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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보고 싶었다. 봉준호란 키워드로 상상해본 <설국열차>의 관전 포인트.

설국열차 탑승권

On July 31, 2013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8월 1일에 개봉한다. 너무 보고 싶어 그때까지 기다리는 게 힘들다. 그동안의 인터뷰, 전작들을 통해서 <설국열차>의 관전 포인트를 점쳐봤다.

  • <설국열차>제작 현장

봉준호의 영어
“제가 지금 쓰고 있는 게, 그러니까 프렌치 사이파이 그래픽 노블인데, 제목이 ‘르 트렌스페셔네이즈’? 베리 하드 투 프러넌셰이트(웃음). 잉글리시 워킹 타이틀 이즈 스노 피어서.” _Colider.com 인터뷰

봉준호 감독은 영어를 꽤 잘한다. <괴물>의 DVD 부가 영상에선 외국인 스태프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DVD에서 그는 외국인 평론가와 코멘터리를 녹음하기도 했다. 영어를 더듬거리는 한국인들도 그의 영어는 들을 수 있을 정도다. 발음이 유창하지는 않지만, 봉준호는 자신의 몸과 입에 맞는 편한 영어를 구사한다. 봉준호의 영화들은 봉준호의 영어를 닮았다. 미스터리와 스릴러, 괴수 영화 등의 할리우드 장르들을 한국이란 지역의 특색을 살리면서 당대의 풍경을 그렸으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설국열차>의 영어 또한 단지 전 세계 관객들에게 다가가려는 수단만은 아닐 게 분명하다. 봉준호는 <설국열차>의 이야기와 무대에 맞는 영어를 구사할 것이다. 예고편에서 등장한 힌트 하나는 반란의 수장인 커티스(크리스 에번스)와 보안 설계자인 남궁민수(송강호)의 대화다. 크리스 에번스의 발음은 ‘냄쿵밍수?’에 가깝다. 남궁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소수의 성이다. 봉준호 감독은 “일부러 외국인들이 가장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을 찾았다. 영화에도 이름과 관련된 유머가 슬쩍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잡설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에도 ‘남궁’이 성인 남자가 나온다. 등장인물(영화감독 임상수가 연기한)의 이야기 속에만 등장하는 ‘남궁민’ 교수는 대학 학장이 주는 술을 마시고 전철역에서 오바이트를 하다가 지하철에 치여 죽었다.

  • <도쿄!>의 아오이 유우

봉준호와 외국 배우
“이건 ‘양놈’들이 쫙 포진해 있으니까 처음에는 이름 정하는 것부터 생소하더라고요. 윌리엄 뭐 이렇게 해야 하나…(웃음). 왜 안톤 체호프 연극 같은 번안극 보러 문예회관 가면 한국 배우들이 금색 가발을 쓰고 나와서 ‘제임스~ 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이러잖아요.” _<씨네21> 인터뷰

봉준호에게 외국 배우와의 작업은 <설국열차>가 처음이 아니다. <괴물>에는 미군들이 나왔고, 옴니버스 영화인 <도쿄!>에서는 아오이 유우, 가가와 데루유키 등과 함께 했다. <설국열차>에는 정말 많은 외국 배우가 나온다.

틸다 스윈턴, 크리스 에번스,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존 허트, 애드 해리스 등. 봉준호 감독이 이런 대배우들을 어떻게 활용했는가가 <설국열차>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틸다 스윈턴이 연기한 메이슨은 ‘다이내믹하면서도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인물’이다. 원래는 남자로 설정했던 캐릭터지만, 봉준호 감독은 틸다 스윈턴 때문에 메이슨을 여자로 바꾸었다. 틸다 스윈턴은 봉준호 감독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이렇게 전했다. “공포감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귀여워야 한다’고 했죠(웃음).” 크리스 에번스와 제이미 벨에게는 <살인의 추억>의 두 형사와 같은 콤비 플레이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잡설 봉준호 감독은 “틸다가 자기 캐릭터의 억양을 제안하면서 영국의 요크셔 억양과 웨일스 억양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로서는 아무리 들어도 두 억양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더라(웃음). 그래도 틸다 스윈턴은 정말 자세하게 차이를 설명해 주었다.” _KOREAN CINEMA TODAY 인터뷰

  • <설국열차>

봉준호의 기차
“나는 좁고 긴 공간을 좋아한다. 감독으로서도 어떤 공간을 보고 느끼는 흥분이 있는데, 기차는 정말 흥분 그 자체였다. 마약 중독자가 대마밭에서 뒹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웃음)?” _온라인 쇼케이스 인터뷰

<플란다스의 개>에는 아파트 지하실이 있었다. <살인의 추억>에는 수로와 기차가 오가는 터널이 등장했다. <괴물>에서도 가족들은 하수구를 뒤지고 다닌다. <마더>에서는 집과 집 사이의 좁은 골목에서 욕설이 날아갔고, 죽음이 돌아왔다. <설국열차>는 ‘좁고 긴 공간’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애착이 집착으로 변신한 영화일 것이다.

