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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얼마나 자느냐 만큼, ‘언제’ 자는지도 중요해졌다

수면 시차 적응기

On May 27, 2015

음악을 듣고, 미드를 보고,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던 요란스러운 심야 라이프와 작별을 고하고 수면 시차를 2시간 앞당겨봤다.

자는 게 자는 게 아니야
내 수면 패턴은 정확히 일주일을 주기로 반복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밤 바이오리듬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잡다한 여가를 만끽한다. 자정이 훌쩍 지나서야, ‘이러다 내일 지각하겠다’ 싶은 아찔한 불안감에 잠을 청한다. 새벽 1시는 기본, 심한 날엔 2~3시나 돼야 침대에 눕는다. 지각에 대한 압박으로 가득하니 잠에 쉽사리 들 리가 있나? 30분 이상 뒤척이다 겨우 잠드는 날들이 주 중의 수면 패턴. 10분 간격으로 설정된 알람 7개 중 가장 마지막 타임에 화들짝 놀라 눈을 뜨고, 몽롱한 상태로 출근길에 나선다.

가늠해 보니 내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반 정도. 개인차가 있지만 하루 평균 7시간 반이 건강한 성인의 적정 수면 시간이라는데, 그렇게 치면 나는 하루 한 시간씩 총 5시간 정도의 ‘잠 빚’을 주 중에 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부족한 수면으로 허덕이다 보니 주말은 늘 밀린 ‘잠 빚’을 청산하는 데 투자해 왔다. 결혼식이나 모임 등의 스케줄이 없으면 토요일 오전은 내내 잠에 취해 보내기 일쑤. 이런 벼락치기 수면 패턴이 계속 이어져도 괜찮은 걸까? 일본의 수면 전문의 사토 도미오는 평균 수면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심지어 몰아서 자는 습관이 바이오리듬을 파괴해 피로감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마치 날짜를 제때 못 맞춘 대가로 치르는 연체료처럼 말이다.

대한수면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자고 일어나도 피곤이 지속되는 수면 장애 환자의 비율이 최근 4년 새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은 취하고 있지만 숙면은 아니라는 뜻. 이런 와중에 최근 화제로 떠오른 것이 바로 생체 시계 이론이다. 24시간 동안 해가 뜨고 지는 지구 자전 주기에 맞춰 뇌를 포함한 몸 안의 장기들도 활동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지구의 시계와 생체 시간의 동기화를 방해해 피로가 가중된다는 이론이다. 8시간을 자든 9시간을 자든 스타트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자도 잔 게 아니라는 의미.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전기가 없던 시대처럼 생활해 보라고 권한다. 빛 공해로부터 벗어나 지구의 자전 주기에 맞춰 밤낮을 보내라는 것.
“딱 지금보다 2시간을 앞당겨 잠들어보세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될 거예요. 주말에도 이 패턴을 꼭 지키시고요.”
수면 클리닉에서 내린 처방이다.


2시간만 앞당겼을 뿐인데
우선 자정을 훌쩍 넘기던 취침 시간을 10시 반으로 앞당기고, 기상 시간을 아침 6시로 맞췄다. 그리고 밤 시간 동안 뒤척이는 횟수를 체크하기 위해 피트니스 트래커를 착용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아이패드 수면 체크 앱은 침대의 진동만 감지했는데, 손목에 착용하는 피트니스 트래커는 작은 움직임까지 감지해 더 정확한 수치를 알려준다. 자는 동안 깨어난 횟수는 0이었지만, 뒤척인 횟수는 13회로 시간으로 따지면 총 32분 정도다. 문진을 통해 알아보니, 디지털 불면 증상의 일종이었다.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길수록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것.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빛에 30분 이상 노출될 경우 뇌파 교란이 수면을 취하게 하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감소시킴으로써 불면증과 수면 장애를 유발한다는 말이다. 잠이 오지 않아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스마트폰의 빛 때문에 잠들지 못한 것이었다. 잠들기 2시간 전부터 호텔처럼 집 안을 어둡게 하라는 주치의의 조언을 실행에 옮겼다. 형광등은 끄고, 은은한 조명 하나만 켰다. 잠들기 1시간 전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기로 했다. 첫째 날, 온갖 잡생각 때문에 쉽사리 잠이 들지 못했다. 20분 정도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다.

