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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스타일의 매니시한 모던 걸로 변신한 김소연.

김소연,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

On October 31, 2013

배우와 만날 약속을 하는 과정부터가 어쩌면 인터뷰의 시작이다. 보통 매니저나 중간 단계를 거치는 커뮤니케이션이지만 성향은 드러나기 마련. 스튜디오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며 그가 낯설지 않다고 느낀 이유기도 했다. 김소연에겐 대충이 없었다.

▲ 니트 원피스 38만3천원 제인송 (Jain Song). 원석 이어링 1만원대 스타일난다(Stylenanda). 볼드한 실버 링 7만원대, 십자가 골드 링 가격 미정 모두 폴리폴리(Folli Follie).

배우와 만날 약속을 하는 과정부터가 어쩌면 인터뷰의 시작이다. 보통 매니저나 중간 단계를 거치는 커뮤니케이션이지만 성향은 드러나기 마련. 스튜디오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며 그가 낯설지 않다고 느낀 이유기도 했다. 김소연에겐 대충이 없었다.
만남의 모든 과정에서 한결같이. 부드럽고 열정적으로. 사진과 의상의 콘셉트에 대해 먼저 제안하고 함께 고민하는 흔하지 않은 케이스이기도 했지만, 원하는 만큼을 카메라 앞에 끄집어낼 줄 아는 이이기도 했다. 1960년대 스타일의 매니시한 모던 걸로 변신한 김소연에게선 어쩐지 <투윅스>에서 몸을 사리지 않던 ‘박 검사’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말보다 행동으로 차분히 전해져 오는 진심들.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끊임없이 표정을 바꾸며 김소연은 지금이 무척 감사하고 만족스럽다고 했다.

부산은 어땠나요? 레드카펫 사진은 봤어요.
처음엔 계획이 없었는데, <투윅스>도 마쳤으니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근데 솔직히 여배우들은 드레스 전쟁이잖아요. 갈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스타일리스트가 보내온 드레스 사진이 딱 마음에 드는 거예요.
아, 이래저래 가야겠다 싶었어요.

여전히 레드카펫에 서는 게 떨려요?
그럼요. 가끔 대본 연습할 때도 그렇고요, 특히 예능 나갈 땐 긴장되니까 우황청심환을 먹었던 적도 있는데, 재작년엔 레드카펫을 밟을 때도 먹었어요. ‘아, 왜 이렇게 떨리지’ 하고 곰곰 생각해 보니 이런저런 반응에 나도 모르게 신경을 쓰고 있더라고요. 근데 정말로 크게 이슈도 돼보고, 어떤 땐 생각보다 주목을 못 받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상황을 다 겪고 나니까 올해는 오히려 레드카펫에 서는 게 편해졌어요.

아직 드라마 <투윅스>의 여운이 많이 남았을 것 같아요.
처음엔 <검사 프린세스>를 함께했던, 제가 신뢰하는 작가님 작품이라 앞뒤 생각 없이 뛰어들었는데 대본 받을 때마다 정말 내 선택이 맞았구나 싶었어요. 배우로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던 게 굉장한 소득이죠. 헐렁한 모습부터 여배우들에겐 좀처럼 기회가 없는 액션 연기까지. 오버하지 않으면서 리얼리티까지 살아 있고.

개인적으론 끝까지 소연 씨 캐릭터에 러브 라인이 없어서 더욱 좋았어요.
아, 저도 그랬어요. 뻔하지 않은 느낌이어서. 혹시 연민에서 사랑이 싹트는 건 아닌가, 살짝 두려움이 있었는데 굉장히 뚝심 있게 가주셨어요. 하하.

드라마에 뛰어들 때와 모두 마치고 난 지금의 마음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유난히 울림이 큰 역할이었어요. 제게 생각할 거리를 잔뜩 안겨줬달까요. 또 그만큼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보여서 아쉬움도 남지만요.

예를 들면요?
음, 너무 많은데요. 특히 초반에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에서 조율에 실패한 대목이 몇 번 있었어요. 그게 참, 현장에선 쉽지 않더라고요. 한 시간 내내 보시는 시청자들을 생각하면 감정 과잉의 장면이 오히려 극의 흐름을 망칠 수도 있는 건데, 제가 부족했구나 싶었죠.

어쩐지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격 같네요.
일할 땐 그런 경향이 있어요. 굉장히 예민하기도 하고.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현장에서 오래 연기하신 선생님들을 보면 정말 지각하시는 일이 없어요. 그렇게 수십 년을 해오시니 끊임없이 캐스팅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면 지금 내가 스트레스를 좀 받더라도 기본은 끝까지 지켜야겠구나 싶어요.



