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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가 지겨워!

On June 04, 2013

뉴욕, 베를린, 심지어 대한민국에서도 슬슬 안티힙스터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던 2012년 베를린 힙스터 올림픽.

다양한 힙스터들이 모여 즐기는 스포츠 이벤트다. 힙스터 올림픽의 종목으로는 색종이 조각 주고받기, 스키니 진 줄다리기, 버블티 안의 사탕을 빨대로 흡입해 꺼내기, 뿔테 안경 던지기 등이 있다.

컨버스, 마크 보스윅, 체 게바라에 열광하던 이들
현대 문화 속 에서 ‘힙스터’ 는 훗날 ‘펑크’나 ‘히피’ 처럼 패션 교과서에 수록될지도 모를 만큼 큰 존재감을 나타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처음 힙스터라는 단어가 쓰인 것은 반세기도 넘게 지난 미국의 재즈 시대였다. 속어로 아편을 뜻하는 합(Hop)에서 진화된 단어 힙(Hip)에서 유래한, 1940년대 재즈광들을 지칭하는 은어였다. 한때 반짝하곤 사라졌던 힙스터가 다시 나타난 것은 1990년대 미국 뉴욕.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 주류 대중문화만큼 하위문화가 널리 퍼진 미국에서 발생한 새로운 현상이었다. 주류 음악 대신 독립 음악을 선호하고, 낡은 컨버스 올스타 스니커즈와 쫙 붙는 청바 지에 오래된 레이밴 선글라스를 쓰고, 또래 아티스트와 어울리며 무언가 ‘창작하는’ 무리. 정치적인 성향은 물론 민주당(미국)에 가깝고, 이루지 못한 혁명을 품은 채 뜨거운 리얼리스트가 되라고 설파한 체 게바라의 자서전을 신봉하는 이들이 초창기 힙스터의 전형적인 이미지였다.

이처럼 힙스터 문화의 시작은 주류 문화에 대한 대안적인 성격이 강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대신 선댄스 영화제에 열광하고, 할리우드 여배우들 대신 클로에 세비니가 출연한 뉴욕 영화 <키즈>를 추종했다. 사진가 마크 보스윅이 찍은 1990년대 후반의 <퍼플>같은 유럽 독립 패션 잡지 화보 또한 힙스터가 가장 ‘힙’하던 시절의 결과물이었다. 그들이 새롭게 창출한 것은 ‘영감’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문화에 유입됐다.

패션 위크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패션 피플 중에는 힙스터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많다.

패션 블로그와 도시 중산층
힙합과 힙스터는 그 궤를 달리했다. 처음 힙합이 할렘을 중심으로 한 길거리 소년들의 음악과 놀이였다면, 힙스터 문화는 일반적인 정규 교육 과정를 밟고 자란 도시 중산층 자녀들이 중심에 있었다. 그들은 다수가 열광하는 것에 천성적인 반대 기질이 있었다. 공통적인 문화코드를 공유하는 소수가 인정한 것만이 ‘쿨’한 것이었다.

정리하자면, 아는 사람들만 아는 것에 더 매력을 느끼는 부류였던 것. 힙스터 문화가 재래한 1990년대 이후, 그 문화가 정점에 도달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블로그의 탄생은 힙스터들의 기호와 취향,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담은 소위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를 통해 하나둘 세상을 점령해 갔다.
복고풍 선글라스에 빈티지 체크 셔츠와 딱 붙는 청바지를 입고 길거리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21세기 힙스터’의 전형이 됐다. 그러면서 힙스터의 역설 또한 시작됐다. 선배 힙스터들이 만든 문화 대신 겉모습 위주로 소모되기 시작한 것이다.

힙스터 문화를 상징하는 몇가지 키워드-작은 클럽과 약물, 흥청망청한 밤 문화-를 즐기면서도 실제로는 부유한 가정에 속한 젊은이들이 힙스터의 전부로 그려졌다.

이제 사람들은 ‘안티힙스터(Anti-hipster)’를 얘기하며, 힙스터의 반대편에서 힙스터 문화를 비꼬고 조롱하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ANTI-HIPSTER
힙스터 문화를 조롱하며 비판하는 사람. 패션, 라이프스타일, 감성 등 힙스터의 일거수일투족을 비웃으며그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힙스터의 반대편 사람들.

힙스터의 대표 아이콘인 콧수염에 금지 표지를 그려 넣어 힙스터를 조롱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힙스터에 대한 피로감
힙스터 문화에는 상징적인 아이콘들이 있다. 카니예 웨스트의 선글라스와 아메리칸어패럴의 레깅스, 스키니 진과 컨버스 스니커즈, 그리고 픽시 바이크와 메신저 백 같은 것들 말이다.
미국 신문사 <보스턴 글로브>의 크리스토퍼 머서는 힙스터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이른바 ‘힙스터 피로’(Hipster Fatigue). 그 피로감은 힙스터의 패션 스타일과 생활양식에 대한 비판이되어 인터넷을 점령하고 있다. 지금 당장 SNS 중 하나인 ‘핀터레스트’ 에 접속해 안티힙스터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라. 뿔테 안경과 빈티지 티셔츠 같은 힙스터 아이콘을 조롱하는 안티힙스터 이미지들이 넘쳐날 것이다.

