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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어른이라면 거절을 잘해야 한다. 진짜다

거절을 잘해야 어른이다

On July 22, 2014

시의적절한 거절은 사람을 살린다고 믿는다. ‘희망 고문’이란 단어는 애초에 취급하지 않는 ‘단호박’ 과다.

▲ <막돼먹은 영애씨>의 영애는 직장 동료들의 부탁을 거절 못해 야근을 밥 먹듯 한다. 야유회 갈 때는 심지어 사장님 도시락도 직접 싼다. 이런 영애가 착해 보이나? 난 멍청해 보인다.

<라디오스타>에 나온 발레리나 강수진 얘기를 듣다가 적잖게 놀랐다. 올해 2월부터 국립발레단 단장직을 맡고 있는 그녀가 한국에 와서 단 한 번도 직원들과 ‘삼겹살 회식’을 안 했다는 거다. 김구라는 “자고로 회식엔 삼겹살”이라며 “계속 그러면 사람들이 당신을 싫어할 것”이라고 비아냥댔지만, 강수진은 단호했다. 몸매 관리를 위해 원래 삼겹살을 안 먹는다는 것이다. 김구라의 말처럼 한국 사회에서 ‘삼겹살’이 어떤 존재인가. 그 모든 압박을 견디면서까지 ‘NO’라고 말할 수 있는 그녀가 그녀의 발만큼 위대해 보였다.

당신은 어떤 사람을 볼 때 ‘저 사람 정말 어른이구나’ 하고 감탄하는가. 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는 사람을 볼 때 그렇다. 그런 원칙을 세우기까지 거쳐 온 지난한 시행착오의 날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귀하게 얻은 것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거절은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남의 제안과 부탁 앞에서 쩔쩔 매는 사람은 착한 게 아니라 도리어 무책임한 것이다. 이건 주체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미친듯이 심플』(문학동네)이란 책이 있다. 고 스티브 잡스의 경영 원칙을 서술한 책인데, 저자 켄 시걸은 잡스의 경영 제1 원칙을 ‘냉혹함’으로 꼽는다. 잡스가 피도 눈물도 없이 잔악무도했다는 뜻이 아니라, 일의 과정과 평가에서 언제나 제 할 말을 하고 넘어갔다는 뜻이다. 마치 맛없는 음식은 주저함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마쉐코>의 강레오처럼. 물론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가진 이들은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런 기질 때문에 잡스가 직원이나 협력사와 관계가 나빴을 수도 있잖아요?” 아니, 오히려 피차 솔직해질 수 있어서 문제가 생겨도 쉽게 솔루션을 찾았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단호함은 책임감의 다른 표현임을 아직도 모르겠는가.
‘통섭’과 ‘의사 표현의 미숙함’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즉문즉설’의 법륜 스님은 강의료를 사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신 자기 시간이 맞지 않으면 어디서 불렀든 상관하지 않고 단박에 거절한다. 그는 이러한 원칙이 자신을 언제 어디서나 주인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병법서 『손자』는 ‘군주의 잘못된 명령은 장수가 거부할 수 있다’고 했다. 실례로 이순신은 왕명(!)을 거절한 적이 있다. 조정에서 부산으로 가 왜적을 막으라고 했는데, 당시 지리적 요인과 전술을 따져보니 100% 질 것 같은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사형의 위기를 맞긴 했지만, 그것까지도 감수하겠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었다.

“누가 거절이 필요할 때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나?” 기질상 거절을 더럽게 못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더러 처세술 책을 뒤적이기도 할 테다. 그때 이런 문장들이 보이겠지. “우선 ‘어려운 사정은 잘 알겠는데…’라며 그 사람을 이해하고 있다는 표시를 하세요”, “다음에는 꼭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란 말로 다독이며 마무리하세요” 등등. 난 이런 말은 다 ‘개소리’라고 생각한다. 거절의 말은 짧고 분명할수록 좋다. 두려워할 것 없다. 단지 당신의 논지에 일관성만 있으면 된다. 그게 없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그냥 ‘나쁜 사람’인 거고. 공교롭게도 단호한 사람들을 떠올리다 보니 죄다 성공한 사람이다. 주체성의 유무가 결국 그 사람을 ‘삶의 갑’으로 등극시키는 걸까? 이 글에 ‘거절 잘하다 보니 성공했어요’라는 부제를 달아도 괜찮을 것 같다.

<그라치아> 독자에게 물었다
거절하기 가장 곤란했던 회사 상사의 부탁은?

“저희 사장님은 분기별로 한 번씩 직원들에게 점심을 먹자고 하세요. 랜덤으로 말이죠. 걸리면 12시부터 2~3시까지 꼼짝없이 사장님의 일장연설을 들어야 해요. 다른 미팅이 있든, 회의가 있든 저희 일정 따위는 상관하지 않으세요. 하지만 어떻게 거절합니까? 사장님인데!” _Mine Park

“저희 실장님은 제게 수시로 간식을 사달라고 하세요. 회사 일로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주신 고마운 분이긴 한데, 어떻게 매번 부하 직원인 제게 빵과 커피를 사달라고 하는지! 저보다 월급도 훨씬 많고, 아직 자녀도 없는 분이 정말 심하게 자린고비입니다. 심지어 퇴근길에 ‘햄버거 하나만 사줘’라고 하시거나 ‘지하상가에 내가 예쁜 옷 하나 봐둔 거 있는데’라고도 하세요. 오 마이 갓.” _장봄

“다이어트 식단으로 야무지게 샐러드 도시락을 싸갔는데, 과장님이 아웃백 점심 도시락을 배달시킨 거예요. 식용유로 범벅된 볶음밥을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절대 아니었어요. 오히려 ‘과장님~ 정말 센스 돋으시네요!’라고 해야죠.” _손모아

“제게는 점심시간마다 기도 모임을 주도하는 상사가 있어요. 저는 종교가 없거든요! 그분이 점심시간마다 제게 슬쩍 다가와서 ‘약속 있어?’ 하며 데려가는 기도 모임. 허기는 삼각 김밥으로 대충 때우면서 맘에도 없는 기도를 해야 하는 최악의 점심시간. 불편해요.
진짜 불편합니다. 저도 동료들과 나가서 따뜻한 백반 먹고 싶어요.” _Jinny Han

EDITOR : 김현민
PHOTO : tvN

발행 : 2014년 34호

시의적절한 거절은 사람을 살린다고 믿는다. ‘희망 고문’이란 단어는 애초에 취급하지 않는 ‘단호박’ 과다.

Credit Info

2014년 07월 02호

2014년 07월 02호(총권 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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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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