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 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오늘의 인물

요즘 뜨는 프로는 제가 만들어요

On March 30, 2015

<비정상회담>, <썰전>, <테이스티로드>, <4가지쇼>의 공통점은? 지금껏 공중파에선 시도 못한 새로운 포맷으로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 게다가 예능의 틀을 깬 PD들은 놀랍게도 30대 여성들이다.

셔츠, 슈즈 모두 자라(Zara). 팬츠 카이아크만(Kai-aakmann). 반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비정상회담’의 김희정 PD
1981년생. 캐나다의 ‘University of Western Ontario’에서 미디어 전공. 2005년 졸업 후 캐나다 방송국에 근무하다 2006년 MTV 코리아에 입사했다. 2009년 Mnet에서 <비틀즈 코드>와 <엠카운트다운> 등을 연출했고, 2011년 JTBC로 이직해 <비정상회담>을 맡고 있다.

<비정상회담>이 워낙 인기 프로라 PD가 악플에 시달리기도 하죠?
오래 살 거 같아요. 저는 신경 안 쓰는데, 엄마가 속상해할 땐 좀 그렇죠.

<비정상회담> 멤버들의 팬덤이 강해서 좋지만, 힘든 점이 있다면요?
팬들이 각자 좋아하는 패널에 대한 애정이 커요. 자리 선정부터 난리죠. 모두의 니즈를 충족할 순 없지만, 웬만하면 수용하려고 해요. 고맙게도 귀여운 박스에 과자를 담아 보내기도 하죠.

우리 오빠 잘 봐달란 건가요?
그렇죠. 하하.

지금 <비정상회담>의 가장 큰 고민은 뭔가요?
방송을 보고 고맙다며 제작진에게 손 편지와 영양제를 보내주기도 해요. 그런데 시청자들이 많이 하는 말이 ‘처음에는 토론하더니 요즘에는 왜 안 하느냐’는 거예요. 요즘 ‘토론이 뭘까’에 대해 고민 중이에요. 줄리안이 벨기에의 토론 프로를 보여준 적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시간제한을 두거나 말을 자르지 않고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더라고요. 저는 그게 토론 같아요. 그러니 <비정상회담>의 ‘글로벌 문화 대전’ 코너도 토론이죠. “안건을 상정하고 얘기해 보자. 땅땅!”만이 토론은 아니잖아요. PD가 딴짓하고 있지 않음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사실 기본은 예능이니까 웃음도 추구해야 해서, 토론과 예능의 밸런스를 찾는 것 역시 고민이에요.

예능의 첫째 조건은 재미인가요?
웃음이 가장 큰 역할을 맡죠. 요즘 확 웃을 일이 없잖아요. 제가 만든 프로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면 좋겠어요. 감동을 추구한다든지, 트렌드를 세팅한다든지 같은 얘기는 너무 추상적이라고 생각해요.

PD로서 제일 갑은 누구 같아요?
시청률? 시청자? 아님 둘 다.

시청률 때문에 악몽도 꾸나요?
네. 자다가 편집한 적도 있어요.

일주일에 얼마나 쉬어요?
하루 쉬어요.

쉬는 날엔 일을 잊나요?
완전히 분리하긴 어려워요. 섭외든 녹화든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전화는 늘 켜두죠.

  • 격한 토론의 중재를 담당하는 <비정상회담>의 MC들.

사적인 영역에까지 일이 침범하면 속상하지 않나요?
오히려 일로 만난 사람과 친구가 돼요. PD, 작가, 출연자들과 술 한잔하면서 일 얘기하는 게 여가예요.

그런 스트레스가 없다니 부럽네요.
PD란 직업의 특수성 같아요. PD들은 개별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아서, 같은 예능국이라도 함께 프로를 안 하면 얘기할 기회가 적어요. 대신 팀원들과는 정말 친하죠. 팀 스케줄에 맞춰 하루가 돌아가거든요.

회사보다는 팀에 대한 소속감이 더 크겠네요?
그렇지는 않아요. 어쨌든 팀원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 JTBC라는 채널을 통해 송출되니까요.

