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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니스타 김나영과 푸시버튼 디자이너 박승건이 '란제리 패션'을 씩씩하게 입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란제리 룩

On February 28, 2014

‘패셔니스타’ 김나영과 ‘푸시버튼’ 디자이너 박승건은 패션계의 단짝이다. 김나영은 박승건에게 영감을 주고, 박승건은 김나영을 통해 패션 디렉터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단어만으로도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란제리 패션’을 씩씩하게 소화해 내는 방법을 전한다.

  • 보이프렌드 데님 팬츠와 오버사이즈 야상을 매치해 새빨간 캐미솔이 야해 보이지 않는다.
  • 슬립 드레스를 일상적인 룩으로 만들어주는 무뚝뚝한 부츠.

나영 란제리는 여자의 판타지예요. 평소에는 ‘아메리칸 어패럴’처럼 편한 속옷을 입을지라도, 특별한 날에는 ‘아장 프로보카퇴르’의 섹시한 캐미솔이나 코르셋을 입고 싶어 하죠. 왜 있잖아요. ‘나 오늘은 여자이고 싶어요’ 같은 느낌.

승건 어머, 너도 그런 게 있어? 그래서 섹시한 뷔스티에를 샀구나?

나영 맞아요. 아직 밤에 입을 일이 없으니 겉에다 입어봤죠! 셔츠 위에 레이어링하니 새롭던데요. 지난 파리 컬렉션 때도 그 뷔스티에를 입고 나간 날엔 유독 스트리트 사진가들이 열광하더라고요.

승건 그래도 란제리 룩을 입을 땐 조심 또 조심해야 해. 어떤 룩이든 ‘투 머치’는 피해야 하지만, 란제리 룩은 더더욱 그렇거든.
자칫 ‘나 오늘 한가해요’ 혹은 ‘광녀’ 뉘앙스를 풍길 수 있어. 란제리 룩이야말로 현시대의 스타일링 룰인 믹스 매치의 중요성을 완벽하게 보여주지. 남성성과 여성성을 적절히 조화하는 게 관건이야. 아니면 데님, 카디건처럼 일상적이고 베이식한 아이템과 믹스하거나.

나영 맞아요. 란제리 룩은 특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섹시하면 오히려 천박해 보이더라고요. 그럴 땐 오버사이즈 재킷이나 투박한 밀리터리 점퍼처럼 남자들의 아이템을 믹스하면 도움이 돼요.

승건 란제리 중에서도 캐미솔은 나영이가 말한 여자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아이템이야. 동시에 란제리 룩으로도 활용하기에 좋지. 오늘 스타일링도 캐미솔과 슬립을 활용했는데, 생각보다 캐주얼하고 접근하기에 쉽지 않았어?

나영 멋지긴 한데, 이렇게 실키하고 얇은 캐미솔을 입을 땐 신경이 많이 쓰여요. 보는 사람들도 부담스러워하고.
우리나라 정서로는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가 봐요.

승건 당연하지! 캐미솔만 입고 거리에 나서면 그건 경범죄야. 란제리 룩을 ‘노출’이라는 코드와 연결시켜 생각해서 더 그래.
그러니까 결국엔 란제리를 란제리처럼 입지 않는 게 중요하지. 그렇다고 속옷을 꽁꽁 감추라는 말은 아니야. 오히려 과감하게 드러내고 그걸 자연스럽게 보이는 방법을 연구해야지. 투명 브래지어 끈을 하거나 누드 컬러 속옷 같은 것을 입는데, 그런 건 자신감이 없어 보여. 차라리 그럴 바에는 블랙이나 컬러풀한 브래지어를 과감히 드러내는 게 더 패셔너블해 보이지.

  • 남성적인 슈트에 섹시한 터치를 가미하고 싶다면 실키한 캐미솔을 더하라.
  • 유머러스한 프린트의 슬립은 한결 캐주얼한 란제리 룩을 연출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나영 맞아요. 이제는 브래지어를 노출하는 건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캐미솔처럼 실키하고 얇은 톱에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게 자연스럽잖아요. 문제는 ‘노브라’일 경우의 유두 처리예요. 여자들은 다 공감할걸요. 유두만 가리는 실리콘 브래지어도 대안이 안 돼요.

승건 그러니까 패션의 완성은 의상도 얼굴도 아닌 자신감이야. ‘패완자!’ 결국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에 자꾸 신경 쓰이는 거잖아.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서상 ‘노브라’를 받아들이긴 어려워. 그건 여자의 권력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아.
아무리 여권이 신장됐다고는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약자라는 인식이 강하잖아. 그래서 여자가 성적인 매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남자들 입장에선 거북할 수 있는 거지. 아, 갑자기 너무 심각했나? 아무튼 선입견에 맞서는 방법은 두 가지야.
매력으로 승화시키느냐, 아니면 깔끔하게 포기하느냐!

나영 오빠가 제안한 란제리 스타일링에는 그런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 있네요. 캐미솔을 티셔츠 위에 레이어링하거나 루스한 보이프렌드 피트의 데님 팬츠와 매치하니까 지나치게 섹시해 보이지 않아 좋아요. 슈트에도 셔츠 대신 캐미솔을 입으니 성공한 여자의 룩 같아 마음에 들고요. 게다가 오버사이즈 재킷이 가슴 부분을 적절하게 가려주니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아요.

승건 스타일링도 중요하지만 어떤 아이템을 선택하는가도 관건이야. 누가 봐도 속옷 같은 것을 입은 채 ‘란제리 룩이에요!’라고 외치면 이상해 보일 테니까. 란제리의 요소를 빌렸지만 유머러스한 프린트로 캐주얼함을 살리거나 광택을 줄여 리얼 웨이와 맞닿아 있는 소재를 선택하는 게 방법이지. 지난 가을/겨울 시즌에 루이비통에서 선보인 슬립 원피스 기억해? 체크 패턴의 모직 소재에 레이스를 달아 마치 드레스 같았던 그 슬립 말이야!

나영 소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파자마는 아무리 야들야들한 소재여도 야하게 느껴지지 않잖아요. 똑같이 나이트가운인데, 어째서 파자마는 시크하게 느껴지고 슬립이나 캐미솔 같은 란제리는 야하게 느껴질까요? 아이러니해요. ‘란제리’란 단어에 무게가 실려서 그런가?

승건 내 말이! 파자마는 남자의 잠옷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야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 그러니까 란제리 패션을 정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야! 남성적인 터치를 가미할 것! 스타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균형’이니까. 그래서 피트도 엄격히 체크해야 해. 몸에 꼭 맞는 캐미솔보다 낙낙한 게 좋지. 같은 맥락으로 데님 팬츠를 매치한다면 스키니보다는 넉넉한 배기 실루엣이 쿨해 보이고!

나영 결국 ‘야한 옷을 야하지 않게 입는 것’이 관건이란 말이죠?

승건 그렇지. 실컷 란제리 룩 타령해 놓고 결론은 야해 보이고 싶지 않다니! 여자들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

EDITOR : 남지현(프리랜서)
PHOTO : 김영훈
FASHION COOPERATION : 바네사브루노, H&M

발행 : 2014년 25호

‘패셔니스타’ 김나영과 ‘푸시버튼’ 디자이너 박승건은 패션계의 단짝이다. 김나영은 박승건에게 영감을 주고, 박승건은 김나영을 통해 패션 디렉터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단어만으로도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란제리 패션’을 씩씩하게 소화해 내는 방법을 전한다.

Credit Info

2014년 03월 01호

2014년 03월 01호(총권 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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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현(프리랜서)
PHOTO
김영훈
FASHION COOPERATION
바네사브루노, 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