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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Hot Keywords in Busan

On July 19, 2013

“대체 부산에서 가장 핫한 곳이 어디야?” 항상 똑같은 질문을 듣는 부산 출신의 라이프스타일 전문 에디터가 까다롭게 골랐다. 지금 부산으로 떠난다면 먹고 마시고 즐기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20가지 키워드.

  • 해운대의 센텀시티.

1. 해운대와 수정동, 두 개의 도시

2013년 부산은 두 이미지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해안의 은빛 산맥. 하늘을 눌러 터뜨릴 듯 높게 솟은 능선은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축조되었으며, ‘최고’ ‘최장’ ‘최대’의 슬로건을 자랑스럽게 내걸고 있다. 바다를 매립하고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놓고, 거기에 다시 유리 바벨탑을 쌓는다. 그 위에서 끝내 만족을 모르는 도시의 탐욕이 출렁인다. 누군가는 거기에서 자본의 천박함을 보겠지만, 그렇다 해서 과시욕과 박력, 압도적인 스펙터클에서 느껴지는 매혹마저 부인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좀 오래된 풍경이다. 먼 곳으로 화물선과 크레인이 보이고, 긴 시간 동안 가파른 골목에서 번식해 온 건물들은 그 동네만의 건축 양식을 완성했다. 좁은 부지에 모양을 맞춰 설계하느라 이등변삼각형이나 사다리꼴의 형태로 지어진 가옥들, 지금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타일들, 철책과 물탱크, 지붕이 이루는 자의적 풍경들은 ‘사람 냄새’와 ‘문화’ 등의 뻔한 수사를 들이밀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다.

첫 번째 사진은 해운대의 센텀시티에서 촬영했다. 광안대교 왼쪽으로 보이는 곳은 마린시티.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반원 모양의 빌딩들 중 하나에는 최근 화제가 된 파크 하얏트 부산이 들어섰다. 마린시티의 왼쪽으로는 부산의 상징인 해운대 해수욕장과 특급 호텔들, 달맞이 언덕이 차례로 목격된다. 서울의 도락가들마저 촉각을 세우는 부산 라이프스타일 신의 상승 곡선은 이 일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도시에서 가장 호화로운 것들로 감각을 자극하고 싶다면 여행 일정의 대부분을 해운대에서 보내는 것이 낫다.

  • 수정동.

두 번째 사진은 수정동 산복도로에서 내려다본 구도심이다. 도시의 깊숙한 배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다면 이 일대만 한 선택도 없다. 남포동과 초량, 수정동, 중앙동 일대에선 횟집이나 고급 리조트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이곳에는 60년, 70년 동안 한결같은 맛을 건사해 온 식당들, 기대를 훌쩍 넘어서는 재래시장의 매대들, 고풍스러운 적산 가옥들, 서대포와 삶은 감자를 안주로 내놓는 노포들이 좁다란 골목에 도사리고 있다.

일정이 충분하다면 이 두 풍경을 모두 통과해 보라고 권하겠다. 그중 하나만으로는 부산의 매력을 원 없이 누렸다고 자부할 수 없을 테니까. 신도시와 구도심, 동해와 서해, 프렌치 레스토랑과 어시장 난전, 세계 최대의 백화점과 kg 단위로 옷을 파는 구제 가게들이 공존하는 현재 진행형의 도시, 여기가 부산이다.


2. 항구의 그로테스크, 자갈치 시장

  • 자갈치시장.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의 세 마디를 커다란 팻말에 부려놓은 입구를 지나치자마자, 저 말들은 진득한 육성으로 변주되기 시작한다. 공격적이면서도 애교로 무장한 경상도 사투리에 너무 쉽게 넘어가 버리진 말자. 아직 구경할 것들이 많으니까. 동물의 살점과 내장을 매매하는 어시장은 본래 자극적인 공간이다. 자갈치 시장 역시 다르지 않다. 피로 물든 도마와 곰장어를 굽는 불길, 오래 묵은 건어물 냄새, ‘다라이’에서 가까스로 숨쉬고 있는 기이한 해저 생물들….

부산의 수많은 수산 시장 중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놀라운 규모와 더불어 비교적 고급 어종이 많이 모인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당신이 술을 좋아한다면 생선 공판장과 건어물 거리의 매대보다 곰장어 구이 골목의 둥그런 전구들에 더 환호할 것이다. 두터운 비닐 창밖으로는 정박한 어선들이 내다보이고, 팬에서 구워내는 곰장어와 생선 구이가 안주로 차려진다. 사방에서 난사되는 사투리들이 음악 대신이고 도처에 흥건한 바다 내음이 술잔을 자꾸 재촉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취해도 괜찮다. 이런 곳은 항구에서만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이런 항구는 오직 부산에만 있을 테니까.

Go 가장 부산다운 무엇을 보고 싶은 여행자들, 모험을 원하는 술꾼들, 요리사 지망생들.
Don’t go 비위가 약하다고 자평하는 이들.
Tip 쉽게 상하고 조리하기 힘든 생선이나 해산물들을 선뜻 구입할 순 없을 터. 그러나 성게를 맛보는 것만은 놓치지 말자. 상어고기도 자갈치 시장의 여름 안주다. 꼼장어 껍질로 빚은 묵도 별미다. 부산에서는 이 묵을 ‘투투’라고 부른다. 해물이 싫은 사람은 양곱창 골목을 찾는 것도 좋겠다.


