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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치아]를 시끄럽게 했던 미셀 하퍼의 젖꼭지 스트리트 패션 사건에 대하여.

패션이라면 젖꼭지 노출쯤이야

On April 21, 2014

지난 2월 뉴욕 패션위크 기간 중 과감히 트렌치코트를 열어젖히고 시스루 톱 안의 젖꼭지를 드러낸 스타일리스트 미셸 하퍼의 사진은 [그라치아] 편집부를 시끄럽게 했다. “미친 거 아냐?” “이게 예뻐?” “찍히려고 이제 별짓 다하는군.” “아름다워야 패션이지!” 패션 에디터들은 의외로 그녀의 ‘젖꼭지 패션’에 냉정했다. 하지만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공동 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인 김도훈은 이 ‘바바리녀’의 ‘용맹함’을 찬사했다.

  • 영하 10℃의 뉴욕 거리에서 ‘바바리’를 열어젖힌 스타일리스트 미셸 하퍼.
  • 스누드로 그나마 조금(?) 가려진 리한나의 젖꼭지.

과감하게 커밍아웃을 해야겠다. 나는 인간의 몸에서 젖꼭지야 말로 가장 은밀하고 위대하게 섹시한 부위라고 생각한다. 많은 남자는 허리 아래에 숨겨진 부위를 더 궁금해하겠지만 내게는 젖꼭지야말로 여성적 에로스의 꼭짓점과도 같다. 남자의 젖꼭지도 마찬가지.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남자들의 젖꼭지는 퇴화의 흔적이다. 사실 딱히 쓸모도 없다. 하지만 나는 자신의 젖꼭지가 어마어마한 성감대라고 털어놓은 남자들을 몇몇 알고 있다. 대부분의 남자에게 젖꼭지는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좋은 성감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여자의 젖꼭지는 전혀 다른 취급을 받는다.

내게는 젖꼭지가 맹렬하게 드러나는 알렉산더 왕의 티셔츠가 있다. 그걸 입고 부모님을 만나거나 특급 호텔의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건 무리겠지만, 벌건 대낮에 가로수길이나 한남동을 걷는 데는 그리 큰 용기가 필요 없다. 그런데 당신이 여자라면? 그 길로 누군가의 스마트폰에 찍혀 오래도록 ‘한남동 젖꼭지녀’로 불리며 인터넷을 떠돌아다니겠지. 여자들에게 젖꼭지의 노출은 영원불멸의 터부인 걸까? 영하 10℃까지 떨어진 올 2월의 뉴욕 패션위크에서, 스타일리스트 미셸 하퍼는 프라발 구룽 쇼장 바깥의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 앞에 선 뒤 트렌치코트를 열어젖히고 젖꼭지가 훤히 드러나는 룩을 선보였다. 며칠 뒤 파리 패션위크의 발맹 쇼에서는 팝 가수 리한나가 젖꼭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레이스 톱을 입고 나타나, 패션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여기서 질문! 과연 젖꼭지 노출은 허용 가능한 패션인가?


오스카에서 젖꼭지가 드러나는 시스루 톱을 입었던 기네스 팰트로.

그런데 젖꼭지를 둘러싼 패션계의 논쟁은 때늦은 호들갑처럼 느껴진다. 스타일리스트가 뉴욕거리에서 젖꼭지를 내보인게 놀랄 만한 일인가? 팝 가수와 모델이 길거리에서 젖꼭지를 노출하기 이 전에, 이미 그들과는 영향력에서 비교도 할 수 없는 A급 할리우드 스타가 젖꼭지를 노출한 바 있다.

얼마 전 크리스 마틴과 이혼하고 유기농 식품과 재혼한 기네스 팰트로다. 팰트로는 2002년 오스카 레드카펫에서 망사로 된 톱을 입었다.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드레스였다. 모든 패션 자경단이 그녀의 망사톱을 혹독하게 공격하며 워스트드레서 리스트에 그녀를 올렸다. 나는 기네스 팰트로의 대담함에 박수를 쳤다.
심지어 나는 그녀가 꽤나 빈약한 가슴의 소유자라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축 처진 가슴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을 입고 전 세계 수천만 명이 지켜보는 오스카 레드카펫에 오르는 건 보통의 담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것도 제니퍼 로페즈와 셀마 헤이엑 같은 탐스러운 가슴의 소유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말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은 건 패션계의 갑작스러운 젖꼭지 호들갑을 좀 가라앉히고 싶어서다. 솔직히 말하면 패션위크에서 누가 가슴을 열어젖히는 일은 딱히 대담한 사건도 아니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에게 사진 한 번 찍혀보고자 그 시즌의 모든 괴이한 트렌드를 몸에 걸치고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패셔니스타들이 이제야 가슴을 열어젖히다니. 그리고 그게 논쟁이 되다니. 맙소사! 당신들은 왜 패션 앞에선 그렇게 용맹하면서 젖꼭지 앞에서는 이렇게 늦게 용맹함을 되찾았는가(그렇다, 이건 호통이다)! 물론 여자의 젖꼭지 노출에 대한 사회적 논쟁은 항상 존재해 왔다. 프랑스나 독일처럼 노출에 진보적인 국가에서도 여성의 젖꼭지 노출은 종종 논쟁거리였다. 그런데 그건 40여년 전 이야기다. 브라를 불태우고 젖꼭지를 열어젖히자고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했던 것이 1960년대다. 할리우드 스타와 스트리트 패셔니스타들이 열어젖히기 시작했다면 브라 없이 젖꼭지의 윤곽을 드러내는 건 둘째치고, 곧 젖꼭지의 진한 색깔을 과시하는 시절이 올 것이다. 우리 생각보다 더 빨리 올지도 모른다. 1950년대에 미니스커트가 얼마나 강력한 터부였는지를 돌이켜보라.

다만 여자들의 젖꼭지 패션이 일반화되었을 때의 문제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가슴확대 수술의 일반화다. 드러내서 자랑할 수 있는 부위가 새롭게 발견되면 성형외과의 전략 역시 바뀌게 마련이니까. 그렇다고 이 글을 읽자마자 가슴 확대 수술 상담을 받을 필요는 없다. 생각보단 금방이지만, 한국 여자들이 젖꼭지를 드러내는 데에는 그래도 꽤 긴 시간이 걸릴 테니까.

WORDS : 김도훈
EDITOR : 김민지
PHOTO : Getty Images

발행 : 2014년 28호

지난 2월 뉴욕 패션위크 기간 중 과감히 트렌치코트를 열어젖히고 시스루 톱 안의 젖꼭지를 드러낸 스타일리스트 미셸 하퍼의 사진은 [그라치아] 편집부를 시끄럽게 했다. “미친 거 아냐?” “이게 예뻐?” “찍히려고 이제 별짓 다하는군.” “아름다워야 패션이지!” 패션 에디터들은 의외로 그녀의 ‘젖꼭지 패션’에 냉정했다. 하지만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공동 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인 김도훈은 이 ‘바바리녀’의 ‘용맹함’을 찬사했다.

Credit Info

2014년 04월 02호

2014년 04월 02호(총권 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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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김도훈
EDITOR
김민지
PHOTO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