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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미식, 디자인, 출판, 콘텐츠 홍보의 접점에 있는 전문가들이 놈코어를 정의했다.

놈코어가 뭐예요?

On September 03, 2014

패션계를 중심으로 놈코어 열풍이 불고 있다. Normal + Hardcore의 합성어. 정말? [그라치아]는 이 신종 트렌드를 함부로 정의하고 싶지 않다. 대신 패션, 미식, 디자인, 출판, 콘텐츠 홍보의 접점에 있는 사람들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놈코어의 정의’를 듣기로 했다.

홍석우

드러내기보다 은은하게 감춘다
홍석우
2000년대 초반부터 컬렉션 쇼장 앞이 아니라 일상적인 곳에서 만난,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들에 주목했다. 그는 직접 촬영한 서울의 놈코어족들 사진으로 꾸민 사이트 yourboyhood.com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매거진 <스펙트럼>의 편집장이자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놈코어란 무엇인가?
놈코어는 경향(Trend)을 강요하는 사회의 반경향(Anti-trend)적인 성격을 띤, 일종의 새로운 경향 아닐까? 남들과 다르기 위해 굳이 애쓰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취향과 흥미에 집중하는 것.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이란 면에서 이 키워드가 흥미롭고, 또한 마음에 든다. 결국 놈코어는 자기 자신에 관심 많고, 자신을 잘 알지만 그것을 드러내기보다는 은은함 속에 감추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아닌가 싶다.

놈코어의 아이콘은?
일본 남성 패션 잡지 <뽀빠이>(Popeye). ‘매거진 포 시티 보이’(Magazine for City Boy)라는 콘셉트의 이 잡지는 아이비리그, 아메리칸 캐주얼 그리고 하이엔드 패션을 적절히 뒤섞은 ‘평범하지만 비범한’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그들이 잡지에 사용한 서체와 레이아웃, 그리고 다루는 도시들(도쿄, 파리, 런던과 뉴욕은 물론 하와이와 포틀랜드까지)의 지역 문화는 이미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왜 놈코어가 트렌드일까?
평범함이란 것은 패션 업계와 그들의 마케팅 기획에서 항상 변두리를 서성인 개념이었다. 대체로 사람들은 ‘패션’으로 자신을 드러내길 바라고, 그것은 계속 새로운 옷과 물건을 사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남들과 다른 화려한 색상과 패턴 대신, 정말로 잘 만든 옷과 장신구들에 담긴 ‘이야기’에 더 주목하기 시작한 흐름이 바로 그것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아도 뚝심 있는 콘셉트의 브랜드에 열광하는 것, 윤광준의 『생활명품』 같은 책이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 지역사회의 디자인 제품을 골라내는 ‘디앤디파트먼트’ 같은 라이프스타일 매장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비슷한 현상일 것이다. 결국 패션을 ‘아이콘’으로 바라보지 않고 일상의 ‘아이템’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 아닐까. 멋지고 화려하지만 한두 시즌 안에 지치는 트렌드 대신, 흔해 보이지만 질리지 않는 양질의 아이템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1. 파리 쇼장 앞에서 만난 놈코어족은 주얼리 하나 없는데도 눈길을 잡는다.
2. 홍석우의 블로그에는 버스 안에서 포착한 서울의 놈코어족이 있다.
3. 이야기가 담겨 있는 브랜드 선스펠의 2013년 광고 컷.
4. 반트렌드적임에도 늘 세련된 느낌을 주는 유니클로의 맨투맨 티셔츠.
6. 뚝심 있는 콘셉트의 잭 스페이드 가방.
7. 평범하지만 비범한 시티 보이들을 위한 일본 잡지 <뽀빠이>.

놈코어의 패션 아이템은?
꼭 ‘놈코어’ 패션으로 규정할 마음은 없지만, 잭 스페이드의 가방, 감촉이 좋은 유니클로의 반소매 티셔츠, 화이트 마운티니어링의 치노 팬츠, 선스펠의 니트 카디건과 스웨트셔츠, 발목이 낮은 아디다스 스니커즈, 타이맥스의 인디글로 손목시계, 브룩스 브라더스의 숄더백 같은 것들.

놈코어와 놈(Norm)의 차이는?
계산된 평범함과 정말로 관심이 없어서 신경 쓰지 않은 평범함의 차이.

패션계의 놈코어적 움직임은?
가령 패션 분야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한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예로 들면, 서울을 비롯해 전 세계의 패션위크 기간 중 나오는 화려한 스타일들은 마치 작정하고 꾸민 듯한 ‘코스튬플레이’로 보일 때가 있다. 남과 다른 개성을 뽐내는 도구로써 패션은 항상 유효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스타일보다는 평범해 보여도 하나하나 좋은 품질의 아이템과 합리적인 가격대의 아이템을 섞어 입은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리고 주위에서 그런 사람들을 찾는 일도 별로 어렵지 않다.


