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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탁소’에서 내 과거 삭제하는 법.

내 인터넷 흑역사를 지워준다고요?

On April 09, 2015

하두리 캠사진, 싸이월드 감성글, 악성 댓글, 혹은 섹스 동영상까지. 부끄러운 과거 흔적을 대신 지워준다는 ‘디지털 세탁소’가 있다.

요즘은 소개팅 나가기 전에 SNS로 상대의 신상을 찾아본다. 이름과 출신 학교 혹은 다니는 직장만 알아도 어렵지 않다. 이메일 주소를 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내 친구는 소개팅남의 카카오톡 아이디로 구글링을 했다가 중·고교 시절 노란 탈색 머리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던 그 남자의 흑역사를 접하고 환상이 와장창 깨졌다고 한다. 실제로 한 결혼 정보 회사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소개팅 전 상대의 SNS를 몰래 검색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67%나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사에 따르면 입사 지원자의 성향이나 능력을 온라인에서 ‘뒷조사’한 인사 담당자가 무려 75%였다. 대기업 입사 지원서에 블로그나 SNS 주소를 입력하는 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검색당할지’ 모르는 시대. 불안감에 떨면서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난감해했던 이들에게 요즘 ‘디지털 세탁소’가 화제다. ‘디지털 세탁소’란 온라인상의 평판 관리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글이나 동영상 등을 전문적으로 지워주는 신종 서비스 업체. 국내에선 현재 뉴스케어, 맥신코리아,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스키퍼, 프라이버시앤컴퍼니 등 6~7곳의 디지털 세탁소가 성업 중이다. ‘과거 세탁’이라니, 데뷔를 앞둔 연예인 또는 이미지 관리가 필요한 기업에나 필요한 거 아니냐고? 의외로 디지털 세탁소를 찾는 고객의 대부분은 일반인이다. 자, 당신은 어떤 ‘흑역사’를 지우고 싶은가?


LEVEL 1 과거 사진이 민망해요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얼짱으로 유명했던 A. 지금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인터넷에 그녀의 이름을 검색하면 여전히 당시 사진이 수십 장 뜬다. 그중에서도 A가 가장 지우고 싶은 사진은 비키니를 입고 찍은 사진이다. 나중에 보니 자신만 알아볼 정도로 미묘하게 음모가 드러나 있었기 때문. 그걸 처음 발견했을 땐 정말 죽고 싶었다고. 원본은 삭제했지만 이미 다른 이의 미니 홈피나 카페 등에 퍼진 후였다. 지난 몇 년간 A는 누가 이 사실을 알아챌까 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찾는 사람들 개명이나 성형수술 이후 과거 흔적을 없애고 싶은 사람, 단체사진에 나온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대기업이나 공기업 입사를 앞두고 이미지 관리가 필요한 취업 준비생.

가격 30만원부터 소요 시간 약 2~3일
방법 전화나 방문 상담 후 게시물 URL 혹은 검색 키워드, 캡처 사진 등의 자료를 업체에 보낸다. → 업체에서 당신이 요청한 자료와 그 밖의 추가 자료를 파악해 견적을 낸다. → 계약서 및 위임장을 작성한다. → 업체가 게시물이 올라온 해당 웹사이트 관리 업체에 삭제를 요청한다. → 웹사이트 관리 업체에서 관련 게시물을 지운다. 사실 지우고 싶은 사진이나 글이 어느 사이트에 있는지 본인이 아는 ‘레벨’ 정도라면, 직접 사이트 담당자나 포털사이트에 삭제 요청을 해도 된다. 물론 뻔뻔함과 수고스러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LEVEL 2 수치심 때문에 죽고 싶어요
20대 여성 B는 남자 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남겼다. 물론 동영상은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둘만의 비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B는 친구들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어느 야동에 자신과 너무 닮은 여자가 나온다는 것. 알고 보니 남자 친구가 과거에 휴대폰 A/S를 맡긴 적이 있는데, 그때 동영상이 유출된 거였다. 이미 웹하드나 P2P를 통해 데이터는 퍼질 대로 퍼진 상태여서, B 혼자의 힘으론 더 이상 손쓸 도리가 없었다. 찾는 사람들 조직적인 유언비어에 시달리는 사람, 과거 SNS 글이 여기저기 퍼진 사람, 나체 사진이나 섹스 동영상이 유출된 피해자..

