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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서 해동된 박준형이 2014년 예능 대세로 떠올랐다.

냉동 인간 박준형, 바뀐 건 여러분이에요

On October 22, 2014

그는 방송에서 보이듯 철없는 40대가 아니다. 어눌한 말투에 가려졌을 뿐 가치관이 뚜렷한 남자다.내일모레면 큰애가 중학교에 들어가게 생겼다.1990년대에서 2014년으로 해동된 박준형이 예능 블루칩으로 떴다. 실제의 그는 행복 전도사에 가깝다.

코트, 팬츠 모두 오디너리피플. 터틀넥 뮌. 슈즈 조르지오 아르마니.

박준형이 왜 예능에서 인기일까요?
솔직히 난 1990년대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30대 초반에 데뷔했는데, 그 나이면 사람의 캐릭터가 이미 굳을 때죠. 10년이 흘렀다고 크게 변하는 건 없어요. 오히려 대중의 취향이 많이 개방된 것 같아요. 감사하지만 이마저도 유행이겠죠. 다음에는 진지한 사람이 인기일 수 있고.

진짜 하나도 안 변했어요?
책임감은 생겼죠. 나보고 철없다고 하지만 책임질 건 책임져요. 어른인 척 뻣뻣하게 구는 게 책임감은 아니잖아요? 언젠가 죽을 텐데 이왕이면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 싶고, 옆에 있는 사람도 즐겁게 해주고 싶어요. 나이 들었다고 노랗게 물들이면 안 된다는 법칙이 어디 있어요. 인생에 틀을 잡아놓으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당신은 어떤 사람이에요?
자신감이 ‘만빵’이에요. 성격도 좋아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요.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미남형은 아니잖아요. 우리 아빠도 나한테 넌 잘생기지 않았지만, 멋있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연애 스타일은 어때요?
누굴 만나든 난 그냥 나예요. 코 풀고 싶으면 푸는 식으로 계속 벌거벗은 모습을 보여줘요. 그게 싫으면 이 사람과 난 안 되는 거예요. 상대를 위해서 100% 변할 순 없잖아요. 그러면 박준형이 아니잖아요.

사람은 절대 안 변할까요?
내가 늘 하는 얘기가 있어요. ‘Your Heart Never Changes.’ 마음은 안 변해요. 하지만 머리는 좀 변해요. 넘어지면 아프다는 걸 알게 되니까 겁이 나고, 점점 계산적으로 되죠. 나이 들수록 마음이 원하는 일을 머리로 눌러버려요. 이 나이에 이런 옷은 안 돼,
이 장난감을 왜 사, 다치면 어쩌려고 서핑을 왜 해.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데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되, 머리로 배운 걸 내비게이션 삼아야죠. 예전엔 서핑을 겁도 없이 했어요. 파도가 크든 말든. 이젠 그러다 다치면 내가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 알잖아요. 그래서 마음이 시키는 서핑을 머리로 조심하면서 하는 거죠.

god 동생들도 머리가 좀 컸나요?
당연하죠. 동생들을 10대 때부터, 데니는 사촌이라 1살 때부터 봤어요. 걔네들 변하는 거 다 지켜봤죠. 어릴 적엔 자유분방했는데, 형인 내가 혼낼까 봐 숨어서 자기들 할 거 다 했어요. 30대 되니까 어른이 다 된 것처럼 행동해요. 난그들보다 늘 다음 단계에 있으니까 다 보이죠(웃음). 예전엔 나도 세상을 다 아는 줄 알았는데, 결국 엄마 말이 맞더라고요. 35세까진 4층 건물에서 뛰어내려도 안 죽는 줄 알았어요.

뛰어내렸어요?
2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렸죠. 지붕 위에서 스케이트보드도 타고. 그러다 2003년에 무대에서 뛰어내리다 무릎이 나갔어요.
의사도 포기했는데 스스로 재활했어요. 풀장에서 계속 발차기하고…. 8개월 뒤에 갔더니 의사가 놀라더라고요. 십자인대가 조금 붙었다는 거예요.

마음의 병을 앓은 적 있어요?
2008년 말에 미국에서 영화 찍다가 허리를 다쳤어요. 디스크라서 왼쪽 다리에 마비까지 왔죠. 의사가 3가지 중에 선택하래요.
고통을 잊게 해주는 주사, 유연성이 없어지는 수술, 오랜 시간 고통을 참아야 하는 스트레칭. 전 3번째를 선택했고, 3년 걸렸어요. 처음 1년 반 동안은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어요.

