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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닿는 것마다 뚝딱뚝딱 만들고 고친다. 그가 가구를 만드는 이유? 필요해서다.

이천희의 목공소

On August 07, 2014

버려진 테이블을 빈티지한 가구로 변신시키고, 목공소에서 익숙한 듯 거침없이 사포질을 하는 모습은 함께 생활하는 여배우 백진희의 가슴마저 설레게 만들었다. 이천희는 오래전부터 가구를 만들어왔다.

  • 이천희가 주로 작업하는 공간.

몸을 움직여서 정직하게 땀을 내고 자연과 맞닿는 취미가 대세인 시대다. 그런 취미를 가진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건강해 보이고, 그래서 더 섹시하다. SBS <도시의 법칙>에서 이천희가 단연 돋보였던 이유다. 버려진 테이블을 빈티지한 가구로 변신시키고, 목공소에서 익숙한 듯 거침없이 사포질을 하는 모습은 함께 생활하는 여배우 백진희의 가슴마저 설레게 만들었다. 이천희는 오래전부터 가구를 만들어왔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만드는 걸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위치한 이천희의 목공소는 덥고 바람도 잘 들지 않지만, 촬영이 없을 때면 그는 이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비닐하우스를 개조했네요?
원래는 아버지 농장이었어요. 여기서 아버지가 한옥이나 정자 같은 거를 만들곤 하셨죠. 동네 정자는 우리 아버지가 다 만든 거예요(웃음).

할아버지가 가구 만드는 걸 보며 자랐다고 들었어요.
아버지, 할아버지 다 만드는 걸 좋아하셨어요. 어릴 땐 별로 관심이 없다가, 직접 만들기 시작한 건 군대에서 제대한 후예요.
처음으로 혼자 쓰는 공간이 생겼는데, 옥탑방이라서 가구를 배치하기가 애매하더라고요. 천장이 기울어 원하는 가구를 넣기가 힘드니까 아예 맞춰야지 싶어서 만들게 됐어요.

집의 가구도 다 직접 만든 거예요?
혼수로 들어온 가구들은 제가 만든 게 아니에요(웃음). 제가 디자인해서 가구 공장에 맡겼죠. 정말 마음에 드는 가구가 없어 장모님께 얘기해 혼수로 할 가구를 제가 디자인해서 아는 공장에 맡기겠다고 했어요. 몇 개 안 돼요. 침대랑 소파 그리고 TV 장식장 정도.

직접 만들다 보니까 기성품이 성에 안 차는군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가구들이 있어요. 심플한 거. 복잡하거나 모양이 특이해서 화려한 느낌, 혹은 앤티크나 빈티지 이런 느낌보다 그냥 기본에 충실한 가구들이 좋거든요. 등판, 상판으로만 이루어진 의자처럼 기본적인 가구요.

남자들은 가구를 직접 만드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요. 그런데 쭉 지속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필요해서 가구를 만들어요. ‘지금 이런 게 필요한데 내가 원하는 모양은 안 파네?’ 그럼 보통 사람들은 대충 비슷한 걸 사는데, 저는 ‘내가 생각하는 모양이 여기 있으면 이럴 때도 좋고 저럴 때도 좋고 활용도가 높을 텐데’ 싶어서 결국 만들게 돼요.

필요해서?
네, 필요해서. 캠핑 장비도 ‘이런 거 있으면 캠핑 다닐 때 좀 편할 텐데’란 생각이 들어 그냥 만들어봤는데, 캠핑 다니는 분들이 ‘나도 이런 거 필요했는데’라면서 사는 식이에요.

동생과 가구 전문 브랜드도 운영 중이에요.
동생도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거든요. 동생은 동생대로 공방을 다니고 저도 다른 공방을 다녔는데, 가치관 안 맞는 사람들이랑 함께 공방을 쓰는 것도 불편해서 ‘우리 같이 아빠 작업실에서 만들어보자’라고 뜻을 모으게 됐죠. 그때는 ‘하이브로우’(Hibrow)라는 상호명도 없었고, 정말 취미로 친구 테이블 선반 같은 거 만들어주고 그랬어요. 그러다 저희 회사 1층에 있는 카페에 테이블을 넣기 시작하면서 뭔가 로고를 넣었으면 좋겠다 싶어 고민을 했죠. 둘 다 ‘희’ 자 돌림이라 ‘희형제’로 만들자고 해서 하이브로우가 나왔어요.

여긴 얼마에 한 번씩 와요?
촬영 없을 때는 자주 와요. 촬영 있을 때는 한 달에 한 번 올 때도 있고. 지금은 주로 직원들한테 스트레스 주려고 오죠(웃음).

요즘에 수제 가구 전문점이 많이 생겼는데, 천희 씨가 만드는 가구는 뭐가 달라요?
저도 어떻게 보면 작가라고 할 수 있는 목수들과 함께 공방도 나눠 써봤는데, 그분들은 정해진 방식에 너무 치우치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게 틀린 건 아니지만 내 스타일로 만들고 싶은 게 있거든요.