3. 해산물을 흡입하는 또 다른 방법, 아귀 수육

부산에 오면 회만 찾아다니지 말자. 이곳의 횟집들은 서울보다 딱히 맛있지도, 더 싸지도 않다. 게다가 바닷가에서 해산물을 다루는 방식은 사시미 칼을 휘두르는 것 이 외에도 다양하다. 당신의 혀에 탐험가적 기질이 흐른다면, 종로에도 널려 있는 광어회와 도미회보다 곰장어 묵과 상어 고기, 붕장어 숯불 구이처럼 낯선 메뉴에 도전하는 게 더 즐거울 것이다. 아귀 수육 역시 그중 하나다.

항구 도시의 미각적 이점은 복잡한 유통 과정의 생략에 있다. 상하기 쉬운 해산물이나 꾸덕꾸덕 말려 운반하는 생선들을 생물로 맛볼 수 있다는 것. 아귀찜과 달리 아귀 수육은 건어로 만들 수 없다. 미나리와 콩나물을 함께 넣고 생아귀 한 마리를 통째로 쪄낸 수육은 담백한 풍미와 물컹한 껍질, 쫄깃한 살점이 끝내준다. 더 기막힌 것은 아귀 위에 풍성하게 올려진 아귀애, 즉 아귀 간이다.

‘바다의 푸아그라’라는 말은 좀 식상하지만, 비옥한 맛과 사르르 허물어지는 식감에 그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붙이기도 힘들다.
50여 년 전 문을 연 보수동의 물꽁식당(051-257-3230)에서는 중간 사이즈의 아귀 수육에 대여섯 덩이의 아귀애가 함께 나온다. 물꽁은 ‘아귀’의 부산 사투리. 이곳에서 아귀애로만 배를 채우고 나면, 청담동 일식당에서 그 시세로 ‘앙키모’를 주문하는 것이 만행으로 여겨질 것이다. 차라리 부산행 KTX 티켓을 끊고 말겠지.

Go 해산물 애호가.
Don’t go 터프한 요리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다른 곳으로 향하자. 아귀는 못생긴 생선이고 수육은 재료의 모습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조리법이다.

4. Sail on Baby!

요팅은 바다를 가장 우아하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국내 최고의 마리나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서 만끽하는 세일링은 부산 여행의 백미. 1988년 처음 조성된 이래 요티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수영만 요트 경기장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리나다. 광안대교, 마린시티, 센텀시티에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탁 트인 전망은 볼 수 없지만 경이로운 스카이라인과 황홀한 야경이 해방감을 대신한다.

최근 몇 년간 요트 대여 업체들이 하나 둘 들어서며 배를 소유한 요티가 아니라도 한나절의 항해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추천할 만한 대여 업체는 요트B(www.yachtb.co.kr). 퍼블릭 투어와 프라이빗 투어로 나뉘는데, 정해진 시간에 여러 명이 함께 승선하는 퍼블릭 투어는 비교적 저렴한 대신 코스와 일정을 원하는 대로 꾸미긴 힘들다.

프라이빗 투어는 3시간 대여료가 100만원에 이르지만, 바다를 통째로 차지한 기분을 만끽하는 데는 그만한 값이 드는 법. 저녁 바다 위, 어두워지는 하늘을 갑판에서 바라보며 샴페인 글라스를 기울인다. 프랭크 시나트라와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의 노래를 틀어놓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고.

Go 요트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는 데 동의하는 친구 셋을 이미 모았다면.
Don’t go 지갑 사정이 아주 여유롭지 않다면 재고해 보자. 100만원은 해운대의 최고급 호텔에서 2, 3일을 묵을 수 있는 액수다.


5. 오션 스파의 최상급, 씨메르 스파

  • 파라다이스 호텔 씨메르 스파

부산에서 최고의 스파를 꼽는다면 왜 이곳이어야 하는지, 파라다이스 호텔 씨메르 스파는 야외 데크의 전망만으로도 그 이유를 납득시킨다. 해변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노천 스파는 부산에서 이곳밖에 없다. 시야를 두 종류의 파란색으로 나누는 수평선은 어떠한 첨단 시설과 실내 장식으로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온천욕과 버블 매트를 제공하는 테라피 존에서 피로를 푼 후 아쿠아 바에서 탄산수 한 잔을 주문해 보자. 해변에서 아득하게 들려오는 소음들을 귓등으로 흘려보내며 호젓하게 즐기는 휴식은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을 것.

주소 부산 해운대구 중동 1408-5 문의 051-749-2358
Go 바다의 소금기에 피부가 지쳐버린, 쇼핑의 강행군에 발목 힘이 빠져버린 모든 여자.
Don’t go 풍광보다 트리트먼트의 퀄리티에 더 관심이 높다면 파크 하얏트 부산의 파크 스파를 찾는 게 낫다.


6. Restaurants in Busan
서울 스타 셰프들의 부산 상륙은 이미 미식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얘기다. 부산의 파인 다이닝 신에서 가장 맛있고 흥미로운 4곳을 추렸다.

오스테리아 부부.

오스테리아 부부
오스테리아 부부는 부산역 근처 초량의 아주 작은 양식당이다.
테이블을 놓을 자리도 부족해, 손님들은 오픈 키친과 나란히 설치한 바에 앉아 어깨를 마주한 채 식사를 즐긴다. 규모는 조촐하지만, 요리의 맛과 테이블웨어를 고르는 감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은 놀랍다.