우울증을 겪은 이유는 뭐예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나도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싶어서요. 스케이트보드와 서핑을 하면서 극복했어요. 의사가 보통 사람이면 못 견딜 고통이라는데, 안 아프다고 생각하니까 뇌에서 정말 안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서 견뎌냈죠.

정신력이 ‘짱’이네요.
한겨울에 샤워할 때도 마지막 30초는 차가운 물로 해요. 그래야 심장과 몸을 컨트롤하는 기분이 들어서요. god의 공연 연습이 끝나면 애들은 집에 가고, 난 자전거 타러 가요. 영동대교에서 신사사거리를 5번 왕복하고, 학동사거리에서 논현동 언덕길을 또 5번 왕복해요. 그러고는 새벽 2시쯤 헬스장에 운동하러 가요.

그렇게까지 운동하는 이유는 뭔가요?
공연 중에 까무러치면 어떡해요. 조명과 사람들 열기에 그럴 수 있거든요. 공연 현장보다 더한 고통을 몸에 줘야 해요.
사람들이 내 체력을 걱정하는데, 걱정 마세요. 그냥 조금 더울 뿐, 힘들지 않거든요.

동생들보다 체력이 좋나요?
태우보단 좋은 거 같아요. 나이 들어도 이렇게 노력하고, 마인드 컨트롤까지 하니 문제없어요.

늙는 거 걱정 안 해요?
걱정 안 해요. 하고 싶은 거 하고 사고 싶은 거 사는데, 거기에서 나오는 엔도르핀이 대단하죠. 그렇게 살면 돼요.

예능 대본을 안 본다죠?
전혀요. 오늘도 호스트 회의를 하는데, 가나마나예요. 콩트만 준비하지 나머지는 안 볼 거예요. 가수로서 앨범 만들 때는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엄청 준비하고, 좋아할지 말지 설레잖아요. 그런데 예능은 리얼로 하는 게 좋아요. 대본을 주면 거기에 맞춰져서 별로예요. 예전에 했던 도 리얼이어서 잘된 거예요.

지금 촬영 중인 <룸메이트>도 100% 리얼이에요?
제작진한테도 대본 없이 할 거라고 말했어요. 12명이 모여 살면서 나오는 해프닝이 재밌는 건데, 주제를 주고 꾸미면 별로잖아요. 내 전공인 그림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디어를 많이 변형할수록 원래의 것에서 멀어지게 돼요. god의 앨범 작업은 과정이 참 복잡했을 텐데요. 태우가 형은 아직도 옛날 음악 듣는다고 뭐라고 해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동생들이 음악을 가져오면 내가 고칠 걸 짚어줘요. 동생들이 결국엔 내 말이 맞대요. 요즘 음악은 옛날 사람들이 만든 걸 조금씩 바꿔서 조립하는 거지, 더 이상 새로운 게 없어요. 요즘 뜨는 일렉트로닉 음악도 보면 복고 요소가 있어요. 패션도 죄다 복고풍이잖아요. 새로운 옷이 없어요. 1960년대, 1980년대, 1990년대의 것을 짬뽕시킨 거죠. 디자인이나 음악이나 패션이나 사람의 생각에는 한계가 있어요. 과거를 계속 재탄생시키는 거죠. 그래서 음악도 옛날 것만 들어요. 본질은 거기 있으니까.


재킷, 베스트, 셔츠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어떤 장르의 옛날 음악을 듣나요?
클래식 록을 굉장히 좋아해요. 댄스 음악도 1990년대 것까진 좋아요. 우리나라 음악도 1980~90년대 노래들이 좋고요. 우리나라는 슬픈 역사를 갖고 있어요. 스페인이나 멕시코도 마찬가지라, 나라마다 박자나 악기가 달라도 멜로디는 통해요. 댄스 음악이라도 뭔가 슬프고 우울하죠.

복고패션을 여전히 좋아하나요?
내 1980년대 사진 보여줄까요? 지금이랑 똑같아요. 오늘 입고 온 것처럼 니삭스에 반바지 차림이네요. 팬들이 긴 양말 신지 말라고 하지만, 뭐 어때요. 이게 내 스타일인데.

옷은 어디서 사요?
금발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금발이 싫었는데 동생들이 god 완전체로 12년 만에 모이는 거니 그 당시 모습대로 나와야 한다고 해서요. 난 원래 외모에 신경 안 써요(이날 박준형은 메이크업을 처음엔 거부했다).

