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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주의 속마음

나는 괜찮은데? 너희들이 더 이상해

On September 03, 2014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여자, 이국주의 속마음. 촬영은 이른 아침이었다. 이국주는 메이크업을 받는 내내 꾸벅꾸벅 졸았다. 전날 새벽 다섯 시 반에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러 옷만 갈아입고 나왔다고 했다. 촬영에 들어가자 팔을 높이 든 채 춤을 추기도 하고, 호탕하게 자주 웃기도 했다.

촬영은 이른 아침이었다. 이국주는 메이크업을 받는 내내 꾸벅꾸벅 졸았다. 전날 새벽 다섯 시 반에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러 옷만 갈아입고 나왔다고 했다. 촬영에 들어가자 팔을 높이 든 채 춤을 추기도 하고, 호탕하게 자주 웃기도 했다. 짧은 치마를 입고 다리 올리는 거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그것쯤은 괜찮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고서야 알았다. 얼굴에 털을 붙이거나 가발을 쓰는 분장 개그를 싫어하고,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임을.

오늘 촬영 콘셉트 어땠어요?
이렇게 변신하는 거 되게 좋아해요. 개그우먼들, 특히 저같이 재밌고 망가지는 캐릭터들에겐 이런 변신이 꿈같은 일이거든요.
다른 사람들 화보 보면서 ‘아, 예쁘다’ 하고 남의 일처럼 생각했는데, 직접 경험하니 굉장히 즐겁네요.

잠도 거의 못 자고 피곤한데도요?
다른 일이라서 괜찮아요. 제가 하는 일들은 대개 비슷하니까 일탈한 기분이에요. 또 제가 힘들지 않게 다 해주시잖아요.

이건 국주 씨 표정 연기가 제일 중요했던 건데, 끼가 엄청나네요.
끼만 있고 색기가 없어가지고, 제가. 색기가 있어야 되는데.

그래도 국주 씨는 뭐랄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더 사랑한다는 느낌이에요. 자신의 어떤 점이 사랑받는지를 알아서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도 딱 세워져 있는 느낌.
좋아하는 남자 앞에선 또 그렇지 않아요. 한없이 작아지죠. 내 모습에 자신 없고 더 예뻐야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하고요.
하지만 요즘엔 일하면서 사랑보다 더 신 나는 일도 많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예전에는 사랑이 전부였거든요. 좋아하는 사람이 꼭 있어야 되고.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스타일?
네. 일보다는 사랑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에 좀 지친 듯해요. 일이 잘되면서 다른 건 전혀 신경 쓸 틈이 없기도 하고.
지금은 개그우먼으로서, 또 인간으로서의 자신감은 최고인 것 같아요.

요즘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뭐예요?
지난 9년 동안 난 바쁜 사람이 아니었고, 웃긴 사람이 아니었구나. 요즘 ‘너무 재밌어요’라는 말을 많이 들으니까,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그전의 난 정말 평범한 개그우먼이었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시간적 여유도 많았고. 그때도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지금은 ‘방송국에 할 일이 이렇게나 많구나’란 걸 느끼고 있어요.

예전엔 어떤 프로그램에서 비호감 연예인 1위로 뽑히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호감으로 돌아섰죠. 호감과 비호감의 경계를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아요.
지금은 제 얼굴 보고 웃으면 웃었지, 비호감이라고 하는 분들은 많이 없어요. 감사한 일인데, 따지고 보면 예전보다 지금 살이 더 쪘어요. 거의 20kg. 그런데도 불구하고 호감이라는 얘기를 듣는 이유는 재밌어서인 것 같아요. 저의 직업이 감동보다는 재미와 웃음을 줘야 하니까 ‘아, 쟤 되게 웃긴데 또 나왔네?’ 하는 반응이 나오고, 그렇게 눈에 익다 보니 호감이 되더라고요.

‘웃음을 준다’는 것에도 강약 조절이 미묘하게 있어야 하잖아요. 똑같이 웃겨도 비호감이 되거나 호감이 되기도 하니까요.
일반 방청객이나 시청자의 수위를 잘 알아야 해요. 코너를 짤 때도 우리끼리는 이게 센 건지 약한 건지 구분이 안 갈 때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거를 잘 잡아줘야 돼요. 저는 배 노출은 안 해요. 뚱뚱한 사람이 톱 입고 흔들면 웃길 거라 생각하는 선배들이 있는데, 절대 호감이 아니거든요. 물론 제가 짧은 바지를 입고 춤을 춰야 시너지가 있긴 한데, 배는 좀 더 예민한 부분 같아요.