움브리아 주의 명가 트람포리니에서 올리브 오일을 따로 들여오고, 설탕 대신 양파를 오래 볶아 완성한 감미료 에맹세로 단맛을 낸다. 파스타 단품 메뉴가 다채로운 오스테리아 부부에서 여름 메뉴로 추천하는 것은 콜드 파스타. 바질로 맛을 내고 두 가지 종류의 토마토를 함께 내는데, 군침이 고이는 바질 향과 청량감이 계절의 열기를 단박에 식힌다. 직수입 와인 2종을 비롯, 6만원대 전후의 와인들을 주로 등용한 와인 리스트는 부담 없이 마시고 즐기기에 딱 좋다.

‘부부’는 요리를 하는 한국인 남편과 서빙을 책임지는 일본인 부인이 함께 운영한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이름. 사람들이 덜 드나드는 안쪽 자리를 선택하자.

주소 부산 동구 초량2동 377-8 문의 051-466-6190

메르씨엘의 도다리 세비체.

메르씨엘
12년 동안 파리에서 활동한 윤화영 셰프가 오픈한 레스토랑.
메르씨엘의 요리들은 프렌치 퀴진의 클래식한 조합들을 엄밀하게 준수하려는 셰프의 의지에서 출발한다. 프랑스에서는 특정한 풍미들 사이의 조화를 경전처럼 생각한다.

이를테면 오리는 체리와 함께 요리하고, 체리는 다시 아몬드와 함께 먹는 것. 앞으로 한두 달간 메르씨엘에서 만날 수 있는 여름 재료는 체리와 도다리, 토마토 등이다. 탄산을 넣은 토마토 수프와 도다리 세비체는 프랑스식 물회라 할 만하고, 7월까지 짧은 전성기를 보내는 체리는 오리 구이, 아몬드와 함께 접시 위에 오른다. 바다를 향해 돌출된 통창 옆 모퉁이 좌석이 이곳의 상등석.
해운대의 수평선에 에워싸인 채 요리를 즐기는 호사가 각별하다.

주소 부산 해운대구 중동 1502-12 문의 051-747-9845

엘 올리브

엘 올리브
서울의 유명한 셰프들이 해운대로 눈을 돌리기 한참 전부터 엘 올리브는 이곳 미식가들의 혀를 즐겁게 만족시켜 왔다.
화덕에서 구운 피자와 다양한 파스타를 포함하는 이곳의 메뉴는 엄숙한 파인 다이닝보다 친밀한 캐주얼 다이닝이라는 호칭에 더 어울릴 법하다.

한 달에 한 번씩 주방 스태프 전원이 채집 여행을 떠나 지역 재료를 모은다. 가시 나무에 매달린 산유자는 향기로운 셔벗으로, 기장에서 채취한 미역과 어선의 갑판에서 배운 해산물 손질법은 미역 피자와 개불 파스타 등의 이색적인 로컬 메뉴로 이어졌다.

엘 올리브의 이번 시즌 메뉴는 생강 향이 알싸한 애피타이저, 붕장어 구이다. A++ 안심 스테이크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인기 높은 메뉴. 해가 지는 저녁, 글라스 하우스의 샹들리에 아래에서 로맨틱한 디너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주소 부산 수영구 망미동 207-8 문의 051-752-7300

꼴라메르까토


꼴라메르까토
달맞이 언덕의 레스토랑과 카페들은 예외 없이 바다를 창틀에 가두고 있다. 그중 가장 기막힌 풍경을 선사하는 곳은 이탤리언 레스토랑 꼴라메르까토다.

꼴라메르까토는 달맞이 언덕에서 전망이 가장 좋다는 해월정 바로 앞 건물 5층에 올라서 있다. 언덕 기슭의 숲이나 해운대 해변조차 시야에서 지워진 채 테라스에서 보이는 거라곤 아득한 수평선뿐이다. 이곳의 특등석이라면 논의의 여지없이 창가 좌석. 여럿이 함께 방문할 거라면 6층 별실에 대해 문의해 보자. 야외와 연결된 넓고 우아한 방 안에 테이블은 딱 하나뿐, 그곳에서 코스 요리나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꼴라메르까토에서 여름을 맞아 선보이는 새 메뉴는 버섯 구이다. 여러 종류의 버섯을 팬에 구운 후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풍성하게 얹었다.

주소 부산 해운대구 중동 1490-3 문의 051-744-5583








7. Noodles in Busan
국수가 처음으로 대중화된 지역은 부산이라는 주장이 있다. 국수를 흔하게 먹지 않던 시절, 배급받은 밀가루로 만든 피난 음식에서 국수가 익숙한 요리로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그로부터 60년이 흐른 지금, 부산 면식의 현재 진행형.

면옥향천의 순메밀 막국수
부산에서 웬 막국수냐고 묻는다면, 밀면의 기원은 냉면보다 막국수에 더 가까웠다고 답하겠다. 게다가 족보까지 호출할 것 없이 면옥향천은 부산에서 거의 유일하게 제대로 된 메밀 국수를 빚는 집이다. 가게 규모와 동일한 2층 제면실에서 개량종이 아닌 전통 메밀을 빻아 직접 국수를 뽑는다. 다양한 메뉴 중 메밀 함량이 가장 높은 순메밀 막국수가 가장 비싸고 맛도 좋다. 잘 삶아 잘게 찢어놓은 양지 고기와 맑고 차가운 국물, 툭툭 잘도 끊어지는 국수의 까슬한 감촉까지, 서울의 평양냉면에 보내는 부산의 응답이라 해도 좋겠다.