전용훈

자기애가 강하다
전용훈
주류에서 벗어나 스타일이 확실한 책을 출판해 온 1984의 대표다. 동교동에 동명의 복합 문화 공간을 열어 국내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패션, 음악, 디자인 아이템들과 각종 공연, 전시 등을 선보이고 있다.

놈코어란 무엇인가?
놈코어적 사고가 필요한 시대다. 새로움에 대한 강박을 던지고, 자기 그릇 안에서 자기 가치로 선택하고 향유하며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

당신은 놈코어인가?
놈코어와 가깝긴 하다. 욕심이 많다가도 평범함에서 행복을 느낀다. 트렌드를 따르기보단 나만의 방향을 찾는 삶을 살고자 한다.

놈코어의 아이콘은?
미니멀리즘, 그리고 프라다.

왜 놈코어가 트렌드일까?
새로운 것들이 너무나도 빠르게 많이 생겨나고, 또 그만큼 사라진다. 이들을 섭렵해도 더 이상 우월하지 않다. 그래서 평범한 데서 특별함을 찾는 것으로 회귀한 듯하다.

놈코어의 패션 아이템은?
어떤 패션 아이템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자체가 놈코어 패션이 아니다. 옷장에 있는 평범한 옷들 중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걸쳐야 진정한 놈코어다.

놈코어의 라이프스타일은?
힙한 곳을 피하고 스스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1984의 경우, 평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장소다. 다만 놈코어들이 대형 서점에는 없는,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을 발견해 찾아온다. 개인적으로 바르다김선생도 평범한 김밥집이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신선한 김밥을 만든다는 부분이 마음에 들어 찾아가는 것과 같다.

1. 힙한 곳보다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1984의 복합 공간.
2. 김선생의 김밥은 기본에 충실하단 점에서 놈코어 콘셉트와 닮았다.
3. 자신감 넘치는 마크 주커버그에게 스타일 따윈 상관없다.
4. 개성 강한 책을 만들어내는 1984. 놈코어에게 베스트셀러는 관심 밖의 일.

놈코어적 인간형은?
자기애가 강한 사람.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내면이 원하는 대로 하려면 자기애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놈코어와 놈(Norm)의 차이는?
흔히 스티브 잡스를 놈코어, 조금 덜 스타일리시한 마크 주커버그를 놈이라 하는데, 차이를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놈이 더 멋지다. 힙스터는 외향을 따라 하면 되는데, 놈코어는 따라 하기도 힘들다. 특별하지 않으면서 특별해야 하니까. 차라리 이런 어려운 것들을 벗어던지고 생각 없이 평범한 놈이 낫다.

출판계의 놈코어적 움직임은?
출판은 베스트셀러 위주로 기획이 편향된다. 하지만 독서량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출판사들은 베스트셀러보다는 독서층이 뚜렷하고 필요한 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또한 놈코어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박종덕

선택과 집중을 한다
박종덕
스칸디나비안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스웨코인터내셔널의 대표다. 북유럽 라이프스타일 편집 숍 Skan, 스웨디시 카페 Fika, 북바인더스 디자인 등이 자리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하우스를 운영하며, 매거진 도 발행한다.

놈코어란 무엇인가?
놈코어족이나 아닌 사람이나 김치찌개를 먹는다. 하지만 놈코어는 그 자체가 좋아서 비싸든 싸든 질을 포기하지 않는다. 놈코어는 일상의 평범한 것을 추구하지만, 그에 대한 기호가 정확하고 가치 부여를 하며 행동한다.

놈코어의 아이콘은?
지난 4~5월부터 놈코어란 단어가 패션계에 본격 등장했다.
개념이 매체마다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평범함에서 나오는 쿨함으로 통용되는 듯. 사실 놈코어는 늘 존재해 왔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헤어와 의상을 고수하는 안철수나 박원순도 놈코어적인 정치인이다.

단, 평범함만 향유한다고 놈코어가 아니다.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 그리고 그들 중에 트렌드가 아닌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이 놈코어다. 박원순과 말단 공무원을 스타일만 놓고 보면 구분이 안 된다. 그 사람의 인격, 성향, 파워가 어떤가에 따라 놈과 놈코어가 달라진다.

1. 스티브 잡스처럼 놈코어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면 타인의 시선은 상관없다.
2. 놈코어란 용어를 처음 쓴 윌리엄 깁슨의 소설에도 등장하는 리바이스 501.
3. 놈코어들의 사랑을 받는 북바인더스 디자인의 노트, 장식이 없다.

