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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가 있어도 ‘룸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남자들의 심정 고백.

‘룸빵’ 다니는 남자 친구

On August 09, 2013

클럽도 나이트도 귀찮다. 그래서 손쉽게 여자들과 즐길 수 있는 ‘룸 문화’에 빠진다. 애인이 있어도, 결혼을 해도 룸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심정 고백.

대화가 필요해서 그래
“오늘만큼은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아!” “위로받고 싶어!” “진짜 대화가 필요할 뿐이야….”
파티시에 겸 요리학원 강사이자 자칭 인생 잔액 마이너스 5억원인 S(32세)가 늘 입에 달고 사는 외침이다. 어린 시절부터 유흥을 유난히 좋아했던 S의 룸빵(룸살롱처럼 룸에서 직업 여성들과 즐기는 문화를 지칭하는 은어) 입문은 다소 늦은(?) 20대 중반이었다. 그 시작은 디씨인사이드의 유흥 갤러리에서 당시 제일 잘나간다던 강남의 모 상무 연락처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 당시 S는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면 자연스레 나이트를 갔다. 무심코 번호를 저장했던 그 상무에게 견적(인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을 묻게 되면서, 룸빵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또각또각 하는 여자들의 구두 소리와 상무의 노크 소리까지는 나이트와 다를 게 없었어요. 대신 속된 말로 이빨을 깔 필요가 없더군요. 그냥 초이스만 하면 되거든요.”누구 못지않게 유흥을 즐겼던 S지만 룸빵은 또 다른 신세계였다. “다녀온 다음 날 같이 갔던 멤버들을 만납니다. 안 되면 단체 채팅을 하며 각자의 파트너에 대해 후기를 나눠요. 아드레날린이 다시 샘솟는 기분이 들 정도로 현장 못지않게 재밌는 순간이기도 하죠.”

당시 화물차 영업을 하면서 월 1천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던 S. “1천만원 넘게 벌어도 남는 게 없었어요. 카드 연체도 빈번했죠. 저축은행, 캐피탈에서 돈을 빌렸어요. 연 40%에 가까운 이자도 무섭지 않았거든요. 돈 들어오면 갚으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도 부족할 땐 친구가 대신 내주고 돈이 들어오면 갚는 방식으로 룸빵을 즐기곤 했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친구에게 진 빚만도 3천만원 가까이 되더라고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물차 영업이 생각만큼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원금은커녕 이자도 내지 못하게 됐고 빚 독촉이 집으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집에서 모든 빚을 갚아주고, 현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파티시에로 일하며 요리 강의도 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룸빵을 끊지 못했다. “룸빵은 담배랑 똑같아요. 끊고 싶다고 끊을 수 있는 게 아니죠.
의지와는 별개의 문제예요. 아예 안 가본 남자는 있지만, 한 번만 가고 만 사람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빠질 수밖에 없거든요.”
월급은 부모님이 관리하고 용돈만 받는다는 그가 어떻게 룸빵 비용을 마련하는 걸까. “일단 가려고 마음먹으면 돈은 어떻게든 생기더라고요. 물론 예전만큼은 못 가지만요.” 그에게는 5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한 여자 친구도 있다. “여자 친구를 만날 때가 아니면 전 늘 밤 10시 반에 자는 걸로 되어 있어요. 사실 잠이 많은 편이라 평소에 일찍 자거든요.

그러나 ‘그곳’에 갈 때는 다르죠. 여친과의 마지막 통화를 마치면 나만의 밤이 시작돼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아가씨’들과의 교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명했던 여자 중에 몇몇은 밖에서 연락도 하고 가끔 만났죠. 그러다가 사귀기도 했어요. 그중 한 명은 도곡동에 있는 유명 베이커리의 빵을 사서 애완견에게 주더라고요. 자기는 월세 집에 살면서 말이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 헤어졌어요. 우연히 가게에서 마주쳤는데, 제가 먼저 보고 피했어요.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동안 뒤통수가 뜨겁더라고요.” 동대문에 왔는데 현금을 두고 왔다며 보내달라는 경우부터, 생일이라고 원하는 선물을 대놓고 요구하는 여자들까지 마이너스 잔액만큼이나 에피소드가 넘쳤다.

