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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와 김산호. 우리가 둘에 대해 아는 건 배우라는 사실. 모르는 건 둘이 캠퍼와 서퍼인 동시에 캠핑 숍 오너라는 점이다.

도심에서 노는 거, 이제 지겹잖아요

On October 31, 2014

“솔직히 도심에서 노는 거, 이제 지겹잖아요. ‘핫’하다는 플레이스 찾아다니는 것도 지겹고.” 허세에 찌든 힙스터가 뱉은 말이 아니다. 스냅백을 뒤로 쓰고 수염 자국이 거뭇한 채로 텐트를 치는 이 남자들은 이기우와 김산호. 우리가 둘에 대해 아는 건 배우라는 점, 모르는 건 캠퍼와 서퍼인 동시에 캠핑 숍 오너라는 사실이다. 1인 3역을 소화하느라 바쁜 두 훈남의 속사정을 김산호가 털어놨다.

‘미드나잇 피크닉’(이하 미픽)은 캠핑과 서핑을 너무 좋아해서 기우와 내가 우당탕 차린 캠핑 숍이다. 매일 가게를 오픈하고 판매하는 일은 직원 1명이 하고 있지만, 그 외의 것은 모두 우리가 직접 한다. 수입할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부터 유통하고 마케팅까지(SNS 관리도 페북은 기우가, 인스타그램은 내가 직접 한다).

낮 12시나 1시쯤 가게에 나가 문을 닫는 8시까지 우리는 거의 ‘미픽’에 있다. 물론 작품에 들어갈 땐 예외다. 기우도 나도 본업은 연기자이기 때문에 1순위는 무조건 본업에 두고 작품을 게을리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누군가 작품을 준비 중일 땐 덜 바쁜 사람이 가게를 지킨다. 요즘은 내가 뮤지컬 <그날들>로 연습 중이니, 지금 ‘미픽’에 가면 기우가 있을 것이다.

브랜드를 선택할 때는 우리만의 기준이 있다. 우선 대량 유통이 돼서 이미 다수의 사람이 애용하고 있는 브랜드는 탈락.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고 캠핑과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힙’한 브랜드를 선택한다. 최근 수입하기 시작한 ‘뱅스’라는 브랜드도 그중 하나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이 분야에서 가장 트렌디한 숍으로 자리매김해 서핑과 캠핑이 더 좋은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바람이기 때문이다. 상품 제작에도 욕심이 있다.


얼마 전에는 둘이 좋아하는 색깔로 캠핑용과 서핑용 스냅백을 각각 만들기도 했다. 특히 서핑 캡은 ‘미픽’ 1주년을 기념해 우리가 태어난 연도에 맞춰 81개만 한정 제작했다. 아직 창고에 스무 개 정도가 남은 게 함정. 디자인은 기우 담당이다. 손재주가 많아 직접 디자인한 후 지인들의 포토샵 기술과 수정을 거쳐 제작에 들어간다.

우리가 사업하는 사람으로 조금 독특한 점이 있다면 수익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 정확히 말하면 2년간 그렇게 하기로 했다. 사업 초기 단계이고 새로 수입하는 브랜드도 계속 생기다 보니, 2년 동안은 발생하는 수익을 모두 재투자하기로 했다. 대신 우리는 가지고 싶은 장비를 갖는다. 수입할 때 갖고 싶은 걸 따로 체크하는데, 혹 둘이 같은 품목을 고르면 다른 색깔로 사이좋게 나눠 갖는다.

이기우만 알고 싶은 캠핑 스폿
덕산기 계곡

“물이 진짜 깨끗하더라고요. 운 좋게 비 온 다음 날 가서 물이 많았는데, 수영하고 나와도 찜찜하지 않을 정도였어요. 물론 캠퍼들은 다 아는데 일반인들은 아마 모를 거예요, 한국에 이런 장소가 있는지. 사실 캠퍼 입장에서 이런 곳은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이 많아지면 훼손이 되니까. 친한 사람들과 꼭 같이 가는 곳이 여기예요.”

동업을 하면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고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 기우와 나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 그래서 오히려 테트리스처럼 보완이 된다. 기우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빠릿빠릿하게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고, 나는 세부적인 사항을 정리하며 보완하는 스타일이다.

사실 연기밖에 모르던 둘이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한 데서 오는 어려움이 많았다. 사업하는 지인들에게 전화만 하다가 하루가 간 날도 부지기수다. 이 바닥에선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들, 예를 들면 세금 영수증을 끊을 땐 부가세도 함께 더해서 끊어야 된다는 것(실제로 몇 달 동안 부가세 없이 영수증을 끊다가 어느 양심 있는 업체의 사장님이 언급해 줘서 그때부터 부가세를 붙이기 시작했다), 세콤 가격이 얼마(까지 내릴 수 있는)인지 등.

