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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심을 뒤흔들고 있는 현재 진행형 글쟁이 허지웅.

섹시한 글쟁이

On January 28, 2014

2030 여성들의 마음속에 ‘병약한 섹시함’으로 자리 잡은 허지웅을 만났다.

허지웅

“당연히 성욕 있습니다”
‘성욕이 없는 남자’가 캐릭터가 되었네요.
<썰전>에서 박지윤 씨가 작년 여름에 내가 모 여성과 홍대 등에서 손에 땀띠가 나도록 손깍지를 끼고 돌아다니는 걸 누가 봤다는 말을 갑자기 던졌어요. 그래서 ‘어, 나는 성욕이 없는데’라고 대답했다가 이게 <마녀사냥>을 하며 굳어졌죠. 성욕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좀 다른 의미예요.

그럼 어떤 의미인가요?
이혼한 뒤로 연애를 해도 점점 ‘해봤자 뭐 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욕이 없다기보다는 연애 고자가 된 거죠. 본능에 충실하게 성욕을 충족시키면서 남성으로서의 자기만족 또는 상품 가치까지 지키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요. 돈뿐 아니라 감정 비용부터 시간 비용까지. 그럴 거면 차라리 자위를 해야겠다 싶더군요. 사정하고 싶을 때 사정하고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사실 살이 그립긴 해요.

근데 왜 여성들은 성욕도 없다는 남자를 좋아할까요?
그러니까 저도 그게 아이러니컬하더군요. 성욕이 강한 여성(누군가를 섹시하다고 느끼는 여성)이 성욕이 없는 남자를 좋아하면 불행한 거잖아요.

혹시 여자들은 남성의 성욕이 자신의 불행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일까요? 어쨌든 제가 이야기하는 성욕은 ‘연애의 의지’예요.

여자들에게 특히 발목이 인기예요. 누군가는 발목 본도 떠 갔다면서요?
<마녀사냥>에서 대학교를 연결하는 이원 생중계를 녹화 당일 오전에 했는데, 조소과 학생이 제 발목이 정말 좋다며 2부 녹화하기 전 밥 먹는 사이에 세트장으로 발목 본을 뜨러 왔어요. 거기까지 왔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죠. 제가 스스로 발목이 섹시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2014년엔 연애 해야죠”
최근 설렌 적이 있나요?
추성훈의 딸 사랑이를 보면서 너무 귀엽다고 생각한 것 말고는 없어요. 한혜진 씨 얘기 나올까 봐 이런 걸 물어보는 것 같은데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나이 들면 설레는 게 없어지나 봐요.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양화대교 북단에 옛날 ‘남경장’, 지금의 ‘남경 호텔’이라는 데가 있는데 그 뒤에 미사리 분위기의 골목이 하나 있어요. 새벽 4시에 거기 가보세요. 50대 아줌마 아저씨들이 전화기를 부여잡고 ‘자기야, 왜 나 보러 안 와’라며 울고 있어요. 분명 남편한테 하는 전화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어릴 때 본인의 그린라이트를 잘못 켠 적은 없나요?
전 그런 면에서 촉이 좋은지 실패한 적은 별로 없어요. 어릴 땐 술자리에서 마음이 맞아 가벼운 밤을 즐기기도 했죠. 오히려 제가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게 되면 상대방이 나에게 보인 호감 때문인지, 아니면 제가 정말 이 사람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하게 돼요.
후자의 경우다 싶으면 참지 못하고 바로 이야기하는 편이죠.

연애와 섹스의 상관관계를 정의한다면?
섹스를 하면서 연애를 안 할 순 있지만, 연애를 하면서 섹스를 안 할 순 없죠.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막상 연애를 하면 애교가 좀 많을 것 같아요.
애교는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그것보다 상대방의 말을 참 잘 들어요. 참고 잘 듣는다는 게 아니라, 본디 호기심이 많아 제가 잘 모르는 영역에 대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게 재밌어요.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데, 대체 경험하는 걸 좋아해요.

“결혼은 한 번으로 족해요”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뜨거운 사랑,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결혼한다는 건 정말 개소리예요.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이나 다른 사람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죠. 가정을 이룬다는 건 좀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실패를 해봐서 아는데, 자녀들의 성장을 보며 가정을 지킨다는 건 정말 멋진 인생이에요. 전 정말 이혼하기 싫었거든요.

어떤 점에서 멋있나요?
만약 어떤 사람이 밖에서는 욕만 먹는 개자식인데 자신의 가정을 건사하며 부부 생활도 훌륭하게 해나가고 있다면, 제 기준에서 전 그놈보다 못한 놈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동물이 아닐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책임감인데, 그걸 지킨 사람이니까. 다만 가정을 건사한다는 의미는 자기 자식만 챙기는 ‘우쭈쭈쭈리즘’이랑은 조금 다른 거예요. 그런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자식을 망치고 아내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죠.

아이를 갖고 싶나요?
요새 사랑(추성훈의 딸)이 때문에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한 번 실패한 건 다시 안 해요.

