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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호 EDITOR'S LETTER

On November 05, 2014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EDITOR IN CHIEF 안성현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심장이 화끈하고 위장마저 뜨끔한 말이다. 드라마 <미생>이 인기인 건 아귀다툼이 창궐하는 직장 생활을 신랄하고 생생하게 표현한 대사들 때문이다. 23년 차 직장인인 내게 후배들은 묻는다, 그것도 자주. 어떻게 이 지긋지긋한 생활을 견뎠는지, 위기를 극복한 노하우는 뭔지, 조직 생활의 필살기가 있는지…. 이런 질문이 쇄도하는 걸로 보아 ‘회사라는 곳’을 오래 다닌 것만으로도 노하우깨나 있어 보이는 게다. 언젠가 대리급 사원들이 모인 곳에 갔다가 또 그런 질문을 받았다.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한 비결은 뭔지. 하… 이런 질문은 마치 방한한 할리우드 배우에게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묻는 것처럼 일상적이다. 하지만 후배들은 진지하다. 왜냐고? 정말 힘들어 죽겠거든. 앞이 안 보이는 싸움인데 이걸 수십 년 계속한다고 생각하니까 갑갑해 미치겠고, 주위를 돌아보면 불합리한 것 천지거든. 나는 대답했다. “딴생각하면서 다닙니다.” 일 말고 딴생각. 크크. 퇴근 후에 뭘 할까? 주말엔 뭘 할까? 휴가 가선 뭘 할까? 만약 회사를 관두면 뭘 할까? 늙어서는 뭘 할까? 아이러니컬하게도 24시간 내내 일만 생각한다면 회사에 충성할 수 없다. 부모님 병수발 들던 천하에 둘도 없는 효부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처럼, 1초의 빈틈도 없이 일에 몰입하면 어느 날 그 끈을 놓아버리게 된다. 몰입하되 몰입하지 않는 것! 이 팽팽한 긴장감이 장기전에 돌입해야 하는 직장인에겐 빛이 된다. 이거 생각보다 엄청 어렵다. 이게 늘 위대한 워킹 멘토들이 부르짖었던 ‘즐기면서 일하라’와 같은 말 아닌가. 현대카드 정태영 회장의 인터뷰 중 이런 맥락의 이야기가 있었다. 사적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들은 음악이 현대카드 작업에 영감이 된다. 일과 상관없다고 생각한 게 일과 연관되는 거. 딴생각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뇌에 맑은 공기가 계속 주입될 수 있도록 틈틈이 딴생각을 하는 게 장기전에 돌입하는 자세다. 이런 태도는 여자 사람, 직장인에게 더더욱 중요하다. 여자들의 직장 생활 필살기는 단 하나다. 무조건 ‘실력’이다. 남녀의 물질적 속성이 달라서 대체적으로 여자들은 인맥 관리나 여유 갖기에 야박하다. 그래서 실력에 과하게 집착하다 보니 ‘활활 버닝’! 이 자체 발화가 화를 부른다. 몸은 병들고 지쳐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타오르다 보면 종종(아주 자주) ‘성질이 지랄 맞다, 융통성 없이 꽉 막혔다’는 소릴 듣게 된다. 그래서 여자 후배들에게 더 자주 얘기한다. ‘일만’ 열심히 하지 말고 ‘일도’ 열심히 하라고. ‘회사는 전쟁터다. 그런데 밖은 지옥이다. 밀어낼 때까지 회사를 그만두지 말라’는 <미생>의 대사는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전쟁터에서 총알받이를 하고 사는 게 워킹 우먼의 주어진 팔자라면 이렇게 딴생각 좀 하자고. ‘총알 맞으면 좀 어때. 죽으면 좀 어때. 난 딴 데서 부활할 거야.’

P.S 상사가 죽일 듯 나를 박살 낼 때, 상사가 꼴통 같은 소리만 지껄일 때. 잠깐 딴생각하시길. 굿 럭, 에브리바디!

EDITOR IN CHIEF : 안성현

발행 : 2014년 42호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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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2호

2014년 11월 02호(총권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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