“한 번은 ‘초이스’를 하는 동안 내 스타일이라 감탄하며 쳐다본 ‘아가씨’가 있었는데, 표정이 안 좋은 거예요. 친구가 내가 사귀었던 여자라고 말해 주더군요. 헤어지고 성형을 해서 못 알아봤던 거였어요.” 그는 요즘 휴대전화를 두 개 가지고 다닌다. 룸빵에 관한 연락을 주고받을 번호가 하나 더 필요하니까. “여자 친구는 모르는 번호예요. 그녀가 아는 휴대전화는 집에 두고 나오기 때문에 밤에 갑자기 전화가 와도 실수로 받을 일이 없죠. 죄책감이요? 룸빵의 여자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데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요? 전 그냥 여자와 대화하고 싶을 뿐이라니까요.”

S가 말하는 룸빵 마니아 감별법
“상무들은 정기적으로 안부 메시지를 보내요. 물론 보내지 말라고 했거나 확인 즉시 지운 경우에는 메시지가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연락처 리스트를 한 번 찾아보세요. 이름이 두 개(김태희/손아)로 저장돼 있다면, 아가씨의 본명과 예명을 같이 저장한 거예요. 그리고 친구들과 있다는 남자 친구가 전화를 한 시간 이상 받지 않는다면 의심하세요. 단순히 술을 마시거나 심지어 다른 여자를 만난다 해도 전화를 한 시간 이상 못 받지는 않거든요. 반면 룸은 중간에 나와서 전화를 받기 곤란한 경우가 많아요. ‘테이블’이 끝난 후에 연락하는 거죠.”


영업 사원이라 그래
W(29세)는 잘나가는 자동차 딜러다. 국산 차, 수입 차는 물론 각종 화물차량까지 가리지 않고 한 해 300여 대 파는 덕에 수억 원대의 연봉을 받는다. “본격적으로 밤 문화를 좋아하게 된, 아니 의무적으로 즐기게 된 데는 영업이라는 업무 특성 때문이에요. 접대할 일이 많거든요.” 그는 이제 친구들과도 룸빵에 간다. “어렸을 때부터 흔히 ‘~리’로 끝나는 곳이나 안마방을 많이 다녔어요.
그런데 연배 높은 남자들을 접대하려면 독립된 공간에서 여자들과 술을 마셔야 하더군요. 자연스럽게 룸빵 문화를 접하게 된 거죠. 그러다 친구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호프집이나 나이트보다 룸빵에 더 자주 가게 됐죠.”

7년여의 연애 끝에 올 초 결혼한 W. “물론 횟수는 줄었어요. 친구들과는 한 달에 한두 번 갈까 말까예요. 종종 밖에서까지 만나던 아가씨들과도 연락을 끊었죠. 그래도 동창회나 친구 생일은 놓치지 않고 참석합니다. 1차는 가볍게, 2차가 진짜인 거죠.”
결혼까지 한 그는 룸빵을 끊을 생각이 없는 걸까? “저랑 친한 친구들이 아가씨나 상무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우리 칠순 잔치는 여기서 할 거라고 말이죠. 처음에는 농담이었는데, 요즘 저보다 더 파이팅 넘치는 친구들을 보면 환갑잔치를 진짜 룸에서 할 것 같아요(웃음).”

W가 말하는 룸빵 마니아 감별법
“룸빵은 카드와 현금으로 할 때 가격이 달라요. 현금이 15% 정도 저렴하죠. 그렇다고 현금을 모두 찾아서 가진 않아요. 가장 선호하는 건 계좌 이체예요. 남자 친구가 주로 사용하는 통장의 출금 목록을 체크해 보세요. 매달 같은 곳으로 거액이 출금되는데, 그 날짜가 일정치 않다면 의심할 만합니다.”


친구 때문에 그래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한 친구들 때문에 입문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모든 상황이 어색했죠.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사는 곳은 어디며, 고향은 어딘지, 뭘 좋아하는지 별 시답잖은 소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내 무릎 위에 앉은, 태어나서 처음 본 여자랑 말이죠.”

요즘도 일주일에 2~3번은 들른다는 J(31세)는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돈 들어올 데가 없으면 자제하는 편이에요. 근데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나요. 여유 있는 친구들이 대신 내주거나 빌려주죠. 그럴 때 우리들만의 룰이 있어요. ‘초이스 우선권’은 돈을 내는 친구에게 주는 거죠.” 친구의 도움이 없을 때는 소장품을 판 적도 있다.

