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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사계절 밥상

On February 04, 2015

독특한 자연환경과 생활 방식으로 고유의 문화를 간직한 제주. 사계절 향토음식을 통해 제주의 식문화를 읽는다.

1 해녀들이 고된 물질 후에야 뭍에 올라와 먹는 간단한 식사, 낭푼밥에 밑반찬과 생채소를 섭취한다.
2 게를 제주 말로 ‘깅이’라고 한다. 봄에 살이 오르고 알이 꽉 찬 작은 방게를 볶아 질게 반죽한 보릿가루를 넣고 저어가며 만드는 깅이범벅은 봄 밥상에 자주 올랐다.
3 여름에는 톳 등 해조류를 넣은 냉국으로 입맛을 돋웠다.
4 척박한 제주의 땅에서도 잘 자라는 가을 호박을 넣고 끓인 국으로 육지와 달리 갈치가 들어간 것이 특징.
5 한겨울에도 우영팥에서 난 생채소를 섭취했다. 뜨겁게 끓인 콩국, 돌우럭을 좀콩과 함께 간장에 조린 우럭콩조림이 자주 식탁에 올랐다.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三多)의 섬 제주. 지금은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이면 닿지만,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한반도와 뚝 떨어져 있는 탓에 언어는 물론 식문화까지도 육지와 다른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해왔다. 몇 년 전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관광지’가 아닌 인기 있는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제주. 향토음식을 통해 제주의 삶을 들여다본다.

제철 재료로 만든 채식 위주의 건강 밥상

제주 향토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하다는 점이다. 계절마다 나는 재료 위주로 양념을 최소화해 요리한다.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매콤한 생선조림은 제주 향토음식으로 보기 어렵다. 본디 제주에서는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의 고추는 맵고 달아 벌레가 많이 꼬인다.

빨갛게 익기 전에 대부분 풋고추로 섭취해 고춧가루로 만들 것까지 없었고, 습도가 높은 날씨 탓에 보관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신 된장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습도가 높은 제주에서는 반년 만에도 된장이 만들어질 정도로 발효가 잘되고, 통기성이 좋은 제주 옹기에 담근 된장은 군내가 적기 때문에 생으로도 먹는다. 생된장은 살아 있는 발효균을 더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어 건강에도 좋다. 또 제주 밥상은 식물성 음식과 동물성 음식의 비율이 7:3 정도로 요즘 각광받는 채소 위주의 건강 식단이다.

잡곡밥과 어패류 그리고 싱싱한 생채소를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특징. 집집마다 텃밭인 ‘우영팥’이 있어 한겨울에도 생채소를 즐길 수 있었고, 겨울철 눈 맞은 배추도 필요할 때마다 따 먹었다. 텃밭은 안거리(안채) 뒤의 통시(화장실) 가는 길목에 위치해 거름을 주기 쉽게 했는데, 집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가족의 소중한 보물창고였던 것이다.

자연환경에 따라 동서의 식문화도 제각각

섬 안에서도 동쪽과 서쪽의 환경이 달라 재배하는 작물이 달랐다. 조건이 좋은 서쪽에서는 콩을, 돌이 많아 척박한 동쪽은 제주 방언으로 ‘모멀’이라 하는 메밀을 주로 경작했다. 때문에 제사를 지낼 때 서쪽은 두부를, 동쪽은 메밀묵을 쑤어 올렸다. 강원도만큼이나 메밀 음식이 발달한 곳이 제주다. 11월에 수확한 메밀은 가루 내어 반죽하고 수제비인 ‘모멀 조베기’를 만들어 먹었다. 꿩육수에 칼국수를 끓여 먹기도 했다.

빙빙 돌려서 만든다는 뜻의 ‘빙떡’은 제주에서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 빠지지 않는 음식으로 심심한 무나물을 메밀전병으로 만 것. 또 국이나 무나물에 메밀가루를 풀어 넣어 걸쭉한 식감을 내기도 했다. 애월읍을 비롯한 서쪽 지역에서 재배한 재래종 콩은 알이 작아 ‘좀콩’이라 불리는데, 제주에서는 이걸로 콩나물을 키우고, 두부도 만들고, 된장도 담근다. 콩을 볶아 절여서 밑반찬으로 먹거나 죽을 쑤고, 돌우럭에 마농지(풋마늘대장아찌)를 함께 넣고 간장으로 조린 ‘우럭콩조림’은 겨울철 별미로 즐겼다.