회사와 충돌한 적이 있나요?
PD도 회사의 구성원이죠. PD를 크리에이터,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만 ‘뭔가를 창조하는 회사원’이 더 맞는 표현 같아요. PD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갈 순 있지만, 회사의 이미지를 생각해야 하고 협찬 문제가 생기기도 하니까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무시할 수도 없죠. JTBC는 그래도 젊은 PD들을 존중해 주는 집단이에요.

어떤 점에서 그렇죠?
제가 개국하기 3개월 전에 들어왔는데, 개국 초기부터 함께 헤쳐나간 PD들이라 더 그런 거 같아요.

당시 종편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왜 이직을 했나요?
캐나다 방송국에서 일하다 선배의 권유로 MTV 코리아와 Mnet을 다녔죠. 그 선배가 저는 음악 쇼보다는 예능에 가깝다며 함께 JTBC로 가자고 제안했어요. 무엇보다 Mnet에 있을 때 <비틀즈 코드>를 잠깐 했는데, 그때 예능 프로의 재미를 발견했죠. 해보고 후회하자며 넘어왔어요. 젊은 나이라 가능했죠.

지금은 30대 중반인데, 이 나이는 커리어에서 어떤 포지션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도박을 할 때? 아니면 기반을 다질 때?
후자요. PD들이 조연출 생활을 하다 보통 7~8년 차에 입봉을 하죠. 지금 9년 차니까 자기 색깔을 낼 때예요.

어느 선까지 올라가고 싶어요?
직책 욕심은 없어요. 그저 감 떨어지면 빨리 알아차리길 바랄 뿐이죠. 후배들 길 막고 싶지 않아요.

누군가 그런 사람이 있었나요?
하하하. 아니에요. PD들끼리 그런 얘기 많이 하거든요. 40세 넘으면 감 떨어지겠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전 구박받는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후배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저 사람 연출 능력은 떨어져도 기획 머리는 살아 있다는 소리 들으면서요.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 기획이 있나요?
그때그때 바뀌는데, 뮤지컬을 접목한 리얼리티는 어떨까 해요. 뉴욕에서 연극을 봤는데, 실제 호텔에서 관객들이 같은 출발선이 아닌 다른 위치에서 출발해 각자 다른 결론을 얻는 내용이에요. 신선했어요.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이 같은 프로를 보고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른 결론을 도출하는 건 어떨까 싶어요.

역시 아이디어는 낯선 환경에서 나오네요.
맞아요. 그래서 여행을 가야 해요.

톱 제인송. 팬츠 노앙. 베스트, 슈즈, 팔찌 모두 자라(Zara). 반지는 H&M.

‘썰전’의 김수아 PD
1979년생.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2002년에 졸업하고, 그해 KBS에 입사했다. <해피투게더>, <상상플러스> 등을 연출하다가 2011년 JTBC로 이직해 현재 <썰전>을 이끌고 있다.

슈퍼맘 PD라죠.
가족들이 엄청 도와줘요. 남편이 드라마 PD라 작품이 끝나면 아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주죠. 아이가 엄마를 찾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젠 “엄마 일해야 돼”라고 분명하게 말해요. 대신 아이와의 약속은 꼭 지키죠.

항상 바쁜가요?
<썰전>이 특이하게 월요일 녹화해서 목요일에 방송을 내보내는 스케줄이에요. 시의성 때문이죠. 월·화·수·목은 정말 타이트하지만, 주말엔 집에서 대본 보고 아이템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에요.

다른 프로도 마찬가지지만, 이슈를 다루는 <썰전>은 기획 회의가 정말 중요하겠네요.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나요?
뭐든 닥치는 대로 읽어요. 그러다 작은 단서라도 발견하면 아이템 회의를 시작하는데, 의외로 “어? 저도 비슷한 거 봤어요”라며 얘기가 확대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책, 잡지, 신문 등을 빼먹지 않고 부지런히 읽죠. 아무리 영상 시대라지만 아직은 활자에 정보가 많은 것 같아요.

정보 수집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지 않나요?
짬나는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하느냐, 뭘 읽느냐의 차이죠.

잡지는 뭘 보나요?
여성 잡지도 보지만, 인테리어 잡지를 좋아해요.

