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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는 ‘댄싱9’을 보지 않는다

On July 31, 2014

[댄싱9] 시즌 2도 성적이 좋다. 하지만 몇몇톱 스트리트 댄서들은 [댄싱9]에 대해 할 말이 많다.

▲ 지난 7월 6일에 열린 세계 비보이 대회 ‘R16 KOREA 2014’에서 우승한 겜블러 크루의 대표 멤버들이 <댄싱9>에 참가해 화제다.

스트리트 댄스에만 불리하다
WORDS 그루브 K(하우스 댄서. 문하우스 컴퍼니 실장, 그라운드포스 7회·8회 우승. 한국 대표로 독일 펑키스타일즈 참가)

시즌 1을 몇 번 본 뒤로 더 이상 <댄싱9>을 보지 않는다. 우선 참가한 친구들의 후문이 좋지 않다. 스트리트 댄서들은 필드가 좁아 소문이 금방 난다. 친한 댄서 몇은 자신들이 무시당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예선전 때, 춤에 무지한 제작진 앞에서 춤으로 평가받는 것부터 자존심이 상했다고. 현대무용이나 발레, 한국무용 같은 장르에 비해 스트리트 댄스를 천대하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고 한다. 방송에서는 모든 장르를 추켜세우지만 현장은 달랐다고. 물론 대놓고 그랬겠는가마는 수많은 아이돌 연습생과 우리를 같은 범주에 넣은 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길거리 문화이고 정식 스트리트 댄스 협회가 없다는 점도 이유가 됐을 터. 나 역시 참가 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15년째 필드에서 춤추고 있고 나름 정상에 오른 내가 그런 대접받을 이유는 없다. 또 미션도 공평하지 않다. 댄서들은 춤으로 표현하고 싶은, 혹은 표현해 온 퍼포먼스가 있다. 하지만 방송은 퍼포먼스가 아닌 쇼 위주로 구성된다. 만약 내가 참가한다면 내 장기인 하우스 댄스는 1차에서만 보여줄 수 있다. 그 뒤론 짜인 미션에 맞춰 가야 한다. 이해한다, 방송이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미션은 현대무용 같은 장르에 치우쳐 있다. 비보잉이든 하우스든 로킹이든, 현대무용에 맞춘 음악과 포맷에서 놀아야 한다. 외국의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은 힙합과 현대무용의 댄서가 짝을 이루면 한 번은 힙합, 한 번은 현대무용으로 기회를 공평하게 준다. 왜 우린 안 그럴까?

가수 이준의 무용 입시 선생님이기도 했던, 월드클래스 무용수 최수진.

간단하다. 현대무용은 한국 시청자가 좋아하는 희로애락이 있다.
물론 스트리트 댄스도 희로애락을 표현하지만, 뚜렷한 기승전결이 아닌 순간의 표현이다. 현대무용은 스토리를 뚜렷하게 내보일 수 있다. 그러니 웬만한 미션이 그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재즈 댄스든 스포츠 댄스든 현대무용이든, 그들도 스트리트 문화의 표현법에 맞추는 미션을 공평하게 준다면 나도 참여할 의사가 있다.

게다가 심사위원들은 또 어떤가. 스포츠 댄스와 현대무용은 내가 인정하는 선생님들이다. 실제 춤을 추고 댄서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분들이다. 춤의 장르는 다르지만 충분히 심사할 수 있다.
하지만 연예인은? 아이돌도 충분히 힘들게 그 자리에 오른 거 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다. 안다, 방송이라 그런 거. 하지만 박재범의 경우 비보이 출신이고 하휘동은 시즌 1 때 우승자 자격으로 심사위원이 됐으니, 이 정도 선은 지켜주었으면 한다. 그럼에도 출전하는 친구들을 응원한다. 지난 15년 춤추며 봐온, 기초가 탄탄하고 리듬과 표현력이 뛰어난 친구들이다. 하지만 차마 TV를 틀진 못하겠다. 공평성이 부재한 그곳에서 힘들어할 그들이 안쓰럽다.