패션뿐만이 아니다. 힙스터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단어-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 열풍 때, 숱한 무라카미 하 루키의 글과 요시토모의 소녀 그림들로 도배되었던 시절처럼-를 부정하는 온갖 패러디물도 수없이 많다.
안티힙스터들은 시쳇말로 ‘감수성 돋는’ 그들의 뻔한 글귀와 감성을 대놓고 비꼬며 낄낄거린다.

LA에서 유명 록 밴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는 K는 안티힙스터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힙스터는 분명히 존재하는 문화다. 힙스터들은 무엇이 유행하면 그것을 버리고 ‘아직 유행하지 않은’ 것들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 다시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면 또 다른 것을 찾아 나선다. 일종의 무한 반복이다. 안티힙스터들이 꼬집는 것은 패스트 패션처럼 소비만 하는 힙스터 문화를 조롱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가장 핫하다는 한남동 꼼데가르송 길 뒤편. 트렌디한 숍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다

국내의 힙스터들은 한남동에 있다?
그렇다면 아직 ‘힙스터’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지 않는 우리나라에도 힙스터 문화와 안티힙스터 현상이 존재할까?
사실 힙스터 문화라고 지칭하지 않았을 뿐, 비슷해 보이는 이들을 왕왕 목격할 수 있다. 한남동과 이태원에는 수많은 사람이 주말을 보내는 레스토랑과 라운지 클럽이 산재해 있지만, 그 안에서도 특정한 사람들만 들락거리는 몇몇 장소가 있다.
패션계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가본 적이 있을 어느 클럽은 주말에는 예약 없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그 안에는 어느 패션위크의 한 장면처럼 치장한 젊은 남녀가 가득하다. 그들 대부분이 ‘디렉터’ 같은 직함을 가지고 무언가 ‘창조하는’ 일에 종사한다는 점이 종종 신기하게 느껴진 적도 있다.

가로수길만 걸어 다녀도, 아이비리그 스타일과 아메리칸 워크웨어부터 이탈리아 스타일의 맞춤 슈트를 입은 젊은 남성이 가득하다. 그들은 며칠 지나지 않아 몇몇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와 잡지를 통해 볼 수 있다.
하나의 유행이 시작할 때, 선두에 있는 사람들은 특정한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1년, 2년 지속되다 보면 그 유행조차 여느 외국 패션 트렌드의 차용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이제 막 그 모습을 받아들이는 더 많은 이가 존재하므로, 이러한 흐름이 주류 패션계로 올라오기도 한다.

선구자들이 주도한 유행이 퍼질 즈음, 어느샌가 그들의 모습은 바뀌어 있다. 처음 픽시 문화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자전거들을 보면서 이것이 정말 하나의 문화가 될까 궁금했다. 지금은 어떤가? 이제 픽시를 타는 사람들은 정말로 마니아적인 소수에 불과하다. 문화를 패스트 패션처럼 소비한 이들의 손에서 픽시는 한국의 힙스터 문화였다. 대중이 관심을 보인 시점에 이미 힙스터들의 손에서는 떠난 지 오래였다.

  • 한 때 ‘느림’의 상징이던 서촌은 이제 힙스터가 모이는 핫 스폿이 됐다.

힙스터가 모여들면 땅값이 오른다
혹자는 힙스터 문화에 대한 안티힙스터 문화를 하나의 도시 문제로 보기도 한다. 젊은 아티스트들이 모인 장소에 상업 자본이 몰리면 자연스럽게 땅값이 오르고, 그렇게 되면 ‘소수 문화’였던 동네의 에너지가 또 다른 장소로 이전하면서 재편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서울의 대표적인 패션 및 문화 중심지인 가로수길과 홍대를 떠올리면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패션 잡지를 장식했던 남성복 디자이너들의 작은 쇼룸과 매장은 이제 가로수길에 없다. 스트리트 패션의 중심지였던 압구정동도 지금은 ‘유령의 거리’처럼 한산하다.

힙스터 문화의 긍정적인 면이 주류 문화에 대한 대안이었다면, 그것이 새로운 주류가 되기도 전에 싹이 잘리는 현상이 반복되는 셈이다. ‘힙스터에 대한 피로’로 요약할 수 있는 안티힙스터 현상은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헤리티지’나 ‘클래식’ 같은 단어가 트렌드로 소비되는 요즘, ‘안티힙스터’ 현상은 힙스터에 대한 하나의 ‘대안 문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그것이 어떠한 이름으로 불리든지 말이다.

  • 힙스터 올림픽에 참가한 힙스터가 그린 그림을 찍고 있는 또 다른 힙스터.

EDITOR : 이지연
WORDS : 홍석우(패션 저널리스트)
PHOTO : 김용찬, 김영훈, Getty Images, Imaxtree

발행 : 2013년 7호

뉴욕, 베를린, 심지어 대한민국에서도 슬슬 안티힙스터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Credit Info

2013년 06월 01호

2013년 06월 01호(총권 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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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지연
WORDS
홍석우(패션 저널리스트)
PHOTO
김용찬, 김영훈, Getty Images, Imax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