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 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오늘의 패션

그들이 두바이로 간 까닭은?

On June 17, 2014

지난 5월, 패션계의 VIP들이 두바이, 모나코, 브루클린으로 향했다. 하나같이 크루즈 컬렉션 초대장을 들고 있었다.

▲ 히잡으로 가려도 그들의 ‘부티’는 숨길 수가 없다. 샤넬로 치장한 두바이의 VIP들이 샤넬이 준비한 특별한 배를 타고 무인도로 향하고 있다. 그날 하루만큼은 샤넬이 전세 낸, 세상에서 제일 럭셔리한 무인도로.

이제 패션을 봄/여름, 가을/겨울로 나누는 시대는 끝났다. 지난 5월, 패션 달력에 이상 현상이 발견됐다. 파리에 뿌리를 둔 디올, 루이비통, 샤넬이 파리가 아닌 의외의 장소에서 어마어마한 규모로 리조트 컬렉션을 연 것. 세 개의 톱 하우스 브랜드들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리조트 컬렉션의 몸집을 불리고 있다. 쇼의 초대장을 구하는 건 더 어렵다. 브랜드가 엄선한 사람들만이 초대장을 거머쥘 수 있다. 여느 컬렉션보다 ‘익스클루시브’한 느낌 때문에 셀러브리티들의 참석률도 높다. 그 놀라웠던 며칠에 대해 회고해 보자면 이러하다.

5월 7일, 미국이 항상 영감의 대상이라던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 시몬스는 브루클린의 네이비 야드로 9백 명이 넘는 게스트를 초대했다. 그들은 디올이 준비한 특별한 페리호를 타고 맨해튼을 건너와 세일러 유니폼을 입은 남성 모델들이 건네는 샴페인을 마시며 66벌이나 되는 리조트 컬렉션을 감상했다. 그리고 6일 후, 한다면 하는 샤넬의 칼 라거펠트는 두바이에 있는 무인도에 쇼장을 세우고 1천 명이 넘는 게스트를 초대해 리조트 컬렉션을 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5월 17일, 모나코 왕궁의 앞마당에서 쇼를 연 루이비통은 칸 영화제 기간과 맞물려 셀러브리티와 VIP들을 지중해로 집결시켰다. 패션 하우스들은 단 하루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으며, 쿠튀르 못지않게 프라이빗한 쇼를 진행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떠들썩한 리조트 컬렉션 전쟁이 벌어지기 시작했을까.

얼마 전 디올의 회장 시드니 톨레다노가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 답을 구할 수 있다. “고객들은 더 많은 패션, 더 많은 새로움을 원해요. 지금 리조트 컬렉션은 봄/여름 컬렉션만큼이나 중요해요. 판매에 있어서는 더 중요할지도 모르죠.” 리조트 컬렉션은 10월 말부터 다음 해 5월까지 약 6개월가량 매장에서 판매된다. 그만큼 시즌을 아우르는 아이템들이 모조리 출시되는 것.
라프 시몬스가 “리조트 컬렉션은 현실적인 모습을 반영하죠. 저희 옷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입혀진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라고 말한 것처럼,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럭셔리 소비자층은 단순히 로고만 앞세운 명품 액세서리가 아니라 실제로 착용 가능하면서 취향이 드러나는 옷을 원하고 있다. 고객은 물론이고 패션 하우스도 새로운 것을 원한다.

기존의 컬렉션들은 이미 온라인 생중계나 늘어난 블로그 및 매체를 통해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신비로움을 잃어버린다. 지금의 하이패션 하우스들은 과거의 신비로움을 되찾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태초부터 겨울을 피해 휴가를 가는 상류층을 위한 홀리데이 룩이었던 리조트 컬렉션은 의미가 있다. “예전에는 패션쇼에 둘째 줄이 없었어요. 모두가 첫째 줄에 따닥따닥 붙어 앉았죠.
오직 클라이언트들만을 위한 쇼였어요. 그때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모나코에서 열린 리조트 컬렉션 직후 루이비통의 CEO인 마이클 버크가 말했다. 리조트 컬렉션은 더 많은 사람이 입을 수 있게 만든, 즉 ‘보급형 명품’인 동시에 실제로 옷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옷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5월을 계기로 리조트 컬렉션의 부활이 가속화되고 있다. 스치듯 지나간 리조트 컬렉션이 기존의 정규 컬렉션을 따라잡는 건 한순간일 듯. 그날의 특별한 리조트 룩과 게스트들을 소개한다.