가격 보통 수백만원대지만 경우에 따라 천차만별. 소요 시간 약 6개월
방법 비용이 발생하긴 하지만 이 단계야말로 진정한 전문가의 기술이 필요하다. 데이터 서칭 로봇이 키워드를 통해 자료를 모으고 변형된 데이터는 수작업으로 찾는다. → 사무실을 방문해 수집된 데이터를 확인한다. → 삭제할 자료를 선택한다. → 업체가 게시물이 올라온 해당 웹사이트 관리 업체에 삭제를 요청한다. → 웹사이트 관리 업체에서 관련 게시물을 지운다. → 앞의 과정을 약 6개월 정도 반복해 전체 데이터의 96~97%까지 삭제한다. 데이터가 언제 또 웹상에 퍼질지 모르므로 최장 1년까지 예의 주시한다. 하지만 인터넷 속성상 100% 완전 삭제는 불가능하다. 누군가 저장했다가 다시 올리는 것까진 어쩔 수 없기 때문.


기자가 직접 해봤다
나는 내 흑역사가 뭔지 잘 알고 있다. 첫 번째는 대학 시절 학보사에 기고한 몇 개의 기사. 화장기 없는 촌스러운 사진과 어설픈 작문 실력은 볼 때마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학보사에 전화해 내려달라고 할까 고민도 해봤지만, 수년 전의 일을 들추는 것도 그렇고, ‘못나 보여서’란 이유도 너무 없어 보여서 전화 걸기가 망설여졌다. 또 하나는 취업 준비 스터디 카페에서 활동하던 흔적들. 학과생만 가입해 취업 포트폴리오 등의 자료를 공유하던 소규모 카페였는데, 포털사이트에 내 이름을 치면 자꾸 그 글이 튀어나오는 거다. 뿐만 아니라 내 전화번호와 학번에다 포트폴리오까지 다 내려 받을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내 부끄러운 자기소개서를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다는 얘기. 그 당시 수업을 하던 강사가 일괄적으로 업로드한 게시물이기 때문에 내가 임의로 삭제할 수도 없다. 나는 디지털 세탁소 한 곳을 방문해 상담을 받았다. 담당자에게 삭제하고 싶은 게시물에 대해 설명하자, “그 데이터가 어디에 얼마만큼 퍼져 있는지 알고 계세요?”란 질문을 가장 먼저 했다.

XX대학교 웹진 1건, OO대학교 홈페이지 1건, 다음 카페 2건. 내 경우에는 ‘예스’였다. 반면 앞에서 말한 B양의 사례가 그렇듯, 자신의 자료가 어디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섹스 동영상이나 유언비어, 다른 서버로 복제된 SNS 게시물 같은 것들. 이럴 땐 업체에 자주 쓰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페이스북 계정 같은 정보를 제공해야 데이터를 찾을 수 있다.

데이터 수집 비용도 따로 발생한다.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모든 기록이 손쉽게 조회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사기업인 ‘디지털 세탁소’가 그런 식으로 남의 신상 정보를 캐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상담을 마친 나는 담당자에게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기사, 카페 포스팅 URL과 그것들이 검색되는 키워드를 알려주었고 바로 이틀 뒤에 이메일 견적서를 받아 볼 수 있었다.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첫째는 내가 삭제를 요청한 데이터 4건 외에 1건이 추가로 발견되었다는 것. 둘째는 ‘다른 사람의 이미지도 함께 보이고 있어 삭제 내지는 수정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음’의 내용으로 봐 모든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는 건 아니란 사실. 이메일에는 이 게시물들을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소스가 담긴 엑셀파일과 삭제 진행에 필요한 서류(개인 신분증 사본, 업체 위임장, 포털사이트 위임장)도 첨부되어 있었다.

30만원이라는 비용이 책정된 이유에 대해 묻자, 담당자는 “건별로 금액이 매겨지는 게 아니라 ‘삭제의 용이성’, 즉 삭제가 얼마나 쉽고 어려운지에 따라 견적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예를 들어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국내 포털사이트에 달린 50건의 댓글보다 외국 서버에 흘러들어간 한 건의 노출 사진을 지우는 게 더 비쌀 수 있다는 말이다. 희망 소비자 가격이 명시되어 있는 게 아니라 케이스마다 금액이 천차만별이므로 가격 비교를 위해 여러 업체를 돌아다니며 견적을 내보는 경우도 많다.

