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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책장

BOOK

On July 08, 2013

주저 없이 추천하는 미스터리와 호러 소설들. 오직 텍스트만이 가능한 무한 상상의 힘.

  • 미쓰다 신조의 『작자미상』

작자미상
미쓰다 신조, 한스미디어
유명한 추리 소설가이자 신학자인 도러시 L. 세이어스는 인간이 무섭고 기괴한 이야기로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오락을 즐겨온 것은 문학의 유구한 전통이라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주된 수단은 바로 공포 소설. 두려워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는 매혹, 이 공포 소설에 심취하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직접 겪는 공포를 그린 소설이 바로 미쓰다 신조의 『작자미상』이다.

주인공 ‘나’는 언젠가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막연히 간직한 편집자. 그에게는 괴기 소설을 번역하고 쓰는 친구 신이치로가 있다.
두 사람은 동네를 마구잡이로 산책하는 ‘란포’(亂步) 끝에 후루혼도라는 기이한 헌책방을 발견하고 드나들던 중, 『미궁초자』라는 괴상한 괴기 소설 동인지를 얻게 된다. 손으로 제본한 듯 엉성한 책이지만 안에 수록된 단편들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책을 거쳐 간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고, 급기야 이전 주인들이 행방불명되었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 주인공과 신이치로에게도 소설에서 일어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만다. 미쓰다 신조와 신이치로는 『미궁초자』에 적힌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면서 이 책 자체에 관한 비밀도 함께 풀어야 할 위기에 처한다. 실패한다면 그들도 행방불명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흔히 하는 말 중에 귀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그 귀신을 불러온다고 한다. 이야기와 현실이 접점을 갖는 부분이다. 『작자미상』은 책 속의 책 형태로 이야기의 공포를 실현한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독자까지도 이야기 속에 끌려 들어간다. 『작자미상』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몇 겹의 미궁 같은 이야기를 넘나들며 무서운 이야기의 본질을 보여준다.

괴기 오싹 지수 ★★★★★
잔인 끔찍 지수 ★★★★
반전 경악 지수 ★★★★★


브램 스토커의 『뱀파이어 걸작선』

뱀파이어 걸작선
브램 스토커 외, 책세상

19세기 고전 고딕 소설을 모은 작품집. 뱀파이어 하면 보통 드라큘라처럼 흡혈귀를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뱀파이어는 영생을 누리며 피든 뭐든 사람의 생기를 빼앗아 연명하는 존재들이다.

이 작품집엔 뱀파이어의 유래가 된 존 폴리도리의 ‘뱀파이어’, 이 장르의 고전인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의 손님’를 비롯해 오래전 아동용 문고본에 ‘마녀의 관’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니콜라이 고골의 ‘비이’까지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뱀파이어의 시원을 볼 수 있는 단편집이다.

괴기 오싹 지수 ★★★
잔인 끔찍 지수 ★★
반전 경악 지수 ★

스티븐 킹의 『캐리』

캐리
스티븐 킹, 황금가지

공포의 대왕, 스티븐 킹을 꼽지 않고는 현대 호러 장르를 말할 수 없다. 그의 소설 중에는 괴기하고 무서운 작품이 많지만 『캐리』는 처음으로 출간된 소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시 스페이섹이 주연했던 1976년 영화도 유명하지만, 현재 클로이 모레츠 주연으로 리메이크되어 10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학교 폭력, 불안한 10대, 억압된 가정이라는 문제를 염력이 있는 소녀 캐리를 통해 파헤친 현대 공포 소설의 교본. 피범벅 비주얼로도 널리 알려진 작품.

괴기 오싹 지수 ★★★★★
잔인 끔찍 지수 ★★★★★
반전 경악 지수 ★★★


마넬 로우레이로의 『종말일기 Z』

종말일기 Z
마넬 로우레이로, 황금가지

요즘은 좀비가 강세다. 각종 좀비가 판을 치는 형국인 요즘, 스페인 소설 『종말일기 Z』는 정통 좀비물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주인공은 아내를 잃고 고양이와 함께 혼자 살고 있다. 러시아에서부터 시작된 정체 모를 전염병은 전 세계를 덮치며 그의 집까지 밀려오고, 살아 있는 시체들 속에서 그는 고양이와 함께 생존을 위해 길을 떠난다. 코맥 매카시의 『로드』 좀비 버전이라고 할까. 아들 대신 고양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게 다르지만.