주소 부산 해운대구 좌동 988-2 문의 051-704-4602

해운대 포장마차 타운의 해물 라면
웨스틴 조선 호텔 인근의 해변에는 멍게와 개불, 낙지, 전복 등 잡다한 술안주를 파는 포장마차들이 도열해 있다. 바다 향 짙은 돌멍게와 수조에서 막 꺼내 토막 낸 산낙지도 좋지만, 그보다 더 매력적인 건 해물 라면이다. 신라면 3개와 꽃게(동절기에는 털게), 바지락, 가리비, 홍합을 아낌없이 넣고 팔팔 끓인 해물 라면은 양과 맛에서 모두 만족스럽다. 어부들이 갑판에서 끓여 먹는 라면이 이럴까?

개금밀면의 물밀면
6·25 때 피난 온 실향민들이 메밀 대신 배급용 밀가루로 만든 국수가 밀면이다. 부산 진구는 밀면의 성지다. 가야밀면과 개금밀면이라는 부산 국수의 양대 산맥이 이 지역에서 융기했다. 개금시장 근처 골목에 숨어 있는 개금밀면은 수많은 밀면집 중 부산 시민들에게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가게다. 시원한 닭육수와 가늘게 찢은 수육 고명이 다른 가게들과 뚜렷한 차이점으로 기억에 남는다. 재료 소진으로 7시를 전후해 닫는 날도 있으니, 저녁 시간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미리 전화로 문의할 것.

주소 부산 수영구 망미동 207-8 문의 051-752-7300

평산옥의 고기 국수
평산옥의 국수는 수육을 삶고 남은 육수에 새하얀 국수 한 움큼을 말아주는 것이 전부. 매콤한 양념과 잘게 썬 김치가 고명으로 올라지만, 육수 자체의 간이 센 편이라 심심한 맛을 원한다면 양념을 덜어내는 것이 낫다. 그 형식이 아무리 간결하다 해도 한 사발에 2000원에 불과한 가격은 역시 놀랍다. 국수만 주문할 수도 있지만, 잡내가 없고 보들보들한 평산옥의 수육을 맛보는 것 또한 타지에서 온 식도락가의 책무. 한산하고 볕이 좋은 2층 창가에 앉아 술과 고기를 함께 부탁하면, 여행지에서의 낮술 한잔하기에 그보다 더 좋은 적소도 드물다.

주소 부산 동구 초량동 591-11 문의 051-468-6255


8. Desserts in Busan
식후엔 역시 후식. 다이어트는 잠시 잊자.

김혜주 양갱.

남포동 팥빙수 거리, 팥빙수
남포동 B&C 골목에서 보수동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 1970년대식 빙수기를 올린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다. 겨울엔 단팥죽, 여름엔 팥빙수를 파는 이 골목을 시장 상인들은 ‘팥 골목’이라 부른다. 팥빙수의 구성은 모두 비슷하다. 분쇄기에서 막 갈아낸 얼음 위에 팥과 사과잼, 프루츠칵테일, 연유를 터프하게 올린 후 손님에게 낸다. 그리움보다는 맛있다는 감탄이 먼저 떠오른다. 이것이야말로 원형의 힘일까?

김혜주 양갱, 양갱
해운대 아파트 단지의 오래된 상가에 입점한 수제 양갱 전문점. 단호박, 완두, 통팥, 팥, 밤, 인삼까지 여섯 종류의 양갱을 판매한다. 매끈한 양갱을 한 입 깨물면 재료의 풍성한 향과 아찔한 단맛이 혀 위를 감돈다. 달게 조린 사과와 팥만 얹은 팥빙수도 인기가 많다. 주문 제작 가능. www.kimhyejoo.co.kr

신발원, 팥빵
부산역 건너편 차이나타운의 중국식 빵집. 60년 동안 달걀빵과 공갈빵, 중국식 페이스트리 등 빵과 과자, 만두만을 꾸준하게 만들어왔다. 신발원의 과자들 중 팥빵만은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 전국 어디에서도 신발원처럼 달지 않고 우아한 풍미의 팥소를 맛본 적이 없다.
두터운 피 안에 육즙이 흥건한 고기 만두 역시 전국 수준이니 만두 애호가라면 한 접시 해치우고 나오자.

주소 부산 동구 초량1동 561 문의 051-467-0177

옵스.

옵스, 학원전
옵스는 남포동의 B&C와 더불어 부산을 대표하는 빵집이다.
당시 부산은 물론 국내에서도 흔하지 않던 베이킹 기술과 고급 재료로 주목받았던 옵스는 이제 남천동과 해운대 등 여러 부촌에 지점을 거느린 베이커리로 성장했다. 노르망디식 애플 파이, 바닐라빈이 선명하게 박힌 슈크림 등 화려한 디저트들로 가득한 진열대에서 ‘학원전’의 1980년대식 포장은 한눈에 띈다. ‘학원 가기 전 아이들에게 주는 간식’의 줄임말인 학원전은 살짝 기름지고 달콤한 카스텔라.

주소 부산 해운대구 중1동 1344-82 문의 051-747-6886











9. 송정의 서퍼들

부산의 해안선에서도 끄트머리, 모서리 중의 모서리에 송정 해수욕장이 있다. 테라스를 거느린 카페들이 상륙하기 전에는 서퍼들만이 이곳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서핑 스쿨이 처음 들어선 1996년 이래, 한국의 1세대 서퍼들은 군부대와 모래밭을 나눠 쓰며 송정에 주둔해 왔다. 동해와 남해 두 바다에 모두 맞닿은 지형 때문에 송정에서는 1년 내내 서핑을 즐길 수 있다. 겨울의 북동풍은 거친 파도를 데려오고, 4월부터 10월까지 불어오는 남동풍은 부드러운 물결을 동반한다.

