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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감정 전이에 대한 전문가의 찬반 논쟁.

페이스북상의 감정은 실제로 전염될까?

On August 01, 2014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페이스북의 감정 실험을 요약하면 이렇다. 지난달 한 학술지에 페이스북 데이터 사이언스팀 관계자 등 3명에 의해 작성된 논문이 실렸다. 논문의 요지는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메시지가 뜨면 보는 사람도 비슷한 감정으로 전염된다’는 것. 심리학 박사와 신경정신과 의사의 답변은 두 개로 나뉘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페이스북의 감정 실험을 요약하면 이렇다. 지난달 한 학술지에 페이스북 데이터 사이언스팀 관계자 등 3명에 의해 작성된 논문이 실렸다. 논문의 요지는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메시지가 뜨면 보는 사람도 비슷한 감정으로 전염된다’는 것. 2012년 일주일간 페이스북이 뉴스피드에 긍정적 메시지와 부정적 메시지를 띄워 이용자 68만9003명의 반응을 관찰한 결과다. 불특정 다수에게 실험 동의 여부도 묻지 않고 감정 조절 실험을 했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은 거센 비난 여론에 휩싸였고, 이에 셰릴 샌드버그는 사과까지 했다. 실험의 정당성은 잠시 제쳐두고, 정말 SNS상의 감정은 전염될까? 일요일 늦은 오전, 브런치를 하려는데 파리에 사는 친구가 외롭고 슬프다는 게시물을 올리면 내 기분도 급우울해질까? 심리학 박사와 신경정신과 의사의 답변은 두 개로 나뉘었다.

YES
“우리는 언제든 다른 사람을 따라 하도록 준비된 존재예요” _신경정신과 전문의 안주연

“00 님, 한동안 괜찮던 우울함과 불안감이 갑자기 심해졌네요. 생활에 어떤 변화나 신경 쓸 일이 있었나요?” “글쎄요. 딱히 저에게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닌데…, 주변에 기분 좋은 일이 별로 없네요. 요사이 카카오스토리에서 자주 보는 친구는 남편과 사이가 안 좋고, 대학 동창 하나는 실직을 했다고 하고. 그 친구들 얘기를 같이 걱정하다 보면 잠도 잘 안 와요.” 만성 스트레스, 불면, 불안 등으로 외래 치료를 받는 환자들 가운데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겨 그들이 우울해지면, 그 감정과 스트레스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다. 이전에도 주변에 의해 감정이 전염되는 일은 있었지만 주로 자주 보거나 통화하는 가족·친지·이웃에 의한 영향으로 국한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게서도 감정이 전이되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회적인 존재다. 그 다른 사람은 정치인이나 학자, 연예인이 아니라 본인과 친밀하거나, 친구의 친구와 같은 관계망 안에 있는 사람들이다. 대개 지인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 페이스북 속 생각과 행동, 감정이 나도 모르는 사이 큰 영향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페이스북에서는 친한 친구도 있지만 친구의 친구, 일적으로 얽히는 등 실제로는 만난 적이 없는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개인적인 깊은 친밀감이나 함께한 추억이 있어야 감정 전이가 잘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주 얼굴을 맞대고 상호작용하는 ‘심리적 거리’다.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내 글에 호응을 해주고 내 생각에 동감을 해주는 사람의 역할은 한 달에 한 번 연락할까 말까 하는 오프라인 (친한) 친구보다 더 크다. 잠시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뗄 수 없는 이 시대에 그들과 나는 서로의 일상과 중요한 순간들을 항상 공유하고 있다.

아무도 없어 외로운 순간, 누군가 곁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쓸쓸한 퇴근길에도 페이스북을 켜면 그들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다. 그 사람들의 감정이 나의 감정선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상호작용하기 위해 다들 머릿속에 작은 거울 (Mirror Neuron)을 하나씩 지닌 존재들이다. 누군가 웃는 모습을 보면 우리 머릿속에도 우리가 직접 웃는 것과 똑같은 뇌의 부위가 활성화됨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언제라도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함께 느끼고 따라 하도록 준비된 존재다.
하루에도 수십 번 들여다 보는 페북을 통한 감정 전이는 당연사다.