“전 연예인이 아니에요”
방송을 보면 직언을 하더라도 해학의 묘를 찾는 것 같아요.
그건 글 쓰는 사람이니까, 글을 쓰다 보니 수사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래요. 연예인이 아니라서 이미지를 관리할 필요가 없으니 말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지양하는 바는 <무릎팍 도사> 같은 데서 하는 관습적인 유머인데, 그런 개그가 정말 웃길까 싶어요. 진정한 개그는 상대방과의 합에서 나오는 건데, 혼자 짜서 하거나 둘이 짜고 치는 개그는 다 보이잖아요.

대본이랑 본인이 즉흥적으로 뱉는 멘트의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마녀사냥>에서는 거의 대본을 안 봐요. 일단 신동엽 형이 안 보니까요. <썰전>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본에 있는 내용이 거의 다 사전 인터뷰에서 본인들이 했던 얘기 위주라 그날 생각나는 표현들만 바꾸는 정도예요.

<썰전>의 강용석과는 가치관이 조금 부딪힐 것 같은데요.
‘강변’(강용석 변호사)이랑 친하긴 친해요. 근데 친구는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일단 입이 너무 싸서 강변한테 이야기하는 건 남산에서 확성기에 대고 소리치는 거랑 다를 게 없어요. 둘이 지향하는 점이 다르다는 가치관의 차이도 있죠. 그래도 강변은 웹상에서 성경 구절 같은 거 읊으며 입바른 소리나 하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솔직하고 나은 사람이에요. 못 친해질 이유가 없죠.

매니지먼트에서 연락 많이 오지 않나요?
많이 왔어요. 매니지먼트에 소속되면 떼 토크 이런 것도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다 거절했어요(실제로 그는 인터뷰 중에도 유명 프로그램의 섭외를 거절하느라 애를 먹었다).

“계속 쓸 거예요”
이슈의 중심에서 욕을 많이 먹는 글쟁이기도 하죠. 최근에는 <변호인>에 대한 글 때문에 곤욕을 치렀어요.
저는 분명 칭찬한 건데 그걸 잘못 받아들인 거죠. 사람들이 그 사람의 인간성과 결과물을 혼동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국 사회에서 나오기 힘든 캐릭터예요. 어찌 보면 기인인 그 사람을 우리 사회가 대통령까지 만들어놓고, 그러곤 죽음으로 내몬 거죠. 생각하면 정말 눈물이 나요. 그렇다고 해서 노무현의 FTA는 ‘착한 FTA’고 MB의 FTA는 ‘나쁜 FTA’라고 하는 건 ‘인지 부조화’라고 생각해요. 저는 일만 잘한다면 인격적으로 부족해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우리나라 국민은 왕에게 ‘대동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경국대전을 집필했으면 좋겠다’라는 구체적인 정책을 원하는 게 아니라 ‘착한 왕’이길 원하는 것 같아요.

심한 욕도 들었다고요.
얼마 전에는 사진 두 장이 첨부된 메일이 왔어요. 저와 어머니가 제주도에서 같이 찍은, SNS에서 찾은 사진과 또 다른 하나는 나체의 여성이 처참하게 죽어 있는 사진이었는데, ‘네 애미를 죽여버리겠다’고 보냈더군요. 이렇게 산 지가 꽤 오래되다 보니까 신경을 안 쓰려고 하는데, 아무리 신경을 꺼도 하루에 50통쯤 계속 메일이 오면 안 볼 수가 없더라고요. 게다가 요새는 메일 안 보는 걸 아는지 애들이 아예 제목에 모든 내용을 써서 보내더군요.

그런 걸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요?
대체 이 사람들은 왜 이럴까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이해가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그래요.

글을 안 써도 될 만큼 돈을 많이 벌어도 계속 쓸 건가요?
쓸 거예요. 글을 안 쓰면 전 아무것도 아닌 게 되니까요.


허지웅의 개인 취향
그가 사랑하는 술, 영화, 소설 이야기.

LIQUOR
‘한라산’을 노지(상온에서 보관한 것)로 마시기 위해 제주도에 갈 정도로 그 술을 좋아해요. ‘화요 X프리미엄’은 쌀로 만든 증류주인데, 최상급 위스키만큼 좋아요. 싱글 몰트 위스키는 다 좋지만, 그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단연 ‘발베니’예요.

FILM
‘올 타임 페이버릿’이라고 한다면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를 빼놓을 수 없고, 가장 여러 번 본 영화라면 <스타워즈>입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영화는 리스트를 뽑기가 힘들어요. 너무 많은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BOOK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을 좋아해요. 이 두 작품은 일개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사이즈의 서사를 그리고 있어서 맘에 들어요. 중국 작가 하진의 『기다림』도 좋고, 한국 작가들 중에서는 박민규, 천명관의 작품을 즐겨 읽죠.

EDITOR : 박세회
STYLE EDITOR : 김민지
PHOTO : 김영훈
HAIR&MAKEUP : 권호숙
FASHION COOPERATION : 권오수클래식, 유니페어,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발행 : 2014년 23호

2030 여성들의 마음속에 ‘병약한 섹시함’으로 자리 잡은 허지웅을 만났다.

Credit Info

2014년 02월 01호

2014년 02월 01호(총권 23호)

이달의 목차
EDITOR
박세회
STYLE EDITOR
김민지
PHOTO
김영훈
HAIR&MAKEUP
권호숙
FASHION COOPERATION
권오수클래식, 유니페어,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