아드레날린을 원하는 숙련자들이 혹한의 수평선으로 달려간다면, 천천히 허물어지는 여름의 파도는 초보자들에게 알맞다. 사계절이 모두 서핑의 적기다 보니, 해안 마을에는 서퍼들의 공동체가 형성됐다.

서핑 스쿨의 강사들은 오랜 지기들이며, 서퍼가 서퍼들을 위해 운영하는 하와이식 펍에서는 볕에 잘 그을린 남자들이 맥주잔을 부딪친다. 펍의 테라스에서 만난 사람들은 송정을 또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서핑에 적당한 바다가 도시에 이토록 밀접한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물죠.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정도일까요? 그래서 우린 송정을 ‘부산포니아’라고 말해요.”

한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서퍼들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한 기본 투자 시간은 이틀에서 사흘 정도. 송정 서핑 학교와 서프 짐 등 인근의 서핑 스쿨에서는 1일 체험부터 일대일 강습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6시간 정도 강습을 받고 나면 보드 위에서 일어나는 동작까지 익힐 수 있다. 그 후엔 그저 당신의 모험심과 운동 신경에 달렸다. 파도를 타는 것에 끝끝내 실패한다 해도 송정에서의 하루를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포말을 뒤로 한 채 걸어 나오는 서퍼들의 실루엣만으로도 지금 이 순간 부산에서 가장 섹시한 곳이니까.

Go 비치 보이즈의 오랜 팬들, 현실의 비치 보이즈를 노리는 육지 여자들.
Don’t go 손쉬운 헌팅이 목적이라면 송정보다 해운대로 향할 것.
Tip 파도 위에서의 기분을 테이블 앞에서도 지속하고 싶다면 하와이안 펍 ‘하이’(070-7765-0175)로 향하자. 발리에서 서핑 스쿨을 했던 서퍼가 이곳을 운영한다. 메뉴는 하와이와 발리 요리로 구성됐다. 갈릭 시림프는 짙은 마늘 향이 침샘을 자극하고, 볶음면 나시고랭과 볶음밥 미고랭은 허기를 즐겁게 해결하는 데 적당하다. 또 호가든 생맥주는 여름밤 술꾼의 마음을 호객한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서퍼를 위한, 서퍼에 의한, 서퍼의 식당이다. 서핑 슈트를 입은 채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해변에서 3~4분 거리에 가게를 마련했고, 테라스 앞쪽에는 샤워기도 2개 설치해 놓았다.


10. 헌책, 좋아하세요?
보수동의 책방 골목에서 수확한 낡은 책 세 권, 혹은 세 개의 보석들.

위) 보수동 책방골목 아래) 우진스낵

민음사 시인선
종이의 감촉과 냄새, 흘러간 디자인의 생경한 아름다움에 반응하는 이들에게 민음사의 1970년대 판본들은 또 다른 기쁨이다. 지금도 꾸준하게 팔리는 『세계 시인선』의 옛 커버들을 보라. 보수동 서점들의 2층 실내 서고에는 이러한 보물이 도처에 깔렸다.

『세계의 대도시』 시리즈
1980년대와 90년대 <타임>지나 <라이프>지와의 계약을 통해 속속 출간된 하드 커버 화보집들은 소재를 불문하고 높은 인기를 누렸다. 『세계의 대도시』는 보수동 헌책방 거리의 모든 서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책이다. 파리, 런던, 뉴욕, 베를린, 모스크바, 홍콩, 도쿄 등 매력적인 대도시의 몇십 년 전 모습을 기막히게 아름다운 사진과 촘촘하고 선도 높은 텍스트로 집대성했다. 어떤 맥락에서든 소장할 가치가 충분한 책.

『라이프 고즈 투 더 무비』
<라이프>지의 포토그래퍼들이 왜 그토록 찬란한 명성을 누렸는지 증명해 주는 화보집이다. 패션과 영화에 관심이 높은 아가씨라면 『라이프 고즈 투 더 무비』에 심장을 뺏길 것이다. 그레타 가르보부터 미아 패로까지 당대 배우들의 포트레이트, 할리우드를 달궜던 가십과 연애사의 온갖 기록 사진이 휘황찬란하게 펼쳐진다. 책의 무게가 걱정된다면 택배 배송을 부탁하면 된다.

Go 절판된 만화책 찾아 3만 리를 헤맸다면, 오래된 책의 달콤쌉쌀한 냄새에 매료된 적 있다면, 보수동은 당신의 천국.
Don’t go 먼지 알레르기 환자.
Tip 보수동 책방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크로켓과 만두류를 판매하는 분식점 ‘우진스낵’이 등장한다. 이곳의 단팥 도넛은 꼭 먹자.


11. 밤의 야외 극장?

해운대 센텀시티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은 부산영화제의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리는 현장으로 유명하다. 영화제 기간 이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그중 하나가 하절기 한정으로 진행하는 야외 극장의 무료 상영회다. 상영작들이 지나치게 대중적이라고 불평하는 이들도 있으나, 영화에 심각하게 골몰할 수 있는 시간은 이 계절 이 외에도 충분하다.

