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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니스타 엄정화에게 말해주고 싶다. “진짜 기자들은 이런 옷을 입지 않는다고요”.

진짜 기자 룩을 알려주마

On May 13, 2014

패셔니스타 엄정화가 오랜만에 드라마를 찍는다. 문제는 주인공의 직업이 취재 기자라는 것. 그런데 기자치고는 ‘너무’ 스타일리시하다. 보는 재미야 있지만 오해는 풀고 싶다. “진짜 기자들은 이런 옷을 입지 않는다고요”.

NO! 실크 블라우스
‘24시간 대기’하는 탐사 보도 전문가에게 입을 때마다 스팀다리미로 다려줘야 하는 실크 블라우스란 있을 수 없다.

종합지 기자들의 보수적인 오피스 룩
<마녀의 연애>(tvN) 첫 회에서 반지연(엄정화)은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에 잠입한다. 정계 진출을 앞둔 국민 배우의 사생활을 파헤치기 위해서다. 잡지 이름은 <트러블 메이커>. 연예 파파라치 매체인가 했더니 연예인 기사부터 패션·뷰티 정보까지 다루는 종합지다. 이 ‘마녀’는 저소득층 복지 실태나 장애인 학교의 비리를 폭로하는 탐사 보도 전문. 현실에서 따지면 <디스패치> 기자들과 비슷한 일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출근복을 보면 혼란스럽다. 그녀는 스틸레토 힐을 신고, 마이크로 미니스커트를 입고, 서류 봉투보다 작은 클러치 백을 들고 있다.

실제 종합지 기자들은 이렇지 않다. 패션의 ‘ㅍ’도 모르는 남자들(주로 사진 보도 취재팀)과 일하다 보니 스타일에 둔감해지기 십상이다. 캐주얼한 셔츠, 면바지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광화문에서 어슬렁거리는 여자를 발견하면 종합지 기자가 아닐까 의심해 봐도 좋다. 공공 부처나 기업 등 보수적인 출입처를 상대하는 여기자들 중엔 당장 이브 생 로랑 패션쇼에 내보내고 싶을 만큼 드레시하게 팬츠 슈트를 소화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건 얌전한 정장, 트렌치코트, 로퍼 등을 애용하는 부류. 어느 쪽이든 노트북과 녹음기 등을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느라 백팩이나 빅 백은 필수고, 50보만 걸어도 쥐가 날 듯한 스틸레토 힐은 신지 않는다.

NO! 미니스커트
스커트인지 톱인지도 모를 ‘물건’은 입지 못한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무슨 취재란 말인가?

패션지 기자들의 실용적인 럭셔리 룩
반지연의 옷차림을 보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는 시청자들도 있을 터. ‘아하, 설정은 종합지지만 의상은 패션 에디터를 모델로 했나 보다’라는 착각은 넣어두시라. 오히려 그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트렌드로 무장하는 걸 촌스러운 작태로 여긴다.
패션 에디터들이 많이 서식하는 역삼동 일대 부동산 중개사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패션 잡지 기자 중엔 정장 바지에 운동화를 신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왜죠?” 왜 그렇겠나? 패션 에디터는 우아한 직업이 아니다. 그들은 온갖 매장을 돌아다니며 시장 조사를 하고, 섭외를 위해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니며, 의상을 픽업·반납하고, 촬영장에서 몇 시간이고 다림질을 하거나 쭈그려 앉아 모델의 바짓단을 정돈하는 사람들이다. 멋모르는 어시스턴트가 하이힐을 신고 돌아다니면 “누가 그딴 것 신으랬어”라고 요절을 내는 게 이 필드의 풍습이다.

하지만 그들은 2천분의 1초 만에 사람을 스캔해 얼마짜리 룩인지 파악해 버리는 스타일 터미네이터들답게, 티셔츠 한 장도 디자이너 브랜드를 애용한다. 그런 그들이 ‘정장에 운동화’를 착용했다면 그건 생로랑의 팬츠와 지방시의 운동화쯤은 될 것이다. 때론 몇 시즌 앞서 트렌드를 파악하는 탓에 대중 정서와 다른 옷을 입어 친구들을 뜨악하게 하지만, 트렌드가 아니라 트렌드 할머니가 와도 불편하거나 페미닌한 룩은 지양한다. 해외 패션 블로그에 등장하는 에디터들은 뭐냐고? 우리도 궁금하다. 그녀들이야말로 호박 마차를 잡지로 둔갑시키는 진짜 마녀들인 것 같다.

NO! 클러치
노트북은 말할 것도 없고 ‘노트’도 안 들어갈 클러치 백이라니, 가당치도 않다.