괴기 오싹 지수 ★★
잔인 끔찍 지수 ★★★★★
반전 경악 지수 ★★


교고쿠 나츠히코의 『엿보는 고헤이지』

엿보는 고헤이지
교고쿠 나츠히코, 북스피어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로 유명한 교고쿠 나츠히코는 일본 전래 민담을 바탕으로 한 요괴 소설로 일가를 이루었다고 할 만하다.

그의 괴기 소설 중에는 추리 요소가 강한 ‘백귀야행’계가 있고, 에도 시대 민담을 바탕으로 한 ‘항설백물어’와 ‘에도 괴담’계가 있는데, <엿보는 고헤이지>는 에도 괴담에 속하는 작품이다.
괴기 요소는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민담의 구조 속에 인간의 마음이나 연정을 중요시하는 창작 이야기를 녹여넣었다.

괴기 오싹 지수 ★★★
잔인 끔찍 지수 ★★
반전 경악 지수 ★★


레오폴도 가우트의 『고스트 라디오』

고스트 라디오
레오폴도 가우트, 문학동네

한밤의 유령 라디오로 사람들이 사연을 보내온다. 어디선가 들었을 법한, 그러면서도 한편 새로운 이야기들.

사람들이 보내오는 기괴한 이야기가 멕시코 출신 DJ 호아킨의 과거 트라우마와 섞인다. 유령 신부와 결혼, 시멘트 바닥 아래에 묻힌 시체, 나를 흉내 내는 다른 사람, 인육을 먹는 병원, 장래의 남편을 먹는 주술과 같은 도시 전설이 으스스하게 흐르는 가운데 소설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우고 공포는 우리의 무의식으로 파고든다.

괴기 오싹 지수 ★★★★
잔인 끔찍 지수 ★★
반전 경악 지수 ★★★

조선희의 『모던 팥쥐전』

모던 팥쥐전
조선희, 북홀릭

한국 전래 동화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공포 소설. 콩쥐 설화는 10대 소녀들의 열등감과 질투로 인한 비극을 그린 학원물 ‘서리, 박지’로 다시 태어났다.

파란 주머니, 빨간 주머니로 유명한 여우 누이 설화는 죽은 친구에게서 온 편지라는 내용과 늙지 않는 계모라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우렁 각시 설화와 상대적으로 낯선 개나리 설화까지 고딕 이야기가 현대식으로 다시 쓰였다. 작가는 새롭고도 모호한 방식으로 전설을 재창조했다.

괴기 오싹 지수 ★★★★
잔인 끔찍 지수 ★★
반전 경악 지수 ★★

오츠 이치의 『ZOO Z

ZOO Z
오츠 이 치, 황매

오츠 이치의 소설은 ‘퓨어’계와 ‘다크’계로 나뉜다. 퓨어계는 초능력 같은 환상적인 요소를 다루면서도 첫사랑을 아련하게 그려낸다든가 하는 순수한 연애 소설이 많은 반면, 다크계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가차 없이 해부한다.

오츠 이치의 『ZOO Z』는 다크계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호러 소설 단편집. 첫 작품 『Seven Rooms』에서는 고어한 충격을 주고, 두 번째 『So-far』에서는 반전과 함께 깊은 생각을 던진다. 호러 소설 단편집으로는 단연 독보적이다.

