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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으로 1천만 관객과 소통한 괴물 신인 감독 양우석이 궁금했다.

‘변호인’ 신드롬

On January 28, 2014

데뷔작으로 1천만 관객과 소통한 괴물 신인 감독 양우석.

양우석 감독은…
고려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방송사에 들어가 라디오 PD로 일했다. 이후 MBC프로덕션, 올댓스토리 등에 몸담고, 국내 첫 HD 영화 <욕망>, 극장판 애니메이션 <에그콜라> 등의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웹툰 <스틸레인>의 작가로도 유명한 그는 현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로커스의 콘텐츠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흥행에 성공한 데뷔작은 없었어요. 소감을 안 물어볼 수가 없네요.
다행이다(웃음)? 이렇게 잘될 거라곤 저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저 이야기가 오해받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에요.

소재는 민감하지만, 영리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는 영화다’라고 주장했으니까요. 그러려면 이 영화가 전형적인 대중 영화의 틀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적 만듦새가 좋아야 많은 분이 봐줄 거고, 또 그래야 이 영화가 제대로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신인 감독의 영화치고 연출이 매끄럽다는 평도 많아요.
실사 연출은 처음이지만 극장판 애니메이션 연출은 해봤거든요. 전 내러티브가 있는 건 다 영화라고 생각해요.

제작 당시 송강호 캐스팅도 화제가 됐죠.
처음엔 저도 놀랐어요. “뭐, 그분이 해준다고?” 전 송강호 씨한테 시나리오가 간 줄도 몰랐거든요.

처음에는 송강호 씨도 망설였다고 하던데.
시나리오를 받을 때만 해도 정치색이 짙은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그런데 시나리오 읽고 나서는 순수한 영화 그 자체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송강호 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직 영화만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거든요.

관객 입장에서 볼 때 배우 송강호의 연기가 신선했어요. 워낙 머리 좋은 배우라 항상 카메라와 관객, 자신이 맡은 캐릭터 사이를 오가면서 연기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감정에 푹 빠져 관객보다 먼저 내달리더라고요.
저도 이전까지는 송강호 씨가 그렇게 삼각 구도를 이루며 연기했다는 데 동의해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모든 것을 품에 끌어안고 연기한 것 같아요. <변호인> 전반부는 다른 영화에서 봤던 송강호와 비슷하지만, 후반부에서는 전혀 다른 연기를 하잖아요. 후반부로 가면 이 영화가 법정 영화가 되는데, 법정 영화에서는 배우가 책임지고 표현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칼이나 주먹이 아닌 오직 말로만 싸우는 전쟁이니까. 관객에게 무대의 공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감정 표현이 더 세고 다이내믹해져야 해요. 마치 오페라의 아리아처럼요.

<변호인>은 무엇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하세요?
신념. 가난할 때는 돈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이 악착같이 돈을 벌고 돈에 도취되다가 변화하게 되죠.
그 계기가 바로 특별 접견실이에요. 진우(임시완 분)의 몸에 난 멍 자국과 국밥집 진우 어머니 (김영애 분)의 오열을 보며 남자 안에서 어떤 지진이 난 거예요. ‘어? 잠깐만. 이건 뭐지? 이 부조리는 뭐지?’ 다른 인물 같았다면 바로 행동으로 넘어갈 텐데 이 사람은 일단 문제가 된 서적부터 읽어요. 자기 안에 왜 지진이 났는지 근원까지 파고 들어가 끊임없이 질문하죠. 신념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목도하고, 성찰하고, 회의하면서.

신념은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이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말이네요.
그렇죠. 다만 그 신념이 얼마나 지속되느냐, 얼마나 공감받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경감 차동영(곽도원 분)에게도 신념은 있잖아요. 단, 송우석은 성찰을 했고, 결국 자신을 경멸했던 변호사들에게까지 공감을 얻어요.