주부의 마음인가요?
네. 원래도 좋아해서 그쪽 관련 프로를 하고 싶었어요. 아침 방송에서 집 고쳐주는 식 말고, 요즘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작은 디테일 같은 걸 다루는 방식으로. 또 하나,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애들이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란 고민이 들어서 그런 프로도 하고 싶어요.

관심사가 실제 프로로 제작된 경우가 많나요?
예능 프로에선 그런 경우가 드물어요. KBS에서 조연출 할 당시에 연예인 토크쇼가 인기 많았어요. 연예인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편집하는 게 관건이었죠. 하지만 대중이 관심 있어 하는 연예인은 한정적이고 그 연예인의 토크 또한 한정적이에요. 차라리 요즘은 연예인보다 자신들한테 더 관심이 많은 거 같아요. 연예인을 볼 때도 그와 자신의 공통분모에 관심을 두고요. 저나 다른 PD들이나 늘 “요즘 사람들은 뭐에 관심 있지?”란 질문을 하는 거 같아요.

정작 본인은 소모되는 거 같지 않나요?
그 생각을 주단위로 하는데, 다음 날이면 회사에 나가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행을 다녀요. 요즘엔 남편과 함께 떠나요. 혼자서는 못하는 걸 할 수 있거든요. 음식을 여러 개 시킨다든가, 늦은 시간에 돌아다닌다든가. 차를 렌트해서 현지인들만 가는 구석진 곳곳을 내비게이션만 찍고 갈 수도 있고요.

최근에 좋았던 여행지는 어딘가요?
아이와 함께 디즈니 크루즈를 탔어요. 마이애미에서 출발해 카리브해를 도는 일정이었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어요. 이 휴가 기간을 빼려고 얼마나 힘들게 일을 몰아서 했는지 몰라요.

일 년에 얼마나 휴가를 낼 수 있어요?
일반 직장인들처럼 일 년에 한 번 정도예요. 길면 1~2주.

여행 가서도 일하죠?
안 그러려고 해요.

하다못해 이메일이라도 확인하죠?
네. 하하.

  • 시의성 있는 이슈를 다루기 위해 애쓰는 <썰전>.

PD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뭔가요?
자기가 만든 걸 대중에게 보여주는 직업이 많지 않잖아요. 반응도 즉각적이고요. 욕도 많이 먹지만 그래서 이런 일이 재미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체력이 달리진 않나요?
몸과 얼굴은 빠른 속도로 늙지만, 마음은 천천히 늙죠. 회사가 젊음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랄까요. 젊고 특이한 발상을 좋아하는 방송국이거든요, 전반적으로 철이 없죠.

KBS와는 다른 JTBC만의 분위기인가요?
그렇죠. 아무래도 조직이 더 작고, 프로그램을 몇 년씩 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내니까요. PD들 연령대도 KBS보다 훨씬 젊어요. 예능 파트에 50여 명의 PD가 있는데, 15년 차 이상이 손에 꼽힐 정도죠.

이직한 이유가 뭐예요?
KBS에 있을 때 6~7명의 선배들 사이에서 막내로 있었어요. 정말 좋아하는 선배들이었죠. 그중 한 분이 JTBC의 예능 제작 총괄을 맡으면서 제게 제안을 했어요. 일한 만큼 평가하는 집단이 되겠다고요.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회사지만 그 지향점을 향해서 가는 중이라고 생각했죠.

이직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해주는 조언이 있나요?
“이직하는 회사에 원하는 바를 명확히 얘기하고 가라!” 두루뭉술하면 절대 안 돼요.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비전에 가까운 회사로 이직하세요. 그게 월급이든 사람이든.

방송국 콘서트를 따라다니는 여학생이었다죠. 방송에 대한 동경이 있어 PD가 된 건가요?
콘서트나 토크쇼를 기획해 보고 싶었어요. 제일 가까이 있는 직업이 뭘까 고민했는데, 공연 기획자보다는 방송국 입사를 택했죠. 그래서 언론정보학과도 지원했고요.

