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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활약 중인 남상미의 반전 매력.

반전의 여신

On September 27, 2013

남상미는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선 소울 메이트에게 흔들리는 재벌가 며느리지만, 현실에선 자기만의 기준을 가진 여배우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도전이라는 커리어 우먼이며, 오늘 티케팅해서 내일 출국하는 모험가다. 고전적인 얼굴과는 다른 반전의 매력을 지녔다.

슈트 보테가베네타.귀고리 스타일러스.오른손 반지 골든듀.왼손 두번째 반지 프란시스케이.네 번째반지 제이미앤벨

<결혼의 여신> 홈페이지에는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옛말을 예로 들어 놓았다.
여성 비하 같지만, 어쨌든 자신이 선택한 남자에 따라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여자들이 나온다. 남상미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결혼 생활에 얽힌 각종 문제들(바람, 시집살이, 가정 폭력, 자아가 없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다들 ‘나는 아닐 거야’라는 마음으로 결혼하는 거겠죠? 그동안은 현모양처를 꿈꿨지만 이젠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어요.” 남상미는 평소에도 드라마 속 결혼반지를 끼고 다닌다. 그녀는 매번 배역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결혼 생활에서의 문제가 넘치는 드라마 때문에 그녀의 결혼관이 필수에서 도전이 되었음은 당연해 보인다.

요즘은 극 중 시집살이로 울지 말아야 할 신에서도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어한다. 본인은 괴롭겠지만, 보는 이로선 슬픈 표정과 잘 어울리는 청순가련형 배우임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평소엔 혼자 여행을 다니고, 스킨스쿠버를 즐기며 많은 경험을 해보고픈 모험가다. 그녀의 거침없는 호기심과 의욕에 놀라 별자리를 물었을 정도다.




고전 여배우처럼 찍고 싶어 했죠. 오늘 어땠나요?
예쁘기만 한 것보단 뚜렷한 콘셉트가 있는 게 좋아요. 평소 잡지를 볼 때도 테마가 있는 패션 화보들을 좋아하죠.

특별히 좋아하는 옛날 여배우가 있나요?
오드리 헵번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나 보고 고전적인 미가 있다고들 해요. 예전에 안재욱 씨와 <빛과 그림자>(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할 때 오드리 헵번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그 드라마를 아낀다고 들었어요. 1960~70년대에 대한 로망이 있나요?
그 시대 여배우들은 도발적이지만 정제된, 투명하면서도 요염한 매력이 있어요. 특히 그 시대에는 마음껏 아름다움을 드러내거나 끼를 분출할 수 없었죠. 그래서 더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있어요. 계속 궁금하게 만들죠.

본인도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자꾸 바라면 이루어질까요(웃음)?

<결혼의 여신>에서 지혜는 정혼자가 있는 와중에 소울 메이트를 만나게 되죠. 본인이라면 어떨까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걱정이 많았어요. 내 또래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지만, 내 인생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거든요.
현재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남자에게 끌린다니 이해되지 않았죠. 지혜는 왜 흔들리는 걸까, 그 설렘은 뭘까 궁금했어요.
작품으로나마 그 감정들을 경험하고 싶어서 이 드라마를 선택했죠.

블랙 드레스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모자 제이미앤벨(Jamie & Bell).

왜 자신에겐 그런 인연이 없을 거라 생각하죠?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순수한 사랑을 찾기 어려울 수 있어요.

소위 말하는 운명적인 사랑이 존재할까요?
있을 거예요. 기회가 많지 않을 뿐. <결혼의 여신>에서 지혜가 제주도 올레길을 걷다가 운명의 남자를 만나는 것처럼 언제 어디선가 맞닥뜨릴 수 있죠. 나도 자유롭게 돌아다니긴 하는데(웃음).
그런데 내가 그럴수록 주변에서 불안해하고 걱정해요. 이런 식으로 점점 안 하게 되는 것들이 많아져요. 지인들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최근에도 혼자 이집트 여행을 다녀왔던데요.
내가 생각해도 혼자 잘 다녀요. 소속사 대표님이나 매니저 언니도 자유롭게 놔두고요. 여행을 말린 적은 없어요.

무섭진 않나요?
어렸을 땐 하나도 안 무서웠어요. 커가면서 외로움이 무섭더라고요.


낮에는 괜찮은데, 해 질 무렵엔 부쩍 외로워지죠?
둘이 함께해서 더 행복한 것들이 있어요. 무언가를 보고 “너무 좋다”라고 말하면 “나도”라는 리액션이 있을 때, 그 순간의 행복이 두세 배가 돼요. 이제 웬만하면 혼자 하는 여행은 자제하려고요.