유덕화와 우디 앨런, 두치펑 감독과 <바베트의 만찬>을 관통하는 맥락 따윈 찾기 힘들지만, 오랜 친구 같은 상영작들의 면면과 수영천에서 불어오는 강바람만으로도 여름밤의 심박수는 증가한다. 해수면처럼 굴곡이 심한 지붕 아래의 웬만한 광장보다 넓은, 잿빛 야외 극장의 풍모 역시 매력적이다. 카바 와인 한 병과 플라스틱 샴페인 잔 몇 개만 완비한다면, 여자 친구들과 키득거리며 시간을 탕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현재 상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천장지구>, 그 뒤를 잇는 영화는 <사랑을 부르는, 파리>다. 매주 화요일 저녁 8시에 시작하며, 상영 프로그램은 홈페이지(www.dureraum.org)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다.

Go <바베트의 만찬>이나 <중경삼림>을 큰 스크린에서 다시 보고 싶은 관객들, 시절을 흘려보낸 이미지와 여름밤의 낭만적 조합에 이끌리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Don’t go 자하 하디드식의 과도한 조형미에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들. Tip 잔뜩 취해서 떠들지만 않는다면 화이트 와인이나 맥주를 지참하는 것은 범죄에 해당되지 않을 터. 영화의 전당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 홈플러스와 각각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세 곳 모두 다양한 술과 그럴싸한 일회용 글라스를 판매하고 있으니 극장으로 향하기 전에 방문해 볼 것.


12. 문탠로드

  • 문탠로드.

부산에는 해변 산책로가 많다. 해운대에는 동백섬이 있고, 영도에는 태종대 공원이 있으며, 남구에는 이기대가 있다. 그러나 문탠로드처럼 숲과 바다, 녹음과 파도가 밀착된 길은 드물다. 달맞이 언덕 초입에서 해월정까지 이어지는 2.2km의 오솔길은 온통 해송으로 둘러싸여 있다. 나무 데크 대신 흙으로 덮인 산길은 부드럽고, 그 위로 나뭇잎을 통과한 섬광들의 사슬이 아른거린다.
시각은 숲에, 청각은 바다에 귀속된 채 20분쯤 걷다 보면 전망대가 등장한다. 거기에서 보이는 거라곤 아득한 수평선뿐이다. 풍경의 완급이 불러오는 기승전결만으로도 문탠로드는 걸어볼 만하다. 국적 불명의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알고 싶다면 보름달이 뜨는 밤 이곳을 찾아볼 것. 호젓한 전망대에서 달과 바다가 부리는 마법을 목격할 수 있다.

Go 트레킹 애호가들, 결정적인 순간이 필요한 연인들.
Don’t go 더위가 죽기보다 싫은 사람들.


13. 김일두, 김태춘, 김대중, 그리고 업스테어

지난 몇 년 동안 부산의 이미지는 그 전 10년간의 변화를 더한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바뀌어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산에서 살고 있는 뮤지션들의 독창적인 노래가 변함없이 청년들의 가슴을 적셔왔다. ‘삼김시대’라는 이름으로 여러 차례 공연을 가진 김일두, 김대중, 김태춘이 그 주인공. 펑크 밴드 ‘지니어스’의 프런트 맨인 김일두는 비통하면서도 건조하고, 한편 아름다운 포크 송들을 만든다.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은 블루스 맨이다. 가스펠과 컨트리, 블루스까지 끈적한 세 장르가 동시에 떠오르는 뮤지션 김태춘은 이효리의 새 앨범에 두 곡을 납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 사람은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약속이나 한 듯 앨범을 발매했고, 따로 혹은 함께 순회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근거지인 부산에서 공연할 때 그들은 대체로 업스테어를 택한다. 부산대학교 후문, 오래된 건물 2층에 위치한 업스테어는 차와 술을 파는 카페다.
세 뮤지션의 노래가 마음에 든다면, 업스테어의 주말 스케줄을 확인해 보라.

Go 인디 음악 애호가들, 특히 삼김시대 멤버들의 팬이라면 망설일 것 없다.
Don’t go 여정이 짧다면, 남포동과 해운대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가 부담스러울지도.


14. 갈매기 브루잉

갈매기 브루잉.

지난 6월 초, 광안리 바닷가에 오픈한 갈매기 브루잉은 경기도의 마이크로 브루어리에서 양조한 생맥주를 판매하는 펍이다. 갈매기 브루잉 맥주들의 기본 성분은 미국산 홉과 독일산 보리, 산에서 길어온 깨끗한 샘물. 필수 재료들의 교집합 위에 맥주의 종류와 풍미에 따른 세심한 공정을 거쳐 6종류의 술이 완성된다.

캐러멜 향을 살짝 풍기는 앰버 에일, 꽃향기와 쓴 뒷맛이 인상적인 IPA, 커피 향과 풀 보디의 묵직한 질감을 갖춘 포터가 인기 높다. 음식은 피자 4종류뿐이지만, 펍 안주의 퀄리티를 가짓수로만 판단하는 건 성급한 일.

프로슈토, 그린피, 페타 치즈, 민트와 레몬을 얹은 피셀리 피자는 신맛과 짠맛, 농후한 치즈의 조화가 아주 훌륭하다. 피자와 함께 여러 종류의 맥주를 홀짝이다 보면 금세 취기가 오르겠지만, 뭐 어떤가. 여름밤, 바다가 지천에 있는데.