방송국에 입사하고 몇 년 차가 제일 고비였나요?
4~5년 차요. 일은 내가 다 하는 거 같은데 스포트라이트는커녕 바닥에 구르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PD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은 아니지만요. 5년 차가 지나니까 오히려 배울 게 많이 남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스타 PD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매스컴에 드러나는 사람은 극히 일부예요. 얼굴 드러내길 싫어하는 PD들이 훨씬 많죠. 물론 나영석 선배와 김태호 PD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튀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짜 잘해서 알려진 거잖아요. 간혹 PD 준비하는 사람 중에 유명세를 원하는데,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요. 어쨌든 요즘 사람들은 프로 제작자들에게도 관심을 보내더라고요. 이젠 뭐든 이면을 알고 싶어 하는 거 같아요.

혹시 PD로서 좋아하는 연예인도 있나요?
없어요. 하하. 뮤지컬을 많이 보는데, 뮤지컬 배우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직업 중 하나 같아요.

즐겨 보는 예능 프로가 있나요?
요즘엔 <진짜 사나이> 여군 편과 <수요미식회>, <냉장고를 부탁해>가 눈에 띄더라고요. 예능 프로는 한 번은 꼭 보고, 재미있으면 챙겨 보죠. 보통 주 중에는 밤 11시가 넘어야 들어가니까 여유가 없긴 해요.

<썰전>의 게스트를 선정할 때 기준이 있나요?
다른 데서 1인 게스트로 안 부를 거 같은 사람이오. 하하. 톱스타보다는 흥미로운 사람을 선호해요. <썰전>은 틈새를 노리고, 마이너 부분을 건드리고자 하거든요.

  • 재킷 제인송. 티셔츠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목걸이, 반지 모두 H&M.

‘테이스티로드’의 최정하 PD
1979년생.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2006년 졸업하고 영화와 드라마 프로덕션에서 일하다가 2011년에 올리브TV에 입사했다. 현재 <테이스티로드>를 연출하고 있다.

<테이스티로드>에 소개하는 곳 중 협찬은 없나요?
협찬도 청탁도 없어요. 소문이 얼마나 무서운데 그러겠어요. 얼마 전에 닭강정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1등 한 가게에서 제작진한테 편지를 보냈어요. 방송 타는 가게가 협찬인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놀랐다고요.

맛집 선정의 기준은 뭔가요?
맛집 정보가 넘치잖아요. 저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남자들이 데이트 코스로 갈 만한 공간을 담고 싶어요. 그래서 화장실도 꼭 체크해요.

맛집은 어떻게 찾나요?
요즘엔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해요. 맛집 좀 다니는 분들을 팔로우해서 정보를 얻죠. 카드 데이터도 활용해요. 최근 매출 상승률이 높은 집, 재방문율이 높은 집에서 맛집을 찾은 적도 있죠. 제작진끼리 맛집 공유는 기본이고요. 올리브TV가 요리 전문 채널이잖아요. 다들 미식가예요. 얼마 전엔 마케팅 팀장님이 100개나 되는 맛집 리스트를 보내왔어요. 리스트에 오른 곳들은 제작진이 직접 찾아가서 점검해요.

한 회에 자료 조사 차 몇 곳이나 가요?
테마마다 다른데, 맥줏집이라면 10곳 정도 리스트 업해요. 제작진이 아침부터 순회하면서 먹고 격렬하게 의견을 나누죠. 별로다, 맛있다, 화장실이 안 좋다 등등 이러면서.

맛집 선정할 때 제일 고민이 되는 건 뭔가요?
메인 요리는 맛있는데 다른 건 맛없을 때요.

어느 음식 테마가 시청률이 높나요?
디저트요. 요즘 영화나 드라마 보면 디저트로 대리만족을 하는 거 같아요. 굽는 고기도 시청률이 잘 나와요. 빨갛고 매운 음식이 보글보글 끓는 장면도 인기 있죠. 먹방 프로는 비주얼만큼이나 소리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끓는 소리, 튀기는 소리를 한껏 높여줘야죠.