한 번은 독일의 유서 깊은 브랜드에서 너무 예쁜 나무 썰매를 봐 수입을 결정했다. 부피가 커서 배로 물건을 받았는데, 한국에 도착한 날짜가 크리스마스를 훌쩍 넘기고 나서였다. 문제는 독일만큼 한국엔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 결국 그 썰매는 창고로 직행, 아직까지 그대로 그곳에 있다. 덕분에 겨울 상품을 선박으로 주문하려면 여름쯤 해야 한다는 점, 예쁘다고 무작정 수입을 결정하는 건 도박이라는 점도 알았다. 확실히 안 해본 일이라 많이 힘들었지만, 모르는 분야를 계속 연구하며 이뤄가는 성취감은 연기에서 얻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김산호만 알고 싶은 캠핑 스폿
울진 T131 캠프

“여기는 너무 산골짜기라 사람들이 들어가기도 힘든, 마니아 위주의 캠핑장이에요. 겨울에 눈 많이 오면 아예 들어가지 못해요. 정말 큰 나무가 많은데, 금강송 최대 군락지거든요. 캠핑장이지만 손 본 곳 없이 거의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요. 전쟁 때도 피해를 많이 안 입었대요. 입산하려면 미리 신청해야 하고, 하루에 100명만 들어갈 수 있어요.”

얼마 전 양양에서 연 ‘미드나잇 피크닉 서핑·캠핑’은 작년에 이어 ‘미픽’에서 두 번째로 개최한 행사다. 처음엔 캠핑과 서핑 경험은 없지만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30명 정도 모아 관심을 갖도록 도와주고, 나중에 우리 숍의 손님이 되도록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적자가 300만원 정도 났던 것만 빼면 재밌었다. 뭐, 다 경험이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회비를 조금 더 걷었다.

우선은 바닷가에 왔으니 회를 먹으면 좋을 것 같아 첫 식사로 회를 준비했는데, 너무 춥기도 한 데다 테이블에 회만 달랑 있으니까 좀 없어 보였다. 지난번보다 더 많은 인원인 50여 명을 통솔하는 것도 힘들었고.


하지만 어떻게 해야 더 잘될지 감을 잡았으니, 내년에는 이것보다 더 크게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깝게는 스노타이어를 주제로 산에서 하는 스노 캠핑을 올겨울에 맞춰 준비 중이다. 행사와 관련된 아이디어도 기우와 내가 함께 생각날 때마다 나누는 편이다. 이 와중에 캠핑은 언제 가냐고? 이번 주말 기우는 만리포에 간다. 목요일에 출발해서 큰 캠핑 페스티벌에까지 참가하고 오는 일정. 나는 뮤지컬이 끝나고 떠날 캠핑만 기대하고 있다. 지금 내 머릿속은 60%가 뮤지컬, 나머지 40%가 미픽이다.
물론 작품에 들어간 상태가 아니라면, 90% 이상이 ‘미픽’과 ‘캠핑 & 서핑’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죽도 해변에서 만난 이기우, 김산호
50명의 캠핑 초보자들과 함께 양양으로 떠난 훈남들의 가을 캠핑에 <그라치아>도 함께했다.


캠퍼들마다 캠핑 스타일이 다르다고 들었어요. 차분하게 칠링을 하는 유형, 식도락 유형 등등. 두 사람은 어떤 스타일이에요?
이기우(이하 이)
하나만 추구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혼자 쉬고 싶을 때는 각자 혼자 가고, 캠핑 장비가 없는데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모아서 데려가 재밌게 놀아주죠. 소수 정예로 갈 때는 우리들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산 캠핑과 바다 캠핑, 각각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산은 일단 공기가 완전 다르고 뭐랄까, 훨씬 고요해요. 그 고요함 자체가 배경음악이 돼서 음악도 필요 없죠. 그에 비해 바다는 파도 소리가 항상 있고, 바람도 훨씬 많은 편이에요.

여럿이 시끌벅적하게 오기엔 바다가 좋고, 혼자 떠나기엔 산이 좋겠네요.
네. 산은 조금만 소란을 피워도 진짜 시끄러워요. 그게 산짐승들한테는 안 좋대요.

