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 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오늘의 인물

서른 여섯, 사장 경력 11년차 메트로시티의 양지해 대표가 말하는 젊은 사장의 일상.

젊은 사장으로 산다는 것

On September 25, 2013

20대의 어린 나이에 사업체를 물려받았음에도 발군의 능력으로 승승장구하는 젊은 CEO. 덧붙여 음악을 좋아하고 긍정적이기까지 한 캐릭터. 꼭 드라마 속 스토리 같은가? 서른여섯, 사장 경력 11년 차인 메트로시티 양지해 대표의 얘기다.

양지해 (36세)
㈜엠티콜렉션 메트로시티의 대표이사, 연 매출 1500억 달성, ‘2013 대한민국 글로벌 CEO’ 디자인 경영 부문 수상.

“이제 회사에 나올 때가 되지 않았니”
스물다섯, 이탈리아에서 갓 돌아온 내게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셨다.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폼이 나지도, 뭣 모르는 딸내미에 대한 아버지의 과한 사랑법도 아니다. 서른둘에 회사를 창립한 아버지가 보기에 못할 이유도 없었고, 이왕이면 어떤 진통이든 빨리 겪고 성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신 것. 6개월 만에 대표직을 달았다. 나 역시 고지식한 면이 있어 조금의 선택권이나 다른 걸 해보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상무 자리를 맡고 있는 내 동생도 마찬가지. 물론 부담이 됐다, 잘해야 되니까.

아버지는 가끔 ‘별일 없지?’ 정도만 물어보시고 완전히 손을 떼셨다. 그렇게 사장이 된 지 올해로 11년 차다. 너무 어릴 때부터 시작해 이 정글 같은 세계에서 갖은 핍박과 시기 질투를 받아오지 않았을까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어린 나를 대놓고 질투하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닐까. 백화점 측에서도 어린 사장이라고 나를 무시하는 일 없이 늘 프로답게 대해 주었다. 우리 회사는 당해 매출 1천억이 넘는 주요 리딩 브랜드 중 하나니까.

나의 매일은 너무 다르다. CEO에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겸하고 있어, 디자인·마케팅·VMD 기획 방향이나 진도 과정을 실시간으로 컨펌한다. 그래서 만나야 되는 사람도, 경험해야 되는 폭도 상당히 넓다. 일정을 내 맘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늘 출근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아침식사 시간이 그에 해당한다.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다. 집은 항공모함과 같은 거라고. 전장에 나가기 전 필요한 것들을 철저하게 갖추고, 모든 것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싸우다 돌아와 다시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곳. 몇십 년 동안 ‘사장’들 옆을 지켜온 우리 엄마는 그야말로 내조의 여왕이다. 냉장고 3개에는 늘 신선한 재료들이 가득 차 있고, 매끼마다 밥을 새로 지어주신다. 나를 달리게 하는 힘의 근원지가 바로 여기다.

CEO의 하루
지난 금요일, 나의 하루는 이랬다. 9월 말에 있을 패션쇼에 동화책을 활용할 예정인데, 그 그림을 내가 그리기로 해 자료를 취합하고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옷 디자인을 컨펌하고 새로 수리할 쇼룸의 공사 업체와 미팅을 했다. 전담 업체를 정리하고 구두를 우리 쪽에서 직접 리론칭하기로 해, 그 샘플과 디자인 수정을 보고, 패션쇼 행사와 관련한 미팅을 한 후 초대장 등의 디자인을 컨펌했다. 이번 패션쇼는 공연과 접목시켜 90분짜리 하이브리드형 패션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와 음악감독, 영상감독과 각각 미팅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밤 12시가 넘었다. 관련 자료들을 더 찾아보다 두세 시쯤에 잠이 들었다. 24시간 내내 일을 떠날 수가 없다.

노는 것도 일의 연장선상이다. 음악과 파티를 좋아해서 DJ CEO라는 예명으로 디제잉도 한다. 지난 내 생일 때는 300명 가까이 지인들을 불러 파티를 했는데,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저절로 트렌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정보를 알게 된다. 그래서 일이 많아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일과 사생활을 굳이 분리시키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여기서 실수한다. 어차피 직장은 하루에 8시간 이상 있는 곳이다. 굳이 사생활과 분리해 여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다른 쪽에서 풀려고 하다가 제대로 안 풀리면 병이 나는 거다.

모든 것이 나의 생활이라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게 되는데, 눈앞에 있는 사소한 것 때문에 행복해하지 않는 직원들을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다. 500명 가까이 되는 회사 직원들은 나이대도 20대 초반부터 50대 중·후반까지 다양하다. 나는 그 모두의 인생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있다. 나를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 또한 내 역할, ‘할 수 있는 한 모든 걸 다 하자’는 신념대로 열심히 조언을 해줌에도 남 얘기처럼 듣는 직원을 볼 때, 그래서 뻔한 결말을 봐야 하는 게 이 자리의 큰 고충이다.
사장이라서 좋은 점? 전부 다다. 제일 좋은 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것. ‘패션쇼 할까?’ 했을 때 안 된다고 할 사람이 없다.
책임감이 양날의 검처럼 번뜩이지만, 결정권이 있다는 건 역시 특권에 가깝다.