놈코어의 패션 아이템은?
트렌드와 상관없이 블루를 즐겨 입는다. 별명도 ‘파란돌이’다. 너무 편해서 똑같은 디자인의 락포트 신발을 여러 개 구입했는데, 밑창만 블루로 바꿨다. 셔츠, 팬츠, 스카프, 지갑도 블루다. 남들에겐 평범한 블루지만 나만의 블루 철학이 있다. 같은 블루라도 나만 아는 디테일을 즐긴다. 이렇듯 놈코어의 패션이야말로 자아가 강하다.

놈코어적 인간형은?
디자인에 죽고 사는 스티브 잡스가 한 스타일만 고집할 땐 이유가 있다. 자신의 니즈를 100% 만족시키기에 입는 거다. 아이폰의 사이즈, 컬러, 인터페이스의 레이아웃에도 병적으로 집착하지 않았나. 자기만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이다. 의상에서든, 아이폰에서든 남들에겐 평범하지만 자신의 기준으로 가치를 부여하고 집중하면서, 결국은 모두가 공유하게 했다. 놈코어는 이렇듯 혁신적인 창조를 이뤄낼 수 있다. 그들의 선택과 집중이 세상이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만들어낸다.


여준영

뭐가 중요한지 안다
여준영
국내 굴지의 PR 컨설팅 그룹 프레인의 대표다. 이번 교황 방문도 이들이 홍보를 맡았다. 또한 영화와 매니지먼트 사업을 병행하며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놈코어란 무엇인가?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아는 사람. 포부가 작아도 땅속으로 숨지 않고, 꿈이 거창해도 발을 땅에 딛고 사는 사람.

당신은 놈코어인가?
그렇다. 예전엔 프레젠테이션의 제왕이었지만, 지금은 웬만하면 컴퓨터로 문서를 만들지 않는다. 파워포인트는 제쳐두고, 종이에 연필로 그린 뒤에 사진을 찍거나 기껏해야 워드프로세서를 쓴다. 회의할 때도 휴지나 메모지에 적어 보여주면서 진행한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코어(콘텐츠)니까.

놈코어의 아이콘은?
친구 중에 꼽자면 오상진과 옥주현. “설마 그들이?” 싶겠지만 이 둘은 무대와 평소의 옷차림이 전혀 다르다. 일주일에 3번 이상 만나고, 쇼핑도 함께해서 잘 안다. 오상진은 학생 때와 같은 옷을 입는다. 어쩌면 그 시절의 옷을 아직도 입는 건지도….
옥주현은 가급적 비싼 여름옷은 사지 않는 철학이 있어서 스파 브랜드를 입는다. 대신 겨울옷은 소재가 좋아야 해서 캐시미어 마니아인데, 이거야말로 노멀한 옷 아닌가. 또 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는 평범하게 생겼는데(사실은 못생겼는데)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라고 불린다. 놈코어에는 그런 면이 있다.

놈코어가 왜 트렌드일까?
놈코어라는 트렌드에 반하는 개념을 트렌드라고 해석하는 게 우습다. 모든 것을 ‘트렌드’와 연결시키려는 강박증 때문인 듯. 그럼에도 ‘더 중요한 가치’ 혹은 ‘본질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이가 많아져서 그런 거라면 멋진 일이다.

1. 잘생기지 않았는데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놈코어의 개념과 닮았다.
2. 놈코어의 식생활은 기본을 지킨다. 빵은 우유와, 치킨은 양념이 아닌 ‘퓨어’한 프라이드로.
3. 라코스테의 클래식한 피케 셔츠.
4. 골든구스의 스니커즈. 심플한 화이트여야 한다.
5.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강한 신념의 리사이클링 숍 디앤디파트먼트.

놈코어의 패션 아이템은?
보스턴 레드삭스 캡, 라코스테 피케 셔츠, 주름이 들어간 카키색 반바지, 골든구스 화이트 스니커즈.

놈코어의 라이프스타일은?
뭐든 파는 것들은 유행을 비껴갈 수 없다. 그러니 가급적 사 먹지 말고 차려 먹기. 그런데 요즘 집밥 스타일의 식당이 인기인 걸 보면 식생활에선 이미 놈코어 추종자들이 많아진 듯하다. 젊은이들은 심심해서 안 먹던 평양냉면 열풍이 분 것도 그렇다. 더 디테일하게 놈코어식 식생활을 권장하자면 치킨은 양념 말고 ‘퓨어’한 프라이드로 먹고, 빵은 우유와 먹고, 탕수육은 돼지고기로.
참고로 난 디앤디파트먼트에서 산 작은 가마솥에 밥을 해 먹는다.