견적서까지 받고 서비스를 이용할지 말지 망설이는 경우도 부지기수. 나도 결국 삭제를 포기했다. ‘약간의 부끄러움과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서 의뢰한 거지만, 그 ‘약간의 부끄러움과 수고로움’이 30만원이나 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으니까.

흑역사 셀프 정리 6단계
검색당하기 전에 내 손으로 직접 지우자!
WORDS: 박소연(ZDNET KOREA IT 전문 기자)

1단계 다음과 네이버에서 흔적 지우기
포털사이트의 카페나 블로그, 뉴스 댓글에 어떤 게시물을 남겼는지 수시로 체크한다. 난감한 경우는 카페에서 미처 자신의 글을 지우지 못하고 ‘강퇴’당했을 때. 다음에서는 카페 홈 → 내 카페 → 내가 쓴 글 → 탈퇴한 카페 글을, 네이버에서는 네이버 카페 → 내 카페 관리 → 탈퇴 카페 → 글 관리 → 글 삭제를 클릭해 지운다. 뉴스 댓글의 경우 다음이나 네이버 모두 댓글 창 우측 상단에 뜨는 아이디 혹은 내 댓글 목록을 클릭하면 지금까지 작성한 모든 댓글을 확인하고 삭제할 수 있다. 단, 다음에선 탈퇴한 지 90일 이내에만 카페 글을 자동 삭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자.

2단계 구글링 차단하기
구글에 로그인하면, 웹마스터 도구 → 도움말 → Google 검색에 콘텐츠 삭제라는 메뉴가 뜬다. 안내에 따라 ‘웹페이지 삭제 요청’을 클릭하고 삭제하고 싶은 게시물의 URL을 입력하면 1주일 내에 결과가 나온다. 상단에 명기된 대로 ‘모든 삭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음’이 단점. 2014년 구글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콘텐츠 삭제율은 60.4%다. 60만1032건 중 23만7987건의 삭제 요청이 거절당했다.

3단계 주민등록번호 조회하기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운영하는 주민등록번호 클린 센터(clean.kisa.or.kr). 어떤 웹사이트에 가입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가입한 웹사이트를 확인하고 흑역사가 있을 만한 곳을 방문, 게시물 삭제와 탈퇴 등을 진행하면 된다. 다만 점검 가능 범위가 좁은 게 흠. 서울신용평가정보, 나이스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 등 국가 공인 신용 평가 기관을 통해 실명 확인 서비스를 제공받는 2만여 개 웹사이트에 대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4단계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기
방통위는 2013년부터 인터넷피해구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 → 국민참여 → 민원신청을 이용하거나 신고 전화 1377,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민원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음란, 명예훼손, 사이버 스토킹, 도박같이 무시무시한 ‘진짜’ 흑역사만 처리해 주므로 ‘과거 사진 지워주세요’ 같은 요청은 삼가길.

5단계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기
스마트폰 기록 삭제 애플리케이션 히스토리 이레이저. 스마트폰의 전화 기록, SMS 기록, 인터넷 검색 기록 등을 삭제해 준다. 스마트폰 분실 등 불의의 사고로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제대로 된 흑역사를 지우기에는 가벼운 기능이지만, 간단한 관리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포인트.

6단계 디스크 청소하기
하드디스크 데이터 삭제 장비인 디스크 체커. 하드디스크 로 레벨 포맷에서 더 나아가 하드디스크나 SSD에 저장된 데이터를 보안 삭제해 준다. 보안 삭제는 데이터를 여러 번 덮어씌운 흔적조차 남지 않게 하는 방법. 절대 유출돼서는 안 될 사진, 동영상 등의 데이터가 있다면 디스크 체커를 이용해 볼 만하다. 한 번 디스크에 저장된 데이터는 단순한 삭제로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전문가가 손대면 금방 복구가 가능하기 때문. 디가우징이라는 물리적인 파괴 방법으로 하드디스크를 벽돌로 만들 수도 있지만 일반인이 하기는 힘들다. 돈만 좀 들인다면 디스크 체커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다.

EDITOR : 손안나
PHOTO : Dollar Photo Club, Getty Images

발행 : 2015년 52호

하두리 캠사진, 싸이월드 감성글, 악성 댓글, 혹은 섹스 동영상까지. 부끄러운 과거 흔적을 대신 지워준다는 ‘디지털 세탁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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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02호

2015년 04월 02호(총권 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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