“그래 나 뚱뚱하다, 나 돼지다” 그러면서 너무 자학하듯 드러내는 것보다 오히려 반대로 “나는 괜찮은데? 너희가 더 이상해”라고 했을 때 반응이 좋더라고요. 제 상대역도 저한테 너무 ‘뚱땡이, 돼지’ 이렇게 말하면 같이 비호감이 돼요. 그래서 저는 무조건 당당하게 하려고 해요. 노출이나 몸 개그로 웃기려고 하기보단.

그런데 우리나라 방송에선 예쁜 사람과 안 예쁜 사람이 같은 코너에 나왔을 때 각자가 으레 맡게 되는 역할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답답하진 않아요?
답답할 거 없어요. 그러려고 개그맨이 된 거고 그걸 하라고 뽑아준 거기 때문에. 개그맨들은 이런 점에 아주 쿨해요. 내 역할이 뭔지 잘 아니까 신인 중에 저 같은 캐릭터가 들어오면 오히려 긴장합니다, 뺏길까 봐. 그 정도로 정해진 캐릭터에 대해 의기소침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아무리 그래도 가끔은 멘탈 관리가 안 될 때가 있잖아요, 누구나.
사실 답은 없어요. 그거를 못 버티면 그만두는 수밖에. 그런데 그만두고 또 뭘 할 건지 생각해 보면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럼요. 회사원들도 회사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안 하며 다니는 거 아니잖아요. ‘때려치우면 뭐 할까?’ 이런 고민 때문에 못하는 거죠. 저는 대학교 때까지 그림을 그렸어요. 신인 때는 너무 힘들면 다시 그림 그리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9년이나 지났네요. 다시 그쪽으로 가도 굉장히 오래 걸리고 힘들겠죠.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분명 기쁘고 즐거운 일들도 있었어요.
그걸 의지 삼아 버텨나가는 거죠.

즐거움이 더 크니까 버티고 있는 거겠죠?
9년 동안 안 버텼으면 이런 화보도 못 찍고,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에 나갈 기회도 없었겠죠. 버텼기에 이런 좋은 일들이 있는 것 같아 신나요.

신난다는 말을 많이 하네요. 요즘은 뭐 할 때가 제일 신나요?
몸은 되게 피곤해요. 그런데 ‘내가 이 프로를 나간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 때, 제일 신 나요. 방송 3사에서 제일 톱인 프로그램들이 나를 섭외하고, 내가 그 프로그램에 나간다는 사실이 정말 흥분돼요.



어떤 게 더 재밌어요? 애드리브나 자기 매력을 발산해서 부각되는 프로그램과 아이디어 짜서 무대에 올리는 연기 중에서.
아이디어 안 짜고 그냥 게임하며 즐겁게 놀듯이 촬영하는 게 재밌죠. 그날 하루 가서 미친 듯이 에너지 쏟고 오면 되니 얼마나 좋아요? 제가 언제 그런 게임을 해보겠어요.

그것도 유재석이랑?
네, 즐겁기는 하죠. 마음도 편하고. 그런데 꼭 해야 되는 건 <코미디 빅리그>예요. 아이디어 짜는 건 힘들어도 놓치면 안 되는 프로그램이죠.

왜요?
그걸로 잘됐으니까요. 개그맨들이 예능으로 빠지면 갑자기 너무 편해져서 개그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 중 그렇게 잘된 사람은 없어요. (장)동민 오빠랑 (안)영미 언니 등 다들 하고 있잖아요. 현명하고 대단한 것 같아요. 다른 일도 바쁘게 하면서 회의도 하는 게. 저는 9년 동안 지켜봐 왔기 때문에 그게 훨씬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알아요.

갑자기 몇 달 새에 소위 말해서 ‘빵’ 떴어요. 주위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 게 느껴져요? 좋은 식으로든, 나쁜 식으로든.
달라졌죠. 정말 많은 관심을 보이고 배려해 주는데, 내가 잘 안됐을 때도 과연 이 관심이 지속될까라는 두려움은 있어요.
이런 사랑을 받아보는 게 처음이니까요.

어때요? 모든 사람이 나를 엄청 사랑해 주는 기분.
실감은 잘 안 나요. 일만 했지, 명동을 나가거나 사람 많은 데서 밥을 먹거나 한 적은 없어서요. 그런데 막상 몸으로 느끼면 흔들릴 것 같아요.

