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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월드컵 과부’ 행세는 관두고 월드컵을 제대로 즐겨보라고, 김태훈이 유혹한다.

여자들이여 월드컵에 올인하라

On June 23, 2014

월드컵에 남자 친구를 빼앗긴 기분이라고?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이제 ‘월드컵 과부’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그의 방식대로 지적이며 우아하게 그리고 재밌게.

축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4년에 한 번씩 인류의 절반을 바보(!)로 만드는 월드컵 시즌의 개막이 코앞이다. 세상은 단숨에 두 쪽으로 나뉠 것이다. 축구에 열광하는 미개한(!) 남성들과 그들로 인해 시한부 과부로 전락한 여성들. 2006년 영국에선 기혼녀 170여 명이 월드컵 과부 클럽(www.worldcupwidowclub.com)을 공식 결성하고 ‘월드컵 과부로 살아남기 위한 10계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 내용은 대충 이렇다. ‘사람들이 피자를 끌어안고 TV를 보며 뚱뚱해지는 6월 한 달 동안 몸매를 유지하라. 상대적인 경쟁력 강화로 한 달 만에 퀸카로 거듭날 것이다.’ 여성이라면 귀가 솔깃할 만한 충고다. 대한민국의 많은 여성도 ‘치맥’을 끌어안고 다이어트에 무심해지는 한 달이 월드컵 기간이기도 할 테니까.

또 다른 실용적 충고로는 이런 게 있다. ‘남편의 신용카드를 마음 편히 사용하라. 어차피 축구에 미친 남편은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남자들이 월드컵 기간 동안 바보가 된다는, 만국 공통의 진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왜 아니겠는가?). 근대 축구의 발생지인 영국의 작가 닉 혼비도 자신의 명저(!) 『피버 피치』와 국내에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란 요상한 제목으로 개봉한 영화의 원작 『하이 피델리티』를 통해 남자들의 머릿속엔 오직 로큰롤과 축구만 들어 있을 뿐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멍청이들의 취향이라는 뜻일 거다. 그럼에도 축구란, 그리고 월드컵이란 사람들을 유혹하는 매혹적인 그 무엇을 갖고 있다.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의 여성들도 축구에 열광했던 계절이 있다. 2002년 월드컵이다. 물론 그 이후의 월드컵은 다소 시들해진 경향이 있지만, 어찌 되었건 애국적 관심으로 지켜보기 시작한 2002년 월드컵에서 이 땅의 여성들은 개국 이후 처음으로 놀라운 관심과 흥분을 드러냈다. 왜일까? 단지 4강 진출의 감동과 김남일의 “나이트에 가고 싶습니다!”라는 인터뷰가 귀여워서?

2002년 월드컵의 열기는 TV 중계의 힘이었다. 현장 카메라와 TV 중계 기술의 발전은 축구를 스포츠가 아닌 드라마로 만들어버렸다. 과거의 축구 중계는 경기장 꼭대기에 서너 대의 카메라만 설치해 놓고,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 선수들이 뛰어다니는 것을
“네, 허정무 선수가 골대 앞으로 단독 드리블을 합니다”라고 드립을 치던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축구 중계는 클로즈업과 슬로모션이라는 환상적인 카메라 기술을 통해 축구 경기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변화시켰다. 허벅지가 30인치에 육박하는, 영화 <300>의 제라드 버틀러 같은 선수들이 무려 22명이나 운동장에서 뛰어다닌다. 카메라는 스파르타의 병정들처럼 강인한 표정으로 땀을 튀기며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는 그들의 얼굴과 허벅지를 극단적으로 클로즈업해 슬로모션으로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건 일종의 포르노다. 그러나 승부의 과정을 기승전결로 담고 있는 드라마틱한 포르노다. 열광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존재한다. 찬찬히 2002년을 복기해 보자. 왜 골을 넣은 몇몇 공격수들보다 한 골도 넣지 못한 미드필더 김남일 선수의 인기가 그토록 폭발적이었는지. 그가 가졌던 수컷 그대로의 야성적 매력이 여성들에겐 더 흥미로웠던 것이다.

이탈리아의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사복 차림은 더 끝내준다.

비록 베컴은 영국 대표에 선발되지 못했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도 여성들을 매혹시킬 수많은 선수가 대기 중이다. 우선은 설명이 필요 없는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 호날두가 있다. 다비드 상을 연상시키는 얼굴과 완벽한 근육을 자랑하는 몸매, 현란한 개인기에 골키퍼가 두 눈을 똑바로 뜨고도 꼼짝 못한다는 환상의 무회전 킥을 장착한 인물이다.

6월 17일, 한국 시간으로 새벽 1시면 독일과 맞장을 붙을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주목해야 할 단 한 명의 선수만을 거론한다면, 이탈리아의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다. 일찍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를 두고 ‘신이 여자를 위해 창조한 아티스트’라고 설레발을 쳤다면,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는 ‘신이 그를 제외한 세상의 다른 모든 남자를 엿 먹이기 위해 만든 인간 같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6년생, 179cm에 76kg이란 완벽한 몸매. 전성기 시절의 베컴 따위는 간단히 찜 쪄(!) 먹는다는 외모의 소유자다. 명문 유벤투스 소속인 마르키시오는 너무도 많은 패션쇼에 등장해서 부업이 축구 선수라는 우스갯소리마저 있다. 그의 이번 월드컵 첫 경기는 6월 15일 아침 6시 영국과의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영국팀 부동의 미드필더인 스티븐 제라드의 동안은 보너스로 확인 가능하다.

자, ‘월드컵 과부’라는 호칭을 받기보단 능동적으로 이번 월드컵을 좀 즐겨보겠다고 생각한다면 이태원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모여드는 이태원은 월드컵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매일매일 경기에 따라 그 경기를 펼치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바와 카페를 채운다.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가를 목소리 높여 부르며 축제를 만끽하는 순간, 공간은 푸껫의 빠똥이나 브라질의 이파네마로 변신하는 것.

한국팀의 경기가 없는 날에도 세계인들의 경기는 펼쳐진다. 간단한 축구 규칙만을 이해한다면 누구나 이 축제의 공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응원하며, 국가 대항이 아닌 순수한 축구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월드컵이야?’라고 투덜거리지 말자. 월드컵은 4년에 한 번씩밖에 돌아오지 않으며, 당신이 즐길 월드컵은 이제 몇 번 남지 않았다. 즐겨라. 축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EDITOR : 김현민
PHOTO : Getty Images

발행 : 2014년 32호

월드컵에 남자 친구를 빼앗긴 기분이라고?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이제 ‘월드컵 과부’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그의 방식대로 지적이며 우아하게 그리고 재밌게.

Credit Info

2014년 06월 02호

2014년 06월 02호(총권 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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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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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