가장 좋았던 캠핑이 있다면?
한백산 정상에서 캠핑했는데 바람이 너무 심했어요. 텐트가 날아갈 정도여서 잠을 한숨도 못 잤거든요. 그런데 지나고 나니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김산호(이하 김) 저도 같이 갔었거든요. 같이 숍을 하니까 쉬는 날도 같아요(웃음). 저도 그곳이 좋았어요. 그리고 캠핑장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울진 산골짜기에 있는 T131이라는 캠핑장은 굉장히 힐링이 되는 곳이에요. 산 속 깊은 곳이라 사람도 많이 안 오고, 산책로가 정말 끝내줘요.

캠핑할 때 ‘꼭 있어야 한다’는 물건은 뭐예요?
리액터. 악천후에도 방해받지 않고 물을 빨리 끓일 수 있는 도구예요. 좋은 버너?
저희는 일회용을 안 쓰니까 개인 수저와 컵. 캠핑도 일회용을 쓰지 말자는 모토예요.

  • 회와 맥주로 어색함을 푸는 자리. 가을밤은 깊어만 간다.

캠핑하면서 환경에도 관심을 갖게 된 건가요?
좋은 환경에서 캠핑을 하다 보니까 이런 곳은 더 보존시키고 훼손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환경 보호에 대한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뀌었어요. 저희 숍의 모토도 ‘일회용 쓰지 말고 환경오염 없는 캠핑을 하자’고요.

서핑에는 어떻게 빠지게 된 거예요?
아는 형이 양양에서 서핑을 했어요. 전부터 저도 서핑에 대한 로망이 있었거든요. 남자들은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외화를 보면 서핑하는 친구들 멋있잖아요, 굉장히 자유분방해 보이고.

제 주위에 운동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서핑에 빠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중독성이 엄청 심해요. 해보면 알 거예요. ‘이래서 사람들이 세 시간 동안 운전하고 와서 1박 2일 내내 서핑하고 가는구나’ 하고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매력적인 건 서핑은 근력 운동 같은 게 아니라는 거예요. 파도를 계속 몸으로 이해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파도를 잡게 되는, ‘감각’을 키워야 하는 스포츠거든요. 자주 와서 바닷물 적시는 사람이 분명 빨리 일어서고 잘 타요.

서핑 실력은 어느 정도예요?
비기너예요. 그래서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아니까 더 그 사람들 위주로 행사를 진행하려고 해요. 내가 먼저 앞서 가서 이 사람들을 끌어주는 게 아니고 우리도 같이 배우는 입장에서 같이 즐기려고.

그런데 왜 항상 캠핑과 서핑은 패키지처럼 함께하죠?
따로따로 해도 상관은 없지만 자연 속에 있다는 맥락은 똑같잖아요. 그래서 서핑하다가 캠핑을 많이 하고, 캠핑하는 사람들이 서핑으로 많이 빠지더라고요. 서핑은 자연을 동력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스포츠고, 캠핑도 자연 안에 있는 것이라 같이 접하기 쉬운 듯해요.


상남자들의 서핑·캠핑 어드바이스

  • 50명의 선남선녀를 첫 대면한 자리, 행사를 주최한 이기우가 건배 제의를 한다.

“기초적인 교육은 반드시 받으세요”
한두 번 타본 친구가 가르쳐주는 것과 전문 강사한테 배우는 것은 많이 다르거든요. 반드시 전문 서핑 강사에게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바닷물에 들어가길 권합니다.

“욕심을 버리세요”
서핑은 무조건 물에 오래, 많이 들어가 있는 사람이 잘 타는 스포츠예요. 내가 아무리 운동 신경이 좋다고 해도 단기간에 확 느는 스포츠는 절대 아니죠. 몸으로 파도를 이해해야 하는 감각적인 운동이거든요.

“장비? 굳이 살 필요 없어요”
한국 사회에서는 일단 장비부터 잘 갖추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요. 초보자라면 자기 보드나 좋은 캠핑 장비 같은 거 다 필요 없어요. 그냥 렌탈해도 괜찮거든요. 중요한 건 자연을 얼마나 제대로 느끼고 즐기느냐 하는 거죠.

EDITOR : 김소영
PHOTO : 한용

발행 : 2014년 41호

“솔직히 도심에서 노는 거, 이제 지겹잖아요. ‘핫’하다는 플레이스 찾아다니는 것도 지겹고.” 허세에 찌든 힙스터가 뱉은 말이 아니다. 스냅백을 뒤로 쓰고 수염 자국이 거뭇한 채로 텐트를 치는 이 남자들은 이기우와 김산호. 우리가 둘에 대해 아는 건 배우라는 점, 모르는 건 캠퍼와 서퍼인 동시에 캠핑 숍 오너라는 사실이다. 1인 3역을 소화하느라 바쁜 두 훈남의 속사정을 김산호가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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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1호

2014년 11월 01호(총권 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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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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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