▲ “특별 접견실에서 제가 연기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이게 바로 애니메이션 감독의 특징이자 버릇이죠. 애니메이터에게 캐릭터 동작을 설명할 때 감독이 직접 보여줄 수밖에 없거든요. 이 버릇 때문에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많은 항의를 받았어요. 두 번 다시 그러지 말라고요. 특히 곽도원 씨가 싫어하더라고요(웃음).”

<변호인>은 고 노무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이야기라고 들었는데요. 이야기로 만들고 싶은 실존 인물이 또 있나요?
여러 명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고 김재익 전 경제부총리예요. 전 1980년대에 호기심이 많거든요. 대한민국이 고도 산업화를 이뤘는데 민주주의는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진 시기잖아요. 청와대 한가운데서 우리나라 정보화의 토대를 만든 그분과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부산에서, 그것도 거리에서 인권을 부르짖은 고 노무현 대통령은 제게 있어 1980년대를 해석하는 좋은 프리즘이에요.

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하셨죠?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것 같아요.
저는 호기심 천국이에요. 그게 제 인생의 원동력이고요.

<변호인>의 송우석처럼 양우석 감독의 인생에도 지진이 찾아왔던 시기가 있나요?
있어요. 중학생 때 우연히 TV에서 <흑인 오르페>라는 영화를 봤어요. 전부 흑인만 나오고, 낯선 언어에, 흑인과 전혀 매치가 안 되는 오르페우스 신화가 막 뒤섞여 있는 거예요. 그때 원자폭탄 터지듯 호기심이 터졌죠. 저 나라는 어디지? 영화 속 저 축제는 뭐지? 주변에 마땅히 물어볼 데도 없고, ‘저게 영화니까 영화를 알면 이해할 수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영화 공부는 어떻게 하는 거죠?
영화를 알려면 일단 인문학을 알아야 할 것 같았어요. 문학, 역사, 철학 등 닥치는 대로 공부했죠.

소장한 책이 몇 권이나 되는지 궁금하네요.
어느 순간부터 안 세어봤어요. 예전에 잠깐 라디오 PD를 했는데 음반을 2만 장까지 모았거든요. 그때 그게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 알게 됐어요. CD에 치여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지금 시대적 요구이기도 한 것 같아요.
최근 한국 사회는 전체적 문맥보다는 몇몇 문장이나 단어만으로 규정하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인문학적 상상력은 죽기 시작하고 필연적으로 퇴행이 와요. 사실 인문학 열풍이 아니라 결핍인 거죠. 괴혈병 걸린 사람이 본능적으로 과일을 찾듯 말이에요. 왜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겠어요.

<변호인>이 흥행하는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라고 보시나요?
영화 외적인 이유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상식이 결핍된 시대니까요.

기성세대로서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을 갖고 있는 건가요?
책임감보다는 미안함이 많죠. 요즘 젊은 영화인들을 둘러보면 너무 힘들거든요. 기회를 박탈당한 젊은 친구들에게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이야기밖에 없더라고요. ‘힐링’이 아니라 깨우는 거죠. 너희가 처한 조건은 절대적인 게 아니다.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이것 봐라. 지금보다 더 힘든 조건도 이렇게 바꾼 사람이 있다.

사람들이 양우석 감독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할 것 같아요.
정신없이 우당탕탕 영화를 만들었어요. 긴장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으니까요. 다음에는 긴장 안 하고 만들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변호인>과 관련된 일정이 끝나면 뭐부터 하고 싶어요?
건강 회복이오. 살 빼야죠. 만병의 근원은 비만이니까(웃음).

  • “임시완이 가진 배우로서의 가장 큰 장점은 ‘노력형’이라는 거예요. 노력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임시완은 저처럼 ‘닥치는 대로’ 하는 스타일이에요. 진우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책도 읽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고, 가족들에게 거꾸로 매달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요.”

EDITOR : 김현민
PHOTO : 김영훈, NEW

발행 : 2014년 23호

데뷔작으로 1천만 관객과 소통한 괴물 신인 감독 양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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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2월 01호

2014년 02월 01호(총권 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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