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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녀’는 할머니다

Granny Power

On March 24, 2015

잇 걸, 파워 블로거, 톱 모델의 자리가 위태롭다. 패션 하우스 광고는 물론이고 컬렉션 런웨이까지 이들이 점령했다.

존 디디온의 뉴욕 자택에서 촬영한 셀린느 2015 봄/여름 광고 캠페인.

셀린느 광고에 ‘뉴 페이스’가 등장했다. 몇 년 동안 브랜드의 얼굴이었던 톱 모델 다리아 워보위를 밀어낸 건 젊고 핫한 모델이 아닌 낯선 할머니였다. 올해 80세인 미국 소설가 존 디디온이 그 주인공. 1960년대 미국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톰 울프가 규정한 뉴 저널리즘의 기수로, 유수한 신문과 잡지에 수많은 기사를 기고한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소설가가 되기 전 미국 <보그> 기자였던 그녀는 1963년 재직 당시 첫 소설 『런 리버』를 출판했고, 1년 뒤 패션계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이사하면서 총 5편의 소설, 8편의 비소설, 1편의 희곡과 5편의 시나리오를 출간했다. 셀린느에서 미국의 지식인을, 무엇보다 모델이 아닌 일반인을 브랜드의 얼굴로 내세운 건 이례적인 일. 많은 사람에게 낯선 존재지만 그녀는 이미 유명한 패션 아이콘이다.

1979년 출간된 에세이 모음집 『화이트 앨범』 중 “심플한 스웨터와 스커트 그리고 스타킹만 있으면 어떤 문화권의 모임에 가도 무난하다. 급하게 취재 또는 여행을 떠날 때 필수적으로 챙기는 아이템들이다”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패킹 리스트’를 공개한 게 큰 화제가 됐다. 자신의 옷장에 항상 붙어 있다는 이 리스트는 모든 여성이 갖춰야 하는 ‘에센셜 리스트’와 다름없다.

  • 1970년대 미국 서부 음악과 스타일 아이콘이었던 조니 미첼.
  • 에디 슬리먼이 조니미첼의 자택에 직접 찾아가 촬영한 생로랑의 2015 봄/여름 시즌 뮤직 프로젝트 캠페인 컷

평소의 옷차림 역시 셀린느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와 흡사하다. 셀린느의 광고 이미지 속 모습과 별반 차이 없는 얇은 스웨터와 커다란 아우터 그리고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로 자신의 가녀린 얼굴과 몸을 가리는 게 존 디디온의 시그너처 스타일. 패션 브랜드 모델의 평균 연령대를 높인 건 그녀만이 아니다.

2015년 봄/여름 생로랑의 뮤직 프로젝트 뮤즈인 조니 미첼 역시 올해 71세다. 생로랑의 에디 슬리먼은 1970년대 포크 록의 아이콘인 조니 미첼에게 특별 제작한 히피 스타일의 톱과 페도라를 입혀 렌즈 앞에 세웠다. 캘리포니아 문화 그리고 음악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에디 슬리먼이 그녀를 뮤직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세우는 건 당연한 수순인 듯.

  • 평소 옷차림 그대로 케이트 스페이드 광고에 등장한 이리스 아펠.

패셔너블한 할머니 얘기를 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리스 아펠도 이번 시즌 톱 모델 칼리 클로스와 함께 케이트 스페이드의 모델로 발탁됐다. ‘할머니 열풍’은 광고 캠페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 안토니오 마라스의 2015 가을/겨울 컬렉션 피날레를 장식한 베네데타 바르지니.
  • 베네데타 바르지니는 평소 패션쇼는 물론이고 작은 프레젠테이션에도 참석하는 ‘패피’다.

지난 2월, 2015 가을/겨울 밀라노 패션위크 중 안토니오 마라스 쇼 피날레에 71살의 베네데타 바르지니가 40여 년의 공백을 깨고 모델로 나타난 것. 그녀는 이탈리아의 톱 모델이자 배우이고 사회 운동가이며 교수다. 안토니오 마라스는 백스테이지에서 “살아 있는 패션계 전설이자 나의 소중한 친구인 베네데타에게 이 컬렉션을 바친다”라고 덧붙였다.

젊고 아름답고 깡마른 슈퍼모델을 내세우기 바빴던 패션쇼와 광고에 약속이라도 한 듯 할머니들이 대거 등장한 이유는 뭘까?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진하고 몸매나 비율도 모델보다 못한 게 사실이지만, 이들만큼 진실되게 브랜드 정신을 표현할 수 있는 모델이 없음을 깨달은 거다. 십수 년 노력 끝에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 자리에 선, 한 시대를 대변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미의 아이콘이 아닐까?

EDITOR : 김민지
PHOTO : Getty Images, Splashnews/Topic, Imaxtree, ⓒCe′line, Kate Spade, Saint Laurent

발행 : 2015년 51호

잇 걸, 파워 블로거, 톱 모델의 자리가 위태롭다. 패션 하우스 광고는 물론이고 컬렉션 런웨이까지 이들이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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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01호

2015년 04월 01호(총권 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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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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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Splashnews/Topic, Imaxtree, ⓒCe′line, Kate Spade, Saint Laur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