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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호 EDITOR'S LETTER

On July 03, 2013

연인이 싸우는 상황. 내일 얘기하자며 안절부절 자리를 뜨려는 남자, 여기서 끝장을 보자며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여자. 그렇지, 여자에게 내일이란 없다. 하지만 남자는 일단 피하고 본다.

EDITOR IN CHIEF 안성현






연인이 싸우는 상황. 내일 얘기하자며 안절부절 자리를 뜨려는 남자, 여기서 끝장을 보자며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여자. 그렇지, 여자에게 내일이란 없다. 하지만 남자는 일단 피하고 본다. 남자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만의 동굴 속으로 숨는 걸 좋아하고, 여자는 갈등을 과다 노출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든다(달라도 너무 다른 종족들!).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말발의 데시벨을 최고조로 올리는 게 바로 이때. 결국 라스트 신은 눈물범벅 된 여자의 얼굴과 얼빠진 남자의 얼굴. 엔딩 대사는 “너랑 나랑은 안 맞아”. 그래, 남자와 여자는 안 맞는다. 다섯 살배기 내 아들만 봐도 안다. 그 녀석 뇌 속엔 세 가지 화두가 있다. 로봇, 괴물, 축구. 근데 옆집 사는 걸프렌드 예린이의 뇌 속엔 얘들이 새초롬하게 앉아 있다. 바비 인형, 색연필, 발레. 어릴 때부터 분자 구조가 이렇게나 다른데, 사회 조직에서 만났을 땐 당연히 그 간극이 더 엄청날 수밖에. 이성이 발달한 성인이니 망정이지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매일 ‘안 맞아 못 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거다. 조직 사회는 그래서 힘들다. 남녀가 섞여서 갈등을 봉합하며 사는 곳이니까. 앞서 말한 싸움의 룰은 여기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자는 겉으로 잘해 주는 척하지만 여자를 깊이 신임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불편해’한다. 하지만 갈등 상황을 싫어하기 때문에 여자들을 일단 피하고 본다. 싸우지도 않고, 울리지도 않고, 큰 소리로 화를 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우나에 같이 가고 술자리를 함께하는 동성에게는 욕도 하고 화도 낸다. 편해서 그렇다. 안타까운 건 직장은 대부분 남성 중심이라는 거다. 결국 불편한 여자와 편한 남자 사이에 팔이 안으로 굽는 건 누구? 뻔한 답이다. 그렇게 여자들은 알게 모르게 왕따를 당한다. 이런 상황에 처한 여자가 취하는 태도는 두 가지다. 조직 생활에 소극적이거나 지나치게 적극적이거나. 보통 성공녀들이 사는 방식은 후자. 남자들의 촘촘한 유대 관계를 뚫고 우뚝 서려면 ‘실력이 왕이다’라는 정신으로 성과를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나. 그래서 독하다는 소리를 엄청 많이 듣는다.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들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남녀의 본성 차이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말이다. 하다못해 애인과의 말싸움에서도 이기려면 죽도록 치열해야 하는 우리인데, 조직 사회에서야 오죽하랴.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P.S 이 주의 <그라치아>에 실린 강병진 기자의 ‘사내 왕따’ 칼럼을 읽다가 든 생각이다. 사실 여자가 대부분인 여성 패션지 편집부는 이런 일반적 공식에서 크게 벗어난 조직이다. 온실 속에서 일하는 나는 글을 읽는 내내 가시밭길을 걷고 있을 직장녀들에게 파이팅 메시지를 쏘고 싶었다. 아, 그런데 이 기사에는 여자와 여자 간의 어처구니없는 사내 왕따 사연도 참 많더라. 에구, 우리 팍팍하게 그러지는 맙시다, 네?

EDITOR IN CHIEF : 안성현

발행 : 2013년 10호

연인이 싸우는 상황. 내일 얘기하자며 안절부절 자리를 뜨려는 남자, 여기서 끝장을 보자며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여자. 그렇지, 여자에게 내일이란 없다. 하지만 남자는 일단 피하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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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7월 02호

2013년 07월 02호(총권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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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