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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감독 이철호가 해부한 <풍들소>의 공간

‘풍문으로 들었소’의 그 집에 가다

On March 23, 2015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 나오는 재벌가의 한옥이 화제다. 이철호 미술감독이 말하는, 가풍에 목매달지만 위선적인 상류층의 공간 해부.

남양주 화도읍의 시골 마을. 논밭을 끼고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들소>)의 세트장이 자리한다. 총 2640㎡(800여 평)에 660~990㎡(200~300평)의 가건물 3동으로 이루어진 규모도 놀랍지만, 기존 드라마에서 보여준 상류층의 집과는 차별화된다는 점에서 한정호(유준상)의 집이 화제에 올랐다.

그 줄기는 한옥을 품은 집. 이철호 미술감독의 아이디어다. <풍들소> 이전부터 안판석 감독과 <세계의 끝>, <밀회>를 함께해 왔으며, 작년에만 15개의 드라마 세트를 담당한 가장 바쁜 미술감독이다.

“한정호는 벼락부자가 아닌 대대손손 부와 권력을 쥔 가문의 자손이죠. 그 프라이드가 대단하고, 또 과시하고 싶은 주인공을 어떤 공간에 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선조가 살았던 한옥을 새 집에 들여놓는다는 설정이 어떨까 싶었죠. <풍들소>의 정성주 작가에게 제안하자 흔쾌히 동의했어요.”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로 그런 집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개념을 드라마 세트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한옥을 품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천고가 높아졌고, 한옥의 마당에 부엌과 거실이 자리하는 구조가 나오기까지 꽤 걸렸다.

“한옥 지붕은 진짜 기와를 올리고, 서까래도 목재로 만들었어요. 방송에서는 플라스틱을 많이 쓰는데, 무게감을 주고 싶었죠.”

또 하나의 화제는 조명. 드라마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어두운 브라운 계통의 조명을 썼다.

“<밀회> 때도 어둡다는 말이 나왔는데, 더 어두워졌죠. 안판석 감독은 아무 이유가 없는 세트, 장식, 소품, 앵글을 싫어해요. 예를 들어 사람은 움직이지 않고 풍경만 멋지게 잡는 신들은 찾아볼 수가 없죠. 이번의 어두운 조명도 블랙 코미디라는 성격을 반영한 것이에요.”

  • 자세히 보면 등이 제각각이다. 현대적인 등으로 믹스 매치를 시도했다.

<풍들소>의 미술팀 인원은 총 4명으로, 이들이 세트 제작팀과 소품팀에게 콘셉트를 전달하고 발주한다. 다른 드라마와 비슷하게 준비 기간은 한 달 반 정도로 빠듯했다. 제작 비용은 약 8억여 원.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3~4억가량이 많다.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건데, 인건비와 세트 제작 비용을 포함한 금액이니 여유롭진 않았다.

“예산 때문에 일부 소품은 상위 1%라면 쓰지 않을 브랜드의 가구들이지만 조명과 촬영으로 극복하고 있어요. 고미술품은 답십리 고미술 거리나 인사동에서 사거나 대여하고, 조명도 고급스러워 보이게 직접 리모델링해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세트죠.”

그래서 그의 꿈은 드라마 세트가 디즈니랜드같이 테마 파크화되는 거라고.
“드라마 미술에 돈이 돌아야 앞으로 투자가 많아질 테니까요.”

  • 발행 : 2015년 51호
  • 내추럴한 살구 빛 메이크업으로 오히려 섹시함을 더한 아카데미 어워즈의 기기 하디드.

“안판석 감독이 좋아했던 세트예요. 뒷거래나 비하인드 회담이 이뤄지는 프라이빗 클럽이죠. 사방에 거울과 유리를 설치했어요. 내면의 숨겨진 야욕을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죠. 거울과 유리는 입체적으로 제작해 사물이 정직하게 비치지 않고 여러 면이 굴곡돼 보이게 했어요. 이것 역시 복잡한 심리 상태를 묘사하기 위한 장치예요. 이래야 촬영할 때 카메라도 비치지 않고요. 안 감독은 드라마 내용을 앵글로 가시화하고 변주할 수 있는 세트를 선호하죠. 사실 로펌에 다니는 친구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실제 자기들만의 클럽은 없다더군요. 고민한 결과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고급 클럽이라면 오히려 술집 분위기가 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쪽 벽면을 명화로 채웠죠. 제가 서양화를 전공했거든요. ‘총독의 집’이라는 명화인데, 캐릭터가 더 분명하고 톤이 센 그림으로 바꾸려고요.”

  • 서재에 법률 서적이 가득 꽂힌 책장은 본래 한옥에 없잖아요. 전통을 고수하지만 자기 편한 대로 조금씩 고쳐 살아왔다는 설정을 보여주는 거죠. 여기저기 양식 문과 전등도 그런 의미고요. 창호지를 바른 듯한 문도 실제론 유리예요. 요즘 한옥은 난방 때문에라도 이걸 많이 쓰거든요. 세트팀에선 무겁다고 불만이지만요.

EDITOR : 김나랑
PHOTO : 이윤화, SBS

발행 : 2015년 51호

SBS &lt;풍문으로 들었소&gt;에 나오는 재벌가의 한옥이 화제다. 이철호 미술감독이 말하는, 가풍에 목매달지만 위선적인 상류층의 공간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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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01호

2015년 04월 01호(총권 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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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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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