<결혼의 여신> 끝나고는 안 갈 건가요?
200% 다녀올 거 같아요(웃음). 아직 장소나 기간은 정하지 않았지만요.

계획 없이 떠나는 편인가요?
일 년에 한 번씩 꼭 나갔는데, 그때마다 계획을 세운 적이 없네요. 가만히 있다가 ‘갈까? 그럼 어디?’ 이런 식으로 출국하죠.

여행은 막상 가면 현실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잖아요. 숙소나 치안이나.
이집트 여행도 티케팅하고 바로 다음 날 출발했어요. 도착해서 한인 게스트하우스 수소문해 찾아가고, 기차표 끊어서 9일 동안 자유롭게 돌아다녔어요. 내가 약간 저돌적이에요.

그러고 보니 인터뷰마다 자신이 털털하다고 강조했어요. 그렇게 데뷔 때부터 언급했지만, 여전히 남상미는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있어요. 맡아온 역할 때문일까요?
참한 여자, 비련의 여주인공 역을 많이 맡아서 그렇다고들 해요. 내가 그런 이미지에 어울리는 배운가 봐요. 우선 그런 비주얼을 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해요. 실제 성격이 그렇지 않아도 여성스러움이 느껴진다는 건 좋잖아요. 하지만 그 틀에 갇히기는 싫어서 항상 실제 성격을 오픈하고 다녀요.

  • 드레스 버버리 프로섬 (Burberry Prorsum). 귀고리 스타일러스(Stylus).

파격적인 역할을 맡아보면 어때요?
남상미는 항상 착하기만 한 정석 같은 이미진데, 때론 도발하는 모습도 괜찮겠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감정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그래서 매력적이에요. 평범한 남상미로 살았다면 한 번의 인생만 있었을 텐데, 연기자라서 몇 개월은 지독하게 다른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으니까요.

호기심이 많은 모험가 타입이네요.
타인의 인생, 감정, 경험들을 알고 싶어요. <결혼의 여신>의 지혜 역시 연기하면서도 끊임없이 궁금해요. 이 여자는 왜 이럴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라 처음엔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어요. 계속 대본을 파고, 작가님이나 친한 언니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죠. “이건 어떤 마음이야? 이럴 수 있는 거야?” 내가 지혜가 돼서 연애 상담을 하는 거죠. 실제 내 연애 상담은 거의 하지 않는데 말이죠.

속 시원하게 답해 주는 언니가 있나요?
나이가 많을수록 지혜를 이해해요. 지혜가 결혼 직전 맞닥뜨린 사랑에 본인들이 더 설레어 하죠.

이 반지는 지혜의 극 중 결혼반지 아닌가요?
촬영이 없는 날에도 끼고 다녀요. 잘 때도, 씻을 때도, 밥 먹을 때도 빼지 않죠. 평소에도 지혜의 스타일대로 옷을 입고 지혜가 했던 목걸이를 해요. 이해하기 힘든 역할이라 평상시에도 지혜가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평소에도 배역과 자신을 동일시하니, 우울한 역할을 맡으면 괴롭겠네요.
어두운 작품을 만나면 몸이 아파요. 건강한 편인데, 영화 <불신지옥>과 <빛과 그림자>를 찍을 때 목 디스크, 편두통, 감기 몸살을 달고 살았죠.

<결혼의 여신>에서 시집살이를 호되게 하는데 힘들겠네요.
우는 신이 가장 힘들어요. 이전까진 연기하면서 울지 못하거나, 울음을 못 참거나 한 적 없었는데, 희한하게 이번엔 엉뚱한 곳에서 눈물이 나요. 울고 나도 속이 시원하지 않아요. 연기의 매력은 내가 표출돼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건데, 이번엔 한 번도 속 시원한 적이 없어요.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감독님, 작가님은 내가 잘하고 있다고 하셨지만 잘 모르겠어요.

블라우스 앤디앤뎁(Andy & Debb). 반지 제이미앤벨(Jamie & Bell).

시집살이하는 것처럼 답답하겠어요.
이 문제에 대해서 소속사 대표님과 4~5시간을 통화했어요.
대표님께선 뭘 해도 속이 답답하고, 풀리지 않는 게 지혜의 감정 아니겠냐며 스트레스받지 말라네요. 그 말을 믿고 혼란스러운 감정은 내려놓되 흐르는 대로 가보려고요.