차라리 100% 문자 투표로 하길
WORDS 루다 크리스(킵댄싱 8회 우승, 괴물이 나타났다 준우승, 말레이시아 탤런트 오디션 심사, 말레이시아 아카데미 ‘레드 마우스 힙합’ 파트너)

<댄싱9> 시즌 1 때 참가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당연히 거절했다. 거기서 왜 인정을 받아야 하지? 난 이미 세계적인 대회들을 석권했다. 대중 앞에 내 춤을 선보이는 기회라지만, 난 유명세를 위해 춤추지 않았고, 스타성을 얻지 못한다고 해서 내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댄싱9>에서 우승하지 않았다고 내가 최고가 아니라 말할 수 있는가? 우리 댄서들은 ‘프라이드’로 살아왔다. 만약 내 집 앞에서 오디션이 열린다면 재미삼아 한 번 가볼 순 있겠다. 하지만 내 시간과 공을 들일 생각은 전혀 없다.

아는 친구가 시즌 2에 참가했는데, 2차에서 떨어졌다. 톱 댄서인데 의외였다. 왜? 방송이니까. 어차피 실력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아마추어만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기에 난다 긴다 하는 참가자들로 채워지는 게 맞다. 하지만 군무를 추는 고등학생들, 유명 소속사의 연습생이 예선을 통과하고 레드팀과 블루팀에 합류한다. 방송은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아무리 춤을 잘 춰도 방송에 부적합한 못생긴 남자와 예쁘지만 실력은 약간 부족한 여자. 내가 제작진이어도 후자를 택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선발은 차치하고 진행 과정이 탐탁지 않다. 일단 춤에 대한 이해가 너무 떨어진다. 스트리트 댄스뿐 아니라 발레, 현대무용 등도 잘 모른다.

  • 시즌 1 우승팀의 갈라쇼. <댄싱9>의 우승이 많은 기회를 보장하는 건 사실.

틀어주는 음악만 봐도 그렇다. 각 미션마다 지정곡을 받는데, 안 어울리는 걸 떠나 춤추기에 부적합한 곡들도 많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겠으나 댄서인 내가 보기엔 음악이 굉장히 수준 미달이다. 방송이기에 판권을 따기 쉬운 음악으로 빨리 선정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어쨌든 댄서 입장에서는 그 음악 안에선 한 단계 낮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심사위원도 문제다.
일단 몇몇은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 심사위원이 아닌 시민 심사단 대표로. 시즌 2에 합류한 김수로 씨의 경우 방송의 재미를 위해 투입됐을 거다. 하지만 ‘표현력’을 심사한다는 명분에는 할 말이 없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차라리 춤에 대한 코멘트를 할 때 ‘제가 잘 알지 못하지만’이란 말을 전제로 한다면 이해하겠다. 대중의 눈으로 심사해 준다면 오히려 공정성 있다고 본다.

<댄싱9>은 춤의 대중화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애초에 100% 실시간 국민 투표를 받아서 결정해야 했다. 댄서들도 충분히 합의할 거다. 댄서들의 춤은 관객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국제 대회에선 댄서 세계의 수준에 맞추고, 대학 축제에서는 대중에 맞는 무대를 준비한다. 그러니까 정확한 포맷이 필요하다. 지금 <댄싱9>은 전문적인 척 포장해 놓고, 결과나 과정은 대중 입맛에 맞춰 가는 게 문제다. 네 맛도 내 맛도 아니다. 심사위원을 배제하고 생방송 실시간 문자 투표로 가든지, 모든 댄서가 인정하는 심사위원만을 내세우든지 모 아니면 도로 가야 한다. 다음 시즌에라도 분명한 노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댄싱9>은 계속된다
시즌 1의 한선천, 인선태에게 빠져들었던 당신. 시즌 2에도 훈남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 여배우 정은채, 정유미를 가르쳤다는 현대무용수 정혜민.

EDITOR : 김나랑
PHOTO : Mnet

발행 : 2014년 35호

[댄싱9] 시즌 2도 성적이 좋다. 하지만 몇몇톱 스트리트 댄서들은 [댄싱9]에 대해 할 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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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01호

2014년 08월 01호(총권 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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