처음에는 정식으로 배우기도 했나요?
아뇨. 공방 하는 분들에게 “이런 걸 만들고 싶은데 여기서 만들어도 될까요?” 물으면 다들 거기에서 과정을 이수하라고 말하더라고요. 막 하고 있으면 와서 이건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저렇게 하면 나무가 뒤틀린다 등등 계속 충고를 하세요. 맞는 말인데 저는 제 방식대로 해도 되던데요? 물론 정식으로 배우면 전문가나 장인이 될 수 있지만 저는 직업이 연기자잖아요. 전문가 되려고 만드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공방에서 만드는 가구들도 그렇게 멋지고 화려한 느낌은 아니에요. 사람들이 보고 ‘아, 저 가구 사고 싶다’란 생각이 들기보다 ‘나도 저거 만들 수 있겠는데?’란 생각이 드는 가구가 좋아요. 사실 만드는 걸로 치면 저희보다 더 잘 만드는 분들이 많아요. 우린 기존에 있는 것들의 가치를 좀 바꿔놓는 정도죠. 어떤 분은 저희 가구를 응용해서 자기만의 새로운 의자를 만들어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걸 만들더라고요. 그런 게 좋아요. 외국 애들 보면 창고에서 뚝딱뚝딱 만들어 쓰잖아요. 그런 문화가 보편화되길 바라는 거죠. 가구를 만든다고 하면 희한한 취미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은 작업이거든요.

가구를 직접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주변 말에 신경 쓰지 말 것. 직접 만들었다고 하면 괜한 잔소리를 하거든요. 너무 완성도에 집착하지 말고 우선 자기만족으로 하세요. ‘이 정도면 나는 쓸 만해’ 라고 생각될 때까지.

그럼 초보자가 제일 쉽게 만들 수 있는 목공품은 뭐가 있을까요? 제일 도전하기 쉬운 것.
박스요. 저도 맨 처음으로 만든 게 수납 박스예요. 길쭉한 거, 널찍한 거, 세 칸짜리 이런 식으로 만들면 활용성이 높거든요. 저희 집에도 박스가 엄청 많아요. 걸어 놓으면 선반이거나 장식장이고 내려놓으면 책장이고. 사이즈랑 재질을 다르게 하면 여러모로 쓸모 있죠.

예능 <도시의 법칙>에서는 ‘뉴욕 대디’로 살림을 책임지고 있어요. 집에서도 가장, 뉴욕에서도 가장. 부담스럽지 않나요?
사실 거기서 이 사람들을 책임져야 된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나부터 먹고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내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까 일을 많이 하게 됐는데, 사람들을 먹여 살리려고 열심히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돼서 다들 고마워하는 거예요. 전 당시 상황에 충실했을 뿐이거든요. 목공소 얘기가 나왔을 때도 ‘어, 난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한 거죠. 저뿐만 아니라 다들 똑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당시에는 제가 엄마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방송에서 아빠로 나오더라고요.

아빠 역할은 누구로 생각했어요?
성수 형이오. 그런데 성수 형은 할아버지 같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제가 아빠같이 돼버렸죠.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낯선 여정이 어땠나요?
하루하루가 너무 배고팠어요. 마트에서 카운터를 보는데 그 사람들이 사가는 게 사실 3천원, 4천원짜리거든요. 너무 부러운 거예요. 나중에는 선반 밑에 있던 케첩이라도 먹어볼까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니까요. 이 제작진들이 날 죽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게…(웃음).

후회는 안 됐어요?
그렇진 않았어요. 하루만 더 참아보자 했는데 그럴 때마다 먹을 게 생기더라고요. 죽지 않을 정도로만(웃음).

평소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니까 힘든 상황에 적응을 잘했나 보네요. 캠핑, 스케이트보드까지 타죠?
워낙 가만히 있질 못해요. 혼자 기술 연습하는 거,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보드 타는 걸 좋아하죠. 캠핑도 자주 가고요. 누구랑 시간 맞춰서 해야 하는 축구나 농구 같은 건 또 못해요. 한때는 촬영 마치면 술 마시고 클럽도 많이 갔는데,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바깥에서 뭔가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다이빙도 다니고 서핑도 다니게 됐죠.

밖에 오래 나가 있어야 하는 것들이잖아요. 가족들이 싫어하지 않나요?
다 같이 즐겨요. 캠핑도 아이랑 같이하고, 서핑도 와이프랑 같이하고. 많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제트스키나 자전거처럼 혼자 하는 걸 주로 했는데, 이제는 가족들이랑 공유할 수 있는 걸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 벽장 한쪽을 가득 메운 래커.

PHOTO : 김영훈
EDITOR : 김소영

발행 : 2014년 35호

버려진 테이블을 빈티지한 가구로 변신시키고, 목공소에서 익숙한 듯 거침없이 사포질을 하는 모습은 함께 생활하는 여배우 백진희의 가슴마저 설레게 만들었다. 이천희는 오래전부터 가구를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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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01호

2014년 08월 01호(총권 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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