다양한 해산물 활용한 국의 발달

쌀이 귀해 주로 잡곡밥을 먹었던 제주에는 특히 국 문화가 발달했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의 특성상 생선 등 해산물이 풍부한데, 독특하게 생선을 국에 넣어 끓인다. 국에는 생선 아니면 된장이 들어갈 정도로 고등엇국, 갈칫국 등 종류도 많다. 또 톳이나 모자반 등의 해조류나 성게, 보말(고둥), 오분자기(떡조개) 등을 이용한 음식이 많다. 특히 다양한 해산물과 미역을 조금 넣어 끓이는 국을 ‘바릇국’이라 하며 재료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다.

‘바릇’은 ‘바다의’, ‘바다에서 난’이란 의미다. 질감이 독특하고 맛이 뛰어난 제주산 톳은 나물처럼 무쳐 먹거나 보리쌀과 섞어 밥을 지었다. 여름에는 말려 보관했던 톳을 넣어 냉국을 만들어 먹으며 입맛을 살렸다. 또 모자반은 신 김치를 잘게 썰어 함께 무치거나 멸치젓국물로 무쳐 먹었다.

돼지고기국물에 모자반을 듬뿍 넣고 내장과 고기를 넣어 하루 종일 끓여낸 것이 몸국이다. 몸국이나 도마에 썰어 먹는 돼지고기 수육인 돔베고기, 고기국수같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향토음식 외에도 재료와 조리법이 독특하고 재미있는 것이 많다. 일반적으로 ‘콩국’이라 하면 여름에 시원하게 콩물을 내어 국수를 말아 먹는데, 제주에서는 겨울에 뜨겁게 끓인 콩국을 먹는다.

콩을 수확한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날콩을 갈아 가루를 만들고, 끓는 물에 콩가루 반죽, 무나 배추를 넣어 뭉근하게 끓인다. 타 지역의 콩탕과 비슷하지만 건더기가 많고 콩가루의 양이나 모양새가 확연히 다르다. 또 보통 죽을 끓일 때는 냄비에 눌어붙지 않도록 저어가며 끓이지만 젓지 않고 끓여 만드는 죽도 있다.

공동체 문화와 조냥 정신

제주 밥상을 보면 가운데 양푼에 수북이 담은 밥을 볼 수 있다. 씨족부락(괸당)을 이루고 살던 공동체적 특징이 남아 있던 것인데 이는 빈부격차가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잔칫날에는 1인분씩 한 접시에 음식을 담아 주는 ‘반’ 문화가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머릿수대로 동일한 양을 나누어 준다.

제사 후 사과 1조각도 얇게 썰어 나눈다. ‘미수전’은 괴기(고기)반을 썰거나 산적을 만들다가 남은 부스러기 고기를 곱게 다져 으깬 두부를 섞고 양념해 얇은 달걀지단을 감싸서 만든 것인데, 남은 고기조차 모두가 나눠 먹어야 한다는 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다. 제주 사람들은 육지에서는 잘 먹지 않는 풋마늘대로 ‘마농지’라 불리는 장아찌를 만들어 먹는다.

전복죽도 내장까지 넣어 조리하는 것이 제주식이다. 또 먹을 만큼만 수확하기 때문에 육지에 비해 발효음식이나 저장음식이 적은 것이 특징. 멜(멸치)나 자리돔같이 떼로 다니는 물고기가 많이 잡힐 경우에나 젓갈을 담그지 일부러 담그는 일은 없다. 또 고기 삶은 국물에 끓이는 몸국이나 고기국수, 쉰밥을 발효한 음료인 ‘쉰다리’ 등에서 제주 식문화의 또 한 가지 특징인 ‘조냥 정신’ 즉 절약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독특한 자연환경과 생활 방식으로 고유의 문화를 간직한 제주. 사계절 향토음식을 통해 제주의 식문화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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