라고. 비주얼 충격이었다. 바벨탑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책장. 검박한 다른 작가들의 서재와 사뭇 달라, 말하자면 비주얼이 강력해 그 칼럼의 메인 컷이 되었다. 다시 김훈 선생의 인터뷰를 더 자세히 인용하자면 이렇다. “남의 책이 서재에 있으면 귀신이 들끓는 것같이 정신 산만해진다.” 그의 말이 옳다면, 신경숙은 귀신에 홀려도 단단히 홀렸을 게 틀림없다. 아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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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IN CHIEF : 안성현

발행 : 2015년 58호

 소설가 김훈 선생은 각종 사전들을 말고는 곁에 두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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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02호

2015년 07월 02호(총권 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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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