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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꼭 비싼 돈 들여서 해야 할까요?

On April 29, 2015

시간당 5만원짜리 개인 PT에서, 월 5만원의 단체 수영 강습으로 갈아탔다. 첫날부터 ‘멘붕’이었다.

“저기요.” 수영 강사는 나를 그렇게 불렀다.
“회원님도 아니고 저기요?”
밤샘한 다음 날 아침 7시의 수영은 작은 것에도 거슬리기 마련이다. 한 달 전부터 구민체육센터에서 수영 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주 3회, 50분 강습에 월 5만8천원. 회사에 늦지 않을 만한 아침 7시 수업. 버스로 3정거장. 월 3천원짜리 사물함을 신청하려 했지만 “글쎄요. 자리 안 날걸요”라고 직원이 말했다.
싼 수업료 대신 수업 시간, 거리, 사물함을 포기해야 했다. 게다가 단체 수업.

첫날, 6개의 레일에 각각 20여 명의 회원이 자리했다. 우리 레일에만 왕초보와 자유형, 배영, 평영이 섞여 있었다. 어떻게 한 레일에서 같이 배우지? 강사는 왕초보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자유형을 권했다. 그리고 틈틈이 “저기요”나 호칭을 생략한 채로 코치를 했다. 그것도 운이 좋아야 한다. 일주일 동안 “발차기를 물 밖으로 해보라”는 조언을 한 번 들었다. 하루는 내게 배영을 배울 거라고 했다. 어떻게? 각자의 속도로 수영 중인(눈치 보느라 그러지도 못하는) 사람 사이로 카트라이더를 하듯 누워서 수영했다. 불특정 엉덩이에 부딪친 횟수 2회, 수영장 벽에 부딪친 횟수 3회(내가 어디쯤 갔는지 아무도 안 알려줌). 그나마 그날은 강사의 코치 횟수 3회.

그렇게 구민체육센터의 단체 수영 강습에 흥미를 잃어갔다. 탈의실에 ‘신입 회원들에게 텃세 부리지 마세요’란 글이 붙을 만큼, 이곳은 장기 회원으로 군림해 온 어머니들을 위한 공간 같았다. 그들은 수강생 적은 한낮에 여유롭게 수영하고, ‘내 아이 멋쟁이 만들기’ 헤어 교실이나 ‘나도 바리스타’ 커피 교실도 듣겠지. 월 5만원 내고 말이다. 나도 한가한 시간에 저렴한 가격으로 운동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직장인 87.3%는 일과 몸매 관리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51.6%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자신의 외모 관리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했고. 그렇게 시작한 개인 트레이닝은 62.6%가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만족스럽다고 답했다(2014년, 마크로밀엠브레인의 만 20세 이상 직장인 500명 설문 조사).

솔직해지자. 시간당 5만원짜리 PT의 만족감은 단순히 운동 효과 때문일까? 내가 산 1시간 동안 철저히 나를 위해 움직이는 서비스에 중독된 거 아닐까. 내가 시간과 얘기 주제를 정하고, 언제든 카톡에 실시간 답을 받을 수 있는…. 난 이런 거나 대접받고 싶어 하는 구질구질한 사람이었나? 이것이 바로 내가 구민체육센터에 등록한 시발점이었다.

지난 1년간 PT를 했다. 그사이 적금을 한 번 깼고, 피트니스 푸어로 불렸다. 월급의 3분의 1을 피트니스에 쏟았으니, 뭐 당연하다. 고급 피트니스에서 찍은 운동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친구들에게 “나 여기에서 코치 받잖아”라고 말하는 게 갑자기 ‘구렸다’. 이 정도의 돈을 피트니스에 쏟을 수 있는 계층이라는 허세, 운동하는 나를 알리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헛된 몸부림. 내가 이런 짓을 했구나.

몸도 마음도 건강한, 허세 없는 여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2차 허세였다. 구민체육센터에 등록한 날, 페이스북에 멘션을 올렸다. “오랜 PT로 운동법은 대충 안다. 나이키 트레이닝 앱으로 혼자서 해보련다. 아침 수영은 덤!” 피트니스 푸어가 아닌 ‘허세 없고 합리적이고 실속 있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했다. 의도가 이러하니 역시나 구민체육센터 운동은 실패. “저기요”를 기분 나빠하는, 케어받는 것에 익숙해진 인간으로 변한 데다 여전히 보여주는 운동을 하고 있으니까.

‘운동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다. 왜 운동을 하려 하는가? 내게 맞는 운동법은 무엇인가? 내 몸, 시간, 경제 상황과 맞는가? 우선, 운동을 왜 하는지 허세 쪽 뺀 이유부터 찾기 시작했다. 1차 답은 이렇다. 인생 길다. 계속 건강하고, 앉을 때마다 바지 정리를 안 하고 싶으며, 보톡스 없이 예쁜 중년이 되고 싶다. 여기에 운동 열심히 하는 멋진 여자로 인정받고 싶은 속내가 자꾸 끼어들지만…, 허세는 제발 그만 떨자고 허벅지를 찌른다. 어쨌든 당분간 구민체육센터 수영장에서 이 ‘운동 사유’는 계속될 예정이다. 다음엔 클라이밍 동호회에서?

EDITOR : 김나랑
PHOTO : Dollar Photo Club

발행 : 2015년 53호

시간당 5만원짜리 개인 PT에서, 월 5만원의 단체 수영 강습으로 갈아탔다. 첫날부터 ‘멘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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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01호

2015년 05월 01호(총권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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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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