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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탐구해 온 세 여자에게 듣는 요즘 남자의 속내.

남자 연구하는 여자들

On February 12, 2014

남자는 여자가 어렵다고 아우성이지만, 여자에게도 남자는 ‘별에서 온 그대’다. 직업상 남자를 주의 깊게 들여다본 세 여자가 알려주는 요즘 남자의 속내.

▶ 연애 칼럼니스트 박진진
10년 넘게 연애 칼럼을 써왔다. 저서로는 『연애가 필요해』, 『연애 오프 더 레코드』, 『아무도 울지 않는 연애는 없다』 등이 있다.

데이트 비용 같이 내자는 말, 요즘 남자는 정말 잘해요
남자에 대해 통달했느냐고요? 설마요. 다만 오랜 시간 연애 칼럼을 쓰다 보니 심도 있는 연구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공부는 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전 남녀의 사회학적 차이보다는 생물학적 탐구에 더 관심이 있어요. 남자는 여자에 비해 확실히 단순한 것 같아요. 문자 하나만 봐도 남자의 텍스트는 액면 그대로인데, 여자는 ‘그 안에 무슨 뜻이 있을까’ 하고 머리를 굴리잖아요. 하지만 대체로 남자의 메시지에는 어떤 해석을 붙일 여지가 없어요. 남자는 여자처럼 사람의 의중을 떠보는 것도 잘 못하거든요.

칼럼을 쓰기 시작한 10년 전에 비하면 남녀의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어요. 특히 데이트 비용 면에서. 과거에는 남자들이 데이트 비용을 훨씬 많이 냈고, 거기서 자신이 남자답다는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설령 자기가 더 많이 부담하는 것에 불만이 있어도 자존심 상해서 말을 잘 못 꺼냈거든요. 그런데 요즘 남자는 아니죠. 과거에 비해 많이 약아졌다고 할까요(웃음)? 굉장히 현실적이에요. 워낙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니까요. 기저귀 값에 누가 가장 민감한 줄 아세요? 여자가 아니라 남자예요. 여자들은 친구들과 모여서 한 달 분유 값, 기저귀 값 이런 얘기 안 하잖아요. 명품 백 자랑을 했으면 했지. 오히려 남자들이 소주 마시면서 미래의 자식 기저귀 값 걱정한다니까요? 남자들이 약아져서 여자 입장에서 편해진 점도 있어요.

연애 관련 책도 많고 여자에 대한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다 보니 이젠 적어도 경악할 만한 데이트 장소에 데려가는 남자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거죠(웃음). 연애에 관련된 글을 쓰다 보니 주변에서 연애 상담을 많이 요청해 와요. 사람들은 상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때 연애를 가장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일부러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제가 볼 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남녀의 결정적 간극은 ‘어머니’라는 존재에 의해 발생하는 것 같아요. 제 또래인 30대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집에서 빨래하고 밥하고 거기에 바깥일까지 해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친구들이 많거든요. 아들이 볼 때는 엄마가 헌신적인 슈퍼우먼이죠. 하지만 딸은 이런 말을 듣고 자랐거든요. “넌 절대 엄마처럼 살지 마.” 엄마 같은 완벽한 여자를 찾는 남자와 결코 엄마처럼 살지 않으려는 여자가 어떻게 서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겠어요?

한 번쯤 참고 넘어가 줘야 할 남자의 행동이 뭔지 아세요?
남자의 허세. 요즘 여자들은 남자가 허세 부리는 걸 유독 못 견뎌 하잖아요. ‘찌질하다’ 생각하고, ‘열폭’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남자들은 유치하지만 ‘난 남자야’라고 과시하고 싶어 하는 순간이 있어요. 모처럼 친구들과 만난 술자리에서 ‘오늘은 내가 쏜다!’ 이러면 그냥 내버려두라는 거죠. 거기다 대고 ‘요즘 돈도 없다면서 미친 거 아냐?’라고 하지 말고. 그건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이니까 엄마처럼 참견하고 가르치듯 말하지 말라는 거예요.

선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세요. 남자는 수렵과 사냥을 하던 족속이잖아요. 짐승을 못 잡으면 나무라도 해오고 싶은 심정인 거예요. 사람들 앞에서 때로는 ‘가오’도 잡고 싶고,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

남자를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정자에서 온 남자 난자에서 온 여자』(조 쿼크, 해냄출판사)

“남자와 여자는 뇌 구조부터 달라요. 그래서 여자에 비해 남자의 공감 능력이 확연히 떨어지는 거예요. 생물학적 관점에서 남녀의 차이를 알려주는 책이죠.”