주소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변 2013번지 세진빌딩 3층
문의 010-4469-9658







15. VINTAGE HEAVEN
국제시장은 부산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채소, 위스키, 수제 오뎅, 전자제품까지 없는 게 없는 곳. 미로 같은 골목들 사이에 부산 쇼퍼홀릭들의 천국 또한 숨어 있다. 대여섯 개의 작은 길로 이뤄진 빈티지 골목에서 지나치면 안 될 숍 4곳.

루돌프 클로젯
연령대가 어릴수록 더 크게 환호성을 지를 만한 빈티지 숍이다. 발랄하고 도발적인 디자인이 많다. 일본 독립 브랜드들에 관심이 많다면 이곳을 주목하자.
주소 부산 중구 신창동 2가 14-1 문의 070-4155-1219

Has Been
신발 쇼핑이 목적이라면 해즈빈으로 갈 것. 신발을 좋아하는 여주인이 일본에서 들여온 명품 구두부터 자신이 신던 것들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당신이 발견하게 될 브랜드가 무엇일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페라가모의 가죽 구두, 혹은 빅터앤롤프의 스틸레토, 그것도 아니라면 독일 슈즈 브랜드 프리펜의 발레 슈즈를 찾아낼지도 모르는 일.
주소 부산 중구 신창동 1가 17-3 문의 010-4171-6849

원에이
상태가 좋고 고급스러운 빈티지를 찾는다면 원에이로 향하자. 단정하면서도 재단이나 패턴이 독특한 옷들을 비롯, 스카프와 선글라스, 모자 등의 액세서리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소 부산 중구 신창동 2가 13 문의 070-7251-8256

고유 고유
맨즈웨어로 더 유명한 가게다. 얼마 전 크게 유행한 아메리칸 캐주얼부터 바이커 재킷까지 멋진 아이템들을 판매한다. 그리고 이런 물건들을 꼭 남자만 입으라는 법은 없다. 남자 옷을 멋지게 소화한 여자만큼 섹시한 존재도 드문 법이다.
주소 부산 중구 신창동 2가 17 문의 051-247-9490


16. Woodside

Woodside

서면은 부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드는 번화가다. 화끈한 클럽과 바가 해운대가 아닌 서면에서 종종 더 목격되는 이유다.

서면의 우드사이드 바는 현재 부산에서 가장 다양한 싱글 몰트 위스키를 보유한 곳이다. 라가불린, 라프로익, 글랜파클라스, 아란 등 이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라벨들이 바 안쪽에서 눈에 띈다. 위스키만 마시기 부담스럽다면, 하이볼을 추천한다. 탄산수와 레몬, 각얼음, 위스키만으로 완성하는 하이볼은 아주 단순한 칵테일이지만, 그만큼 바텐더의 사소한 기술에 따라 풍미가 달라지는 술이다. 우드사이드의 하이볼은 청량감과 원주의 풍미 모두 신선하게 살아 있다.

메뉴에는 경상도식 유머의 투박함이 느껴지는 창작 칵테일들도 올라와 있다. 칵테일의 이름이 ‘뿅가네’라니 웃음과 호기심이 동시에 치민다. 한 잔 시키고 맛을 보는 순간, 웃음은 감탄으로 변하겠지만.

주소 부산 진구 부전종 522-49
문의 010-9194-4442




17. 흘러간 시대의 매혹, 동래 별장

  • 동래 별장

부산의 구도심에서는 일본식 주택인 적산 가옥과 종종 마주칠 수 있다. 대부분 20세기 중반의 일제강점기에 지어졌고, 오랜 세월 동안 고급 요정과 여관, 학교 등 다양한 이력을 거쳤다. ‘적국의 재산’이라는 어원대로 어두운 역사의 일부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 건축적 아름다움마저 부인할 수는 없다.

수정동의 정란각, 초량의 다나카 가옥 등 부산의 적산 가옥들에는 당대의 고급스러운 취향, 목조 주택의 정밀한 가공, 옛 영화의 흔적들이 감미롭게 퇴색된 채 남아 있다. 그중 온천장의 동래 별장은 좀 각별하다. 대부분의 적산 가옥이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는 지금까지도 이곳은 한정식 집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명 설치와 보수 등 최소한의 개조만 거친 실내 구조는 기이할 정도로 비실용적이다. 낡은 카펫이 깔린 홀은 텅 빈 채 방치되어 있고, 미로 같은 복도를 따라 도열한 다다미 방들 역시 규모에 비해 그 수가 지나치게 적다. 그러나 그 덕분에 동래 별장의 복도에서는 종업원과 마주치는 일조차 드물다.

고풍스러운 별장의 풍경이 완성되는 것은 으슥한 처마 아래의 조명이 점등되는 오후가 지나서다. 주 중의 점심 코스 가격이 가장 합리적이니, 식사를 느지막하게 마친 후 아무도 없는 정원을 거닐어보는 것도 운치 있다.

주소 부산 동래구 온천1동 126-1 문의 051-552-0157
Go 20세기 중후반의 일본 영화 팬들.
Don’t go 다이어트 중이라면 동래 별장의 거창한 코스 요리는 부담스러울지도.
Tip 식사 비용이 아깝다면 수정동의 정란각을 찾는 것이 좋다. 고급 요정으로 사용되다 문화재로 시에 귀속된 이곳은 오랜 개보수를 거쳐 올해 7월 중 다시 개장한다.


18. 부산 힙스터들의 집결지, 올모스트 페이머스

올모스트 페이머스

2011년 경성대학교 앞에 오픈한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부산에서 가장 ‘핫’한 클럽이다. ‘소돔과 고모라’로 불리는 주말 서면의 클럽들과는 좀 다른 의미에서. 평소엔 좋은 음악들을 선곡하는 바지만, 파티가 열리는 밤이면 이곳은 부산 최고의 멋쟁이들이 모여드는 클럽으로 변한다.