데뷔가 1994년이더라고요. 꽤 오래전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새삼 놀랐어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얼마 전 누가 ‘20년 차’라고 하는데, ‘네? 제가요?’ 하며 오히려 반문했다니까요.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된 줄 몰랐어요.

오래 활동해 오며 새삼 깨달아가는 것도 있겠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편이에요. ‘나는 몇 년 했으니까 이래야 돼’ 이런 게 아니라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아쉬움을 겪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레드카펫도 어찌 보면 마찬가진데, 내가 이렇게 멋지게 차려입고 날 반겨주는 분들 앞에 몇 번이나 더 서서 이걸 즐길 수 있을까, 지금을 감사히 여기자,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게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요. 오히려 지금보다 어릴 때는 다 알 것 같지 않던가요?
그런 시기도 분명 있었죠. 그렇지만 저는 어린 시절의 치기 어린 생각이나 감정들도 마냥 틀렸다고 보진 않거든요.
그 순간 느낀 감정이라면, 그래서 더 아름다워지고 포스 있어진다면 그건 또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 가운데서 자신을 바꾼 결정적 순간이 있다면요?
2005년쯤, 약간의 공백기가 있었어요. 그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 결혼을 했거나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지 몰라요. 3년 정도의 공백기 가운데 6개월 정도는 중국에서 활동을 했는데, 돌이켜보면 중국 활동이 문제였다기보다 저의 관리 부족이었던 것 같아요.
넋 놓고 있다가 시간이 흘러가 버린 거죠. 지금이라면 오히려 기회로 삼고 도전했을 텐데.

▲ 블랙 페도라 29만5천원 래그앤본(Rag & Bone). 재킷과 와이드 팬츠 모두 가격 미정 요지야마모토(Yohji Yamamoto). 티셔츠 61만원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지금은 훨씬 단단해진 느낌?
그렇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내면의 변화가 있었죠.

연기가 그렇게 재밌어요?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나요?
없어요. 지금 이 일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 게 정말 감사하고 신기하고 진짜 너무 재밌어요. 연기가 무섭고 재밌어요.

가끔 예전 작품도 보나요?
그럼요. 그때마다 미치겠어요. 특히 <이브의 모든 것>은 꾸준히 어디선가 튀어나오더라고요. 그때 제가 스물한 살이었거든요.

근데 얼굴은 그때 그대로예요. 정말 신기해요.
그럴 리가요. 근데 그런 말씀 해주면 감사하긴 해요. 사실 제 얼굴을 썩 마음에 들어하진 않았거든요. 제겐 누군가와 경쟁하는 도구이기도 한데 단점이 더 먼저 보였어요. 노안이기도 하고 인상이 순해 보이지도 않고. 그런데 지금은 제 얼굴을 좀 좋아하는 중이에요. 오래도록 연기할 수 있게 도와준 근원이잖아요. 장점을 더 찾아보려고요. 문득 저의 연기 인생을 돌이켜보니 그동안은 제가 안 가진 부분들을 자꾸 갖고 싶어 쫓아가려 했더라고요. 근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바로 지금이니까 어린 친구들은 못하는 제 나이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쟁력이 생기는 거잖아요. 마음속의 노선을 바꾸니 긍정적이 되고 앞으로 더 멋진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계기라도?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 것도 있지만, 작품 함께하면서 조민기 오빠가 해준 말들이 큰 도움이 됐어요. 사실 오빠와는 데뷔 무렵부터 알았는데, 어느 날인가 제게 그러는 거예요. <아이리스> 때부터 ‘오, 얘 봐라’ 했는데 이번에 보고 많이 놀랐다고, 너 진짜 배우 같다고. 굉장히 의기소침해하던 무렵이었는데,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꾼다고 정말 제게 계시처럼 다가왔어요. “앞으로는 더 잘될 거야” 하시는데, 새로운 희망이 생기는 것 같고. 시야도 넓어지고 뭔가 제 안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기분이었어요.

무난한 성공이 보장된 것과 해보고는 싶지만 조금 위험한 선택, 보통 어떤 걸 택하나요?
모험심도 있고, 아무래도 위험한 걸 택하는 편이에요. 캐릭터만 해도 그런 도전을 할 때마다 너무 힘들긴 한데 막상 해내고 났을 때의 희열은 정말 어마어마하거든요. 연기가 너무 즐거운 이유기도 하고요.

▶ 캐시미어 소재의 페플럼 코트 4백만원대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하운즈 투스 체크 패턴 톱 가격 미정 디올(Dior). 스키니 팬츠 13만원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 이어링 가격 미정 미네타니(Minetani). 링과 너클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말 천직이네요.
전 정말 감사해요. 힘들었던 시간들마저 그 과정들이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면 모두 운명이 아닐까 생각해요.