“공간 전체가 완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동굴인데, 그 동굴을 돌파하는 영화죠. 그 금속 동굴을. 근데 그 동굴이 계속 휘어지고 꺾이고 하는 거예요. 미치겠는 거죠. 성적 흥분에 미칠 거 같아요. 기차가 밖에서 보면 남자의 성기고요, 안에서 보면 여자의 성기예요.”(<씨네21> 인터뷰) <설국열차>의 기차에 대해 그는 ‘을지로 순환선’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철로 위를 달리지만, 종착역이 없는 기차. 하지만 기차 밖의 풍경만으로도 시간의 경과를 알 수 있을 만큼, 시간개념은 철저한 기차. 봉준호 감독이 직접 그린 설계도에 따르면, 객차 하나의 길이는 약 25m이고 60개의 객차가 모여 약 1.5km에 달하는 한 대의 기차를 구성하고 있다. 빈민층은 창고나 다름없는 꼬리 칸에서만 살지만, 부유층은 사우나·수영장·미용실·클럽·학교 등 여러 객차를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말하자면 하나의 지구와 다름없는 기차다.

잡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성기’는 자주 거론되곤 했다. <괴물>의 괴물이 대표적이다. 길고 둥근 머리 모양은 남성의 성기에서 따온 듯 보였고, 강두(송강호)가 괴물의 입에서 현서(고아성)를 끄집어낼 때 여성의 성기를 닮았다는 분석이 많았다. 몇몇 평자와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고래 배 속에 갇혀 있던 성경 속 요나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7년 후, <설국열차>에서 송강호의 딸로 나오는 고아성의 극 중 이름은 ‘요나’가 됐다.

  • <괴물>

봉준호의 액션
“이 영화는 물리적인 영화다. 몸과 몸이 충돌하고, 싸우고, 피가 터지는 영화다.” _<설국열차> 온라인 쇼케이스 인터뷰

봉준호는 액션 영화를 찍은 적이 없다. 하지만 관객에게는 기억에 남는 액션 신, 일명 ‘삑사리’ 액션을 여러 번 남겼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김상경에게 가격하는 이단옆차기, 그리고 <마더>에서 도준을 취조하는 형사(송새벽)가 선보이는 세팍타크로 기술.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괴물>이다. <괴물> 속의 괴물은 발을 헛디디기도 한다, <괴물>의 남일(박해일)이 화염병을 던지려다 놓치고, 남주(배두나)가 쏜 화살이 괴물을 피해 가는 것도 마찬가지. 이런 액션을 봉준호 감독은 ‘삑사리’라는 말로 표현해 왔다. <설국열차>는 수많은 인물이 싸우면서 진행되는 영화다. 우리에게 <캡틴 아메리카>의 슈퍼히어로로 알려진 크리스 에번스가 ‘삑사리 액션’을 구사한다면 어떨까. 봉준호 감독이 그를 그저 단순한 액션 영웅처럼 그렸을 리 만무하다.

잡설 <괴물>을 만든 봉준호 감독은 당시 <카이에 뒤 시네마>와 인터뷰를 했다. 장면을 설명하면서 그는 “남일이 화염병을 던지는데, 이때 ‘삑사리’가 나면서…”라고 말했다. 기자는 그게 무슨 뜻이냐며 스펠링을 적어 달라고 했고, 봉준호 감독은 ‘Picksary’라고 썼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인터뷰 제목은 ‘L’art du Piksari’가 됐다. 영어로는 ‘The Art of Piksari’, 한국어로는 ‘삑사리의 예술’이다.

  • <살인의 추억>

봉준호의 ‘헛소동’
“헛소동, 오해와 헛소동! 그것에 늘 끌려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사회 내지는 세상은 그 모든 게 헛소동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러니까 바보를 하나 세워야 하는 거죠.” _<씨네21> 인터뷰

봉준호의 영화들은 ‘실패’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살인의 추억>의 형사들은 범인을 잡지 못했다. <괴물>의 가족은 딸을 구하지 못했고, 대신 딸이 구하려던 소년을 구했다. <마더>의 엄마도 아들의 무죄를 입증하지는 못한 채, 그의 유죄를 슬쩍 가려야만 했다.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에서도 개를 죽인 진범은 잡히지 않는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소동’이 되고 만 것이다.

<설국열차>는 새로운 빙하기가 도래하면서 나타난 기차가 무대다. 기차의 꼬리 칸에서 살고 있는 하층 계급의 사람들은 더 이상 지배당하지 않으려, 기차의 제일 앞 칸으로 돌진한다. 영화의 에너지는 그들의 투쟁을 북돋겠지만, 과연 그들의 뜻대로 될지 영화를 보기 전부터 걱정스럽다. 기차의 제일 앞 칸에 살고 있는 윌 포드를 연기한 애드 해리스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까지 나오지 않는다. 꼬리 칸 사람들은 내가 있는 곳 앞에 와서 마지막으로 봉기한다. 그때 정말 몽롱했다.”(Colider.com 인터뷰) 어떤 색깔의 충격이, 어떤 색깔의 당혹감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잡설 <설국열차>의 지구는 왜 새로운 빙하기를 맞이했을까. 개봉에 앞서 공개된 티저 애니메이션에 따르면, 지구의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 개발됐는데, 결국 연구가 실패하면서 지구가 얼어붙었다고 설명한다. 전 지구적인 ‘헛소동’인 셈이다.

  • 봉준호 감독.

EDITOR : 강병진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스폰지이엔티

발행 : 2013년 11호

봉준호 감독의 &lt;설국열차&gt;가 8월 1일에 개봉한다. 너무 보고 싶어 그때까지 기다리는 게 힘들다. 그동안의 인터뷰, 전작들을 통해서 &lt;설국열차&gt;의 관전 포인트를 점쳐봤다.

Credit Info

2013년 08월 01호

2013년 08월 01호(총권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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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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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스폰지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