괴기 오싹 지수 ★★★★★
잔인 끔찍 지수 ★★★★★
반전 경악 지수 ★★★★


이우혁의 『퇴마록』

퇴마록
이우혁, 엘릭시르

『퇴마록』에 대해 무슨 말을 더 덧붙일 수 있을까. 누계 1천만 부가 팔린 한국형 판타지 문학계의 이 걸작에 대해서. 1993년 처음 하이텔에 연재를 시작하였으니 이제 20년 전의 작품이 되었지만, 지금 읽어도 하등 손색이 없다. 동양과 서양의 종교를 결합한 철학적 바탕 위에 근원적 공포를 자극하는 익숙한 이야기들을 얹어 깊이와 오락을 다 잡았다는 평을 받았다.

2011년 이후 ‘국내편’, ‘세계편’, ‘혼세편’, ‘말세편’ 등 기존 시리즈에 옷을 갈아입혀 정돈된 형태로 독자를 다시 찾았고, 여기에 마무리로 ‘외전’까지 더했다. <퇴마록>은 읽어본 사람에게는 향수를, 안 읽어본 사람에게는 새로운 흥미를 줄 소설이다.

그중에서도 ‘국내편’은 주인공 네 명이 만나게 되는 도입부 역할을 하면서 공포 소설적 측면이 좀 더 강조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여름 또다시 들춰보고 싶은 부분이다.

괴기 오싹 지수 ★★★
잔인 끔찍 지수 ★★
반전 경악 지수 ★★


조 힐의 『뿔』


조 힐, 비채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머리에 두 개의 뿔이 돋아 있다. 카프카의 <변신>을 연상시키는 시작이지만 그보다 더 어둡고 불길한 미래가 펼쳐진다. 주인공 이그에게 생긴 것은 단지 뿔만이 아니다.
그에겐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은 어둡고 음험한 생각을 털어놓게 하는 능력까지 생긴 것. 자기 아이를 버리고 가고 싶은 엄마, 딸의 친구를 추행하고 싶은 의사, 게다가 견딜 수 없게도 자신의 부모까지 그를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년 전 여자 친구인 메린이 그와 헤어진 직후 무참하게 살해당한 후, 이그가 계속 살인범으로 의심받았기 때문이다. 이그는 새롭게 생긴 이 능력으로 1년 전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고, 복수하기 위해 진짜 악마로 변신한다.

조 힐은 공포의 대가 스티븐 킹의 둘째 아들로 아버지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뿔>은 공포와 추리, 인물의 성장 소설과 로맨스가 섞인 작품으로, 기괴한 설정이 으스스하지만 마지막 반전엔 눈물이 흐를 만큼 감동적이다.

괴기 오싹 지수 ★★★
잔인 끔찍 지수 ★★
반전 경악 지수 ★★★★★

온다 리쿠의 『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노블마인

온다 리쿠는 기괴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그리기로 유명하다.
이 책은 역설적으로 언덕 위의 유령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다. 두 자매가 사과 파이를 굽다 말고 서로를 살해했다. 노인과 살던 여자가 동네 아이들을 납치해서 노인에게 먹였다. 이런 소문들이 나도는 가운데, 호기심과 공포에 끌려 사람들이 찾아온다. 달콤한 사과 파이 냄새 속에 으스스한 기운이 섞인 소설.

괴기 오싹 지수 ★★★
잔인 끔찍 지수 ★★
반전 경악 지수 ★

오노 후유미의『시귀』

시귀
오노 후유미, 북홀릭

외부와 고립된 작은 마을 소토바에 찾아온 정체 모를 존재들.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원인 모를 병으로 죽어가고, 마을 안은 점점 불안감이 고조돼 간다. 뱀파이어가 불온한 외부 침입자 혹은 전염병의 상징처럼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시귀』는 이들에게 좀 더 인간적인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독자성을 획득했다.
자기들이 살 곳을 찾아다니는 흡혈귀와 외부인을 배척하는 마을 사람들의 대립에서 시사성도 엿볼 수 있다.

괴기 오싹 지수 ★★★★★
잔인 끔찍 지수 ★★★
반전 경악 지수 ★★★★

EDITOR : 박소영
PHOTO : 김용찬

발행 : 2013년 9호

주저 없이 추천하는 미스터리와 호러 소설들. 오직 텍스트만이 가능한 무한 상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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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7월 01호

2013년 07월 01호(총권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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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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