▶상담심리학 박사 이문희
20년 넘게 사람들을 상담해 온 현 용문상담 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 기업 및 대학에서 20~50대 남성들을 상담해 왔다.
저서로는 남자를 위한 심리 치유서 『남자의 공간』이 있다.

좋은 차와 직장, 매너 있는 태도까지. 남자들은 너무 피곤하대요
남자를 위한 책을 썼지만, 그렇다고 남자 전문 상담사는 아니에요(웃음). 단지 남성 내담자를 만날 기회가 많았죠. 대학에서는 20대 남학생을, 기업에서는 30~50대 남성을 상담했어요. 그런데 결정적인 건 여자의 눈에 비친 남자 또한 많이 만났다는 거예요.
여자와 관계하는 상당수가 남자잖아요. 여자들은 주로 남자 친구나 아버지, 남편과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죠. 자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 그 관계에서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대해 듣다 보면 그녀들에게는 ‘남자는 이럴 거야’ 혹은 ‘반드시 이래야 해’라는 기대 심리가 있어요. 이런 기대감은 남녀 모두를 힘들게 해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많은 책이 남녀의 다름을 인정하라고 말하잖아요. 물론 옳은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남녀의 같은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요. 인간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남자를 바라보자는 거죠.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결핍이나 과잉을 경험했는지를. 엄마에게 사랑을 못 받은 남자는 당연히 따뜻하고 상냥한 여자 친구를 기대해요. 거꾸로 사랑을 너무 많이 받고 자란 남자는 어떤 여자를 만나도 엄마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괴로워하죠. 우리 모두는 무의식적인 욕망에 의해 연인이나 배우자를 골라요.
자기 자신에게 그런 숨은 욕망이 있다는 걸 모를 때 사람은 힘들어지죠.

지금 이 시대 남자들의 가장 딱한 점은 자신을 드러내본 경험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대체로 여자들은 드러내는 성향이에요. 티슈통을 끌어안고 일단 울기부터 하죠. 하지만 남자들은 다 “나는 괜찮아요” “별 문제가 없어요”라고 말해요. 우리나라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감정을 드러내서 좋았던 경험이 별로 없는 거죠. 물론 과거에 비해 남자에 대한 문화적 압박이 적어진 건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남자의 무게가 줄어들진 않았어요. 남자에게 오히려 더 다양한 캐릭터를 요구하는 시대예요. 돈만 벌어온다고 되는 게 아니죠.

그렇다고 돈을 덜 벌어도 되느냐? 또 그건 아니에요. 여자들이 결코 용납 안 할걸요. 차도 없고, 직업도 변변치 않은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러면서 여자 친구의 얘기에 공감도 해줘야 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도 해줘야 하잖아요. 요즘 남자들, 너무 피곤할 것 같지 않나요? 여자가 완벽하지 않듯 남자도 그래요. 하지만 여자들은 남자가 무조건 자기를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여자들의 의존심에는 정말 약도 없는 것 같아요(웃음). 연애란 그냥 그 사람을 느껴주는 거예요. 그리고 느낀 것에 대해 충분히 반응해 주면 돼요. 서로를 이해한다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내 앞에서 마음껏 얘기할 수 있게 내버려두는 거예요.

남자가 동굴에 들어갔을 땐 제발 그냥 내버려두세요.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전화하지 말고, 왜 동굴에 들어갔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여자는 안 그러는데 남자는 왜 그러느냐고요?
대신 여자들은 친구와 수다를 떨잖아요. 남자들은 그걸 안 하는 대신 혼자 정리를 하는 거예요. 남자는 자기 여자에게 괜찮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 하거든요. 문제는 대처하는 여자들이죠. 모든 걸 자기 기분 따라 생각해요.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나는 그 사람에게 뭐지?’ ‘나랑 같이 문제를 해결하면 안 되나?’ 그 질문들을 파고들어 가보면 그 끝은 ‘그가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으면 어쩌지?’예요. 결국 여자들은 자기 생각만 한다는 거죠. 그럴 땐 분노하지 말고 그 사람의 사랑을 신뢰하지 못하는 나한테 문제가 있지는 않나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남자를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존 브래드쇼, 학지사), 『아동기 감정양식과 성숙』(레온 J. 사울, 시그마프레스)

“누구나 어릴 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아픔을 갖고 있어요. 현재의 문제가 오래전 과거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연애가 더 편해질 거예요.”



▶이음소시어스 대표 박희은
2010년 시작한 소셜 데이팅 서비스 ‘이음’과 ‘아임에잇’을 운영 중이다.