“한번은 정말 너무 가고 싶은 거예요. 당장 돈 들어올 곳이 없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일주일 내로 갚기로 하고 ‘테이블을 봤죠’. 아침에 들어와서 후회할 틈도 없이 집에 있던 마르지엘라 스니커즈를 중고 사이트에 올렸어요. 급한 마음에 시세보다 10만원이나 저렴하게 말이죠. 6개월 할부로 샀던 스니커즈는 그렇게 처음의 절반 가격에, 하룻밤의 유흥과 함께 사라졌죠.”

지금은 솔로라 더욱더 밤 문화의 유혹을 끊을 수 없다는 J는 룸빵의 치명적인 매력을 스포츠와 비교했다. “스포츠보다 세대교체가 더 잘되는 곳이 룸빵이에요. 얼마 전 갔던 클럽 형태의 룸빵에서는 대학원을 가기 위해 올해 초 입문한 1990년생이 제 파트너였어요. 연예인 해도 될 정도의 미모를 지녔죠. 보자마자 ‘사랑한다’고 해버렸어요(웃음).”

물론 유흥업소를 자주 다니며 생기는 문제점도 많다. 금전 문제는 물론, 일반 여자들과의 술자리에서도 못된 버릇이 나오는 것.
“아가씨들은 기본적으로 돈을 받고 술을 마시는 거라 서비스 정신이 있어요. 짓궂은 농담이나 스킨십도 웬만하면 허용하죠.
일반 여자들은 다르잖아요. 똑같이 행동했다가는 양아치 취급받고 뺨 맞기 일쑤죠. 얼마 전 나이트를 갔는데, 독립된 룸에 양주가 세팅되고 여자들이 들어오기에 저도 모르게 룸빵에서의 버릇이 나와 여자들이 화내고 나간 적이 있어요.”
또 순간의 쾌락 때문에 잃게 되는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룸빵은 도박 중독과 비슷해요. 돈과 시간, 정말 소중한 사람을 만날 기회를 빼앗기죠. 참, 전 중독은 아니에요. 저에게 룸빵이란 도박이라기보다는 친구들끼리 재미 삼아 치는 훌라 같은 거죠.”

J가 말하는 룸빵 마니아 감별법
“노래방의 럭셔리 버전으로만 알려진 가라오케에도 상주하는 아가씨가 있거나 보도 아가씨들을 불러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가라오케를 가는 남자 친구가 단순히 술 마시며 노래만 부른다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특히 여름방학 시즌인 7~8월은 지방에서 올라온 여대생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때라 남자 친구 단속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룸빵의 5가지 유형
텐프로
‘아가씨’가 받는 T/C(Table Charge의 줄임말) 중 10%(다른 곳은 15~20%)만 마담이 가져가 상대적으로 많이 벌 수 있기에 소위 물 좋은 아가씨들이 많이 모였다. 텐프로란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 시설 또한 최고급. 대신 술값이 최소 200만원 이상(4인 기준)으로 비싸다.

쩜오
상위 15% 아가씨들이 상주하고 있는 곳으로 텐프로와 일반 룸살롱의 중간으로 보면 된다. 조금 더 저렴한 비용으로 텐프로에서 경험하는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술값은 150만원 이상(4인 기준).

클럽
룸살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타일이다. 4인 기준 평균 100만원 정도의 술값으로 평균 2~3시간 정도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2차는 선택 가능하다.

하드코어
북창동식 룸살롱에서 유래한 스타일로, 기본적으로 룸 안에서 속옷만 입고 술을 마신다. 스킨십의 정도가 강하고 70~80분 정도의 테이블 시간은 유사 성행위로 마무리한다. 1인당 18만~20만원 정도로 저렴해 20대 남자들이 이곳부터 접하곤 한다.

풀 살롱
기본적으로 하드코어와 비슷하다. 대신 2차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70~80분간의 테이블이 끝나면 룸으로 올라가 2차의 시간을 가진다. 1인당 30만~35만원 정도.

클럽도 나이트도 귀찮다. 그래서 손쉽게 여자들과 즐길 수 있는 ‘룸 문화’에 빠진다. 애인이 있어도, 결혼을 해도 룸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심정 고백.

Credit Info

2013년 08월 01호

2013년 08월 01호(총권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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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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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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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