Desert Flower

샤넬 + 두바이
리조트 컬렉션에 관해선 선두자라고 할 만한 샤넬. 10여년 전부터 5월이면 마이애미, 싱가포르 등을 돌며 대규모 크루즈 쇼를 펼쳤었다. 이번에 선택한 곳은 동양과 서양의 경계, 아랍에미리트 연합의 진주로 불리는 두바이의 무인도다.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 오직 쇼만을 위한 건물을 짓고, 도시에 대한 오마주를 담아 사막을 연상시키는 베이지 컬러를 바탕으로 오일 캔 모양의 백이나 초승달 모양의 머리 장식 및 할렘 팬츠 등을 선보였다. (언제나처럼) 거대한 쇼장은 쇼 직후 바로 허물었다. 그야말로 신기루 같았던 쇼!

  • 틸다 스윈튼
  • 앨리스 데럴

틸다 스윈튼
건조하고 창백하면서도 귀품 있는 이미지의 틸다 스윈튼은 2013년부터 샤넬의 얼굴로 각종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앨리스 데럴
1990년대 그런지와 펑크를 사랑하는 앨리스 데럴은 2012년부터 샤넬의 광고 모델을 맡으며 브랜드에 젊은 피를 수혈 중이다.

100년 전만 해도 동양이나 중동의 느낌을 가미한 패션을 서구 여자들에게 보여줬는데, 지금은 중동 여자들에게 서구 패션을 보여주고 있어요. 모던한 오리엔트를 보여주는 새로운 천일야화죠. _칼 라거펠트


Back to 70’s

루이비통 + 모나코
루이비통에서 두 번째 쇼를 가진 니콜라 제스키에르. 그의 뇌리 속에 박혀 있는 루이비통의 전성기는 1970년대다. “그땐 제인 버킨과 같은 사람들이 다양한 스타일을 믹스해 조금은 특이하면서 쿨한 룩을 선보였었죠. 그녀는 꾸미지 않은 옷차림에 루이비통 트렁크를 들고 있었어요. 부르주아의 상징인 그 백 덕분에 자신의 스타일에도 색다를 변화를 줄 수 있었죠.”
그는 그 시절 루이비통 트렁크 패턴을 해부해 리조트 컬렉션에 녹혔다. 또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날 것 같은 빛나는 파이톤 소재, 벨트가 달린 팬츠 슈트 등으로 1970년대의 풍요로움을 재현했다

  • 배두나
  • 샤를로트 갱스부르

배두나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직접 초대한 배두나. 칸 영화제에 참석 중이던 배두나는 그의 첫 루이비통 피스를 입고 모나코를 방문했다.

샤를로트 갱스부르
제인 버킨의 딸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러브콜을 받고 그의 첫 루이비통 캠페인 모델이 되었다.

5년 전의 모나코에 10개의 민족이 살았다면 지금은 30개가 넘어요. 10년 전만 해도 크지 않았던 시장들이 이젠 전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죠. 요즘 우린 동남아, 아프리카에도 스토어를 열고 있어요. _니콜라 제스키에르


American Dream

디올 + 브루클린
브루클린의 네이비 야드는 원래 해군 조선소가 있던 곳으로, 지금은 박물관을 비롯해 맥주 공장과 가구 공장 등이 있다. 그곳의 두갈 그린 하우스에 차려진 세트에는 16피트가 넘는 초대형 거울 벽이 세워졌다. 맨해튼의 풍경을 거울에 담으려는 라프 시몬스의 의도였다. 룩들도 다르지 않다. ‘미국 스타일로 된 프랑스 패션’이라는 평을 받은 디올의 2015 크루즈 컬렉션. 항상 미국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다는 라프 시몬스는 미국의 성조기에서 따온 컬러와 프린트를 실크 위에 섬세하게 입혔다. 그리고 종이접기를 하듯 볼륨 있게 만든 옷들. 당장 지갑을 열어젖히게 만들 만큼 매력적이다.

  • 마리옹 코티아르
  • 리한나

마리옹 코티아르
2009년부터 디올의 얼굴로 활동 중인 마리옹 코티아르는 파리 패션의 전통적인 우아함을 대변한다.

리한나
라프 시몬스가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 뭐든 자신의 스타일로 융화시키는 리한나에게 스타일의 경계란 무의미하다.

팝 컬처, 에너지, 우아함… 미국에는 살아 숨 쉬는 무언가가 있어요. 업타운이든 다운타운이든, 동부에서든 서부에서든, 미국의 여성들은 언제나 강렬하고 리얼하게 옷을 입죠. _라프 시몬스

EDITOR : 김민정
PHOTO : ©Chanel, Louis Vuitton, Dior

발행 : 2014년 32호

지난 5월, 패션계의 VIP들이 두바이, 모나코, 브루클린으로 향했다. 하나같이 크루즈 컬렉션 초대장을 들고 있었다.

Credit Info

2014년 06월 02호

2014년 06월 02호(총권 32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민정
PHOTO
©Chanel, Louis Vuitton, D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