신경 안 써도 몸매가 좋아서 그런지 스타일이 사는 것 같아요.
몸은 타고났어요. 13살 때부터 배에 ‘왕’자가 있었죠.
그리고 서핑이랑 스케이트보드도 꾸준히 하니까.

서핑은 전문가 수준이겠네요.
대학교 때 엄마 몰래 무지 탔어요. 서핑보드를 친구네 숨겨놓고, 학교 끝나면 매일 탔죠. 고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까지 패션 브랜드에서 스폰서도 받았고요. 브랜드 이름은 비밀이지만.

그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에도 참여했죠?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거든요. 서핑 가게에서 매니저로 일할 때, 서핑보드에 그림을 그렸죠.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욕심은 없나요?
사실 그래픽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림 그리는 걸 더 좋아했죠. 그런데 돈을 못 벌 거 같아서 디자인 쪽으로 갔어요. 일러스트에도 관심 있었는데, 또 돈이 안 될 거 같아 바이오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 의사들이수술하기 전에 보는 인체 그림 그리는 게 있어요. 그 전공을 들었는데 의사처럼 인체 해부학도 공부해야 하고 너무 힘들었죠. 그런데 월급은 의사의 4분의 1도 못 받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그래픽 디자인으로 돌아섰죠.

요즘 연예인들이 파인 아트 많이 하는데, 생각 없어요?
god의 아트 디렉션을 제가 맡고 있어요. 앨범 재킷이나 공연 포스터를 제가 디자인하죠.

god 말고 개인 작업은요?
하고 싶어요. 계상이가 형보다 못 그리는 사람도 이름 걸고 몇 천만원씩 그림 판다고, 형은 기술도 있으니까 해보래요.
전 인지도 이용해서 그림 파는 거, 얍삽해서 싫어요. 나보다 더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에게 미안해요.

회사에서 신입 사원으로 일하는 <오늘부터 출근>이란 예능도 하고 있죠. 상하 관계가 엄격한 조직 문화에 많이 당황하던데요. 그동안 보수적인 한국 방송계에 부딪히며 극복하는 방법이 나름 생겼을 거 같아요.
극복이 무슨 뜻이죠?

이겨내는 거요.
PD들한테 나는 나대로 할 테니 알아서 편집해 달라고 해요. 그 사람은 그 분야의 프로페셔널이니까 맡겨야죠. 누가 나한테 지적하고 간섭하면 나도 싫잖아요. 그 사람이 알아서 잘할 거라고 내버려둘 줄도 알아야죠. 그게 내 극복 방법이라면 방법이에요.
어쨌든 지금 이 모든 것에 감사해요. 물론 악플도. 그만큼 관심이 있단 거잖아요.

무슨 악플이 많아요?
대부분 나이 가지고 뭐라고 하죠. 그쪽도 나이 먹을 거니까 신경 안 써요. 또 미국에 간 건 가족의 선택이지 내 잘못이 아니니까 그것도 신경 안 써요. 인생에 불만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 풀려고 악플 달잖아요. 내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도 행복해요. 날 욕해도 고마워요.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목표가 없어요. 목표가 있으면 스트레스받고 앞만 보고 계속 달리게 돼요. 인생의 해프닝들을 즐기지 못해요. god도 초창기 때 그랬어요. 그저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고, 인생의 해프닝들을 즐겼으면 해요. 디즈니랜드 가서 계속 사진 찍느라 정작 즐기지 못하잖아요. 사진은 몇 장만 찍고 그 순간을 즐겨야 해요. 인생도 똑같아요.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며 ‘하늘이 예쁘다’라고 느꼈으면 해요. 나이 들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욕심 내지 말고 자기 앞에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살고 싶어요.


박준형의 과거=현재
놀랍게도 10여 년의 시간차가 무색하다.

  • 1980년
    박준형은 촬영 당일, 사진처럼 니삭스에 반바지 차림으로 왔다. 자신은 패션도 과거 그대로라고.

EDITOR : 김나랑
PHOTO : 김보성
HAIR & MAKEUP : 김환
STYLIST : 전진오

발행 : 2014년 41호

그는 방송에서 보이듯 철없는 40대가 아니다. 어눌한 말투에 가려졌을 뿐 가치관이 뚜렷한 남자다.내일모레면 큰애가 중학교에 들어가게 생겼다.1990년대에서 2014년으로 해동된 박준형이 예능 블루칩으로 떴다. 실제의 그는 행복 전도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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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1호

2014년 11월 01호(총권 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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