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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호 EDITOR'S LETTER

On October 20, 2014

드레스 노출을 규제하면 청소년들이 반듯해지나?

EDITOR IN CHIEF 안성현

드레스 노출을 규제하면 청소년들이 반듯해지나?
가슴 노출 사고 같은 게 안 일어나면 아이들이 순해지나? 아니면 기품 있는 여배우들이 영화제란 무릇 이래야 한다며 박수라도 쳐주나? 부산국제영화제 전후로 복장 단속이 있을 거란 소문이 돌았다. 원래 레드카펫이라는 게 드레스 전쟁이라, 스타일리스트들은 이 시즌만 되면 원형 탈모에 시달릴 지경이다. 한국이란 나라에 드레스 문화는 없지, 그러니 고작 드레스라고 해봐야 촬영용 샘플 몇 벌뿐이지, 그 안에서 스타들의 비위를 맞추며 옷을 공수하는 모습은 옆에서 보기만 해도 ‘지친다’. 그래서 스타일리스트들은 속 터져 죽는다. 소위 말하는 A급부터 C급 배우까지 한결같이 최상의 드레스를 원하니까. 그런데 옷의 수량이 절대 부족하다. 그마나 멀쩡한 몇 벌은 특급 스타들(맞다, 당신이 상상하는 바로 그녀들이다)의 차지다. 물론 YG처럼 해외에서 옷을 아예 사다 입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연예인의 99%는 행사 당일을 위해 이 드레스 전장에 뛰어든다. 그러니 유명 스타일리스트 J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연예인 대여섯 명의 드레스를 피팅한 후 입원했다는 소문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복장 단속 규율까지 더해져 선택의 폭을 대폭 줄여놓았으니, 내 친구들의 미간 주름이 더 깊어질밖에. 집행위원장은 (절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스타일리스트들은 드레스를 고르면서 공공연히 노출 규제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한숨을 쉬면서 말이다. “레이디 가가가 유두만 가리고 길거리를 다닌대도 우린 아무렇지도 않아. 그게 그녀에게 어울리기만 하다면 말이야.” 배우가 멋져 보인다면 숨구멍 하나 없이 단추를 꼭꼭 채운 수녀복 스타일이면 어떻고, 가슴골이 훤히 드러난 비욘세식 관능 드레스면 좀 어떻겠냐는 거다. 게다가 신인 여배우가 볼썽사나운 노출을 시도해 인터넷상을 달궜다고 그게 대배우들에게 상대적 모욕감을 줄 일도 아니고 말이다. 과연 누가 그런 컴플레인을 했단 말인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한의 연기 일인자! 검색어 일등은 당연히 내 차지여야지, 어찌 저 헐벗은 신인이 감히?’ 이렇게 집행위에게 항의한 배우라도 있단 말인가? 노출로 한몫 잡아보려는 신인 여배우들 때문에 정작 주목받아야 할 연기자들이 묻힌다는 게 노출 규제설의 진짜 이유라는 소문이 솔솔 흘러나오니, 이제 헛웃음이 날 지경이다. 솔직히 레드카펫이라는 게 그러라고 만들어진 자리 아닌가. 20~30m의 깔개를 걷는 스타들을 보며 판타지에 빠져 흥분 좀 하라고 말이다. 가끔 외설스러운 판타지가 삽입된다고 해도 그 또한 별문제겠는가, 예술을 다루는 축제인데. 시적 허용이란 말도, 영화적 허용이라는 말도, 레드카펫적 허용이란 말도 ‘아트’의 영역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히잡을 둘러쓰고 사는 나라도 아니고, 웬 때 아닌 레드카펫 복장 규제 논란인지. 소문 좀 들은 것 가지고 핏대 올리지 말라고 누가 내게 옆구리 찌르며 욕한다면 이 말을 덧붙이고 싶다. 요즘 ‘카더라’가 ‘카더라’가 아닌 걸 너무 많이 봐서 그런다고.

EDITOR IN CHIEF : 안성현

발행 : 2014년 41호

드레스 노출을 규제하면 청소년들이 반듯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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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1호

2014년 11월 01호(총권 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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