연 1500억을 버는 나만의 방법
경영을 배운 적 없다. 아버지조차 당신이 너무나 쉽게 해왔기 때문에 그냥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만 생각하지,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타입이 아니다. 모든 걸 내가 몸으로 부딪히며 해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거짓말 같지만 나는 회사를 운영해 오면서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할 만큼 힘든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 경영이란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그걸 하는 사람들과 자주 소통한 뒤, 그의 성향을 파악하여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는 것이다. 물론 순간순간 모르는 것들은 자료를 찾아보거나 알 때까지 들여다봐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재무제표 읽는 법’, ‘회계’ 같은 게 아니라 리더로서의 통찰력과 타고난 성향이다.

나는 원래 배포가 좀 큰 편이다. 어머니는 정신력으로 못할 일이 없다고 믿는 분이셨고, 아버지는 특이할 정도로 똑똑하고 다방면에 뛰어난 분이셨다. 나 역시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예를 들어 ‘너 하버드 가야 돼’ 하면 방법을 생각한 후 간다. 다행히 부모님께서 그런 요구를 하지는 않았지만. 메트로시티 매장은 현재 전국에 102개이며, 더 늘어날 예정이다. 전부 직영인데, 이 정도 규모에 대리점 형태가 아닌 곳은 우리뿐이다. 우리는 패션 브랜드이기 때문에 각 시즌마다 메트로시티의 콘셉트가 굉장히 중요한데, 중간 관리를 하다 보면 본사의 방침이 이상하게 변질돼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멀리 있는 직영점 직원들을 포함해 회사 직원 관리에 주력한다. 애사심을 배양할 수 있도록 회사 교육팀을 특화시켰다.

우리 회사 교육팀은 굉장히 유명하다. 보통의 교육팀처럼 인사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애사심과 소속감을 부여하고 책임감과 그에 맞는 소양을 길러주기 위해 직원 타입을 열 가지 이상 세분화시켜 그에 맞는 일대일 교육을 한다. 처음엔 아침 체조, 조회 등부터 시작했는데, 지각률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또 모든 직원이 돌아가면서 하다못해 드라마 이야기라도 해야 하는 ‘그날의 사회자’ 코너(?)는 소속감을 고취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신규 사원이 들어온 지 3개월이 되면 100일 파티와 함께 누구한테나 쓸 수 있는 쿠폰을 준다. 술 사주세요, 용서해 주세요, 반차권, 대신 해주세요 등. 우리가 자체 개발한 사이버 연수원 프로그램 중에서 ‘칭찬해 주세요’가 유명한데, 우리 회사 직원이라면 의무적으로 한 달에 동료 7명을 칭찬해야 한다. “커피를 타줬는데 맛있었어요” 같은 소소한 이유도 된다. 칭찬받은 사람한테는 문자가 오는데(나도 사원이라 거기 포함돼 있다), 그걸 받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가족적인 분위기로 소속감을 부여하고, 자기 계발의 비전을 주는 것이 연 매출 1500억의 비밀이라면 비밀이겠다. 너무 정직한가?

매년 4월, 10월 세일이 지나면 부서장들을 전부 데리고 한 달 정도 전국 매장 투어도 한다. 체력적으론 무척 힘들지만 가서 직원들 손 한 번 더 잡아주고 사진 찍는 일이 직원 한명 한명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알기 때문에 게을리할 수 없다. 누구나 그렇듯 일을 하다 보면 머리끝까지 화가 나기도 하고, 잘하고 있는지 두렵고 회의가 들기도 한다. 나는 항상 기록을 깨왔다. 단순히 최연소뿐만 아니라 백화점 내 최고 매출 기록도 많이 갖고 있다. 새로운 일을 기획할 때면 내가 내 기록을 깨는 것밖엔 없다. 이번에도 할 수 있을까?
늘 불안하다. 그런데 안 그런 사람이 있을까? 이사는 이사대로, 사원은 사원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도 그뿐이다.

EDITOR : 김소영
PHOTO : 김영훈

발행 : 2013년 14호

20대의 어린 나이에 사업체를 물려받았음에도 발군의 능력으로 승승장구하는 젊은 CEO. 덧붙여 음악을 좋아하고 긍정적이기까지 한 캐릭터. 꼭 드라마 속 스토리 같은가? 서른여섯, 사장 경력 11년 차인 메트로시티 양지해 대표의 얘기다.

Credit Info

2013년 09월 02호

2013년 09월 02호(총권 14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소영
PHOTO
김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