남성 회원이 OK 사인을 보내는 기준은 딱 하나 외모, 고양이보단 강아지상
이음은 다른 소셜 데이팅 서비스에 비하면 남성 회원이 많은 편이에요. 올해로 전체 회원 100만 명을 돌파했는데, 남녀 비율이 6 : 4쯤 돼요. 성비를 맞추기 위해 여성을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죠. 다른 업체는 남녀 비율이 대개 8 : 2예요.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결혼 정보 회사에는 여성 회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거예요.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서상 결혼하면 남자에게 더 큰 책임과 의무가 주어지잖아요. 그만큼 남자에게 결혼이란 큰 짐이죠. 그래서 요즘 남자들은 이렇게 생각해요. ‘왜 내가 그 짐을 져야 해? 연애하면서 인생을 더 즐길 수 있는데.’ 대략 60만 명에 달하는 남성 회원이 여성 회원에게 OK 사인을 보내는 첫 번째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맞아요. 외모예요(웃음).

선택을 많이 받는 여성 회원의 외모는 딱 정해져 있어요. 귀엽고 단아한 인상. 고양이보다는 강아지상이 호감도가 높아요. 누가 봐도 특출 나게 예쁘거나 몸매가 좋은 분들은 오히려 인기가 없어요. ‘어차피 대시해 봤자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남자들 대다수가 만났을 때 기 눌리지 않고 편안한 여자 스타일을 선호해요. 그렇다면 외모 다음으로는 어떤 항목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고요? 글쎄요. 다른 것엔 크게 관심 두는 것 같지 않던데요. 여성 회원들은 남성의 취향을 굉장히 중요하게 따지는 편인데 말이에요. 저는 이음 말고도 결혼에 무게중심을 둔 ‘아임에잇’이라는 데이팅 서비스 또한 운영 중인데, 여기 회원의 성향은 조금 달라요. 그래도 남성의 1순위는 여전히 예쁜 외모이지만, 여기에 하나의 조건이 더 붙죠. 여자의 능력. ‘아무리 예뻐도 직장이 없으면 좀 곤란해’라는 식의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해요. 남자들이 적어내는 여성상의 키워드에 ‘진취적’, ‘주도적’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가 있거든요.

요즘 남자들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영리해졌어요. 사실 여자가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잖아요. 누구는 원빈이 조각 미남이라고 하는데 누구는 예뻐서 싫다고 하고, 누구는 장동건이 좋다고 하는데 누구는 느끼하다고 하고. 하지만 남자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거의 천편일률적이에요. 또 그러면서도 좋은 직업을 갖고 있어야 하고, 똑똑하고, 착하기를 바라죠. 우리 여자들, 연애하기 더 힘들어졌어요.

첫 만남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행동을 알려드릴게요.
주로 나이가 좀 있는 여성 회원들이 자주 하는 실수인데요. 다짜고짜 남자의 ‘숫자’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거예요. 차는 뭐 타느냐, 집은 어디냐, 이런 거 있잖아요. 소개팅은 어느 정도 환상이 필요한 자리인데, 이런 말을 듣는 순간 곧바로 현실로 돌아오게 돼버려요. 남자는 그런 질문을 한 여자가 속물처럼 느껴져서 싫다기보다 ‘뭐야, 바로 결혼 생각부터 하는 거야?’라는 생각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거죠. 그런 질문은 두세 번 만나고 난 뒤에 해도 충분해요! 첫 만남은 낯선 상대와 느낌이 통하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예요. 상대에게 호감을 사는 게 우선이고요. 남자는 여자에 비해 아이 콘택트를 잘 못하거든요. 여자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남자의 시선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남자들은 심장박동이 빨라진대요. ‘어, 이 여자가 나한테 관심이 있나?’ 하면서 애프터를 부르는 거죠.”

남자를 조금 더 알고 싶다면…
『프로이트의 의자』(정도언, 웅진지식하우스), 『수런거리는 유산들』(리디아 플렘, 펜타그램)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상대의 마음도 알 수 있고 좋은 연애를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나를 파악하고 내 욕망을 직시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EDITOR : 김현민
PHOTO : 김영훈, 김용찬

발행 : 2014년 24호

남자는 여자가 어렵다고 아우성이지만, 여자에게도 남자는 ‘별에서 온 그대’다. 직업상 남자를 주의 깊게 들여다본 세 여자가 알려주는 요즘 남자의 속내.

Credit Info

2014년 02월 02호

2014년 02월 02호(총권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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