사실 슬픈 배역이 잘 어울리는 얼굴이에요. 본인의 외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예뻐요?
메이크업 발이에요.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으면 질리나요?
전혀 질리지 않아요(웃음). 솔직히 예쁘단 말보다 분위기 있다는 표현이 더 좋아요. 하지만 그런 말은 조금 더 연륜이 생겨야 들을 수 있겠죠.

닮고 싶은 멘토가 있나요?
틀에 맞추고 싶진 않아요. 20대엔 아름다운 30대를 꿈꾸며 보냈어요. 다행히 30대가 되니 어느 정도 내가 기대했던 분위기를 가진 듯해요. 이젠 아름다운 40대를 준비하는 30대를 보내려고 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데요?
따뜻한 사람이고 싶어요. 단순히 착하기보단 맑고 투명하고 정화된 사람이요. 나이가 들수록 사회에 타협하게 되고, 용기가 없어지고, 스스로를 왜곡하게 되죠. 이런 경험들이 연륜을 만드는 걸 수도 있지만, 순수함이 바래는 건 싫어요. 20대 때는 비 오는 날이면 공포 영화를 찾아서 봤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공포 영화 보기가 어려워요. 왠지 겁이 나서 스스로를 보호하게 되는 거예요. 혼자 드라이브하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게 얼마나 외로운지 아니까 더 이상 하지 않아요. 아, 정말 순수함을 잃고 싶지 않아요.

이전 인터뷰 중에 충격적인 대답이 있었어요. 자신의 20대가 너무 평화로웠다고요. 20살 때부터 사회생활을 했는데 그게 가능한가요?
인복이 많아서 그래요.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크게 힘든 일이 없었어요. 게다가 어떤 일이 터졌을 때 너무 스트레스받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똑같은 일이 벌어져도 어떤 이는 크게 상처받고 좌절하지만, 난 그렇게까지 못 느끼는 거죠. 안 느끼려고도 하고요.
예민하지 않은 성격 때문에 20대를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낸 듯싶어요.

나이 들수록 전엔 몰랐던 위험 요소들을 알게 되면서, 겁이 많아지죠. <결혼의 여신>에서도 결혼의 문제점들이 나오잖아요. 남편의 바람, 가정 폭력, 시집살이 등.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결혼이 두려워지지 않나요?
20대 초반만 해도 이런 문제들은 상상도 못했어요. 결혼에 대한 이상만 있지, 현실감은 없었으니까. 결혼은 곧 오순도순 사는 행복한 가정이라는 망상에 빠져 있었죠(웃음). 결혼한 지인들을 보면 <결혼의 여신>은 생활 밀착형 드라마예요. 그래서 더 결혼에 신중하게 됐죠. 내게 결혼은 당연한 거였는데, 이젠 도전이에요.

꿈이 현모양처에서 커리어 우먼으로 바뀌었다죠?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예전엔 작품에서 헤어나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했어요. 1년에 한 작품 정도가 적당했죠. 이젠 생각이 바뀌어서 다른 작품에 에너지를 쏟으며 전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나를 발산해 보고 싶어요.

여배우들이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거 지지해요.
한때는 겁이 났어요. 캐릭터 표현에 한계를 느꼈거든요. 비슷한 역할이 반복될 때 더 심했어요. 이번에도 밝은 역할, 다음에도 밝은 역할인데 내가 뭘 더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작품을 고를 때가 아니잖아요. 물론 일정 부분 기준을 갖고 고를 순 있지만, 많이 부딪치고 깨지면서 풍부한 경험을 쌓기로 했어요. 실제 내 사생활에선 경험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잖아요.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겪어봐야죠.
이게 30대의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깊이 있는 40대의 여배우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EDITOR : 김나랑
PHOTO : 김보성
stylist : 신혜숙
HAIR : 장민아(정샘물 인스피레이션)
MAKEUP : 권희선(정샘물 인스피레이션)

발행 : 2013년 14호

남상미는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선 소울 메이트에게 흔들리는 재벌가 며느리지만, 현실에선 자기만의 기준을 가진 여배우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도전이라는 커리어 우먼이며, 오늘 티케팅해서 내일 출국하는 모험가다. 고전적인 얼굴과는 다른 반전의 매력을 지녔다.

Credit Info

2013년 09월 02호

2013년 09월 02호(총권 14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나랑
PHOTO
김보성
stylist
신혜숙
HAIR
장민아(정샘물 인스피레이션)
MAKEUP
권희선(정샘물 인스피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