제일 찍기 어려운 음식은 뭔가요?
한식이오. 스테이크나 햄버거처럼 한 접시에 담기는 요리는 찍기 편해요. 우리나라는 반찬수가 많아 한 상에 담아내기 어렵고, 김치찌개나 닭볶음탕처럼 내용물은 다른데 찍어놓으면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식은 조리 과정과 레시피를 강조해서 찍어요. 저 스스로도 진화하는 거 같아요. 1년 내내 방송하니까.

  • ‘먹방’의 여전한 왕좌인 <테이스티 로드>.

시즌 바뀔 때마다 팀도 바뀌지 않나요?
12월 27일에 마지막 방송을 했는데, 1월 17일에 MC도 바뀌고 시즌도 새로 시작했어요.

한 달을 못 쉬었네요.
쉬긴요. 준비했죠.

단 일주일의 휴가도 간 적 없나요?
이 프로를 맡은 뒤론 없어요.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아요. 촬영 차 새로운 곳을 다니는 게 너무 즐겁거든요. 스튜디오에 갇혀 만드는 프로였다면 1년을 못 버텼을 거예요. 취재를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바뀐 MC들은 어때요?
수진이는 개인적으로 만나도 ‘테로’ 방송하는 것처럼 말한다니까요. 리지는 합숙 생활을 오래 해서인지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대요. 덕분에 생각지 못한 질문들을 던지죠. “파스타에 왜 파슬리 가루가 들어가요?” 같은.

제작진들은 어디에서 회식해요?
<테이스티 로드> 팀 말고도 올리브TV의 PD들끼리 식당 가면 너무 창피해요. 불평불만이 장난 아니거든요. 음식이 너무 달다, 메뉴판이 이러면 안 된다 등등. 하지만 다들 바빠서 회식은 회사 앞 고깃집에서 하죠. 하하.

연영과를 나왔는데 어떻게 요리 채널로 왔나요?
프로덕션에서 요리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를 준비했어요. 그때 밋컴(Mipcom)이라는 칸 프로그램 박람회에 갔는데, 요리 콘텐츠를 정말 많이 찾더라고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한 요리 프로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여행 가는 첫날이오. 낯선 곳에서 부딪치는 게 좋아요. 이런 성격이 PD란 직업과 잘 맞는 거 같아요.

셔츠 87mm. 데님 팬츠 에센셜. 슈즈 포에버21. 재킷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4가지쇼’의 이예지 PD
1984년생.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2006년에 졸업하고 2010년 CJ E&M에 입사했다. 3년 만에 초고속으로 메인 PD로 입봉하면서 <4가지쇼>의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고 있다.

왜 Mnet에 입사했나요?
CJ E&M 공채는 채널들을 쫙 돌면서 인턴을 해요. 하지만 1지망은 무조건 Mnet이었죠.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제가 바이올린을 했는데, 현악부 친구가 추천한 우탱 클랜의 노래를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세상에, 이런 음악이 있다니! 당시 중2였는데 그때부터 힙합, R&B를 엄청 들었죠. 대학에 가서는 힙합 동아리에 들고, 일주일에 3일씩 클럽 다니면서 DJ들과 교류하고, 그렇게 리스너라고 자부하며 살았어요.

그러면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지, 왜 PD에 지원했어요?
솔직히 음악은 타고난 뭔가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음악 말고 문학, 영화 등 다른 관심사도 많았고요. 제 20대를 돌아보면 이런 것들을 허겁지겁 폭식한 시기였죠. 하루에 하나라도 새로운 콘텐츠를 얻지 못하면 찝찝했거든요.

그 모두를 종합하는 직업이 PD라고 생각한 건가요?
그렇죠. 좀 비겁하지만 저는 예술과 겹치면서도 안정적인 직업을 바랐죠. 그런데 언론 고시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3년 연속 떨어졌는데, MBC에선 마지막 5명까지 올라가서 떨어졌어요. 차라리 잘된 일이죠. 저는 마니아적인 하위문화를 주류로 가져오고 싶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Mnet과 잘 맞았어요.

회사에서 초고속 메인 PD 입봉이라고요?
엄청 운이 좋았죠. 상무님이 “뭘 맡겨도 네 색깔이 드러날 거 같다. 죽이든 밥이든 뭔가 해낼 것 같아”라며 프로를 만들 기회를 주셨어요. 제가 4년 차였는데, 그때 입봉 못한 선배들도 많았거든요. 엄청 감격스러웠어요.