둘째 날, 주치의의 조언에 따라 잠의 나락으로 빠지는 신호를 만들기로 했다. 주치의는 영화 <인셉션>에서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를 들으며 꿈속에 빠지는 것처럼 자기만의 신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생각 끝에 웃음기 싹 뺀,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팟캐스트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단, 스마트폰을 최대한 멀리 두고 볼륨을 들릴 듯 말 듯 작게 했다. 잠을 방해하는 카페인도 줄였다. 개운한 맛에 저녁 식사 후 즐기던 커피도 아침에 한 잔 마시는 걸로 제한했다. 주말마다 벼락치기하듯 자던 습관도 고칠 수 있을까? 주 중에 쌓인 피로를 감안해 평소보다 1시간을 늦춰 7시 기상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아뿔싸, 눈을 떠보니 11시다. 주 중의 시차 적응 노력이 수포가 되어버린 순간, 주치의의 일침이 번뜩 떠올랐다.

“주말에 몰아서 잠자는 습관은 당장 버려야 해요. 잠은 식습관과 같아요. 건강을 위해 하루 세끼를 적당히 섭취해야 하는 것처럼, 잠도 일정한 시간을 매일 자야 하죠. 주 중에 하루 한 끼만 먹고 주말에 열 끼를 먹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건강할 수 있을까요?”

그다음 날부터 다시 10시 반에 잠들고 6시에 일어나는 패턴을 철저히 유지했다. 2주가 지나자 긍정적인 효과들이 속속 몸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주 중의 이틀은 러닝머신으로 40분이나 운동한 뒤 출근했다. 생활 패턴을 앞당기면서 몇 년 동안 거르던 아침밥도 먹기 시작했다. 잠에서 깨려고 집어 먹던 과일 조각이나 디톡스용 해독 주스가 아니라, 밥 혹은 시리얼로 한 끼를 든든히 챙겨 먹게 되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밤 10시가 되면 침대에 누우니 매일 밤 소소하게 먹던 주전부리도 저절로 끊게 되었다. 사실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동안 왜 새벽까지 버티느라 피곤한데도 야식까지 먹으며 내 몸을 혹사시킨 걸까? 잠을 충분히 자면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가 증가되고, 식욕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가 억제된다는 연구 결과를 몸소 체험한 셈. 먹을 거 다 먹으면서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만 2시간 앞당겼을 뿐인데, 살이 조금씩 빠졌다.

출근하면서 꾸벅꾸벅 졸거나, 멍 때리는 빈도도 점차 줄어들었다. 오전 시간의 능률도 훨씬 높아졌다. 기상 후 업무를 시작하기까지 몸을 깨우고 충분히 부스팅시킨 결과일까? “질 좋은 수면을 취하면 오전에 엄청난 뇌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요. 반면 충분히 자지 못하면 그다음 날 오전에 작동되는 뇌 기능은 30~50%밖에 안 돼요. 비몽사몽 상태에선 기억력과 판단력 모두 현저히 떨어지니까요.” 수면 시차를 2시간 앞당긴 지 이제 3주 차. 오전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고자 온라인 중국어 강의도 등록했고, 쇠뿔로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다이어트 효과를 증폭시키기 위해 PT도 신청했다. 몇 달 후 ‘얼리버드 다이어트 성공기’ 칼럼을 쓰겠다는 야심찬 기대에 부풀어서 말이다.


+ 숙면을 도와주는 신개념 아이템들

1. 자는 동안 깨어난 횟수와 뒤척인 횟수를 감지해 주는 핏비트 차지 HR 19만9천원.
2. 잠들기 2시간 전에 마시면 숙면을 도와주는 슬리피즈 밀크 파우더 7포 2만1천원.
3. 잠을 깨우는 레드불의 대항마로 출시된 릴랙싱 음료. 긴장을 풀어주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 슬로우 카우 1천8백원.

EDITOR : 윤휘진
PHOTO : Getty Images
도움말 : 서울수면클리닉 신경정신과 한진규 원장, 대한수면학회

발행 : 2015년 55호

음악을 듣고, 미드를 보고,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던 요란스러운 심야 라이프와 작별을 고하고 수면 시차를 2시간 앞당겨봤다.

Credit Info

2015년 06월 01호

2015년 06월 01호(총권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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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윤휘진
PHOTO
Getty Images
도움말
서울수면클리닉 신경정신과 한진규 원장, 대한수면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