올모스트 페이머스에서 열리는 몇 개의 파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베이스먼트’. 2011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5차례 열린 베이스먼트는 레게와 드럼앤베이스, 정글 등 사운드 시스템 컬처에 기반한 음악 장르를 바이닐 레코드로 트는 파티다.

해외와 서울에서 초청한 뮤지션, DJ들이 로컬 DJ들과 함께 파티에 참여하는 경우도 흔하다. 8월 3일, 올모스트 페이머스에서는 베이스먼트 2주년 파티가 열린다. 라인업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곧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1-612-2265
Go 파티의 목적이 음악과 춤이라면.
Don’t go 파티의 목적이 부킹이라면




19. 클럽, 어디로 갈까?
‘부산 싸나이’들을 만나고 싶다면 당신이 가야 할 곳은 해운대가 아니다. 서울 남자와 부산 남자, 누구를 원하는가?
해운대와 서면을 대표하는 클럽 두 곳.

서면, Club Pix
네이버에서 클럽 픽스를 찾아보면 세 번째 연관 검색어가 ‘클럽 픽스 문란’이다. 주말의 클럽 픽스를 두고 사람들은 ‘소돔과 고모라’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얘기는 픽스뿐 아니라 그리드, NX 등 서면의 클럽에 모두 해당된다. 서울 사람들과 외국인들은 해운대의 클럽을 찾지만, 부산 클럽 신의 청담동이자 홍대는 바로 서면이다. ‘문란’이라는 용어가 보인다 해서 여자들을 희롱하거나 폭력적으로 구는 분위기는 없으니 걱정하지 말자. 개방적이고 기 센 부산 사람들의 천성과 더불어 파티 분위기가 그만큼 화끈하다는 얘기다. 서면 클럽에서 며칠 놀고 나면, 서울 남자들의 위상은 얌체에 깍쟁이로 전락할지 모른다.

주소 부산 진구 부전동 186-1 문의 1544-8031
Tip 취기가 필요하다면 같은 건물 3층의 바 압생트에서 칵테일로 몸을 데워볼 것.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은 서면의 클럽 데이다.
압생트, 큐브, 하파, 스팟, 텐텐, 클럽 픽스 등 총 10곳의 클럽을 티켓 하나로 이용할 수 있다.

해운대, Club Tao
10년 전에도 그런 소리를 들었다. 해운대 나이트클럽엔 서울 사람밖에 없다는 얘기. 나이트클럽이라는 명칭에서 ‘나이트’가 소거된 시대, 클럽 패션과 선곡, 칵테일의 트렌드마저 모두 변했음에도 그 사실만은 변함없나 보다. 해운대의 클럽에는 여전히 부산 남자들보다 놀러온 서울 남자들이 더 자주 어슬렁거린다. 여름 피서철이라면 더하다. 그러나 하룻밤보다 긴 인연을 원한다면, 최악의 경우 428km나 떨어진 도시에 사는 남자보다 같은 도시에서 온 또 다른 외지인을 찾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7월 5일 오픈하는 타오는 현재 해운대에서 가장 새로운 클럽이다. 오프닝 파티에 등장하는 국내외 DJ들의 라인업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해운대 클럽들이 보여줄 수 있는 진화의 끝’이라는 풍문이 자자하다.

주소 부산 해운대구 중동 1124-6 문의 1544-8030
Tip 차분하게 상대를 탐색하고 싶다면 클럽 안쪽의 다이닝 라운지 타노시로 향할 것.


20. TBR

TBR

해운대 바닷가에서도 가장 번화한 거리에 들어선 TBR은 ‘믹솔로지’가 아닌 ‘개스트롤로지’를 표방하는 칵테일 바.

미식(gastronomy)과 믹솔로지의 합성어인데, 믹솔로지스트가 주방까지 관여하며 칵테일 레시피뿐 아니라 칵테일과 페어링할 안주의 풍미까지 기발한 방식으로 제안한다. 2013 월드 클래스 40의 출품작인 ‘파리지앵 러브 인 스카치’, 상큼한 사과와 허브의 풍미가 술을 꺼리는 여자들도 빠져드는 ‘애플 케이크’ 등 16종의 창작 칵테일이 혀와 눈과 코를 미혹한다.

그날그날 시장에서 가장 신선한 과일과 허브를 들여와 마티니, 마르가리타, 모히토, 다이키리까지 네 가지 클래식 칵테일로 완성하는 ‘데일리 프루트 앤 허브’ 서비스 역시 인기 높다. 2층의 TBR 블랙은 좀 더 점잖은 공간으로, 슬리퍼와 반바지 차림으로는 입장할 수 없다. 싱글 몰트 위스키와 클래식 칵테일을 선호한다면 말쑥하게 차려입고 TBR 블랙으로 향하자.

주소 부산 해운대구 우동 618-15
문의 1599-6349

EDITOR : 정미환(프리랜서)
PHOTO : 김용찬

발행 : 2013년 10호

“대체 부산에서 가장 핫한 곳이 어디야?” 항상 똑같은 질문을 듣는 부산 출신의 라이프스타일 전문 에디터가 까다롭게 골랐다. 지금 부산으로 떠난다면 먹고 마시고 즐기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20가지 키워드.

Credit Info

2013년 07월 02호

2013년 07월 02호(총권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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