왜요?
그 상황을 즐기다 보면 다른 걸 놓칠까 봐. 그건 굳이 제가 안 느껴도 일로 충분히 느끼기 때문에 지금은 조용히 일할 때인 것 같아요. 지금 모든 걸 하기엔 머리가 너무 버거워요.

서너 개의 고정 프로그램에 뮤지컬 <드립걸즈>까지 준비 중이죠?
게다가 틈틈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어서, 체력적으로 힘든 건 괜찮은데 머릿속이 복잡해요. ‘과연 이것들을 다 소화할 수 있을까?’ 싶은 게. 지금은 롱런하기 위해 차분히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이럴 때 고민 상담은 주로 누구한테 해요?
영미 언니랑 정주리 씨. 둘 다 잘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저보다 먼저 잘된 사람들이니까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들어줘요. 이렇게 관심받을 때 뭘 조심해야 되는지도 알려주고, 어떤 일이 들어오면 그걸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 상담도 해주죠. 그들은 다 해본 사람들이니까, 질투 없이 무조건 하라고 파이팅해 줘요. 다 즐기면서 해보라고, 언제 어디서 어떤 게 대박 날지 모르니까 다 하라고.

평소에는 주로 뭐 해요? 일 없을 때.
집에서 밥해 먹고 애니메이션 보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 요즘엔 빅 사이즈 전문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어 시간 나면 주로 쇼핑몰에 가 있어요. 작업도 하고, 샘플도 받아오고, 다른 사람이 모델 할 때는 사진도 찍고요. 웬만하면 쉬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놀 때는 집순이 스타일?
돌아다니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집으로 친구들 불러 맛있는 거 해 먹으며 놀죠.

술은 좀 해요?
엄청 잘하죠.

주량이?
소주 3병? 요즘엔 바빠서 잘 못 마셔요. 한 번 마셔봤는데 죽을 뻔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연애할 땐 어때요?
애교는 많이 없는 편인데, 보고 싶으면 보러 가고 해주고 싶으면 다 해주는 스타일.

엄마처럼 품어주고 챙겨주는 스타일?
네. 저는 힘든 남자 좋아해요. 챙김 받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사람들. 그런 거 부담스러워 떠나는 남자들도 많잖아요.
복에 겨운 소리죠. 해주는 걸 나쁘게 받아들이지도 않고, 이용하지도 않는 사람이 좋아요. 해주는 음식 맛있게 먹어주고 코디해 주면 고마워하고.

스타일까지 챙겨줘요?
너무 쓰레기면 해줘야죠. 같이 다니기 창피하잖아요.

보통 어떤 스타일에 꽂혀요? 이상형이랑 실제로 꽂히는 사람이랑 다르잖아요.
왜소하고 꽃미남 스타일이 이상형인데, 나쁜 남자한테 꽂혀요. 무관심한 듯한. 너무 저한테 들이대면 싫어요. 막 “갖고 싶은 거 있어요?” 하면 더 싫더라고요. 약간 남자 성격인가 봐요.

받는 게 부담스러워요?
‘왜 해주지?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너무 저한테 올인하지 않는 게 좋아요. 아, 그리고 좋은 대학 나와서 공부 잘했던 사람도 싫어요.

왜요?
나를 가르치려 들 것 같아서 부담스러워요. 한 가지 잘해서 성공한 사람들 있잖아요. 장사를 잘한다든가 끼가 있어서 저같이 전문직에 있다든가, 그런 사람들이 좋아요. 그런 사람들이 머리도 좋거든요.

지금 연애 중이에요?
헤어진 지 7개월 정도 됐어요.

얼마나 만났어요?
700일 정도? 그 사람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아직 좀 힘든 시기 아니에요?
이제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사이에 사귄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헤어지고 나서 일이 잘돼서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해요. ‘사랑보단 일을 할 때인가 보다’라고.

EDITOR : 김소영
photo : 김영훈
HAIR & MAKEUP : 장해인
styliST : 김예진

발행 : 2014년 37호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여자, 이국주의 속마음. 촬영은 이른 아침이었다. 이국주는 메이크업을 받는 내내 꾸벅꾸벅 졸았다. 전날 새벽 다섯 시 반에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러 옷만 갈아입고 나왔다고 했다. 촬영에 들어가자 팔을 높이 든 채 춤을 추기도 하고, 호탕하게 자주 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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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01호

2014년 09월 01호(총권 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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