놈코어적 인간형은?
놈(Norm)을 모르는 리더는 끔찍하다. “빵 없으면 케이크 먹어”라고 할 테니까. 평범한 사람보다 잘난 게 없는 지도자도 재앙이지만…. 보편적인 가치에 부합하면서 비상한 능력이 있는 놈코어가 완벽한 지도자인 듯하다.

놈코어가 되려면?
이런 말이 있다. “어떤 옷을 입어도 멋진 몸은 있지만, 어떤 몸에 걸쳐도 멋진 옷은 없다.” 사실 내가 만든 말이다. 예를 들어 옷은 놈(Norm)인데 입는 사람이 코어(Core)면 놈코어가 될 거다. 이를테면 자기 주관이나 이룩한 성취, 특별한 매력, 운동해서 만든 몸이라도 있으면 평범하게 입어도 평범하지 않으니까 놈코어라고 하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그냥 놈인 거고, 최악은 ‘코어놈’이겠다. 힙한 아이템으로 무장했는데 전혀 힙하지 않은 사람.


한경애

사람이 곧 패션이다
한경애
남성복 시장을 이끌어온 1세대 크리에이터로, 현재 코오롱 FnC 상무이며 시리즈를 비롯해 시리즈 에피그램 등을 디렉팅하고 있다. 자신의 정원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으며, 화이트 셔츠 하나도 ‘아방가르드’한 터치를 즐기는 대표적인 아방-놈코어족이다.

놈코어란 무엇인가?
사람이 곧 패션인 것! 남들을 무작정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성향과 의식이 옷과 라이프스타일에 드러나는 것, 그래서 겉과 속이 동일하게 가는 것, 디테일에 지친 사람들이 과장 없이 자신을 가꾸는 것이 놈코어다.

당신은 놈코어인가?
놈코어 안에서도 분파가 있다. 나는 좀 더 아방가르드한 패션을 즐기는 아방-놈코어 정도가 될 것 같다.

놈코어의 아이콘은?
스티브 잡스, 소길댁으로 불리는 이효리, 런웨이에서 내려온 슈퍼모델들. 무대 위나 런웨이 위에서는 가장 패셔너블하고 아름답고 남들과 다른 사람이지만,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그들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그들이 화려하게 꾸미는 법을 몰라서 안 꾸미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놈코어는 패션의 가장 날카로운 상위 개념일지도.

놈코어의 패션 아이템은?
놈코어는 옷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특정 아이템으로 말할 수 없다.

1. 모두가 빼입고 오는 패션 컬렉션장에도 평범함으로 승부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2. 패션보다 내적 가치에 치중하는 놈코어족에게 일상용품은 매우 중요하다. H&M 홈 켈렉션을 눈여겨 보는 이유.
3. 런웨이를 떠나는 순간, 평범함을 즐기는 모델. 대표적인 놈코어족.
4. 놈코어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
별것 아닌 화이트 셔츠도 놈코어족의 손을 거치면 달라진다.

놈코어의 라이프스타일은?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이다. 겉으로 보이는 패션보다 내적인 가치에 시간을 투자한다. 청담동이나 가로수길의 요란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 음식점이 더 시크하다. 화려한 식자재보다 자신의 정원에서 재배한 것들이 더 건강하다. 평범한 사람들, 평범한 것들 사이에서 누릴 수 있는 여유가 더 중요하다. 그건 억지가 아니라 일상이니깐.

놈코어와 놈(Norm)의 차이는?
의도가 섞였는가, 섞이지 않았는가에 있다. 스티브 잡스는 블랙 터틀넥에 청바지, 뉴발란스 992를 그냥 주워 입은 게 아니다.

패션계의 놈코어적 움직임은?
우리나라도 이제 패션에 관한 많은 것을 누렸고, 트렌드를 섭렵하는 속도 또한 인터넷의 힘을 빌려 과거보다 빨라졌다. 그래서 지쳤다. 이렇게 패션에 대한 감도가 높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베이식은 기존의 베이식과는 다르다. 수년 전부터 한국 패션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이런 의식이 생기고 있다. 프렌치 시크에 대적할 만한 서울판 패션이 나오고, 또 최근 부쩍 패션 브랜드들이 라이프스타일 쪽으로 확장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옷뿐만 아니라 공간에도 자신의 느낌이 묻어나길 원하는 놈코어족들의 경향이 반영된 것.
시리즈의 세컨드 브랜드인 에피그램에서도 리빙 라인 론칭을 준비 중이다.