대중에게 노출되어 있는 만큼 오해받는 일도 많을 텐데요.
저는 오히려 댓글에 위로받을 때가 많아요. 예전엔 악플이 많았어요. 왜 이렇게 몰라주나 싶고 속상했는데, 진심은 통한다고 정확히 10년 걸리더라고요. 물론 지금도 모진 소리 하는 분들이 있지만, 어떻게 모든 사람이 저를 좋아하겠어요. 한때 좋은 이야기만 듣고 좀 도취되었던 적이 있어서, 스스로 경계하는 편이에요.
미니홈피 시절, 명품 든 셀카 올리고 하던 낯부끄런 모습들이 있다 보니.

어린 시절의 흑역사군요.
진짜 흑역사죠. 그런데 너무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스트레스를 줬던 것 같아서 요즘은 나한테 좀 미안하더라고요. 오랜 시간 무리 없이 여기까지 온 게 신기하기도 하고 칭찬도 좀 해주자 싶어요.

김소연이란 배우 혹은 사람에 대해서 대중이 더 알아줬으면 하는 건 없나요?
전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에요. 그렇지만 배우로서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단 아쉬움은 있어도 인간 김소연에 대한 아쉬움은 별로 없어요.

뭔가 균형 잡힌 상태군요.
가끔 생각해요. 이대로만 계속되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와 비교하며 사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철저히 나만의 일로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연기 말고 다른 일상은요?
다른 분들 인터뷰 보면 참 부지런히 지내던데, 사실 저는 일하지 않을 땐 정말 별 볼 일 없이 지내는 게 너무 좋아요.
그 자체가 에너지 비축이어서. 물론 엄마는 잔소리하시지만.

◀ 가슴 부분이 커팅된 니트 톱 1백88만원 이자벨마랑(Isabel Marant). 블랙 디스코 팬츠 9만원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 골드 스터드 장식의 스파이크 힐 4만원대 슈즈원(Shoesone). 볼드한 이어링 1백67만원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어머님과 함께 사는군요.
네. 혼자 살아본 적도 없고, 상상도 안 가요. 엄마의 보호 아래 있는 지금이 좋아요. 철없는 막내딸 모드네요. 하하.

부모님과 살다 보면 그 나이대 여자들을 위협하는 잔소리도 따라올 텐데요.
그렇죠. 심각하게 하시죠. 하하. 드라마 속 아역이 너무 귀엽다고 하면 바로 너도 결혼해서 낳으라고 하시고. 근데 아직 철이 들기는커녕 나 자신도 파악 못한 것 같아서, 그런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룬다는 게 상상도 안 가고.






요즘은 30대가 사춘기죠.
지금은 연애마저 두렵기도 해요. 제 나이에 연애를 하면 상대방은 깊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오버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상대에게 실례인 것도 같고.

생각이 많으면 연애하기 힘들잖아요.
그러게요. 뭐, 전 이 상태도 만족스러운데 엄마가 자꾸 걱정하셔서. 하하. 그렇지만 저에게 여러 가지 감정을 경험하게 해준 연애 상대들에겐 감사하고 싶어요. 그들로 인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문득 ‘내가 그때 왜 그랬지’ 싶어 뜬금없이 전화해서 미안했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확실히 ‘쉽사빠’는 아니군요. 연애 말고 다른 것도 그렇죠?
역할에 있어서 충동적인 건 있을지언정 소심해요. 여행도 갔던 곳에 다시 가는 걸 좋아해요. 그래야 마음이 더 편하더라고요.
읽은 책 또 읽는 거 좋아하고.

그렇게 다시 읽는 책은?
워낙 어렸을 때부터 만화책을 사랑해서, 특히 이미라 작가님 만화들과 『슬램덩크』요.

『슬램덩크』라면 서태웅과 강백호 중엔?
음, 매년 바뀌어요. 아, 고등학교 때는 윤대협이었는데 최근엔 정대만도 좋더라고요. 볼 때마다 감정이입되는 사람이 바뀌는 것도 참 재미있어요. 이미라 님도 최고죠. 저의 중·고등학교를 지배했던, 정말 감사한 분이에요.

혹시 일기는 안 쓰나요?
엄마가 어렸을 때 하도 보셔서 저는 절대 기록을 남기지 않아요, 하하.

EDITOR : 박소영
Photo : 김보성

발행 : 2013년 17호

배우와 만날 약속을 하는 과정부터가 어쩌면 인터뷰의 시작이다. 보통 매니저나 중간 단계를 거치는 커뮤니케이션이지만 성향은 드러나기 마련. 스튜디오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며 그가 낯설지 않다고 느낀 이유기도 했다. 김소연에겐 대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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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01호

2013년 11월 01호(총권 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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