그때부터 어떤 준비를 했나요?
방송은 예술이 아니라서 PD 마음대로 하면 안 돼요. 대중과 소통하는 창구로 써야 하죠. 저는 당시에 잘못 받아들이고 “나를 표현할 기회가 왔다” 싶었어요. 싸이월드에 썼던 글부터 다 리뷰했죠. 내가 어떤 음악을 들었고,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요.

  • 스타의 민낯을 보여주는 <4가지쇼>.

<4가지쇼>는 이예지란 사람으로부터 나온 건가요?
하하. 아니죠. <엠카운트다운> 하기 전까지 아이돌을 무시했어요. 그런데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보니까 각자의 이야기가 다 있더라고요. 방탄소년단에 랩몬스터란 친구가 있는데, 블로그에 아이돌이라고 무시당한 기분을 담은 가사를 올렸어요. 그거 보고 울었죠. 힙합 아이돌들의 리얼리티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변비처럼 나올 듯 말 듯 하다가 스타 다큐 같은 지금의 형식이 된 거죠.

4가지 시선이란 구성은 어떻게 나왔나요?
<아오이 우유의 4가지 거짓말>이란 드라마를 좋아해요. 4명의 크리에이터가 아오이 우유를 테마로 4가지 이야기를 만든 거죠. 한 사람을 4가지 시선으로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제일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예요?
<재용이의 순결한 19>를 만든 김태은 PD의 책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입봉을 해서 뭐가 방송에 나가도 되는지 몰랐다. 그냥 하다 보니까 새로운 게 나왔다며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저도 처음 메인 PD가 될 땐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아마추어처럼 가자고 결심했죠. 어차피 <4가지쇼>는 뒷얘기를 들려주는 프로잖아요. 출연자에게도 카메라가 없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 하라고 하죠. 아이돌은 누가 시키는 거에 익숙해서 항상 “이렇게 하면 돼요?”라고 물어요. 전 주문하기 싫어요. 다큐잖아요. 이젠 출연자들도 꾸밈없이 행동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줘요. “이거 <4가지쇼>야” 하면서.

이제껏 만난 출연자 중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누군가요?
누구든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사람만의 매력이 있어요. 저는 누구든지 호기심 있게 접근해요. 저 사람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설레면서요.

주인공의 캐스팅 기준은 뭔가요?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연예인 중에서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사람을 리스트 업해요. 그 사람이 다른 매체에 인터뷰한 것도 읽고 자료 조사하는데, 결국 자기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인물 위주로 선택하죠.

PD가 갖춰야 할 자질은 뭘까요?
다른 PD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중요해요. 후배 만나면 “너 뭐 좋아해?”라고 물어봐요. 거기서 딱 답이 나오는 친구들이 잘된다고 생각해요. 자기 알맹이가 확실한 사람이니까요. 물론 PD는 대중과 소통해야 하지만…. 제가 그거에 콤플렉스가 있어요. “네 프로는 너무 마니아스럽고 불친절하다”란 소리를 들었거든요. 하지만 웨스 앤더슨 감독 작품은 확 티가 나잖아요. 저도 이예지 PD만의 색을 드러내고 싶어요. 그래서 아티스트들이 먼저 찾는 PD가 되려는 거죠.

EDITOR : 김나랑
PHOTO : 김도원
HAIR : 신동민
MAKEUP : 장해인
STYLIST : 오주연
ASSISTANT : 심나현

발행 : 2015년 51호

&lt;비정상회담&gt;, &lt;썰전&gt;, &lt;테이스티로드&gt;, &lt;4가지쇼&gt;의 공통점은? 지금껏 공중파에선 시도 못한 새로운 포맷으로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 게다가 예능의 틀을 깬 PD들은 놀랍게도 30대 여성들이다.

Credit Info

2015년 04월 01호

2015년 04월 01호(총권 51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나랑
PHOTO
김도원
HAIR
신동민
MAKEUP
장해인
STYLIST
오주연
ASSISTANT
심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