연예 전문 기자들의 제멋대로 캐주얼
스포츠 신문이나 일간지 연예부, 혹은 문화 전문지 기자들의 스타일 스펙트럼은 좀 다양하다. 반지연 같은 취향을 가진 이가 가장 무난하게 스며들 수 있는 분야가 이쪽일 수도 있겠다. 방송, 영화, 연예 자체가 스타일에 대한 고정관념이 적은 분야기 때문에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자연스레 제 취향대로 옷을 입는다. 사시사철 목 늘어난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어도 흠이 되지 않고, 패션 에디터들과 달리 철 지난 유행이나 후진 브랜드를 입었다고 기 센 스태프들에게 무시당할 일도 없다. 머리에 T팬티를 뒤집어쓰고 다니지 않는 한 네 멋대로 하라는 분위기다 보니 1990년대 운동권 학생들처럼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제법 트렌드를 흉내 내는 SPA 마니아들도 있으며, 알고 보면 부업이 10꼬르소꼬모 바이어인가 싶게 듣도 보도 못한 외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섭렵하는 패션 수집가도 있다. 연예인과 자주 접촉하다 보니 그에 영향을 받아서 풀 메이크업과 글래머러스한 룩을 구사하는 기자들도 간혹 있고…. 그러니 <마녀의 연애> 제작진이 극 중 반지연의 스타일을 바꿀 수 없다면 직장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싶다. 여전히 그 은색 스틸레토 힐은 포기해야 하고, 업계 대세인 색조 없는 옅은 메이크업과 심플한 캐주얼들 사이에서 간혹 외계인이 된 듯 소외감을 느낄 테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마녀가 아니라 기자로 돌아오라, 반지연.

NO! 스틸레토
두 발이 가장 든든한 기동력인 기자에게 50발자국도 못 가 다리에 쥐가 날 스틸레토는 꿈도 꾸지 못할 일.


진짜 기자, 수지 멘키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서 25년간 기자 생활을 하고, 인터내셔널 보그닷컴으로 이직한 패션 저널리스트 수지 멘키스는 항상 컬렉션장에 도착하자 마자 노트북을 꺼낸다. 물론 그녀의 가방은 몸집만큼(?) 크다. 옷차림도 변함 없다. 항상 펑퍼짐한 코트에 단화를 신는다. 이게 현장을 전하는 진짜 기자의 ‘유니폼’이다.

여기자의 룩이란
분야를 불문하고 진짜 기자들의 옷차림은 반지연의 옷차림과 비슷하지 않다(심지어 조금도). 그래서 ‘진짜 기자들의 옷차림’을 가장 현실적으로 구현해 봤다.

셔츠 종합지 기자들은 보수적이다. 고지식한 중년 남자들 사이에서 ‘특종’을 놓고 전쟁을 펼치는 여기자에게 멋을 부리는 건 사치고, 트렌드는 다른 세상의 얘기일 수밖에. 지오다노 스타일의 캐주얼한 셔츠도 다려 입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가방 노트북은 곧 죽어도 가방에 있어야 한다. 노트, 녹음기 등도 필수. 때문에 탐사 전문 기자에게 백팩은 필수다. 멋을 좀 부린다면 쇼퍼 백 스타일의 빅 백을 든다.

슬랙스 패션 기자는 우아하지 않다. 하루 종일 시장 조사를 하기도 하고 촬영 때면 쭈그려 앉아 모델의 옷매무새를 만지는 ‘노동자’다. 편하면서도 ‘갖춰 입은 것처럼 보이는’ 슬랙스를 입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래도 눈은 높고 취향은 까다로워 질 샌더를 입을지언정 ‘편한 것’만은 필수다.

운동화 50보만 걸어도 쥐가 날 것 같은 스틸레토 힐은 금기 사항이다. 간혹 멋모르는 어시스턴트나 인턴이 하이힐을 신고 돌아다니면 “누가 그딴 것 신으랬어”라고 요절을 내는 게 이 필드의 풍습이다. 운동화 아니면 단화다.

WORDS : 이숙명
EDITOR : 김민지
PHOTO : Getty Images, Imaxtree

발행 : 2014년 30호

패셔니스타 엄정화가 오랜만에 드라마를 찍는다. 문제는 주인공의 직업이 취재 기자라는 것. 그런데 기자치고는 ‘너무’ 스타일리시하다. 보는 재미야 있지만 오해는 풀고 싶다. “진짜 기자들은 이런 옷을 입지 않는다고요”.

Credit Info

2014년 05월 02호

2014년 05월 02호(총권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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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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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Imax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