NO
“감정의 전염이 아니라 눈치 보기의 결과예요” _심리학 박사 장근영

인간에게는 동조의 본능이 있다. 남들이 하는 걸 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걸 안 하려는 성향이다. 이 본능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남들과 불필요한 충돌이나 갈등을 피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의 본성으로 남았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월드컵 축구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 내 동료들은 전부 새벽에 경기를 볼 정도로 열광적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우리나라 대표 팀이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음에 실망하고 슬퍼한다. 하지만 나는 (남들은 관심이 없는) 어떤 공연을 아주 즐겁게 봐서 기분이 매우 좋다. 이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동료들이 모두 죽상인데 그들 앞에서 “나 어제 정말 즐거웠어!”라고 희희낙락할까? 개인적으로는 정직할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아둔한 짓이다. 주변 사람들이 불행한데 나 혼자 행복하다는 건 내가 철이 덜 들었거나 눈치가 없거나, 남들과 진정한 정서적 공감을 형성하지 못하는 인간이란 얘기다. 이런 인간은 시간이 갈수록 집단 밖으로 밀려나고 외톨이가 될 위험성도 높다.

이렇게 남들의 감정에 거스르지 않는 건 특히 남들이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있을 때 중요하다. 남들이 슬플 때 혼자 기뻐하는 건 정말 미움받을 짓이다. 하지만 남들이 기분 좋을 때는 내 슬픔을 들어줄 여유가 있다. 고로 남들이 슬플 때는 같이 슬픈 척을 하거나, 최소한 기쁨을 덜 드러내야 한다. 혼자 기분이 좋다고 상갓집에 가서 춤을 추는 건 미친 짓 아닌가. 반면 남들이 기뻐할 때는 그저 남들의 좋은 기분을 망치지 않을 정도로만 행동하면 된다. 이런 행동은 의도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사회성이 형성된 다음부터는 거의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즉, 남들이 슬퍼하면 그냥 조용히 눈치를 보게 되는 거다.

이제 문제의 실험으로 가보자. 이 실험은 실험 대상자가 된 68만9003명의 페이스북 유저들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그들이 매일 페이스북에서 접하는 뉴스피드의 정서 표현을 조작해 본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내 친구들이 기분 좋다는 표현들을 의도적으로 삭제하거나, 슬프다는 표현들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사용자들은 오늘 내 페이스북 친구들의 기분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연구자들은 이런 조건에서 피험자(연구 대상자)들의 감정 표현에 변화가 생겼고 그것이 감정 전염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감정이 전염된다는 얘기는 남들의 좋은 기분을 많이 접하면 나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고, 남들의 나쁜 기분을 많이 접하면 내 기분도 나빠질 것이란 뜻이다. 따라서 이 효과는 긍정/부정 양쪽으로 똑같이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이게 정서적 눈치 때문이라면 남들 기분이 좋을 때보다는 나쁠 때 좀 더 눈치를 많이 볼 것이다. 즉, 정서의 방향에 따라 동조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실제 연구 결과를 보자. 뉴스피드에서 긍정적인 정서 포스트들을 삭제해서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정서들만 접하게 한 경우, 피험자의 긍정적 감정 단어의 비율이(이런 조작을 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5.2%에서 5.1%로 0.1% 줄어들었고, 부정적 감정 단어의 비율은 0.04% 증가했다. 반면 뉴스피드에서 부정적인 정서 표현을 삭제해서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정서들을 더 많이 접하게 한 경우에 피험자의 긍정적인 감정 단어의 비율은 0.06% 증가했고 부정적인 감정 단어의 비율은 0.07% 감소했다. 우선 변화량 자체가 매우 작다는 사실부터 주시하자. 피험자 숫자가 많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작은 차이는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변화량이 긍정적 분위기냐, 부정적 분위기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즉, 이 결과는 SNS를 통해 감정이 전염된다는 증거가 아니다. 우리가 SNS 속에서도 (거의 본능적으로) 남들 눈치를 본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실 당연한 일이다. 주변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그들의 기분에 부합할 만한 내 감정을 드러내되 거슬릴 만한 감정은 숨기려 드는 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행동이니까.

EDITOR : 김소영
PHOTO : Getty Images

발행 : 2014년 35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페이스북의 감정 실험을 요약하면 이렇다. 지난달 한 학술지에 페이스북 데이터 사이언스팀 관계자 등 3명에 의해 작성된 논문이 실렸다. 논문의 요지는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메시지가 뜨면 보는 사람도 비슷한 감정으로 전염된다’는 것. 심리학 박사와 신경정신과 의사의 답변은 두 개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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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01호

2014년 08월 01호(총권 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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