김아린

에지의 끝판왕만 가능하다
김아린
국내 최고의 레스토랑 컨설팅 회사 ‘Be My Guest’의 대표다. SSG 푸드마켓, 더 스테이트 룸, 텔미어바웃잇, 무이무이 등이 그녀의 손에서 태어났다. 메뉴와 식기·가구·운영 전반을 컨설팅하며, 패션과 아트 컬렉팅에서도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다.

놈코어란 무엇인가?
대부분의 스타일은 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덴티티는 따라올 수 없다. 남들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생김새도 몸매도 태생도 철학도 내가 더 특별하다는 우월감을 드러내는 것. 결국 진정한 놈코어는 에지의 끝단에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

당신은 놈코어인가?
글쎄? 나는 바캉스를 앞두고 요즘 젊은 애들은 뭘 입는지, 조리는 뭘 신는지 찾아본다. 스타벅스에선 어떤 음료가 잘나가는지, 요즘 뜨는 케이크 집은 어딘지 유행을 좇는다. 여기까진 ‘노멀’하다. 모든 유행을 이해한 뒤에 내 식으로 해석하면 놈코어다. 가슴에 해골이 그려진 티셔츠가 유행이라면, 난 그 해골 그림을 등판에 넣어 입는 식.

놈코어의 아이콘은?
유니클로, 무지, 코스 같은 브랜드들.

왜 놈코어가 트렌드일까?
패션 에디터가 멋진 옷을 입고 인터넷, SNS에 노출된다. 이걸 보고 동대문 옷집이 카피를 한다. 그 옷을 시골 여학생이 온라인으로 구매해 입고 다닌다. 패션 피플은 특별함을 잃어버린다. 나만의 스타일이 인터넷을 통해 너무 빨리 전파되고 카피되는 게 싫은 거다. 그래서 다시 베이식으로 돌아가겠다는 반항이 반영된 것 아닐까.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스타일보단 아이덴티티가 먼저 완성되어야 하니까.

1. 갱스부르 같은 분위기가 없다면 놈코어 룩은 초라해질 수 있다.
2. 컨버스를 신은 제인 버킨.
3. 합리적 가치 소비와 베이식한 패션이 결합된 코스의 옷들은 놈코어의 사랑을 받는다.
4. 하이소사이어티와 평범함의 중도를 보여주는 오바마 스타일.
5. 놈코어는 카페베네가 아닌 스타벅스에 간다.
6. 겉치레 없는 놈코어 성향의 브랜드 무지.

놈코어의 패션 아이템은?
하바이나스 조리와 컨버스 운동화. 나부터 우리 회사의 아르바이트생까지 신는 아이템이다. 평범하고 동일한 디자인이지만 조금씩 다른 컬러 플레이를 통해 자기를 표출한다.

놈코어의 라이프스타일은?
카페베네와 탐앤탐스가 도처에 깔려 있지만, 놈코어는 스타벅스에 간다. 하루 이틀 만에 스타벅스의 에지를 갖추려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

놈코어가 되려면?
그 사람만의 에지가 있어야 한다. 흔히 오바마 대통령을 놈코어로 분류하는데, 그는 스타일을 논하기 전에 굉장한 파워를 지닌 사람이다. 스타일은 어디 하나 튀지 않고 거슬리지 않는다. 하이소사이어티를 표방하는 듯하지만 일반 시민과 비슷하다. 즉, 에지의 끝을 보여준다. 샤를로트 갱스부르도 놈코어의 패션 아이콘인데, 태생이 프렌치가 아닌 우리가 그런 옷과 머리를 하고 다닐 수 있겠는가. 패션과 문화를 끝까지 다 경험해 본 사람들만이 놈코어가 될 수 있다. 생각해 보라. 놈코어는 항상 에지의 끝에 있는 사람만이 거론된다. 이나영이 아닌 유인나가 유니클로의 모델일 수 없듯 말이다.

EDITOR : 김나랑, 김민정
PHOTO : 김영훈·홍석우(제품), 로에베, 비마이게스트, 1984, Getty Images

발행 : 2014년 37호

패션계를 중심으로 놈코어 열풍이 불고 있다. Normal + Hardcore의 합성어. 정말? [그라치아]는 이 신종 트렌드를 함부로 정의하고 싶지 않다. 대신 패션, 미식, 디자인, 출판, 콘텐츠 홍보의 접점에 있는 사람들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놈코어의 정의’를 듣기로 했다.

Credit Info

2014년 09월 01호

2014년 09월 01호(총권 37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나랑, 김민정
PHOTO
김영훈·홍석우(제품), 로에베, 비마이게스트, 1984, Getty Image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